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3~6년차 매니저들이 제주에서 사회를 바꾸고 있는 단체와 기업의 대표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총 3곳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릴 예정인데요! 먼저 남방큰돌고래 해방을 위해 일하고 있는 ‘핫핑크돌핀스’ 방문기를 전해드릴게요. 핫핑크돌핀스는 어떻게 일하고 있고,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을까요? |
낚시줄에 걸린 돌고래 ‘종달이’ 누가 구조하냐고?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 자신을 구하러오는 배가 관광선박인지, 구조선박인지 인지할 정도로 똑똑한 고래인데요. 제주 바다의 환경이 오염되면서 돌고래들의 서식환경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낚시줄이나 폐그물에 걸려 폐사하는 개체들도 많아지고 있고요. 최근에는 ‘종달이’라는 남방큰돌고래 새끼가 낚시줄에 걸려 위태로운 상황이었어요. 2024년 1월 29일, 꼬리에 걸린 낚시줄만 일부 끊어낸 상태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종종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왜 아무것도 안 하는거야?’, ‘그냥 가서 그물로 잡으면 안 돼?’ 이럴 때 꼭 말씀드리고 싶은게 있었어요. 여기, 무엇이든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요! 바로, 핫핑크돌핀스입니다.
모니터링, 구조.. 그 모든 ‘일’은 매일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 11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핫핑크돌핀스 사무실을 방문해 조약골 대표를 만났어요. 평소 ‘돌고래’하면 떠오르는 공익단체인만큼 정말 많은 질문을 안고 방문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종달이’ 구조 현황이 제일 궁금했어요. 조약골 대표에 따르면 보통 돌고래는 그물이나 낚시줄에 걸려서 운동능력을 잃은 상태로 구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반면 종달이는 운동능력이 있고, 살아있는 상태로 구조를 시도하고 있는 사례이기 때문에 구조가 쉽지 않다고 해요.
“종달이 구조가 왜 지난한 과정이냐면 아직 운동 능력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에 그래요. 움직이지 못하면 다이버가 가건 누가 가건 해서 쉽게 구조를 할 수 있는데 종달이는 그런 상황은 아니에요. ‘지금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 몇 개월 동안 계속 구조를 안 하고 미루고 있다’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기가 쉬운데 그건 아니고요. 지금 야생 돌고래들 모여 있는데 종달이도 같이 있거든요. 구조하려고 하면 도망가는 상황이고요. 만약 상황이 안 좋아진다 그러면 이제 구조 방법을 바꿔서 그물로 포획을 한다든가 좀 다른 구조 방법을 사용 할 텐데 아직은 그런 상황은 아니에요.”
돌고래를 실제로 구조하러 나가기까지 필요한 과정도 있습니다. 위급한 상황이 보이면 바로 출동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해양보호생물이니까 구조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가 필수적인데요. 돌고래 관련 전문가 혹은 전문 기관들이 여러 군데가 있어요. 전문기관들 혹은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반드시 거쳐야 되고 이 분들이 다 오케이를 해야지 구조 작업을 할 수가 있어요. 2023년 12월 말부터 상황이 악화됐고, 2024년 1월 1일 긴급 구조단이 결성되었고, 1월 24일 포획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때 꼬리에 걸린 낚시줄을 걷어냈고요. 2024년 1월 20일에서 2월 말까지 해서 첫 번째 포획 허가가 만료되었고, 두 번째 포획 허가도 6월 30일에 만료되었어요. 지금도 포획허가를 신청해서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구하지 못한 미안함과 슬픔을 딛고, 다음을 생각했다
조약골 대표는 ‘종달이를 구조하는 시간은 이전 사례에 비해 많이 단축됐다’고 덧붙였어요. ‘단이’라는 돌고래는 2021년 9월 발견됐을 때 낚시줄이 하나였는데, 한 두달이 지나니까 더 많은 낚시줄에 걸렸습니다.
“선제적인 구조를 해야 되겠다고 판단해서 2022년 1월, 해수부, 산하 전문기관들에 쭉 연락을 해서 온라인 회의를 잡는 데 3주가 소요됐습니다. 회의에서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다, 영상도 더 많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낚싯줄이 어디에 걸렸고 어느 부분에 얼마만큼 걸렸고 상처는 어떻고 이런 것들을 다 알아야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거죠. 성급하게 그냥 대충 보고 내릴 수는 없다고 생각을 했을 수도 있고요. 현장을 매일 보는 사람과 현장을 안 보는 사람의 차이, 간극이 크다는 걸 거기서 느꼈어요. 몇 달 동안에 돌고래의 상태가 악화되는 걸 직접 보면서 위급한 상황이라고 이야기를 해도 저희가 느끼는 것만큼 못 느끼는 거죠. 그러다 이제 어느 순간 단이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2022년 1월까지 어미 돌고래와 새끼가 같이 있는 게 보이다가 그 이후부터는 어미 돌고래만 보이는 거예요. 2022년 2월부터 그래서 죽었다고 판단을 하게 된 거죠.”
매년 구조가 필요한 돌고래가 발생하는만큼 ‘같은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겠다, 시스템을 만들어놔야겠다’고 생각한 핫핑크돌핀스는 이번 종달이 구조는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구조를 위한 준비를 하다가 돌고래가 죽어버리는 사태가 예전에 여러 차례 있었어요. 이번에 우리가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종달이가 처음 발견이 됐을 때 해수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러이러한 상황이니 회의 소집 준비를 다 하고 있어달라’고 말했어요. ‘계속 모니터링하다가 긴급한 상황이 오면 바로 연락을 할 거고, 그래서 액션에 나갈 수 있도록 실제 구조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렇게 하자’고요. 이제 저희가 워낙 강력하게 주장을 했고 그런 사례가 과거부터 쭉 계속 있었기 때문에 정부 관계자들도 이제 받아들인 거죠. 그래서 종달이는 구조가 빠르게 이루어지게 된 겁니다.”
‘돌고래쇼가 뭐 어때서?’하던 시절에서 ‘동물권’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사회로
돌고래 구조 과정을 들으며 오랜시간 쌓아온 경험이 많은 돌고래를 살리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온 성과이기도 하고요. 13년 전 핫핑크돌핀스의 황현진 공동댜표가 ‘남방큰돌고래들이 불법 포획이 되었고 불법으로 잡혀서 쇼를 하고 있으니 바다로 돌려보내야 됩니다’라고 주장했을때 공감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해요.
“시민단체에 있는 사람들도 ‘아니 잘하고 있는 애를 왜 보내자고 하는지, 뜬금없는 주장을 하나?’ 그렇게 생각하던 시기였죠. 2012년 2월달에 처음 돌고래 재판*이 열렸을 때 몇 천 명의 서명을 받는 게 되게 어려웠거든요. 1인 시위를 해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반응이 뜨겁습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응원을 해주세요. ‘나도 이 이야기 들었어, 여러분이 하는 일이 맞아’ 이런 식으로 말씀해주시기도 하고요. 음료수를 준다거나 응원의 말을 해준다거나 피켓 저도 같이 해도 되냐고 묻는 분들도 있고요.”
※돌고래재판: 퍼시픽랜드가 2009년부터 1년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돌고래 11마리를 관할 해양경찰서장에 신고하지 않고 어민들로부터 사들여 공연에 이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으로 2012년 2월 8일 사상 최초의 ‘돌고래 재판’이 열리자 언론이 주목하면서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됐다. 불법 포획한 남방큰돌고래를 바다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검찰과, 그렇게 하면 돌고래가 죽을 수도 있다는 퍼시픽랜드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으며, 핫핑크돌핀스는 돌고래 재판이 열릴 때마다 탄원서를 제출하고 불법 포획된 돌고래를 바다에 돌려보내라고 외쳤다. 2013년 3월 대법원이 돌고래 몰수형을 확정했다.
조약골 대표는 동물권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 또한 중요한 변화로 꼽았습니다. 돌고래를 좁은 공간에 가둬놓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동물권이라든가 동물복지라는 게 10년 전만 해도 전혀 한국 사회에서는 중요한 의제도 아니었고 관심 갖는 사람도 아예 없었는데요. 이제는 이게 덜 중요한 문제라거나 쓸모없는 문제라고 못 하잖아요. 저희가 보기에는 돌고래 야생 방류, 특히 이제 제돌이의 방류 성공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이 들어요. 한국 사회가 너무 이제 인간 중심적으로 이어져온 것에 대한 일종의 반성이기도 하고 경종이기도 하고요. 비인간 존재에 대한 차별 이런 것들을 계속 없애나가는 방향으로 활동을 해왔는데 그게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위협하는 것들에 맞서
주목할 만한 변화 너머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의 서식 환경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선박관광으로 돌고래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다보니 고속으로 회전하는 프로펠러에 부딪혀 상처를 입거나 지느러미가 잘려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자주 보고 환호하는 돌고래들의 점프도, 사실 돌고래들이 서로에게 선박이 오고 있다고 경고하는 방식이라고 해요. 물에 몸을 부딪혀서 최대한 진동을 만드는거죠.
“연안에서 보다가 돌고래가 점프를 한다 그러면 좀 이따 보세요. 한 10분 후 관광 선박들이 옵니다. 예를 들면 여기에서 모슬포가 한 1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항구에서 나올 때부터 이미 물 속에서의 전달된 진동과 소리를 통해서 돌고래들은 알고 있어요. 그 고유한 엔진의 RPM을 통해서. 그때 이미 경고를 보내면서 막 뛰어오르는거죠. 폐어구나 낚시바늘에 걸리는 경우도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낚시 바늘이 바위에 걸리면 다 끊고 가버리거든요.”
돌고래들이 마주한 위기에 맞서 핫핑크돌핀스는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와 함께 7월 20일을 남방큰돌고래의 날을 지정하고, 행사를 이어오고 있어요. 얼마전에는 ‘제 13회 남방큰돌고래의 날’을 열기도 했는데요. 저희가 방문한 날이 행사를 코앞에 둔 시점이라 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핫핑크돌핀스가 주목하는 것들!
긴 시간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돌고래에 대한 애정과 핫핑크돌핀스의 활동을 응원하는 마음이 뿜뿜 쏟아져나왔어요. 마지막 질문이라고 말씀드려놓고 또 다른 질문을 하면서 1시간 30분이나 대화를 나눌 정도였죠. 그래서 최종_정말 최종의 느낌으로 질문을 드려봤습니다.
어떤 시민단체들은 종종 ‘우리가 사라질 때는 이 문제가 해결된 때다’라는 얘기들을 합니다. 그럼 핫핑크돌핀스라는 단체가 사라질 때는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어 있고, 어떤 것들이 이루어져 있을까요?
조약골 대표는 크게 3가지 바람을 이야기했습니다.
“감금 수족관이 다 없어졌으면 해요. 현재 서울, 울산, 거제, 여수, 제주 이렇게 5군데에 20마리의 돌고래들이 갇혀 있는데요. 이들이 모두 바다로 돌아가거나 바다 쉼터로 오는 겁니다. 또 현재 해역에 너무나 많은 그물이 있어요. 그것때문에 혼획(어획 대상이 아닌 종이 섞여 잡히게 되는 것)이라는 문제가 발생해요. 고래를 잡는건 불법이지만, 혼획으로 그물에 걸린 고래들을 시중에 유통하는건 가능한 거죠. 저희가 문을 닫으려면 돌고래들을 위협하는 그런 혼획이라거나 불법 포획이라거나 이런 것들도 완전히 사라져야 되겠죠. 추가로 생태법인이라는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어요.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국제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에 법적 권리 주체 자격을 부여하는 것) 이런 것들이 다 이뤄진다면 저희가 문을 닫아도 될 것 같아요.”
조약골 대표의 배웅을 받으며 나온 아름다운재단 매니저들은 바다를 유영하는 돌고래들에 대한 마음이 한층 깊어졌습니다. 작은 흔적이라도 보고싶어서 먼 발치에서 바라봤는데 전혀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동하는 길에 바다에서 떼지어 이동하는 돌고래들을 만났습니다. 어찌나 기쁘던지요. 내심 속으로 외쳤습니다. 어떤 속박과 방해도 없이, 바다에서 내내 행복하기를 바라는 ‘핫핑크돌핀스’가 너희들의 곁에 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