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가 만든 변화는 숫자보다 사람에 가까웠다

다자간협력팀 전서영 매니저

2026.06.09

읽는 시간 0분
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 ‘쉼표’양육자, 보호자의 부재 등으로 공동생활가정, 아동양육시설,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는 보호대상아동에게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자립준비청년(길잡이) 및 또래로 구성된 팀별 커뮤니티활동을 통해 든든한 관계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 본 사업은 아름다운재단 지원을 통해 (사)여울돌 사각지대청년지원센터 봄(BOUM)과의 협력사업으로 진행됩니다.

지난 3년 간, 청소년들과 함께 만든 기록

청소년기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며, 스스로의 세계를 넓혀가는 시간이다. 하지만 보호대상아동과 자립준비청년에게는 그 시간이 조금 더 이르게, 조금 더 조심스럽게 찾아오기도 한다. 누군가는 관계의 단절을 경험하고, 누군가는 혼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불안 속에서 청소년기를 지나간다.

그래서 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 ‘쉼표’는 단순히 문화교육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고 누군가와 함께 웃으며 “혼자가 아니다”라는 감각을 찾아가는 시간을 만들고자 했다. 좋아하는 것을 경험해보고,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작은 공동체. 쉼표는 그렇게 청소년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 되고자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런 방향 속에서 지난 3년간 쉼표가 그려온 시간이 남긴 의미를 숫자를 통해 기록해보고자 했다.

‘쉼표’ 인포그래픽은 숫자와 관계 두 페이지로 정리가 되었다. 숫자와 통계, 지도와 그래프 안에는 누군가의 처음, 설렘, 회복, 그리고 연결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인포그래픽 안에 담긴 숫자와 관계를 곱씹어 보고 있으면 단순히 사업 결과를 정리한 자료라기보다, 지난 시간 동안 청소년들이 어떤 관계를 만나고 어떤 경험을 지나왔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쉼표는 보호대상아동과 자립준비청년에게 문화교육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지체계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인포그래픽은 그 목표가 실제 참여자들의 경험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준다.

전국 16개 시·도, 65개 기관과 함께하다

인포그래픽의 첫 번째 페이지는 쉼표의 취지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숫자들로 이루어져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숫자는 전국 지도를 중심으로 표시된 참여 지역과 참여 기관이다. 서울과 경기뿐 아니라 강원, 충북, 경북, 전남, 제주까지 전국 16개 시·도의 청소년들이 쉼표 안에서 연결되었으며,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지원센터 총 65개 기관이 함께 참여했다.

서로 다른 지역,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던 청소년들이 하나의 이름 아래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사업이 가진 의미는 크다. 보호종료 이후 사회적 지지 수준이 낮아지고, 자립 과정에서 관계망의 부재가 큰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보호아동은 청소년기부터 신뢰할 수 있는 관계와 커뮤니티 경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인포그래픽 속 전국 지도, 다양한 참여 기관은 바로 그 ‘연결의 시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쉼표라는 경험 안에서 서로 이어져 있었다는 것. 그 자체가 이 사업이 만든 변화였다. 쉼표는 그 청소년들이 같은 공간 안에서 서로를 만나도록 만들었다.

먼저 자립해본 선배 10명이 함께 한 사업

인포그래픽 속 참여 인원 구성도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90명의 보호대상아동과 10명의 자립준비청년 길잡이. 여기서 길잡이는 단순한 멘토나 프로그램 운영진이 아니다. 먼저 자립의 시간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뒤따라오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곁을 지켜주는 존재다. 길잡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며 방향을 찾아가는 사람이고 싶다”, “그들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문장들만 봐도 쉼표가 어떤 관계를 만들고자 했는지 느껴진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관계. 그래서 쉼표 안에서 길잡이는 ‘도움을 주는 사람’ 이전에 “나도 이런 시간을 지나왔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된다.

문화교육활동 지원 역시 단순한 지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3년간 총 3억 원이 넘는 문화교육활동비가 지원되었고, 운동·음악·미술·요리·사진/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이 이루어졌다. 보호대상아동은 경제적 현실 때문에 자신의 흥미가 반영된 진로보다 빠른 취업을 선택하고, 다양한 진로 탐색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쉼표는 그 청소년들에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를 발견해볼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했다. 그래서 운동을 배우는 시간도, 전시회를 보는 경험도, 요리를 배우는 순간도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라 자신을 탐색하는 과정이 되었다. 인포그래픽 속 분야별 참여 현황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청소년들이 스스로 선택한 관심과 취향의 기록처럼 읽힌다.

좋았다는 후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 ‘쉼표’

두 번째로 그 경험들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감정으로 남았는지는 인포그래픽의 워드클라우드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가장 크게 자리한 단어는 ‘행복’과 ‘도전’이었다. 그 주변으로 ‘비타민’, ‘길잡이’, ‘경험’, ‘선물’, ‘즐거움’, ‘감사’, ‘기회’, ‘전환점’ 같은 단어들이 이어진다. 이 단어들을 보고 있으면 쉼표가 단순한 지원사업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경험이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보호대상아동이 일반 청소년에 비해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더 많이 경험하고 있으며, 문화·여가 활동이 정서적 소진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인포그래픽 속 단어들은 그 필요가 실제 경험 속에서 어떻게 채워졌는지를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워드클라우드 속 단어들은 단순한 ‘좋았던 후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쉼표는 누군가에게는 지친 마음을 쉬게 해주는 시간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회였고, 나의 진로를 찾아가는 도전이었으며, 결과적으로 “나도 행복할 수 있다”는 감각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었다. 참여자들의 말에서도 그런 감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만들게 해줘서 감사하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서 행복하다”,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들은 쉼표가 단순한 체험 활동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워드클라우드는 단순한 키워드 모음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쉼표를 통해 느꼈던 감정의 풍경처럼 다가온다.

서로의 팀을 넘어 다른사람과 관계 맺기

세 번째 인포그래픽의 ‘관계확장도’는 이런 쉼표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여러 개의 원과 선으로 연결된 구조는 단순히 프로그램 참여 현황을 의미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서로 모르던 사람들이 활동을 통해 가까워지고, 팀을 넘어 다른 사람들과도 관계를 맺게 되는 흐름을 시각화한 것이다. 특히 큰 원으로 표시된 길잡이 주변으로 다양한 연결선이 이어지는 모습은, 쉼표 안에서 관계의 중심 역할을 했던 길잡이들의 존재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역할의 비중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쉼표 안에서 길잡이가 하나의 ‘안전한 중심’이 되어주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먼저 자립의 시간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청소년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인생 선배처럼 곁에 머물러주었던 존재. 그래서 관계확장도는 단순한 네트워크 구조가 아니라, 쉼표 안에서 만들어진 정서적 안전망의 모습에 더 가깝다. 결국 이 그림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친해진 이후가 너무 행복했다”, “이렇게까지 속마음을 이야기해본 것은 처음이다”, “다음에도 꼭 다시 만나고 싶다”는 참여자들의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 쉼표는 프로그램 몇 회를 진행했는지가 아니라,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고 안부를 묻는 관계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관계확장도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 관계들이 단순히 프로그램 안에서만 머문 연결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관심사를 알게 되고,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운동 이야기를 하며 가까워졌고, 누군가는 음악과 미술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게 관계는 단순한 친목을 넘어, 서로의 삶과 진로를 응원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 갔다. 그래서 관계확장도는 단순히 ‘몇 명과 친해졌는가’를 보여주는 그림이 아니다. 관계는 프로그램이 끝나는 순간 사라지는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사람의 연결’로 남아 있었다.

지난 3년간 쉼표의 시간을 두 장의 인포그래픽에 담기에는 부족하며, 관계확장도는 쉼표 지원사업 참여 이후를 담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러나 미약하나마 이 인포그래픽은 사업의 성과를 보여주는 자료인 동시에, 청소년들이 서로의 삶 속에 스며들어간 기록이 담긴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전국 곳곳에서 살아가던 청소년들이 만나 함께 웃고, 배우고, 고민을 나누며 관계를 만들어간 시간들. 그리고 그 안에서 “혼자가 아니다”라는 감각을 조금씩 배워간 이야기. 쉼표는 거창한 변화를 이야기하기보다, 누군가의 일상 속에 오래 남을 따뜻한 경험 하나를 만들어주는 지원사업이었다. 그래서 인포그래픽을 보고 있으면, 숫자보다 먼저 사람들의 얼굴과 웃음, 그리고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떠오르게 된다.

[함께 보면 좋은 글]
“친구가 생겼다, 삶이 즐거워졌다, 새 꿈을 꾸었다” – 청소년커뮤니티활동지원사업 ‘쉼표’ 참여기관 담당자 인터뷰
“우리의 마음이 가 닿기를 바라요.“-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 ‘쉼표’ 길잡이(자립준비청년) 인터뷰
나다운 배움의 시작, 변화를 만드는 연결 – 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 결과공유회
‘사람’을 통한 ‘연결’, 보호대상아동의 변화를 만들다 – 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 사업담당자 인터뷰

 여울돌 사각지대청년지원센터 봄 박해정 팀장

목록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