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지금까지 자립준비청년 당사자와 친구들 함께 미디어 패러디 프로젝트를 만들어왔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록 당사자이면서 동시에 대중인 친구들이 미디어 속 고아캐릭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단순 미디어 패러디 일러스트를 넘어 프로젝트에 참여한 당사자 개개인을 인터뷰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겠는데? 괜찮을까?” 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걱정은커녕. 인터뷰를 하는 내내 자주 흥분했다. 누군가의 삶을 가까이에서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꽤나 즐거웠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얻은 작은 깨달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우린 모두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비슷한 생각을 할 수 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자립준비청년’ 이라는 당사자성을 넘은 개개인의 생생한 인터뷰를 그대로 담기로 결심했다. 총 7명의 인터뷰 시리즈 중 첫 시작은 ‘생일’을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언니의 인터뷰다.  – 손자영 캠페이너 – 

Q: 자기소개 부탁해요.

A : 보호 종료된 지 6년 차, 28세 한보람(가명)

Q: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A :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은 사람. 근데 하고 싶은 게 지금은 딱히 없어. 약간 무위도식 같은 스타일을 좋아해. 하지만 언젠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근데 예전의 20살의 패기로 시작 할 수 없지. 돈이 나갈 때가 많은 것을 알았기 때문이야. 

Q: 타인에게 어떤 사람으로 소개되기를 원해요?

A: 이상한 애만 아니면 될 것 같아. 소개하기 싫은 사람만 아니면 돼.

Q: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A :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사람. 근데 그걸 아직 모르겠어.

Q: 쉬는 날에는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A : 주로 집에서 침묵을 즐겨. 회사가 진짜 너무 시끄러워서 정말 TV 다 끄고 집에서 핸드폰 밖에 안 해. 핸드폰을 볼 때도 소리나는 영상을 잘 안 봐. 그래서 주로 웹툰을 많이 보는 것 같아. 현실과 멀어질 수 있는 판타지 장르의 웹툰을 즐겨봐.

 Q: 주로 어떤 것에 행복한 감정을 느끼나요?

A : 아무것도 안 할 때 행복해. 생각하고 있지 않을 때, 딱히 고민이 없을 때. 일을 할 때 순간마다 판단을 해야 하거든. 근데 잘못 판단을 하면 좋지 않은 결과가 바로 눈에 보이잖아. 그래서 아무런 생각없이 편하게 있을 때가 행복한 것 같아.

Q: 주로 어떤 것에 불편한 감정을 느끼나요?

A : 내가 선택하고 판단한 것들에 대해서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불편함을 느껴. 그 것 말고는 딱히 없는 것 같아.

Q: 평소에 드라마나 웹툰, 영화를 즐겨 보나요?

A : 응. 완전 즐겨봐. 드라마는 주로 현실과 먼 이야기를 즐겨봐. 예를 들어 할리퀸 영화 등 여자주인공이 가난하거나 평범한 집안의 주인인 경우 그리고, 남자 주인공은 돈이 많거나, 나중에 라도 돈이 많아지는 캐릭터 같은 거 말이지. 가벼운 내용일 수록 드라마의 내 감정을 쏟지 않아도 되니깐. 근데 또 가볍게 시작하는 드라마를 좋아하면서도 결말이 묵직한 미디어를 즐겨보는 편이야. 웹툰은 왕따인 친구가 어떤 계기로 힘이 세져서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에게 처벌을 가하고 정점에 올라서는 웹툰을 재미있게 봤어. 뭔가 주인공이 약하면 보기 싫어 지는 거 알지?

Q: 가장 좋아하는 미디어는 무엇인가요?

A : 웹툰을 가장 좋아해. ‘이태원 클라스’ 웹툰 버전을 먼저 봤어. 드라마에서는 웹툰에서 보여지는 반전이 없이 그냥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보호자가 힘이 없어서 감옥의 가는 내용이 나오고, 나중에 새로이가 성공을 하는 이야기잖아. 웹툰을 드라마화하는 부분에서 변화가 된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 드라마는 연기자들이 연기를 하고 영상으로 구현해야 하니까. 나는 웹툰이 더 좋은 것 같아. 웹툰에서는 더 현실적이고 과감하게 잘 그려내는 것 같거든.

Q: 자립준비청년으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차별이나 편견의 경험이 있을까요? (긍정적인 경험,  부정적인 경험인 모두 포함해요)

A : 편견과 차별은 경험한 적은 없어. 진짜 없었어. 한 회사에 정착하기 전까지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부모님은 뭐하시니?’ 라는 고질적인 질문을 많이 받았어. 부모님이 있다고 말하면, 집요하게 더 많이 물어본 경우도 있었고, 거짓말을 하다가 회의감이 든 경우도 있었어. 그래서 친한 사람에게는 나의 진짜 환경에 대해서 말을 했어. 솔직하게 이야기 했을 때 우리 학교에 대한 존재를 알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어. ‘언덕 위의 학교에서 왔다는 얘가 있다는데?’ 라는 말을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응. 나야’ 라고 이야기를 했어. 근데 바로 깡패학교라고 말을 하더라고. 그래서 그 말을 듣고 ‘어,, 뭐하는 사람이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회사에 입사해서 처음 본 사람이 그런 말을 하길래 당황스러운 감정을 느꼈어. 다음날 새벽에 전화해서 울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 진짜 몰라서 그런 이야기를 한 거지 아니면 사람들은 재미있는 이슈 이야기를 좋아하니깐 이야기를 한건지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이정도까지는 아닌데… 왜 울면서

Q: 손자영 프로젝트에 함께하자고 연락 받았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A :아무 생각이 없었어. 왜냐하면 차별 받은 것에 대해서 특별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Q: 손자영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고아 이미지에 대한 차별과 더불어 그 외 다양한 가족에 대한 차별에 관해서 많이 인지하고 있었어. 평범하지 않은 가족이 많기 떄문에.

Q: 그림을 그리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A :지은탁이 불쌍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냥 케이크 정도는 같이 불어줄 수 있지 않나.

Q: 그림과 더불어 왜 본인은 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A : 왜냐하면 저 장면이 자기 생일인데도 평상시와 비슷하게 일어나서 밥을 하고 스스로 미역국을 끓이고 밥을 먹이고 밥을 차려..문을 열었는데… 또 하필 비가 와… 근데 우산도 쓰지 못하게 해. 심지어 우산도 두개였는데, 하나쯤은 내어 줄 수 있는데… 그 상황에서 또 은탁이에게 엄마 보험금 내놓으라고 이야기 하고 은탁이 머리에 밥그릇을 던지거든. 밥 숟가락을 내어 주지도 않으면서. 

나는 내 생일을 좋아하거든. 생일 선물이 딱히 없어도, 생일 케이크가 주는 행복이 분명히 있단 말이야. 선물과 미역국은 없어도 케익은 꼭 불고 싶은 마음이 있어. 미역국은 은탁이가 끓였으니깐. 케익이라도 우리가 같이 함께 불어주자. 축하한다는 한마디도 안했는데 축하 한 마디라도 해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었어. 그리고 이 다음 장면에서 은탁이가 항구에서 목도리 메고 혼자 촛불을 불면서 소원을 빌거든.. 알바 구하게 해주세요. 남자친구 생기게 해주세요. 라고.. 결국엔 혼자 생일을 보낸 거잖아.

Q: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 드라마 기승전결을 보면 위기에 처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은 어쩔 수 없는 드라마 서사이기 때문에 할 말이 없는 것 같아.

Q: 보호종료아동으로서 정체성을 가진 삶은 어땠어요?

A : 장점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일단 부채가 있는 부모님이 없어서 좋기도 하고, 소중한 사람의 장례식을 안 봐도 된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 그리고 뭔가를 하려고 할 때 챙겨야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또 온전히 할 수 있는 것 같아. 단점은 온전한 내편이 없을 때. 근데 지금은 엄마, 아빠 같은 소중한 친구들이 옆에 있어서 상관 없는 것 같아. 이성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말이지.

Q: 그 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 난 키다리 아저씨 같은 역할이 좋아. 드라마에서 보면 은탁이 엄마의 지인이 있어.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은탁이를 잘 챙겨주거든. 난 결혼 생각이 없지만 내 주변 친구가 아이를 낳고 힘든 상황이 온다면 내가 뒤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 그리고 보호자가 없는 친구들이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 난 누군가를 도와줄 때 기쁨과 행동을 느껴서.

자신이 태어난 생일을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언니의 말이 기억이 난다. 선물과 미역국은 없어도 초는 혼자가 아닌 같이 불어야 한다는 언니의 지론. 그런 이유였을까? 미디어 패러디 프로젝트를 참여하겠다고 결정을 하자마자 언니는 이 장면을 그리고 싶다고 유튜브 영상 링크를 내게 보냈다. 그리고 쓸쓸하게 보내는 은탁이의 생일을 함께 초를 불고 축하해주는 장면으로 패러디 했다. 한편으로는 미디어 속 편견과 차별에 대해서 서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승전결을 보면 위기에 처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드라마 적 장치가 어느정도는 있기 때문에 말이다. 서사를 빼고, 장면으로 봤을 때는 언니는 함께 속상해했고, 생일을 혼자 보내는 주인공을 위로했다. 하고 싶은 것이 아직은 없지만 보호자가 없는 친구들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다는 언니의 말 속에서 나는 따듯함을 느낀다. 자신의 생일을 마음 것 축하하면서 자신의 삶에서 누군가를 기꺼이 도우려고 하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언니의 삶을 열렬히 응원한다.

✅인터뷰 연재 시리즈 바로보기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 ① “미역국이라도 같이 먹어주지….”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 ② “그 장면을 볼 때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더라.”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③ “뭐? 아직도 이런 대사를 쓰는 드라마가 있다고?”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④ “결국 나도 나에게 편견이 있더라고”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⑤ “어디까지나 드라마나 영화인 건 아닐까”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⑥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잘난 고아는 왜 없어?”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⑦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서로에게 위로라는 상처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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