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재미없고 무기력한 채,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표현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소위 요즘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피아노, 발레, 태권도…이곳저곳 학원다니는 것이 힘들다고 가기싫다 하지만,
‘학원’이 ‘달나라’만큼 가고 싶은 곳이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 ‘아동청소년 특기적성 지원사업‘은
저소득가정 아동청소년의 특기적성과 재능을 계발하기 위해
지역사회 7개 공부방 100여명의 아이들에게 ‘학교 밖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지원했습니다.
 

‘특기적성’이라고 해서 단순히 예체능 중심의 사교육이 아닌,
또래와 경쟁하지 않으면서 자기 안의 개성과 다양성을 개발하고 성장하는 프로그램은 없을까?’
에서 출발한 고민은 전국공부방협의회를 만나면서 현실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아이들의 1회성 교육지원이 아니라 아이들이 커카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그리고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말이 있듯이 지역사회 안에서 아이들의 꿈이 펼쳐지고, 교육에 대한 고민을 지역이 함께하는 지역사회교육공동체의 모습도 그려 갔습니다. 

연극, 음악, 영상 등 다양한 특기적성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 ⓒ 아름다운재단

 

 

 

3년이란 시간동안 아이들은 어떻게 변화했을까요?
초등학생이었던 꼬마는 어느 덧 꿈많은 사춘기 중학생이 되었고.
아이들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악기, 다큐영상 만들기, 발명, 연극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모임의 리더도 되고, 다음 과제에 스스로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컴퓨터나 휴대폰에 빠져 있는데, 이런 동아리활동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세움공부방 김00)

“아이들이 직접 만든 다큐3분은 <가족, 시험, 관계, 체벌금지, 우리를 위한다는 것, 나는 이런 어른 싫다> 등
아이들의 삶과 밀접하게 관계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이
본인들의 이야기를 맘껏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생겼고,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노원 마들창조학교 변00)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만들고 싶어도 못했는데, 여러가지 프라모델을 조립해 볼 수 있어 좋았어요”
(희년공부방 ‘뚝딱뚝딱   발명교실’) 
                                                                                                

레젼드 밴드 (도봉 햇살교실) ⓒ 아름다운재단

 

꿈이 없던 아이들은 처음 배우는 사진찍기과 악기 연주를 통해, 난생 처음 꿈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프로그램으로 시작되었던 활동은 아이들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면서 이름도 짓고,
어느 덧 동네에서 꽤 알아주는 유명 밴드가 되었습니다.
 
삭막했던 지역 임대아파트 단지에는 새로운 놀이 문화가 생겼습니다.
아이들은 어느 새 전래놀이 지도자가 되어 공부방 아이들은 물론이고 단지 내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아이들을 하나 둘 초대해 전통놀이를 전수하기도 하고, 이렇게 모인 아이들을 주축으로 정월대보름에는 아파트 단지 내  가족들이 모여 함께 즐기는 전통한마당 축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

3년간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각 공부방은 어려움도 겪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오랫동안 함께 했던 선생님을 떠나보내야 하는 날도 있었고, 동아리를 만들어가며 함께 했던 아이들이 어느 날 부터 하나 둘 빠지는 날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바로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시행하는 교과 중심의 방과후 수업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3년이라는 장기적 사업의 방향을 잃지 않고, 1년에 수차례씩 함께 모이면서 지역의 고민을 함께하며 서로 소통하고 배우면서, 지역사회 안에서의 공부방과 아이들에 대한 성장을 고민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7개 지역공부방의 3년간의 사업지원은 이제 마무리를 짓지만, ‘아동청소년특기적성 지원사업’은 꿈을 찾는 아이들과 함께 또다른 이야기로 계속 됩니다!  

7개 공부방들의 3년간의 변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던 평가간담회 모습  ⓒ 아름다운재단

 

 

 또 다른 시작!  

글 : 이숙현/전국공부방협의회 대표

 

3년! 
시작할 때는 참 길다고 느꼈는데 어느새 마무리다. 처음의 그 설레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맛난 간식을 받아 들고 자랑하고 싶고, 즐거운 마음을 오래오래 간직하면서 아껴 먹고 싶던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공부방 운동의 새로운 비전을 고민하던 중에 이뤄낸 아름다운재단과의 협력사업은 참여한 모든 공부방들에게는 소중한 경험과 기회가 되었다. 평범한 프로젝트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7개 공부방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현재 처해있는 어려움을 확인하고 계획한 프로그램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전략들을 고민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엇다. 마음처럼 쉽지않은 일들도 생겼다. 같이 꿈꾸고 열심히 토론했던 실무활동가가 어느날 그만두게 되어 섭섭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더디지만 현장에서 일어난 작은 변화들은 우리가 선택한 방법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진행과정에서 아이들, 공부방, 그리고 지역사회에 미친 긍정적 효과
 

아이들은 프로그램 진행을 통해 그동안 해 보지 않앗던 새로운 교육들을 받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여기고 자부심을 갖게 되는 과정이었다. ‘하면된다’는 인식의 변화와 자신감을 경험하게 되고 긍정적 방향으로의 성격변화와 더불어 스스로에게 치료적인 프로그램이 되엇던 친구들도 있엇고 과정속에서 재능을 발굴한 사례도 있엇다. 
 
공부방은 지역에 있는 아이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공부방이 지역속에 열려진 공간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고 지역사회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공부방 내 다른 프로그램들 역시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며 풍부해졌다. 이 사업이 구체화 되어 진행되면서 공부방 전체의 비전을 그려가는데 도움이 되었다. 
 
지역사회에는 지역에 없던 7개의 프로그램이 새롭게 생기고 알려지면서 문화에 대한 소외 해소가 이루어졌다. 또한 지역의 다른단체들과 파트너쉽을 만들면서 지역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동네안에서 관심있는 이들의 모임이 결성될 조짐이 보이고 활기차게 활동하는 아이들로 인해 동제 사람들이 아이들의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고 세대간의 소통이 시작된 듯 하다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낸다. 

프로그램의 지역화
 

지역사회에 미친 긍정적인 효과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리자리 공부방’은 청소년 미디어 관련해서 난곡지역에서 유일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진주 신나는 공부방’ 은 놀이터 도서관을 통해서 지역의 축제를 만들어내고 과 관련한 문화적인 터전을 마련하였으며 
 

‘도봉 햇살교실’ 레전드 밴드는 청소년들의 자발적 기획으로 밴드를 운영하며 활동을 하는 동아리로 성공한 사례를 남겼다. 
 

노원의 ‘마들창조학교’ 의 경우, 동네로 공간이전을 하면서 청소년들이 지역을 누비며 동네주민들과의 사진촬영과 인터뷰를 통해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에 대한 시선을 새롭게 정립해가고 있고,
 

‘세움공부방’의 전통악기와 문화배우기를 통해 전래놀이 한마당은 닫혔던 마을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고, 
 

‘대구의 희년공부방’ 연극활동은 동네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살아온 이야기 하나하나를 담았고 지역의 문화예술 관련 인자와 단체를 네트워크해서 묶어내는 역할을 했다.
 

짧은 시간안에 더디가기는 했지만 방향에 맞는 성과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끝으로 3년과정에 함께했던 많은 분들과 아름다운재단 관계자들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좀더 욕심나는 것들도 있었지만 이만하면 잘했다고 모두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다. 힘찬 걸음을 한발 더 내딛었으니 우리의 이 노력들이 멋진 세상을 만들어가는 한 줌 거름이 되었으리라 확신한다.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풍부한 아이디어로 공부방이 지역사회교육공동체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어 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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