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을 통해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는 ‘이주민 퍼포먼스 공연‘ 을 진행했습니다.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가 기획한 MY VISA 공연에 참여한 이주민 예술가들의 생생한 공연 후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그래도 우리는 … 한다”

2023년 5월 이른 여름의 시작부터 9월 여름의 막바지가 될 때까지, 매주 일요일마다 15회가 넘게 만나는 모임이 있었다. 이주민 퍼포먼스 워크숍의 참여자와 협업 예술가들. 이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퍼포먼스로 표현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 모인 그들은 9월 24일 12회 서울이주민예술제의 피날레 공연에서 열정을 쏟으며 그 결과물을 관객에게 선보였다.

비영리문화예술단체인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이하 AMC Factory)가 기획한 이주민 퍼포먼스 공연.

2012년부터 AMC Factory는 매년 이주민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퍼포먼스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여, 본 단체가 주최/주관하는 서울이주민예술제에서 지속적으로 관객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 세상에, 한국에 많은 예술 공연이 있겠지만, 이주민의 실제적인 목소리를 담고 그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공연은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게 우리는 더욱더 이러한 공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선주민의 시선이 아니라, 이주민이 한국 현실에서 느끼고 실제로 경험하는 이야기와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은 공연에 출연하는 출연자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1~2명이 아니라 다수의 인원이 참여하는 공연은 제작이 쉽지 않다. 출연자 모집부터 스태프, 특히 아마추어 예술가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를 위한 워크숍을 통해 기본기부터 만들어내야 했다.  그러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예산이 들고, 최소한의 예산으로 진행한다고 해도 우리 같은 작은 비영리 단체는 언제나 올해는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공연 준비를 위한 워크숍 활동 모습

2021년 서울이주민예술제의 슬로건 “그래도 우리는 … 한다”라는 말처럼, 재정만 있고 우리를 도와줄 선량한 예술가들과 친구들만 있는 우리는, 그래도 항상 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지형도 바뀌고, 그로 인한 공공기관의 지원정책도 바뀌면서 올해는 더욱 어려운 출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아름다운재단의 ‘2023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의 공고를 보고 이번에도 아름다운재단에 한번 기대보기로 하고 지원 신청을 하게 되었다. 사실 본 단체는 2012~2014년 3년간 아름다운재단의 단체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에 인큐베이팅 지원 기관으로 선정되어 단체가 만들어지고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어었다. (무려 첫번째 인큐베이팅 선정기관이었다) 그 지원으로 인해 정말 아무것도 없는 우리가 단체를 만드는 기획을 하고, 지원 기관으로 선정되고, 사무실과 활동 공간을 만들고, 서울이주민예술제를 만들고, 이주민 공연을 만들고, 이주민 감독 영화를 만들고, 이주민과 인권에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단체로 성장하게 되었다.

특히 다른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의 단체인 본 단체는 한국사회에 네트워크나 기반이 거의 없기 때문에 후원 하나 받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때의 지원은 정말 소중했었다. 그러나 2015년에 자립의 시간이 오고, 우리는 그동안 만들어놓은 것을 기반으로 조금씩 조금씩 활동을 확장하며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 시간 동안 많은 어려움도 있었고, 단체가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주변의 이주민 관련 문화 활동 단체들이 해산하고 활동을 중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위기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 한다”며 지속해왔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올해는 정말 쉽지 않았고, 그 쉽지 않은 시간에 다시 희망을 준 것이 아름다운재단인 것 같다. 재단의 지원은 언제나 든든한 응원이 돼주기에 이번에 우리는 지자체나 그 외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을 때보다 더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진짜 우리가 하고픈 이야기를 하자, 누구의 눈치도 보지말자는 마음에 이주민의 진짜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MY VISA🛂

이미 한국으로 귀화한 분들을 제외한 이주민들이라면 누구나 이 비자 문제가 골치거리이다. 계속 가슴에 담아두고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나는 언제까지 한국에 체류할 수 있을까? 1년 뒤에는 2년 뒤에는 나는 내가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나?’ 출입국 사무소로 갈 때마다 느껴지는 두려움과 답답함, 모멸감은 이주민을 짓누르는 커다란 바위 덩어리와 같다.

우리는 우리의 친구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언젠가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안하다. 그래서 우리는 워크숍을 통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몸짓을 만들고 대사를 만들며 공연을 완성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많은 협업 예술가들의 활동이 중요했다.

연습 중인 이주민 예술가들

워크숍 초반, 처음 참여해서 몸짓 하나 하나 어색했던 이주민, 선주민 참여자부터, 이미 다년간 우리와 함께 활동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이주민 참여자와 전문 무용수, 안무가, 공연 연출가, 뮤지션, 영상 제작자까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호흡하고 맞추고 의견을 나누며 공연이 조금씩 완성되어 갔다. 이주노동자, 유학생 출신의 이주민 출연자들은 물론, 다들 자신의 본 직업이 있거나 원래 하는 활동이 있기에 일요일에 한번 밖에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그 성장이 더디게 보이기는 했지만, 몇 개월의 시간 동안, ’어.. 어..‘하는 동안 공연 작품이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몸짓 워크숍은 워크숍대로 진행되고, 공연의 구성과 대본은 리서치와 회의를 통해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완성된 대본으로 대사 연습과 몸짓을 그에 맞게 재구성하는 활동을 하며 참여하는 이주민분들의 의견과 상황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였다. 

9월 24일. 본 공연. 그 전날까지 저녁에 모여 리허설하고, 24일 오전과 오후의 최종 리허설까지도 이 공연이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조금씩 계속 틀리고, 오랜 연습으로 집중력은 흐트러지고.. ’다시, 다시‘가 계속 반복되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MY VISA 공연 중

하지만 9월 24일 공연시간. 출연자들이 갑자기 프로페셜날해졌다. 어느 때보다 집중도 높은 모습으로 각자가 맡은 역할과 다른 출연자들과의 합을 맞추고 있었다. 특히 올해 공연은 관객과 함께하는 공연으로 구성하였는데, 중간에 같이 노래도 부르고, 투쟁 구호도 같이 외치면서 함께 했다. 마지막 피날레에서 모든 출연자는 물론 관객도 나와서 같이 왈츠를 추며 서로 화합하는 멋진 모습도 감정이 벅찼다. 이 공연이 끝나고 많은 피드백을 들었다. 

감동적이었다는 일반적(?^^)인 감상은 물론 정말 이런 일이 이주민의 현실이냐고, 실제 있는 일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이주민이 되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현실. 누군가는 곧 해외로 떠나 자신이 그 처지가 되어야 하는 사실. 그들만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비자 등급으로 사람을 나누고 제약을 주고, 자유를 억압하는 현실은 비단 이주민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 하다. 보이지 않은 우리 안의 등급 나눔과 그에 따른 차별과 멸시. 그에 따른 제약과 억압.

우리는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장애인이라서 안되고, 성소수자서 안되고, 여성이라서 안되고, 나이가 많아서 안되고, 나이가 어려서 안되고… 이 세상에는 이 안에 담을 수 없는 많은 등급과 차별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봐달라고. 누구가의 차별과 억압을 모르는 척 하지 말라달라고. 

백번을 말로 이야기해도 ‘음. 그렇지. 차별하면 안돼지’ 하고 그냥 말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틀을 통해서 그 현실을 간접적으로나마 목도하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행동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예술이라고 믿는다. 또한 예술은 특별한 누군가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예술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에 우리는 이러한 활동을 기획하고 지속적으로 공연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글, 사진 |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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