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사실 곱지가 않습니다. 과속, 신호위반, 인도주행, 역주행 등 교통법규를 무시한 채 달리는 배달라이더들의 무법질주에 직간접적으로 위협을 받은 경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이드 프로젝트 ‘뚜벅기부(인스타그램 @ddubeok.give)’를 통해 배달 플랫폼 노동을 경험해 보니 이런 위험하고 아찔한 속도경쟁이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정부(혹은 지자체)의 정책적인 지원도, 안전운전 인센티브 등 노동조건의 개선시키기 위한 배달플랫폼의 고민도, 교통법규를 준수하려는 배달 라이더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함께 안전하고 건강한 배달문화를 만들려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응원이 빠져서는 절대 안 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무작정 안전운전을 위해 배달라이더를 향한 응원을 보내달라는 이야기만으로는 참여를 불러일으킬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뚜벅기부 활동에서도 느꼈던, 배달라이더님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살펴볼 수 있었던 배달플랫폼 이용고객님 혹은 외식업 사장님께 응원을 받으면 배달라이더 자기 나름대로의 보답을 하는 패턴을 떠올렸습니다. 이런 ‘마음의 오고 감’이 존재함을 알려주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조금 더 많이 마음을 내어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1. 이륜차(오토바이)를 이용하는 배달라이더님 만나기

이용고객님 혹은 외식업 사장님에게 받은 마음에 ‘마음의 오고 감’을 이륜차(오토바이)를 이용해 배달업무를 수행하는 배달라이더님들도 똑같이 느끼고 행동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기본 인적사항부터 배달 업무 수행 사항, 휴게시간 및 대기시간, 사고 경험 및 안전용품 사용, 고객 경험, 업장 경험까지 총 43문항(객관식 41문항/주관식 2문항)으로 구성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안내문과 음료, 간식거리(초코바, 견과류, 소시지 등), 안전용품(미니랜턴), 물티슈 등으로 가득 채운 설문조사키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배달주문(콜)이 별로 없어 바쁘지 않은 비피크타임 시간대(오후 2시~오후 5시) 총 10일 동안 강남지역(강남구청역, 언주역, 역삼역, 선정릉역 인근)과 B마트(광진자양점, 도봉쌍문점, 마포공덕점, 강남논현점, 강남압구정점)를 찾아다니면서 배달라이더님들을 만났습니다.

뚜벅기부, 변화의물꼬 스티커가 붙은 투명 비닐 안에 다양한 간식과 음료가 들어있다.

배달라이더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요청

설문조사키트(약 1kg의 무게)를 많게는 18개씩 짊어진 채 200여 명이 넘는 배달라이더님들께 만나 설문조사를 요청했습니다. 바쁘다면서 거절하는, 관심 없다고 거절하는 배달라이더님들도 계셨지만, 짧게는 10분, 30분 길게는 1시간 넘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배달라이더님들도 계셨습니다. 그렇게 총 34명의 배달라이더님들이 참여해 주신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오토바이(이륜차)를 이용해 배달업무를 수행하는 배달라이더님들도 안전운전을 돕는 건 ‘마음’ 임을 동일하게 느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시사점 : 배달라이더들은 고객으로부터 배려 혹은 응원을 받으면 늦지 않게 배달해야 되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음식이 훼손되지 않도록 더 신경 쓰고 있지만, 고객으로부터 받은 배려 혹은 응원은 적은 편이었습니다.

2️⃣시사점 : 배달라이더들은 업장으로부터 배려 혹은 응원을 받으면 배달 혹은 포장으로 음식 주문을 하기도 하고, 직접 방문해 식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또, 배달주문(콜)을 거부하지 않고, 기상 악화 시 배달주문(콜)을 더 빼주고, 동료 배달라이더들에게 소문을 내기도 하지만, 업장으로부터 받은 배려 혹은 응원은 적은 편이었습니다.

3️⃣시사점 : 배달라이더들에게 전해지는 고객과 업장의 배려 혹은 응원은 적지만, 안전운전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배달라이더들 모두 긍정적이라고 답변했습니다.

#1-2. 배달라이더님의 이야기 들어보기

설문조사에서 확인한 배달라이더님들의 ‘마음의 오고 감’을 더 자세하게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20년 경력의 배달라이더님을 만나 ‘마음의 오고 감’을 자주 느꼈는지,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어떤 형태로 다시 마음을 전달하는지 등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고객님들께서 배달라이더의 안전을 신경 써주시면 정말 감사해요. 마음도 좋아지고, 세상도 밝게 보여요.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말 그대로 보람차죠. 30분 내 피자배달이 안 되면 할인해 주던 시절에 피자가 다 식어도 되니 안전하게만 와달라는 메시지를 적어 주신 고객님이 계셨어요. 그때 정말 감동받았죠. 그래서 서비스도 많이 챙겨드렸고요. 배달인생 20년 동안 제일 기억에 남는 고객님이에요. 배달라이더를 친절하게 맞아 주시고 여러모로 배려해 주시는 외식업 사장님들을 만나면 정말 감사해요. 어떤 치킨집은 반갑게 인사도 해주시고, 커피도 편하게 먹어도 된다고 해주시는데 참 감사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업장이 별로 없어요. 배달라이더를 위해 간식을 마련해 놓은 곳은 한 5곳 정도 본 거 같아요. 이런 곳은 조금 더 신속하고 따뜻하게 고객님께 음식을 전달해드리고 싶죠. 왜냐하면, 재구매율이 높아지면 사장님께 도움이 될 거니깐요. 그리고 또 이런 곳은 흔히 말하는 유배지콜(똥콜)이어도 거절 안 하고 가게 되고요.” -20년 경력의 배달라이더-

#1-3. 외식업 사장님의 이야기 들어보기

설문조사와 배달라이더님의 이야기에서 확인한 보답이 실제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그 걸 외식업사장님들도 느끼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배달라이더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커뮤니티에서 배달라이더를 위해 간식을 마련해놓고 있는 외식업 사장님들을 찾아 이런 ‘마음의 오고 감’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얼마나 체감을 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다른 가게들이 콜이 안 빠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 가게는 정말 콜이 잘 빠짐을 느껴요. 배달라이더 배차가 늦게 돼서 배달이 늦은 적도 한 번도 없고요. 콜이 안 빠져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도 없어요. 폭우로 물난리가 났을 때도 배달라이더님들이 콜을 다 빼주셨어요. 흔히 말하는 유배지콜(똥콜)인데 저희 가게여서 잡으셨다는 배달라이더님도 계셨고요. 또, 퇴근길에 사시미를 포장해 가시는 배달라이더님도 계시고요. 방문해서 식사하러 오시는 배달라이더님들도 많으세요. 배달로 주문하시고 리뷰를 좋게 남겨주신 배달라이더님도 계시고요.” -스시모모타로 사장님-

왼쪽은 스시모모타로 라는 간판이 있는 가게 사진. 오른쪽은 기사님들 물,음료수입니다. 안전운전을 위해 편하게 가져가시고, 화장실은 매장내 거울 옆에 비밀번호 있습니다. 항상 안전운전 하시고 늘 수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쓰인 문구와 음료가 아이스박스에 들어있다.

라이더들의 안전운전을 응원하는데 참여한 상점

“배달을 시작하면서 배달라이더님들이 목마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생수를 놓았는데, 생각해 보니까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간식까지 놓게 되었어요. 간식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콜이 처음부터 잘 빠졌어요. 배차가 되지 않아서 콜이 안 빠지진 않았어요. 또, 식사하러 오시는 배달라이더님들도 많고요. 기분 상하는 일이 있었더라도 물 한 잔에, 커피 한 모금에, 초코파이 한 입에 기분 좋아지면 운전도 안전하게 하시고, 배달도 즐겁게 하실 거잖아요.” -롤링파스타 성신여대점 사장님-

왼쪽은 롤링파스타 간판이 있는 가게 앞 사진. 왼쪽은 안전운전을 응원하기 위해 '배달기사님, 음료와 과자 드세요. 감사합니다'라는 문구 아래 음료수와 과자가 쌓여있는 사진.

라이더들의 안전운전을 응원하기 위해 음료수와 과자를 놓아둔 상점

#1-4. 배달플랫폼 이용 고객님의 이야기 들어보기

외식업 사장님 말고도 배달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이용고객님 역시 이런 ‘마음의 오고 감’을 느끼고 계신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이벤트 참여 등의 목적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배달라이더의 안전을 생각해 요청사항을 적어준 이용 고객님(찾기가 매우 매우 힘들었습니다!!)을 찾아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고기를 먹고 싶다는 남편을 핑계 삼아 갈비를 시킨 그날 따라 날씨가 비도 오고 엄청 흐린 거 에요. 무언가 염려가 되더라고요. 사고가 날 까봐 걱정도 되고요. 길이 미끄러우면 사고 확률은 당연히 높아지니깐 속도에 대한 배달라이더님의 부담을 낮춰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늦어도 괜찮습니다. 조심히 안전하게 오세요!’라고 배달 요청사항을 적게 된거죠. 사실 그렇게 쓰고 저는 잊어버렸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음식을 받으러 갔더니 배달라이더님이 완전 90도 인사를 하셨다는 거예요. 너무 놀랐죠. 왜 그러셨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깐 영수증에 제가 쓴 메시지가 있는 거예요. 이걸 보시고 90도 인사하신 건가 싶어 약간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오히려 죄송하더라고요.”

영수증 사진으로 요청사항에 배달 : 늦어도 괜찮습니다. 조심히 안전하게 오세요! 라고 메세지가 쓰여있다.

요청사항에 적힌 ‘ 늦어도 괜찮습니다. 조심히 안전하게 오세요!’라는 메시지

배달라이더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배달플랫폼 속 다양한 사람들(배달라이더님, 외식업사장님, 이용고객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마음의 오고 감’을 확인하면서 이런 마음들이 모여 결국 우리 사회의 배달문화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변화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의 오고 감’이 자연스러워지고 당연해진다면 우리의 배달문화가 더 안전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글/사진 이재찬 

※ 이재찬님의 ‘딩동~안전운전이 배달왔습니다’ 는 2023 변화의물꼬 지원사업 2단계 항해하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사회 문제는 소수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느슨한 관계망이 만들어진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갈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변화의물꼬 지원사업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사회문제에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시민사회가 더 너르게 확장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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