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지금까지 자립준비청년 당사자와 친구들 함께 미디어 패러디 프로젝트를 만들어왔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록 당사자이면서 동시에 대중인 친구들이 미디어 속 고아캐릭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단순 미디어 패러디 일러스트를 넘어 프로젝트에 참여한 당사자 개개인을 인터뷰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겠는데? 괜찮을까?” 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걱정은커녕. 인터뷰를 하는 내내 자주 흥분했다. 누군가의 삶을 가까이에서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꽤나 즐거웠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얻은 작은 깨달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우린 모두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비슷한 생각을 할 수 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자립준비청년’ 이라는 당사자성을 넘은 개개인의 생생한 인터뷰를 그대로 담기로 결심했다. – 손자영 캠페이너 – 

윤지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단단한 사람이다. 윤지는 쉬는 날에는 산책을 하고 창문 열어놓고 햇빛 가만히 본다. 쉬는 날에는 좋아하는 과자 먹으면서 넷플릭스를 보기도 하고 요가나 달리기를 한다. 끝이 아니다. 윤지는 기타도 치고, 책도 읽으며 다채롭게 하루를 채운다. 윤지도 한때는 치열하게 살았던 때가 있었다.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어쩐지 불안했다. 그래서 매일 공부 했고,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어떨 때 나 다운지. “나는 맛있는 것을 먹을 때 행복함을 느껴. 누군가 대화를 할 때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이 들면 행복해. 타인이 말로 잘 풀어준다거나 잘 들어줄 때도 행복해.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행복해. 그리고 새벽 공기를 맡으면 행복해.” 종종 우리는 스스로를 다그치며 자립한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나 또한 여전히 스스로를 다그친다. 하지만 윤지는 다그치는 대신 자신만의 속도를 방향을 찾았다. 단단한 윤지의 삶이 솔직히 조금 부럽다. 

Q. 자기 소개 부탁해요.

A: 보호종료된 지 8년 차, 28세, 홍윤지(가명) 나는 사람 별로 안 좋아해…그리고..약간.. 사람은 누구나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해. 나는 밝은 사람이기도 하면서 아닌 것 같기도 한 것 같아. 사람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기도 하지만,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고 그래.

Q: 타인에게 어떤 사람으로 소개되기를 원해요?

A: 음…딱히 근데 어떻게 소개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좋든 나쁘든 상관없어. 만나봐야 아는 거니까.  

Q: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A: 예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아닌 것 같아.  스스로 인격적으로 좋지 않다고 느껴 지기도해. 나에 대한 기준이 높아서 그런 건가.  예전에는 내가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주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직도 참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구나를 느껴. 궁극적으로는 그릇이 큰 사람이 되고 싶어.  많은 사람을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Q: 쉬는 날에는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A: 요즘에는 별거 없어. 산책 많이 하고 창문 열어놓고 햇빛 가만히 보고. 쉬는 날에는 좋아하는 과자 먹으면서 넷플릭스를 봐. 요가를 하기도 하고, 기타도 치고, 책도 읽고 다양하게 이것저것 많이 하는 것 같아. 예전에는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

Q: 주로 어떤 것에 행복한 감정을 느끼나요?

A: 다양하게 많이 느끼는 편인데 가장 기본적인 일차원적 욕구로 보면 맛있는 것을 먹을 때 행복하고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이 들면 행복해. 타인이 말로 잘 풀어준다거나 잘 들어줄 때도 행복해.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행복해. 뭔가 아침에 일어나서 새벽 공기를 맡으면 행복해 그 특유의 아침 새벽 냄새가 있어 그런 느낌. 또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 지식을 전달하거나 뭐 여러가지로.

Q: 주로 어떤 것에 불편한 감정을 느끼나요?

A: 약간, 뭐라고 해야하나. 내 기준이 타인에게 잘 맞지 않을 때 많이 내려놓으려고 하긴 하는데 여전히 좀 불편한 감정을 느껴. 내가 생각하는 상식 수준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보면 답답해. 다양한 사람들을 수용하려고 하는 것이 참 쉽지 안잖아. 그래서 내가 되고 싶은 사람도 그릇이 넓은 사람인 이유가 있어. (웃음)

Q: 평소에 드라마나 웹툰, 영화를 즐겨 보나요?

A: 음. 웹툰은 한번도 본적이 없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게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핸드폰  메모장에 보고 싶은 영화를 많이 적어 놨거든. 막상 보려고 하면 일처럼 느껴지더라고. 약간 해야 할 숙제처럼 내가 느끼나봐. 뭔가 체크리스트처럼 말이지.  근데 한번 시작하면 엄청 잘 봐. 나는 몰입하는 힘이 크거든.

Q: 좋아하고, 많이 사용하는 미디어 매체는 무엇인가요?

A: 요즘에는 유튜브랑 네이버야.  유튜브에서 구독하는 거 보면 요가 채널, 운동과 관련된 채널보고 요즘에는 해부학 이런 것 많이 봐. 내가 또 재활학과니깐. 또 언어 관련된 것 몇 개랑 이렇게 즐겨봐.

Q: 자립준비청년으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차별이나 편견의 경험이 있을까요? 

A: 사실 막 차별 받은 경험이 없는 것 같아. 요 근래 많이 생각을 하긴 했는데, 결국엔 나도 나에게 편견이 있더라고. 보육원에서 산 것은 나고 내가 가장 잘 아는데 나도 미디어에 비춰서 나를 보고 있더라고. 나는 미디어에 비춰진 만큼 불쌍하게 자란 것이 아닌데 그렇게 스스로를 검열하고 있는 것 같아.  모든 사람이 편견이 없다고는 말 못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내가 왜 다른 사람에게 나의 환경을 이야기 하는 것이 불편할까 생각해 본적이 있는데 나도 미디어의 영향을 받은 거지.

Q: 손자영 프로젝트에 함께하자고 연락 받았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A: 난 좋았어.

Q: 손자영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같은 이유야.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구나 라는 생각을 해서 참여를 하게 되었지.

Q: 그림과 메시지를 그리면서 어떤 생각과 마음이 들었나요?

A: 음. 나는 차별영상을 보면서 막장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 제시가 요즘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너 나 알아?’ 잖아. 그 말을 정말 하고 싶었어. 그리고 어른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화가 났어. 또,  극 중 선생님의 태도도 맘에 들지 않았어.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데 말이야. 그리고 안타까웠어. 애들은 어른들을 보면서 자라는데 어른들이 그런 차별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불편했어. 내가 어른이라면 이런 식으로 알려줘야겠다 라는 마음이었어.

Q: 일러스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 대중의 시각으로, 자립준비청년의 시각으로 변화한 생각이 있나요?

A: 더 민감해지고 예민해진 것이 있어, 비단 이런 고아 뿐만 아니라 차별적인 것들에 대해 민감한 것들이 많이 생기더라고. 또, 미디어 뿐만 아니라 사람 자체가 단어 하나하나에 예민해지더라고. 아 다르고 어 다르잖아. 요새는 누군가 어떤 문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단어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알고 싶어서 한번 더 검색을 하게 돼. 맥락 상 오해 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 생각보다 뭔가 두루뭉술하게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단어가 주는 의미는 크니까. 그 자체가 엄청 신기하더라고.

Q: 자립준비청년이 자립준비청년 캐릭터에게 전하는 위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세요!

A: 단순히 ‘괜찮아’ 라고 상황을 정리하기 보다는 교육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설명하고 싶었어. 좀 더 나아가서 여름이가 왜 괜찮은지에 대한 설명을 더 해주고 싶었어. 입양도 가족의 형태인 것을 잘 설명해 주고 싶었어. 요새는 고아를 특별한 아이, 선택된 아이, 지켜진 아이라고 미디어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그것을 보면 뭐지 라는 생각이 들어. 요새 나에게 있어 부모라는 존재가 원망과 분노로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뭔가 막연한 위로 긍정적으로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것 같아.

Q: 모든 관련된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생각 좀 하면서.. 아 장난이고. (웃음) 사실은 좀 어렵기도 해. 모두의 입장을 고려 할 수는 없지만, 한 번쯤 생각해줄 수는 있다고 생각해. 자극적인 소재들을 쓰면 사람들이 많이 본다고 생각해서 쓰는 것 같은데  그 누구보다 미디어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면 답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고아가 그렇게 부정적으로 비춰지지 않으면 하는 바람이 커. 실제로 우리가 고아이긴 하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거의 없잖아.

직접적으로 차별 받은 경험은 없지만 스스로 편견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던 윤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보육원에서 산 것은 나고 내가 가장 잘 아는데 나도 미디어에 비춰서 나를 보고 있더라고.” 윤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 또한 스스로 편견에 갇혀 있었던 경험을 쏟아냈다. “ 언니, 나도 첫 회사에 다녔을 때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피드백이 오면 내가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라서 그렇게 말을 하는 걸까? 하고 맨날 구겨서 들었다니까. 그때 정말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모든 사람이 편견이 아예 없다고는 말 하지 못한다. ‘나는 차별하지 않고, 편견 없는 사람이야.’ 라고 말하는 확신이 어쩌면 더 위험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알게 모르게 미세먼지처럼 흡수해버린 편견들과 차별의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알아차리고 수정하려 노력한다. 우리는 그렇게 스스로를 가두었던 편견을 조금씩 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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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 ① “미역국이라도 같이 먹어주지….”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 ② “그 장면을 볼 때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더라.”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③ “뭐? 아직도 이런 대사를 쓰는 드라마가 있다고?”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④ “결국 나도 나에게 편견이 있더라고”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⑤ “어디까지나 드라마나 영화인 건 아닐까”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⑥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잘난 고아는 왜 없어?”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⑦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서로에게 위로라는 상처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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