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지금까지 자립준비청년 당사자와 친구들 함께 미디어 패러디 프로젝트를 만들어왔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록 당사자이면서 동시에 대중인 친구들이 미디어 속 고아캐릭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단순 미디어 패러디 일러스트를 넘어 프로젝트에 참여한 당사자 개개인을 인터뷰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겠는데? 괜찮을까?” 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걱정은커녕. 인터뷰를 하는 내내 자주 흥분했다. 누군가의 삶을 가까이에서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꽤나 즐거웠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얻은 작은 깨달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우린 모두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비슷한 생각을 할 수 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자립준비청년’ 이라는 당사자성을 넘은 개개인의 생생한 인터뷰를 그대로 담기로 결심했다. – 손자영 캠페이너 – 

세 번째 인터뷰는 산과 음악 그리고 메모를 좋아하는 예주의 인터뷰다. 예주는 쉬는 날이 되면 이곳 저곳 산을 다녔다. 덕분에 나는 집에서 편하게 SNS로 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참 좋은 세상이다. 우리는 인터뷰를 하는 내내 계속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딴 길로 새 버리는 이야기를 자주 제자리에 돌려놔야 했다. 간단하게 진행한다던 인터뷰는 간단히 끝나지 않았고 늦은 밤까지 우리는 이런 저런 말을 늘여 놓았다. 나와 예주는 한 자립준비청년 커뮤니티에서 만났다. 만난 지 1 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금세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이런 대사를 쓰는 드라마가 있다고? 완전 별로야.” 자신을 애써 숨기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싫어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우리에게는 어쩌면 그런 말들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Q: 자기 소개 부탁해요.

A: 보호 종료된 지 4년차, 23세 이예주(가명)

Q: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A: 나? 하.. 복잡한 사람입니다. 생각이 많고 좀 급하면서 느린 사람인데..아니야. 그냥 난 복잡해.. 남의 생각이나 시선 등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 그냥 스스로 생각했을 때 좀 그런 편인 것 같아. 그리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 근데 그게 (혼자 생각을 많이 하는 것)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도 있는데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 갈 때는 자신이 정말 싫어 질 때도 있는 것 같아. 그리고 남들에게 나를 드러내는 것을 안 좋아해.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이야.

Q: 타인에게 어떤 사람으로 소개되기를 원해요?

A: 자신의 색깔이 뚜렷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모습이 참으로 예쁘더라고. 나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철학이 뚜렷하고, 그 깊이를 통해 타인에게 선한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그렇게 소개되면 좋겠어.

Q: 그럼,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A: 좋아하는 것들로 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신념을 가지고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근래에 계속해서 드는 생각인데, 그렇게 자기만의 기준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멋있어 보여.

Q: 쉬는 날에는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A: 좋아하는 것을 하고 다녀. 사진을 찍거나 산을 올라가거나 해. 오랜 시간이 걸려서 좋아하는 것을 찾았어. 살기 위해서 하는 그런 것들을 하는 느낌이에요. 우울해지거나 가라앉는 순간이 있는데 그럴 때 벗어나기 위해서는 해야 한다는 그런 의무감. 살아 내야겠다 싶을 때 그러지.

Q: 주로 어떤 것에 행복한 감정을 느끼나요?

A: 계획했던 하루의 일정을 다 소화했을 때 그리고 평탄하게 흘러갔을 때 무난하게 행복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 딱 씻고 누워서 하루를 정리하고 오늘의 하루가 루틴화가 되는 것이 참 좋더라고. 운동이나 식습관이든 루틴화가 되는 것도 좋고. 오늘도 산에 올라갔다 왔어. 남한산성이라고. 산성을 한 바퀴 돌다가 밥 먹고 드라이브 하고 들어왔는데 행복하더라고. 그런 것 좋아하는 것 같아. 애 늙은이 같지? (웃음). 아무튼 자연을 좋아해서 더 그런 것(남한산성)을 좋아하는 것 같아.

Q: 주로 어떤 것에 불편한 감정을 느끼나요?

A: 불편한 감정? 불편한 감정이 라기보다는 음.. 그거 있잖아. 무시 당할 때! 속에서 화끈거리면서 ‘이 사람 뭔데? 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하지?’ 라는 생각이 들어. 오래 본 사람이 아니면 참는데.. 무시하는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열불이 나. 정말 안 볼 사람이면 똑같이 내 뱉는데 안 볼 사람은 뭐 거의 없잖아. 그래서 무시하는 편이야. 아무튼 다른 사람을 하찮게 대하는 사람들이 참 불편해.

Q: 평소에 드라마나 웹툰, 영화를 즐겨 보나요?

A: 웹툰 1도 안 봐. 드라마도 나의 아저씨나 나의 해방일지 이런 거 좋아하고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를 좋아해. 무작정 재미로 흘러가는 드라마를 안 좋아하고 영화도 액션 보다도 어바웃 타임이나 이런 감성적인 것을 찾는 편이야. 그리고 뭔가 강박증이 있는 것 같아. 교훈이 있어야 하다는 강박, 기록에 대한 강박들. 친구들과 대화할 때 핵심적인 단어에 꽂히게 되면 막 ‘희망…’ 하고 바로 메모에 적는 스타일 (웃음). 아무튼 메모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마침 오늘도 드라이브 하면서 좋은 노래를 들었는데 노래 제목을 다 적었어…피곤하게 사는거지 뭐..

Q: 좋아하고, 많이 사용하는 미디어 매체는 무엇인가요?

A: 넷플릭스 유튜브 이렇게 딱 두개 보는 것 같아. 정규방송은 거의 안 봐.

Q. 좋아하는 채널 혹은 좋아하는 장르가 있는지?

A: 철학적인 느낌. 굿 윌 헌팅 이나 콜미바이유어네임. 그런 느낌을 좋아함.말 안해도 뭔지 알지? (웃음) 약간 자영언니처럼 결핍 있는 거 좋아하는 듯해. (웃음)

Q: 자립준비청년으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차별이나 편견의 경험이 있을까요?

A: 많았어. 중학교 1 학년 때 딱 각인이 된 사건이 있었는데. 같이 학교를 다니던 보육원 친구가 물건을 훔쳐서 시설에 들어간 적이 있었어. 그게 학교에도 소문이 쫙 퍼지면서 친구들이 나한테 물어 본 거야. 왜 너랑 그 친구가 주소와 번호가 똑같냐고. 그래서 그냥 가까이에 살아서 똑같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계속 물어 보더라고.

그 때 이후로 시설에서 학교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 너무 싫어서 멀리 떨어져서 걸어갔어. 친구들이 나를 쳐다보면 시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싶어서 쳐다보기도 했어.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한 느낌도 있어. 오히려 대학생활에서는 그런 말을 잘 안 해. 대학교 친구들 중 아직 모르는 친구들이 많으니까. 근데 수급자에 대한 안 좋은 사례를 예시로 들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 확실히 가정 환경이 중요하다 결핍이라는 상처는 가정을 꾸릴 때 이어진다는 말 있잖아. 그리고 뭐 이혼한 가정의 아이와 만나지 않겠다 이런 이야기들 말이지. 근데 친한 친구였거든. 그래서 친구에게 이야기를 할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긴한데. 또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 있구나 싶더라고.

Q: 손자영 프로젝트에 함께하자고 연락 받았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A: MBTI를 맹신 하지 않지만 아무튼 나는 하고 싶어도 말을 못했는데 언니가 먼저 연락을 줘서 언니가 날 이정도를 생각하는 구나 하고 좋았어. (웃음)

Q: 그림을 그리고 메시지를 적으면서 어떤 생각과 마음이 들었나요?

A: 솔직히 이게 딱 영상을 보고나서 ‘이거 어떻게 바꾸지’ 하고 생각 했어. 좀 애매한 것들도 있어서 그림과 메시지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아. 어렵게 느껴 지기도 했고.

Q: 일러스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 대중의 시각으로, 자립준비청년의 시각으로 변화한 생각이 있나요?

A: 나는 언어적인 부분에서 생각보다 무덤덤한 편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런 말이나 표현들을 되게 오랜만에 들어본거야. 드라마를 잘 안 보니까 몰랐는데. ‘아직도 이런 말을 쓰는 곳이 있다고?’ 하면서 시대착오적이다 라고 생각을 한 것 같아. 그리고 반복..(한숨) ‘엥? 아직 이런 말 쓴다고? 이런 대사를 쓰는 작가나 연출을 하는 감독은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Q: ‘자립준비청년이 자립준비청년에게 전하는 위로, 응원의 메시지가 있다면?

A: 음. 화이팅!

Q: 미디어와 관련된 콘텐츠 제작사와 생산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그니까 좀 세상의 변화를 알아챘으면 좋겠어. 그런 캐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구시대적인 발언을 이렇게 사용하면 시청률이 오른다고 생각을 하는건지…참..

신념을 가지고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모토라는 동생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신념을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동생은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 말에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잠들기 전 이런 생각이들었다. ‘어떤 신념이나 기준은자립준비청년 당사자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는데말이야. 어렵구만’ 예주가 내게 전해 주었던 말 들 속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래서 가정환경이 중요하다는 거야.’ ‘결핍은 새로운 가정을 꾸려도 이어져’.’ 이혼한 가정의 자녀와는 만나지 않으려고.’ 그러면 우리는 이런 신념과 기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 또한 5 년전 가지고 있던 신념과 기준들이 수정된 것도 있고, 변화한 것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미디어를 만드는 생산자들에게, 그리고 대중들에게 계속해서 당사자의 목소리를 전한다. 당신의 신념과 기준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가 여기 있어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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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 ① “미역국이라도 같이 먹어주지….”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 ② “그 장면을 볼 때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더라.”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③ “뭐? 아직도 이런 대사를 쓰는 드라마가 있다고?”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④ “결국 나도 나에게 편견이 있더라고”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⑤ “어디까지나 드라마나 영화인 건 아닐까”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⑥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잘난 고아는 왜 없어?”

[손자영 프로젝트] 당사자 인터뷰⑦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서로에게 위로라는 상처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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