후후레터는 세상을 바꾸고 있는 사람들이 숨을 후~후 불며 쉴 수 있도록, 변화의 증거를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 6월은 코로나19를 통과하면서 답을 찾아 노력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질기게 뜨는 에러 메세지에도 전원을 끄지 않고, 끈기 있게 대응해온 사람들을 만나러가요. 😙 |
코로나19 확산 초기, 활동가들의 역할은 대단했어요. 당장 집 앞 약국조차 나가기 힘들었던 장애인들, 또 돌봄대책 없이 집에 남겨진 어린이들,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의 곁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장기간 지속된 재난 앞에서 활동가들도 점점 지칠 수밖에 없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대면 전환이 시작되면서 활동의 위기와도 마주해야했죠.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고용우, 최지은 간사는 코로나19 긴급지원사업, 공익단체 IT인프라 지원사업으로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왔어요. 최근에는 시민사회의 연결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신규 사업도 준비 중이죠. 코로나19 사업으로 연결된 최지은, 고용우 간사에게 지난 1년 6개월간의 대응기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어요!
Q. 코로나19 확산 직후에 우리 정말 바빴잖아요. 각자 진행한 일도, 마주한 풍경도 달랐을 것 같아요. 당시 기억을 들려주신다면요?
A. 고용우 간사(이하 용우) :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아름다운재단 내부에서도 긴급지원사업이 여러 건 진행됐는데요. 저도 그 중 한 사업을 담당해 진행했어요. 장애인지역공동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자활센터협회(대구지부)와 함께 방역물품과 긴급생계비를 지원하는 사업이었습니다. 당시 단체에서 나누어준 이야기를 들으면서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 알게 됐어요. 중증 장애인들은 대책없이 자가격리된 상황이었고, 자활센터 운영이 중단되면서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던 사람들의 수입이 모두 끊겼죠. 당사자들의 고통을 지켜보는 활동가들도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습니다.
A. 최지은 간사(이하 최지) : 저는 지리산 권역의 공익활동을 지원하고 있었는데요. 감염 위기 때문에 지역 출장이 줄어들었다는 게 가장 실감이 나더라고요. 지역을 방문하거나, 소통하는 일이 굉장히 어려워지면서 전달되는 정보의 양이 확 줄어들었거든요. 사람들이 만나고, 모여서, 연결을 만들어야하는데 그런 활동이 아예 불가능했어요.
Q. 많은 간사님들이 사업 계획을 조정하느라 힘들어하셨던 기억이 나요. 계획했던 간담회, 토론회와 같은 것도 진행하기 어려워졌잖아요. 오프라인 행사를 온라인 모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모두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 같아요.
A. 지은 : 2020년 가을, 지역 시민사회의 지원사례를 공유하는 온라인 워크숍 ‘지원의 전환’을 진행했는데요. 처음에는 모임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나 싶어서 용우 간사님과 교육을 찾아서 들었어요. 줌 사용법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서 매뉴얼을 보내드리기도 했고요. 꾸준히 진행해보니 연말에는 각자 모임을 열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지시더라고요.
Q. 말씀해주신 내용은 공익단체에 IT인프라를 지원하게 된 배경이기도 해요. 사업에 대해 좀 더 소개해주신다면요?
A. 용우 :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갑작스럽게 활동을 이어가기 힘들어졌거나 어려워하는 단체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수도권을 제외한 공익단체에 노트북이나 캠코더와 같은 IT인프라를 지원하게 됐어요. 비대면 모임이나 재택근무를 위해서는 IT인프라가 꼭 필요하지만, 예산이나 기기 사용이 어려워서 망설이는 단체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디지털 전환의 어려움을 최대한 줄여보고자 참여자 중심으로 사업을 설계했어요. 기기를 지원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고, 활동에 접목해야 하는지 교육도 같이 진행했죠. 얼마 전에 ‘IT인프라지원사업은 인적지원이다’라는 피드백도 받았는데요. 기기로 인해서 업무능력이 올라간건 물론이고, 온라인을 통해 소규모로 회원들을 만날 수도 있게 됐다는 거예요. 목표한대로 잘 진행된 것 같아요.
A. 최지 : 사실 기기를 지원했다고 해서 ‘활동을 다 온라인으로 바꾸세요’는 아니예요. 변화가 왔을때 대응할 수 있는 역량, 활동이 끊어지지 않게 하는 도구를 지원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담으려 했죠.
A. 용우 : 그래서 공급자 중심으로 신청항목을 정해두지 않고 열어두었어요. 위기에 처한 해양생물을 보호하는 핫핑크돌핀스에는 드론을 지원하기도 했는데요. 드론을 통해 제작한 영상은 정책제언의 자료로 활용하기도 하고, 회원들과 활동하고 있는 내용을 촬영해서 온라인으로 공유하기도 해요. 결국 드론으로 촬영한 결과물은 핫핑크돌핀스의 자산이 되고, 공익활동을 확산하는 근거자료가 될 거예요.
“잘난 사람 한 명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요. 문제가 너무 거대하거든요.”
Q. 코로나19긴급지원사업을 수많은 단체에서 진행했어요. 덕분에 방역물품이나 긴급지원금 등을 재빠르게 지원할 수 있었는데요. 시민사회의 존재감이 굉장히 크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최지 : 시민사회가 각자의 역할을 좀 더 진중하게 생각하게 된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국가가 재난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대응 과정에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고, 지역 현황을 꿰뚫고 있다보니 주민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바로 대응할 수 있었거든요.
Q.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에서 아름다운재단이 무엇을 해야할지, 또 할 수 있을지 궁금해요. 기획 중이신 새로운 신규 사업의 키워드가 연대와 협력이라고 들었는데요. 때로는 기민하게 각개전투를 하는게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한데, 연대와 협력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신다면요?
A. 최지 : 저도 연대와 연결만이 정답일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도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혼자서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못 푼다는 거예요. 물론 익숙한 방식은, 누군가가 등장해서 이 세상을 구하는 거겠죠? 그러나 더 이상 그런 개인이 나타나지 않을뿐더러, 문제도 개인이 해결할 수도 없는 크기가 되었어요. 코로나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도 혼자 해결할 수 없잖아요. 결국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느슨하게라도 함께 문제를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같이 생각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A. 용우 : 최근 시민들 사이에서 작은 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서로 만나서 의미있는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친환경 프로젝트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고요. 모임들이 이렇게 활성화되고 있다는건 뭔가 연결에 대한 갈증이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요?
A. 최지 : 덧붙여서 개인에 의존해서 하는 변화는 연약하고, 변칙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연대와 협력으로 함께 하다 보면 잘못되어가는 것들도 감시하고, 막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대와 협력의 긍정적 경험을 제시할 수 있도록 공부하며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코로나19이후에도 우리는 시선을 떼지 않을 거예요.
Q. 코로나19로 인해서 많은 것들이 변했고, 우리도 그 한가운데 서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사이에 보지 못한 문제, 혹은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최지 : 저는 배달 문제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환경문제는 물론이고 배달, 택배 노동자의 노동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요. 배달을 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프레임이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 같아요. 제도, 인식 모든 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A. 용우 : 저는 돌봄과 정보접근권을 꼽고 싶어요. 얼마 전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확진자가 나오면 아이를 맡길 데가 없다 보니까 결국 본인들이 퇴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를 두고 나갈 수가 없으니까요. 방역이라는 이름 아래 생긴 돌봄 사각지대는 사실 지금도 진행 중이예요.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 봅니다. 다른 한가지는 정보 접근권이예요. 수어로 소통할 때는 비언어적인 표현도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요. 마스크를 쓰고 수어를 하면 그 사람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하게 알지 못하거든요. 입모양이 보이는 투명마스크를 지급해야 하는데 비장애인 기준으로 마스크를 지급해서 아쉬웠고요. 수어통역이 점차 확대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재난상황이나 특이상황이 발생했을시 새로운 용어의 수급이 필요한 만큼 공공에서도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보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말이예요.
Q. 코로나19라는 공통의 위기를 경험했지만, 서로 보고 있는 문제의 풍경은 다르네요. 아마 각자 겪은 마음의 형태도 달랐을 것 같아요. 어떠셨어요?
A. 용우 : 활동가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며 처음엔 괴롭고 힘들었는데요. 사업을 함께 진행할수록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올스톱된 상황에서도 뭐라도 하는 사람들이 진짜 영웅이 아닐까 싶은 거죠. 공익단체들이 어려운 환경을 뚫고 방역물품을 지원한건 물론, 발달장애인이 쉽게 코로나19를 이해할 수 있도록 책자를 만들고 배포했거든요. 활동가와 시민단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웅처럼 활동하고 있구나’란 생각에 더욱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죠.
A. 최지 : 일상이 재난이 되어버리니까 목 끝에 차있는 문제를 해결하는게 가장 우선순위가 되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하는 일이 의미없는 일처럼 느껴지는거예요. ‘이런 상황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맞을까?’, ‘코로나로 지금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고 또 일자리를 잃기도 하는데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무력감을 느꼈죠.
Q. 단숨에 끝나는 재난이 아니어서, 그 무력감을 오래 지속됐을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A. 최지 : 솔직하게는 월급날이 가장 큰 동력이었어요. 코로나19 상황에서 생존에 대한 염려가 엄청 커졌고, 이 상황을 버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 과정이 오히려 무력감을 떨쳐내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A. 용우 : 코로나19 속에서도 사업을 꾸준히 해오면서 변화를 마주하고 있어요.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해결되고, 좋은 방법으로 가는게 보이니까요. 힘들고 괴로운 재난이지만, 저도 조금씩 변화하는게 눈에 보였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어요.
남자만넷
인터뷰 내용 참 좋네요. 활동가들의 노고와 현장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