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길 찾기를 돕는 선생님들
–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길 위에서 길을 찾다’의 교사 워크샵
처음 만난 사람들
지난 4월 5일에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길 위에서 길을 찾다>(이하 길 찾기)를 위한 공교육 현장 교사 워크숍이 있었다.
오후 2시가 되자 다양한 현장에서 온 교사들이 공간 민들레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공간 민들레 교사이자 길 찾기 프로그램 담당자 배승태(이하 별칭 필립) 선생님과 공간 대표 김경옥 선생님이 교사들을 맞이했다.
교사로서 참석한 사람으로는 각각 중화고와 경성고를 맡은 선배교사 혜윤과 신상하 선생님, 경성고에서 처음으로 교사 일을 시작하는 필자와 김보름 선생님, 각 프로그램에서 진행을 보조해 줄 현준 인턴 선생님이 있었다. 또한 교사는 아니지만 은평 교육복지 센터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는 조미리 복지사님도 동참하기 위해 참석했다. 거의 대부분이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길 찾기 프로젝트라는 한 배에 탄 사이인 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의 눈빛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 워크숍은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프로젝트에 대해 이것저것을 공유하고 교사로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 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기 위한 자리였다.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어떤 현장에 가고 어떤 친구들을 만나는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우리 교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여기, 어떻게 오셨나요?
우선 진행자 배승태(필립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공간민들레 길잡이교사) 선생님과 대표인 김경옥 선생님이 공간 민들레에 대한 소개, 프로그램의 방향, 요즘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 를 했다. 그리고 나서 필립은 갑자기 “여기, 어떻게 오셨나요?”라는 질문을 꺼내 놓는가 싶더니 먼저 허심탄회하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러자 다들 머뭇머뭇 여기에 오기까지 있었던 일이나 자기의 생각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까진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아해 하면서.
필립은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이전에는 자기 꿈이 멋진 동네 형이 되는 거라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했다. 그러다 진짜 자기가 뭘 할 때 행복한 지를 찾으려 애쓰다, 문득 자기 일상을 되돌아보니 바다를 엄청 좋아하는 자신과 뚝딱뚝딱 만들기를 할 때면 실없이 웃을 정도로 좋아하는 자신을 보면서, 바다와 관련한 일이나 목수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민들레 새내기 인턴 교사 현준은 부산에서 대안학교를 이끄는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 혼자 서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는데,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지금은 민들레에서 ‘야매 기타’라는 수업으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며 미래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늘 공교육 제도에서 남들과 똑같은 패턴으로 살다가 진정한 자신의 진로를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다른 방식의 삶을 경험해보려고 민들레에 온 보름과, 고등학교 때 만난 동네 선생님들 덕분에 자신도 태어나 자란 지역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교육복지 사업을 하며 보람을 느낀다는 미리도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진행자 필립이 왜 우리에게 그런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는지 속뜻이 짐작되기도 했다. 아이들의 진로 찾기를 도와주는 일, 결국 아이들이 일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발견하게 도와주는 일이고, 그러려면 일상을 낯설게 보고 정리할 수 있도록 질문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진행자가 질문을 한 것처럼, 교사들은 앞으로 아이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길 찾기 교사가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하는 일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번 워크샵을 통해, 이러한 질문들은 아이들에게만 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 자기 자신의 모습이나 앞으로 자신이 바라는 자기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신 안에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한 물음표들이 많이 있어 갈팡질팡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준 선생님은 어머니의 대안학교에서 교사를 할 때 늘 칭찬만을 들으며 살았는데 20살이 되자, 홀로 섰을 때도 그런 평판을 받을 만큼 스스로가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의 일상에 의문을 던지고 답을 내리기 위해 서울로 와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저 일상을 살아간다면 이 물음표들에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가버릴 것이다. 진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도 이 갈팡질팡은 계속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는 선택을 따라가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진로교육을 해주겠다고 아이들 앞에 나타난 교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들 스스로도 자기 안에 있는 물음표들에 답을 내리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야기해보아야 진짜 준비된 교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을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스스로에 질문을 던지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선생님 말이다.
아이들은 동료다
교사 스스로가 어떤 자세를 갖추어야 하는 지가 중요한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아이들과의 소통이다.
이야기를 하던 중에, 보름은 바로 그 전날 만났던 경성고 친구들을 떠올리며 아이들이 하는 말에 반응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교사로서 아이들의 말에 일일이 대답해주며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싶은데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자신이 하는 말이 도움이 될 지도 확신이 없다고 했다. 이에 나머지 선배교사들이 교사가 다 대응할 필요는 없고 마련된 프로그램이 있으니 그 장치들을 이용해서 진행하면 된다고 일러주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말 하나 하나에 너무 큰 의미를 두고 말해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보름이 가지고 있던 의문은 금세 해결되었고 한결 고민을 던 듯 했다.
우리 안에 가지고 있던 의문점들이나 어려운 점들은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풀린다. 마찬가지로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동안 교사들이 하는 질문은, 때로는 자기 자신도 풀어야 하는 내용인 경우가 많다.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만, 자기 자신에게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답을 통해 교사들도 답을 얻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길 찾기 교사와 아이들은 스스로의 삶을 위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처지이다. 질문을 서로 주고받으며 문제를 풀어나갈 때 아이들은 우리의 동료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이 프로젝트가 나아갈 방향 중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했다.
삶이 곧 배움
이번 워크샵에서 새롭게 얻은 소중한 배움으로 자신감도 생기고 앞으로의 프로그램이 더 기대가 되기도 한다. 교사도 학생들도 길 찾기 프로젝트를 하며 스스로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내려 보며 살아갈 것이다. 삶이 곧 배움이라는 공간 민들레의 목표처럼 말이다.
‘Why?’라는 교육용 과학 만화책 시리즈의 제목처럼, 스스로에게 질문을 무턱대고 하며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삶의 부분이다. 그러나 삶이 언제나 순탄치만은 않듯이, 앞으로 이 프로그램에서도 어려운 순간들이 존재할 것이다. 걱정이 많은 새내기 교사에게 선배 교사 혜윤은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가를 고민하며 사는 어른과의 만남 자체도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아이들과 함께 답을 찾아간다는 동료의식으로 내 앞에 난 여러 갈래의 길들을 차근차근 걸어 나가야겠다. 아직은 교사들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민들레와 함께하는 시간만은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어 주고 싶은 교사들의 바람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이상 워크숍 후기를 마치며 인사드린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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