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2018년 1월 출범하였습니다. 출범 이후 현재까지 방송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취약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복지 증진, 방송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방송미디어 산업은 작품을 통해 대중을 위로하기도 하고, 기쁨을 안겨주고 있지만, 정작 작품의 창작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노동은 존중받지 못한 채 열악한 방송 노동 환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한빛의 시작은 방송미디어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세상을 떠난 한 청년의 뜻이었습니다. 그 후 방송 노동 환경의 개선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과 함께하며 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2023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활동 후기를 전해 드립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간담회 모집 포스터 중에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간담회 모집 포스터 중에서

화려한 콘텐츠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현장

방송미디어 현장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자신 또한 열악한 환경을 감내하며 방송 노동을 하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한빛의 등장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활동이 전개될수록 방송미디어 노동 현장 내에서 열악한 방송 노동 환경의 민낯을 제보한 이들이 누구인지 찾아내려고 하거나, 방송 노동 환경이 생각만큼 열악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방송미디어 현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드러내고 마주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어려움이 뒤따른 것이었습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운영하는 미디어신문고에는 지금도 방송 제작 현장의 문제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거의 일주일 내내 하루에 15시간 넘게 촬영하는 현장의 이야기, 도급으로 쓴 계약서에 각종 비용과 정산을 제대로 해주지 않고 한창 후에 견적을 문제 삼는 이야기, 일하고 있던 방송사에서 편성 변경으로 계약이 종료되면서 노동법의 보호를 호소해야 하는 이야기, 유튜브에 올라가는 컨텐츠를 제작하는 영세 제작사에서 임금을 깎으려고 하고 응하지 않자 해고하는 경우까지. 우리가 소비하는 미디어의 영역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만큼, 그런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다양해지고, 노동권의 틀을 피해가고자 변형되고 왜곡됩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방송미디어 노동 현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종사자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림으로써 이들의 이야기를 사회가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에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여 이야기를 모으고, 이를 글과 영상으로 구체화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사업 하나는 “싸우는 방송 노동자 인터뷰”였고, 하나는 “싸우는 방송 노동자 자조모임”이었습니다. 방송 노동이 협업 형태의 창작 노동의 형태였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노동의 형태가 점차 개인화되어가면서 이들의 일 경험과 부당한 노동 환경의 개선을 위한 분쟁 경험이 산재(散在)되는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이에 이들의 이야기를 한 데로 집약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고 이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자 노력했습니다.

방송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직군, 다양한 소속의 종사자들을 만났습니다. 소품팀, 의상팀, 편집기사 등 기존에 상대적으로 노동환경 개선이 더딘 직군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새로운 산업의 변화 양상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OTT로 인해서 재편된 드라마 산업의 현황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들은 공통적으로 장시간 노동과 불안정한 고용, 산업재해의 위험과 부족한 사회안전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열악한 노동환경과 함께 방송 산업에서 일하면서 갖는 보람과 일에 대한 애정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스태프가 보내준 촬영 현장 사진

인터뷰 내용을 각색하여 그 일부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의 홈페이지에 <한빛이 만난 사람들> 코너에 게시하고, SNS를 통해서도 알렸습니다. 방송 산업에서 노동의 모습이 카메라로 대중의 주목을 받는 화려한 모습이나, 억 소리 나는 스타들의 성공담으로만 알려지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다양한 역할의 종사자의 모습을 살펴보고자 하였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의 후원회원을 비롯하여, 방송산업 노동환경 개선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보내드리면서 센터 활동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영상 컨텐츠가 주로 소비되는 추세에 맞게, 이러한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제작하고자 하였습니다. 직접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여러 장치들을 마련하여 현장 종사자가 신변 노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도록 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두 편의 영상을 제작하였습니다.

영상 제작을 위한 촬영이 진행 중인 모습

인터뷰 장면 중에서

카메라가 꺼진 후에

<카메라가 꺼진 후에>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었던 소수 직군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하였습니다. 이들 직군은 노동시간이 정확히 정해져 있지도 않고, 촬영이 진행 중이지 않은 시간에도 준비하기 위한 일들을 해야하는 직군들입니다. 말 그대로 카메라가 꺼진 후에 더 바삐 움직이는 이들이죠. 촬영이 진행 중인 기간에는 밤낮없이 일하고 휴일없이 일하기 때문에 워라밸은커녕 잠을 줄여가면서 일하는 것이 여전한 상황입니다. 또한 반복되는 육체 노동은 직업병의 위험을 키우게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 제작에 기여하는 자신의 몫이 있고, 그러한 몫이 온전히 잘 결과물로 들어갔을 때의 보람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상을 만들면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그동안 해온 역할들과 또 아직 더 해야만 하는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게 합니다.

<수신료의 가치 속에>는 최근 수신료 분리징수 강행으로 커다란 논란이 되었던 KBS의 비정규직 이야기입니다. 으뜸가는 방송사이고 이름만으로도 자부심을 줄 수 있는 곳이지만, 또 그 누구도 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정규직들이 프리랜서라고 불리면 일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미 고용불안이 일상인 이들이 너무나도 많은 곳이기도 했던 거죠. 문제는 정부가 KBS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KBS는 비정규직부터 대량으로 해고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고 혹은 이미 해고하기 시작한 상황입니다. 언제 잘릴지 모르지만, 언제나 평범하게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이야기이죠.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KBS 비정규직 50명에게 물은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9%가 수신료 논란 이후에 고용불안을 경험했다고 말하였고, 절반은 논란 이전에 비해서 이후에는 내년에 고용 유지가 어렵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답하였습니다. 수신료 논란에 대한 KBS 정규직들의 목소리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지만, 비정규직들은 방송사 안에서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입니다. KBS는 수신료의 가치를 구현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러한 공영방송의 가치에 대해 방송사 안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의 이야기를 방송사 밖으로 드러내고자 하였습니다.

방송사가 많은 상암동에 부착된 간담회 홍보 현수막

또한 개인화되는 방송미디어 종사자의 일 경험을 듣고, 이들을 위한 권리옹호 및 지원 사업 등을 모색하기 위하여 후반 작업 종사자 간담회, 드라마 스태프 비대면 간담회, KBS 비정규직 간담회 등을 진행하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초 목표에 비해서는 참여가 저조하였고, 오려고 했던 분들도 야근으로 인해서 당일에 못 오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전히 당사자들이 모이기 힘든 여건도 있지만, 함께 모여서 집단적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매우 낯선 점도 있을 것입니다.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해서 다음 일을 구하게 되는 업계 특성도 작용하지만, 함께 조금씩 용기 내어 보는 집단적인 경험이 아직은 더 필요한 것도 같습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앞으로도 방송미디어산업 종사자들과 함께 만날 기회를 보다 많이 만들고, 방송 산업의 불안정 노동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업은 또 다른 고민과 시도들을 더해가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현장 당사자들과의 접점도 늘리고, 또 당사자들이 서로 함께 마주볼 수 있는 경험도 만들면서, 규모만 커졌을 뿐 무법지대에 가까운 업계에 최소한의 규칙이 작동하는 곳으로 바꿔가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방송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한 줄기의 빛으로 더욱 주변으로 아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려봅니다!

글, 사진 |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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