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을 통해 비건먼지는 후기 청소년, 청년 비건 활동가들을 만나 비거니즘 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가능주의자>를 제작했습니다. 본 콘텐츠는 다수 영화제에 출품 예정입니다.  영화제 출품 전 비공개 원칙에 따라 영상 링크는 추후 업데이트 될 예정이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비건먼지는요?

안녕하세요. 국내 최초 비건 페미니스트 크리에이티브 팀, 비건먼지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의 2023 변화의 시나리오 스폰서 2차 (공익 콘텐츠 제작 및 확산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다큐멘터리 <가능주의자> 를 제작했습니다.

‘비건먼지’는 2020년부터 한국을 살아가는 비건들의 존재를 가시화하고, 비거니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온 팀입니다. 유튜브, 팟빵, 팟캐스트, 인스타그램을 통해 쉽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왔습니다. 비거니즘과 연결된 가치인 제로웨이스트, 플라스틱프리, 동물권 개념을 다룬 콘텐츠도 함께 만들어왔어요.

* 유튜브 링크 
* 팟빵 링크
* 인스타그램 링크 

맨 처음 ‘비건먼지’가 만들어졌을 때는 ‘비건’이라는 단어 자체를 생소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 단어의 뜻을 알리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비건에 대한 책이나 영화들은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해외에서 제작되었거나, 국내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콘텐츠가 많았습니다. 국내에 쉽고 재미있게, 오해나 편견 없이 ‘진짜 비건들의 목소리’를 담는 채널이 많지 않았습니다. 국내 최초로 비건 페미니스트 영상팀을 만들고, “비건이 먼지(뭔지) 궁금하다면, 비건먼지!”라는 슬로건으로 비거니즘의 가치를 알리는 다양한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직장인, 학생, 프리랜서 비건들이 모여, 왜 비건을 하는지, 어떻게 비건을 시도했는지, 어떤 점이 어렵고 무슨 사회를 꿈꾸는지 등 비건들의 다양한 생각과 고민들을 다채롭게 담아왔어요.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시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비건? 들어봤어!” 하며 그 대략적인 뜻을 알고 있는 시대로 변화했습니다. 그 빠른 변화들 속에서, 저희도 ‘비건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에서 더 확장되어 ‘비건들이 어떻게 사는지’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데까지 그 이야기의 범주가 서서히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비건 맛집 불모지가 가득하던 시기에 지역 별 맛집을 골라 소개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1년 동안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비건 식품이나 상품을 직접 비교하고 리뷰하고 이야기하는 콘텐츠까지 만들고 있어요. 많은 기업들이 이메일과 DM으로 문의 메일을 보내곤 하고, 종종 저희에게 연락을 주셔서 비건 관련 특집 기사를 내거나, 인터뷰를 하는 언론사 분들도 많았는데요. 그래서인지 온몸으로 그 변화를 느끼고 있어요.

다큐멘터리 <가능주의자> 제작 현장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

 그 변화 속에서 문득 ‘왜 한국의 비거니즘이나 동물권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없지?’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비건이 가시화되고 비거니즘이라는 단어가 일상 속에 들어오는 세상이 오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담고 싶어졌습니다. 지금은 누구든 쉽게 사용하는 개념인 &비건&이라는 단어를 처음 국내에 들여온 사람들이 마주했던 한국의 모습들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2011년과 2023년에 비건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반응은 얼마나 다른지, 그 다름을 만들어내기 위해 누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조명하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어떻게 처음 비거니즘 운동이 시작되었는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무슨 활동을 해왔는지, 그 활동 속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무엇으로 그 활동이 유지되었는지가 조명된다면, 조금 더 다채로운 비거니즘의 모습이 가시화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게다가 저희 팀에도 청소년 시기와 후기청소년 시기에 비거니즘을 접하고 비건 실천을 시작한 사람들이 많은데요. 주위 동물권 활동가들 역시 그 시기에 비건이나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10대 후반 ~ 20대 초반 청소년기는 사실 자신의 주관이 만들어지고 삶의 주체성이 생기는 중요한 시기인데요. 그런데도,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쉽게 그 주체성이 무시받는지 직접 경험하며 느낀 바가 컸습니다.

아직 &선도되어야 할 시기’이자 ‘쉽게 선동당하는 시기’로 오해받곤 하는 그 시기에 남들과는 다른 선택을 하고 자기 신념에 따라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바꾸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사회의 많은 편견과 어른들의 충고에도 자신의 뜻을 저버리거나 기존 질서에 쉽게 순응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서 계속해서 동물권 운동과 비거니즘 실천을 하며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청소년들과 후기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영화를 시작하며

지원사업에 도전하면서도, 한국 동물권 운동의 역사가 우리에게는 정말 중요한 이야기인데 비건이 아닌 이들에게도 중요한 이야기로 느껴질까? 동물권 의제가 늘 다른 의제에 밀리는 것처럼, 이번에도 뒤로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선정이 될 거라 크게 기대하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이 시점에서 이 이야기들을 꼭 담아낼 수 있다면 좋겠다 간절히 바라면서 회의를 하고 지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지원사업 선정이 되었고, 유튜브 영상과 팟캐스트만 제작해온 비건먼지 팀은 처음으로 &영화작업’이라는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덕분에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모으는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가능주의자> 사업을 선정해주시고, 사업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와주신 아름다운재단에게 큰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영화 제작 기간을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사실 6개월이 안 되는 시간 동안 한 편의 완결된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 밭은 일인데요. 그 일을 해내기 위해, 지원사업이 선정되자마자 저희가 가닿을 수 있는 수많은 비건 활동가 분들에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연락을 받아주고 대화해준 많은 분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고, 문자를 나누고, 전화 통화를 했어요. 저희 팀원들도, 저희가 섭외하려고 하는 이들도 대부분 자신의 본업(공부, 직장, 프리랜서, 활동 등 생업)이 있었기 때문에 밤 10시에 모여 줌을 켜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들도 많았습니다. 밤이 늦도록 치열하게 진행했던 사전 인터뷰, 그 사전 인터뷰를 위해 인물과 단체에 대해 미리 조사하고, 책을 읽고, 또 회의를 하며 사전 준비를 했던 나날들이 기억나요.

돌아볼 틈 없이 숨가쁘게 달려오면서 쌓아온 날것의 운동의 기억을 처음으로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본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대략적인 동물권 운동의 큰 타임라인을 기억해온 저희 팀에서도 잘 알지 못 했던, 비건 동물권 활동가들의 치열한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사전인터뷰를 하고, 영화의 큰 스토리라인를 구성하면서, 저희 역시 새로 배우게 된 바가 많았습니다. 대중들이 알고 있는 ‘비건’이라는 단어 뒤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도전과 싸움, 일일이 말하기 어려운 지난한 시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며 쌓아온 연대의 에너지들이 있었는지 절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에게 이야기할 공간이 정말 필요했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영화를 만들며

<가능주의자> 다큐멘터리 인터뷰 중

서너 시간이 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준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카메라 뒤에서 눈물이 그렁거렸던 순간들은 아마 저희가 늙어서도 두고두고 추억할 것 같습니다. 마치 촬영 현장에 있는 우리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그 말들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에게도 모두 ‘나에게 하는 말’처럼 가닿기를 바라면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대학교 교정에서 강의실을 빌리지 못해서 바람소리를 온몸으로 곤두세우며 촬영했던 2023년의 가을날이 떠오릅니다. 은행이 툭툭 떨어져서 NG가 났는데 모두 그 소리가 너무 청량하고 귀여워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순간이 마치 높은 하늘 마냥 깊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무거운 장비들을 이고지고 나르며 서로가 들겠다고하며 결국 함께 들고 걸어가던 모습들은 차마 저희만 볼 수가 없어서 결국 영화의 메이킹으로 넣었습니다. 한 영화를 3번 이상 본적이 없는 감독은 영화를 30번 이상 다시 보면서 편집을 진행했습니다.

가능주의자로

다큐멘터리 <가능주의자> 포스터

비건먼지팀에서 처음으로 도전한 영화라 부족한 점도 많고 아쉬운 점도 많은데요. 귀한 시간과 이야기를 내어준 분들과 함께해주신 본들의 마음을 기억하면서, 현재 저희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총 20시간이 넘는 촬영 영상 속에서 저희가 열심히 고민하며 골라 이어낸 귀한 이야기를 꽉꽉 채워넣었습니다.

영화 <가능주의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올해 여러 영화제에 출품하면서 더 많은 이들에게 영화가 가닿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영화제에서 상영하게 된다면 또 소식을 알리러 오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글, 사진 | 비건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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