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숨은 노숙’ 청년들을 위한 골든타임 3개월

다자간협력팀 전서영 매니저

2026.04.14

읽는 시간 0분

매일의 치열한 하루를 마치고 마음 편히 몸을 뉘일 ‘내 집’이 있다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같지만, 어떤 청년들에게는 매일 밤 고민해야 하는 절실한 문제입니다. 고단한 하루 끝에 쉴 곳마저 걱정해야 하는 현실은 청년들의 삶을 더욱 지치게 만듭니다.

스스로 주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주거생활을 우선 경험하게 하는 지원방식은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자립준비청년 지원사업 ‘열여덟 어른, 공명하다’ 그 후

지난 2023년 12월 아름다운재단 시작과 함께해 온 자립준비청년 지원사업 임팩트 발표회 ‘열여덟 어른, 공명하다’가 열렸습니다. 20여년의 긴 시간 동안 진행되어 온 아름다운재단 자립준비청년 지원사업이 사회안전망 형성을 뒷받침하고 이끌어낸 의미있는 변화를 공유하며, 향후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이야기한 자리였습니다.

당시 높아진 사회적 관심과 함께 연이은 지원대책이 발표되었고, 많은 민간단체에서도 자립준비청년 지원사업이 생겨나며 지원이 확대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합니다. 이후에도 아름다운재단은 임팩트연구를 통해 제시한 방향성에 따라 아름다운재단이 지향하는 가치와 관점이 담긴 방식을 지속하고 확산하기 위한 지원사업 개편을 진행해가고 있습니다. 또한 노숙위기청년, 보호대상아동, 쉼터퇴소청(소)년 등 사각지대로 지원대상을 확대해 사회안전망을 만들어가기 위한 더 큰 공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숨은 노숙’을 찾아서

사업파트에서 일을 하며 현장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지원사업을 기획, 실행하는 일을 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은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찾는 일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자립준비청년, 청소년복지시설 퇴소 (경계선지능)청소년, 청소년부모 등 시의성있는 사각지대 대상을 발굴해 지원하며 다양한 주거지원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자립준비청년의 주거통합서비스 시작, 경기도 아동청소년복지시설 퇴소청소년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을 통한 청소년쉼터 퇴소 청소년 자립수당 지급, LH 전세임대 1순위 적용 및 보증금 지원 등 공공역역의 제도적 지원까지도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사업개발을 진행하며 사회적으로 지원정책이 미비한 주거 사각지대를 찾던 중 ‘노숙(위기)청년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지원사업의 시작은 현장단체, 배분위원 자문을 통해 노숙위기 상황의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지만 실태조사조차 잘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듣게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약 5년 주기로 실시되는 노숙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숙인은 중장년층이 대부분이고 청년 노숙인의 비율은 약 5.3%로 소수지만, 거리노숙, 고시원, PC방, 찜질방, 지인집 등을 전전하는 숨은 노숙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실제 노숙위기청년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 노숙인시설의 경우 주로 중장년층이 이용하는 시설로 운영되며 지원서비스가 제공됩니다. 그러다보니 노숙위기청년들이 머물며 청년 맞춤형 도움을 받기에는 제약이 있습니다. 이처럼 청년들은 노숙상황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노숙인 시설을 이용하는 경험은 낮아 노숙인 실태조사에 파악되기에 어려움이 있는 현실입니다.

존재하지만 실제 그 규모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노숙위기상황의 청년들. 그들을 만나고 지원하는 일은 발굴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있습니다. 노숙위기청년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나 정책도 전무한 상황이기에 사실상 거의 모든 정책, 제도, 안전망에서 배제된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아름다운재단은 지금은 조명받지 못하는 또다른 사각지대, 노숙위기청년의 사회안전망을 만들기 위해 현장단체와 함께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노숙위기라는 상황적 범주로 지원의 경계를 허물다

이번 사업의 경우 특정 대상에 한정하지 않은 ‘노숙위기’라는 상황적 범주로 넓혀 사각지대를 포괄하는 지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동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 등을 퇴소한 자립준비청년, 청소년복지시설을 나온 청(소)년들의 경우 시설에 따라 보호체계별로 받는 지원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가정폭력 등으로 집 밖을 나온 가정밖청소년의 경우 정부에서 제공하는 주거지원을 받기에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부모의 양육포기 여부에 따라 머물게되는 시설이 달라지고 시설이 속한 관할 정부부처에 따라 달라지는 지원. 청년들의 자립이 정부지원만으로 완전해질 수는 없겠지만 자신의 선택권 없이 나눠진 기준은 청년들을 퇴소 후 또다른 출발선에 서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주거위기에 놓인 상황을 스스로 증명하도록 요청하기보다 직접 청년들이 선 자리로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상황을 이야기할 수 있는 ‘청년, 공간’을 만들고, 공간에서 이야기를 듣고, 이후 후속지원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설계했습니다. 실제 지원사업으로 유입되는 노숙위기청년들은 특정 대상이 아닌 여러 취약한 상황의 다양한 유형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폭넓은 사각지대로 범주를 넓히고 있습니다.

방 한칸으로 시작된 마중물

현장에서 노숙인 지원의 골든타임은 3개월 이내 초기 노숙 상황으로 구조, 연결, 회복을 위한 결정적 시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숨은 노숙 상황의 청년들을 찾아내는 일은 중요합니다.

2024년에는 서울시 영등포구에 청년주거지원센터 <청년,공간>을 조성해 현재까지 약 100여명에 가까운 노숙위기청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부동산에 같이 집을 보러 다니고, 주민센터 동행, 생활 속 법률 강좌와 무료법률상담 등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기도 합니다. 고시원 등 긴급 주거 지원으로 위기상황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청년별 상황에 따라 보증금, 월세, 주거환경 조성에 필요한 비용과 함께 주거 지원 이후 자립을 위한 맞춤형 통합지원을 진행합니다.

노숙위기에 놓여있는 청년들의 경우 고시원, pc방, 찜질방, 지인집 등을 오가며 일정한 주소지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좀처럼 찾기가 어렵고, 공식적인 규모도 파악되어 있지 않죠. 지원사업을 통해 많은 청년들을 만날 수 있었던만큼 이를 기반으로 2025년에는 노숙위기청년 실태조사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노숙위기청년의 실태현황을 파악하고, 지원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의미있는 변화도 살펴보았습니다.

“안보였던 것들이 보이게 되더라고요. 일단 집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 때문에 좀 차근차근 내 앞의 어려운 것들을 안정감 있게 바라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주거 지원이 제일 좋아요.”(지원사업 참여 청년 K)

“너무 큰 도움이 됐어요. 진짜로 도움이 없었으면 저는 또 방황을 했을텐데, 어쨌든 주어진 시간 동안 지원을 해주시니까 좀 안정감이 많이 생겼던 것 같아요. 고시원이라도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으니까, 되게 감사하고 만족하면서 지냅니다. 감사합니다.”(지원사업 참여 청년 P)

집 구할 때 같이 봐주셔서 (계약 등) 좀 괜찮은 집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실적인 도움이 되었고, 혼자보다 든든했습니다.” (지원사업 참여 청년 S)

“생활비나 월세 같은거를 지원해주셔서 좋았어요. 고시원비를 긴급지원으로 서너달 받고 나서 통합지원이 되어서 원룸을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고시원보다 원룸이 더 편하고 요리도 할 수 있게 되어서 훨씬 편했던 것 같습니다.”(지원사업 참여 청년 Y)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라던지, 인재개발원이나 서울시에서 하는 직업훈련이나 취업제도를 알려주셨어요. 청년에 맞춰서 정보제공을 해주셔서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아요. 그 전에는 몰랐던 정보들도 주신다는 게 큰 도움이 돼요.”(지원사업 참여 청년 C)

청년주거지원센터: 노숙위기청년들이 머물며 주거 및 자립상담 및 간단한 식사, 샤워,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매주 월~금 10시~19시 운영

비록 3평이 채 되지 않는 고시원 방 한 칸이나 작은 원룸이지만,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했던 청년들에게는 비로소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회복의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노숙위기청년 주거지원사업>은 청년들이 노숙 상황에서 벗어나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우며, 노숙위기청년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장해 나가기 위해 변화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 아름다운재단 노숙위기청년 주거지원사업은 (사)희망가치와의 협력사업으로 진행됩니다.

사진 현일수 작가

함께 보면 좋은 글

살 만한 자리 – 노숙위기청년 주거지원사업 연구진 인터뷰
포토에세이 : 주거위기청년 지원 현장에 가다

노숙은 신분이 아니다. 힘든 시기 지나는 청년들일뿐
청춘의 지붕을 짓는 희망의 대담

목록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