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및 사회적 거리두기로 아동들의 문화, 여가 시간은 급격하게 감소했습니다. 특히 보호자의 부재 등으로 문화, 여가 생활이 쉽지 않은 보호대상아동의 경우 전체의 48.2%가 일주일 평균 1시간 미만의 문화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출처 : 2021년 아동실태조사, 아동권리보장원) 아름다운재단은 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보호대상아동을 위한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3년 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에는 보호대상아동이었고, 먼저 자립한 선배이기도 한 자립준비청년들이 길잡이로 함께 했습니다. 

사람은 나무와 같아서, 자신이 그런 줄도 모른 채 하나의 비밀스러운 기둥이 되어 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박노해 시인의 <올리브 나무 아래> 中

청소년의 꿈은 문화활동 속에서 빚어지고, 그 꿈을 그리면서 행복이 피어나기 마련이다. 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 ‘쉼표’는 그래서 보호대상아동, 특히 청소년들의 문화향유권을 보장하고자 정성을 다하는 중이다. 그 진심은 쉼표에 동참한 특별한 존재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자립준비청년들이다. 자립준비청년들은 한때 보호대상아동이었기에 쉼표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사정을 오롯이 헤아리고 있다. 이해와 공감으로 그들은 함께하는 청소년들과 일상을 나누고 자립 관련 정보도 공유하며 든든한 지지망이 되어 주며 이른바 ‘길잡이’로 불렸다. 환하게 청소년들의 길을 밝혀주고 싶었고, 간절한 바람은 그간의 행보는 물론 인터뷰 속 목소리에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나에게 길잡이란?

자립준비청년과 보호대상아동의 희망빛 동행

쉼표에서는 다섯 명의 청소년을 한 팀으로 구분한 커뮤니티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각 팀에는 1인의 길잡이가 함께하며 SNS 소통방 운영은 물론 청소년들이 다채로운 커뮤니티활동을 향유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있다. 길잡이는 자립준비청년들로 저마다 당면한 과제로 일상이 분주했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쉼표의 청소년들을 응원하며 기꺼이 길잡이로 자원했다.

“저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쉼표의 청소년들이 마침 그 연령대라 보탬이 될 것 같았고요. 머잖아 성인으로 사회에 나아갈텐데 그쯤 생각해야 하는 부분도 알려주고 싶어 길잡이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김OO 길잡이)

“저 역시 쉼표의 청소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고요. 무엇보다 긍정적인 사고와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 동참했어요.” (신OO 길잡이)

“쉼표의 청소년들처럼 저도 그룹홈에서 15년 정도 생활했는데요. 똑같은 배경을 갖고 있는 선배로서 보호 연장과 퇴소를 비롯한 진로에 대해 현실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싶어 길잡이로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조OO 길잡이)

“청소년기는 보호대상아동에게 가장 중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나날이 자립을 피부로 실감하는 그 시점에 길잡이로서 신선한 자극과 계기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박OO 길잡이)

길잡이들은 항상 보호대상아동들의 삶을 염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봉사활동, 지원사업, 자립상담 등 그들을 위한 활동에 참석하곤 했었다. 그 속에서 보람도 느끼고, 함께하는 즐거움도 깨쳤다. 그리고 이제 쉼표의 청소년들을 마주했다.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처음으로 대면한 청소년들의 성향은 각양각색이었지만, 길잡이들은 그들을 그 모습 그대로 존중하며 본격적인 커뮤니티활동을 시작했다.

“저희 팀은 처음 만났던 오리엔테이션에서 클라이밍을 체험했어요. 다들 운동하기 싫다고 하더니 막상 경험하고 나니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각자 개성이 강해 걱정했는데, 함께 활동할 때는 서로 맞춰주며 조화를 이루더라고요. 그래서 무지개 같은 팀이라고 생각했어요.”(김OO 길잡이)

“저희 팀은 관심 분야가 체육이라 활발한 성격들을 예상했는데요. 저학년은 발랄한 반면 고학년은 의외로 진중하더라고요. 그래도 얘기는 곧잘 해서 소통이 원활했어요. 오리엔테이션 마치고 재미있게 볼링도 쳤고요.” (신OO 길잡이)

“그때 저희 팀도 같이 볼링을 쳤어요. 저희 팀의 관심 분야는 요리와 미술인데요. 초반에는 어색한 분위기도 있었지만 갈수록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갔던 것 같아요. 모두 자기표현에 능숙해서 관계적인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조OO 길잡이)

“오리엔테이션에서 첫 만남 후 저희 팀은 퍼스널컬러 진단을 했어요. 다들 흥미롭게 참여했고요. 관심 분야가 예술이라 그런지 각자의 특색이 강했지만, 진정성 갖고 얘기하면 이해하며 따르더라고요.” (박OO 길잡이)

길잡이들은 청소년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며 능동적인 팀 분위기를 조성해 나갔다. 그들은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발견하고 배워가며, 청소년 간 뜻깊은 관계를 실현하길 소망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훗날 세상을 살아갈 힘으로 간직되길 기대했다.

서로의 쉴 곳, 아름드리나무가 되어

길잡이들의 노력과 의지 속에 청소년들의 커뮤니티활동은 순조롭게 펼쳐졌다. 팀마다 SNS를 중심으로 온라인 소통을 이어갔고, 오프라인 모임도 함께하며 청소년들은 점점 친밀해졌다. 특히 여름방학 커뮤니티활동은 청소년들이 교감 속에 친밀해지는 자리였다. 청소년들은 마음속에 묻어 놓은 과거의 상처와 미래의 걱정을 주고받으며, 현재, 그러니까 ‘지금’, ‘여기’에 집중했다. 그래서인지 그 시간은 길잡이들에게도 의미 깊은 장면으로 남아 있다.

“저희는 여름방학을 맞아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어요. 그곳에서 테마파크를 체험했고, 전시회도 관람했어요. 그리고 해운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저녁을 먹었는데요. 저는 그 순간이 정말 좋았어요.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를 웃으며 즐기는 청소년들의 모습에 괜히 마음이 벅차더라고요.” (김OO 길잡이)

“저희는 여름에 다들 지쳐 있는 것 같아 회복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힐링카페에 방문했고, 이후에 맛있는 음식을 먹었어요. 별다른 활동이 없었는데도 모두 행복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사이 저를 바라보는 청소년들의 눈빛에서 신뢰와 존중도 엿볼 수 있어 너무 기뻤습니다.” (신OO 길잡이)

“여름방학 커뮤니티활동으로 저희는 서울스카이 전망대에 올라갔고요. 스포츠 테마파크에서 게임하고 아쿠아리움에도 다녀왔어요. 아침 10시에 모여 저녁 8시까지 너무 재미있게 활동했어요. 무엇보다 청소년들을 격려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했고, 이를 청소년들이 고맙게 받아줘서 행복했습니다.” (조OO 길잡이)

“저희는 여름에 연극을 보고 다음 게임카페에서 게임하고 대화를 나눴는데요. 청소년들의 의견이 반영된 커뮤니티활동이라는 점에서 특별했던 것 같아요. 게다가 청소년들이 카페에서 얘기할 때 너무 신나 보이더라고요. 저 역시 예전에 보호대상아동으로서 마음을 토로할 데가 없어 답답한 적이 많았는데요. 공감대 속에 서로의 고충을 표현하는 모습에서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OO 길잡이)

청소년들이 가슴에 새긴 한여름날의 기쁨과 행복, 그리고 성장. 그 이면에는 그들을 위한 길잡이들의 책임감이 녹아있다. 처음에 길잡이들은 자립을 비롯한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세세히 공유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보단 속마음을 경청하고 인정하며, 능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가운데 청소년들은 서툴지만 스스로 성장하는 길을 찾아갔다. 그렇게 길잡이들은 제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청소년들의 입장을 한결같이 헤아리고 있는 길잡이들은 자신의 삶처럼 그들의 앞날도 주시했다. 그래서 그들은 쉼표가 끝나더라도 청소년들과 지속적인 인연을 이어가길 바라고 있었다. 그들은 언제나 청소년들을 지지하는 아름드리나무 같았다. 스스로는 미력하다고 생각하지만, 보호대상아동이란 길을 관통한 그들은 존재 자체로 청소년들이 삶을 살아내고, 꿈을 키우도록 응원하고 있다. 더구나 그들이 펼치는 진솔한 메시지는 청소년들 역시 누군가의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얘들아, 보호대상아동에 대한 편견 때문에 언행을 거칠게 하거나 거짓으로 하지는 말아 . 나중에 정작 자신도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게 되니까 그때그때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 줘.” (김OO 길잡이)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자신이 잘하는 활동으로 이겨낼 수 있으니 자신감 갖고 삶에 도전하면 좋겠다.” (신OO 길잡이)

“공동생활하다 보면 다수의 역할 속에 선택을 강요당할 때도 있어. 하지만 삶에서 중요한 선택은 반드시 스스로 결정하길 바랄게. 그 과정을 통해 더욱 당당한 자세를 갖출 수 있어.” (조OO 길잡이)

“어려운 환경이 걸림돌이라 생각지 말고, 성장을 위해 한층 노력하자. 쉽진 않겠지만 우리 같은 선배에게 조언도 구하고, 도움도 청하며 어엿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주길 희망한다.” (박OO 길잡이)

나에게 ‘길잡이’란?

추억
(신00 길잡이) : 쉼표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친구들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많이 가까워지고 친구들의 마음을 여는 과정과 가까워지는 과정들이 너무나 뜻깊었고 다같이 성장하는 과정들 모든 순간이 추억이었다.

지도 (박00 길잡이) :  내가 앞서 걸어온 길을 걸어갈 아이들과 함께하며 자립하는 길 위에서 길을 잃을 때면 길잡이라는 지도를 통해 방향을 잡을 수 있는 함께 걷는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게임
(김00 길잡이) : 쉼표활동을 하며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고, 소통과 협력 등 다양한 능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또 자립 및 정보들을 공유하며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여 개인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중물 (조00 길잡이) :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해 마중물을 붓는 것처럼, 길잡이도 청소년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견하기 위해 필요한 동기나 영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험과 학습, 변화의 과정을 곁에서 함께함으로 자신을 더욱 이해하고 사랑하는데 영향을 주고 싶다.  

회상 (이0길잡이) : 내가 지나간 시절에 한때를 같이 할 아이들을 보며 내가 실수했던 것들과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공유하며 도움을 주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

거울
(이00 길잡이) : 나와 비슷한 상황을 가진 청소년들을 보고 그들이 자립을 위한 준비를 하는 모습과 과정을 보면서 내가 겪은 과거의 내모습을 거울 속에 비춰보는 것만 같아 거울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립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건강한 자립을 위해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싶다.  

글: 노현덕 l 사진: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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