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많은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게 열어두고 1%가 100%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23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선넘어선의 활동을 전해드립니다.

식재료로 만난 식구들이 함께 차려낸 시간들

소시장은 친환경 농업 과정에서 발생하고 폐기되는 못난이 농산물을 매개로 농촌의 생산자와 도시의 소비자가 식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된 활동이었습니다. 가장 잘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못 먹고 사는 오늘날의 풍경이 서러워 함께 열어보고 싶은 장이기도 했습니다.

절기에 맞는 농산물을 준비하기 위해 매주, 매달 농부님에게 전해 듣는 작물 소식들은 심화되고 있는 기후위기와 친환경 농업의 어려움을 알려주었고 걸핏하면 시장 운영에 무시할 수 없는 변수들로 이어졌지만 장을 기다리고 지켜주신 식구들 덕분에 무사히 장을 열고 닫을 수 있었습니다. 우박으로 수확시기를 놓친 사과, 냉해 입은 고구마, 마른장마로 수확을 포기한 복숭아. 올해는 어렵겠다고 고민했던 순간마다 함께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주던 식구들 덕분에 장을 열렸고 닫혔습니다. 돌아보니 올해 가장 큰 변수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는 생산자와의 직거래에서 그치지 않고 생산 농가를 답사하고 생산자의 농산물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용기를 지참해야 하는 불편하고 작은 시장을 열고 사람들을 맞이하는 입장에서 불편함을 감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속 가능한 소비 문화를 이어가고, 나아가 지속 가능한 농업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이렇게까지 하냐고요. 올해 소시장을 준비하면서 그들의 일상과 식사를 엿보고 느낀 생각은 “애쓴다”였습니다. 왜 저렇게까지 하는걸까로 시작했던 물음은 나도 저렇게 애쓸 수 있을까로 내용과 방향을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변화의 시나리오를 통해 작은 장을 열어보고, 식구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작은 상을 차려봤지만 아직도 선뜻 답할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 소시장에서 들었던 목소리들을 감사하게 기억하고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부족한 시도에 다정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 아름다운재단과 식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글, 사진 : 선넘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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