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할머니犬과 산다는 것

운영지원국 홍리재희 국장

202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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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센터에서 입양한 우리 강아지

유튜브 채널 ‘못생긴 노을이’는 유기견 문제와 반려동물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못생긴 노을이’의 주인공인 강아지 ‘노을이’는 입양문의가 없던 유기견이었다. 채널 계정주는 강아지가 시고르자브종이건, 유기 경험이 있건, 못생겼건 상관없다고 말한다. 서로에게 위안을 주고 사랑스러운 존재임이 중요하다 말한다.

그러나 막상 거리에 나가보면 예쁘게 털을 다듬고, 옷을 입고, 산책하는 개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동물병원에 가도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개들을 보면 다들 하얗고 작고 귀여운 품종견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노을이 같은 믹스견은 길에서 보호소에서 스러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강아지를 유기견센터에서 입양하기로 했다. 처음 갔을 때, 갈색, 검은색의 긴 털에 커다란 발과 머리를 한 강아지와 마주했다. 강아지 시절에 발과 머리가 크면, 성견이 됐을 때 중형견이 될 가능성이 커서 선뜻 데려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심지어 공고 기간이 끝나면 안락사 될 상황이었다. 기질이 순하고, 우직하며 영혼이 맑은 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너구나, 우리집 새식구!’ 단박에 마음이 통했다.

처음 곰순이를 만난 날 찍은 사진

이름은 곰순이로 하자!

우리 동네 수의사는 곰순이가 대략 1살일 듯 싶다고 했다. 산책을 나서면 어른 허리까지 튀어 오르고, 세상의 모든 냄새와 움직임을 빨아들이듯 분주히 발바닥과 코를 디밀었다. 그러다 뒤따르는 나를 바라보고, 내게 뛰어와 또 점프점프를 하고, 내 다리를 감으며 눈을 맞춘다. 

볕 좋은 날에는 뜰에 목욕통, 샴푸, 빗, 타월을 부려 놓고 목욕을 시킨다. 곰순이는 통에 얌전히 앉아 하늘을 향해 눈을 아스라이 감고 솜솜이 스미는 물줄기를 느낀다. 

귀여운 곰순이

12살이 된 곰순이, 나이 들고 아파도 우리 식구니까

곰순이는 유기된 시절 안와골절이 있었는지 안구를 감싼 뼈가 눌리듯 굳어 안구를 자극해 눈병을 달고 살았다. 심장사상충에 감염돼 6개월이 넘는 힘든 치료도 이겨냈다. 장기에 급성 농양이 생겨 응급수술도 했고, 지난 겨울 끝자락엔 혼절해 쓰러졌다가 숨이 돌아오기도 했다. 

과거 심장사상충으로 인해 생긴 심장의 상처는 염증을 유발하고,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며 호흡곤란과 복수가 차기 시작했다. 건강한 개들보다 심장의 어떤 수치가 900배 높다는 검사결과를 듣던 날, 수의사샘은 완치는 불가능하다고, 다만 복수를 점진적으로 줄일 수 있게 이뇨제를 쓰고, 심장약을 써보자고 사는 동안이라도 삶의 질이 나아지도록 관리해 보자고 했다. 그러나 병원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아파서 넥카라를 하고 있는 곰순이

아프면 치료받아야 하는 건 사람이나 강아지나 마찬가지라서

농림축산식품부의 전국 동물병원 진료비 현황조사 결과 발표(2025.12.)에 따르면 1회 평균 진료비는 약 8만 4,000원 선이다. 예방접종 및 단순 진료부터 중증 질환까지 포함된 수치다. 질병의 종류나 동물병원 규모에 따라 비용 편차도 커서 지역별로 평균 진료비가 최대 1.7배까지 차이가 난다. 지자체별로 취약계층의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의료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어 조건 충족 시 연간 최대 2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2026년 현재,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인식은 더욱 두터워졌고 사람이 아프면 치료를 받는 것처럼 반려동물이 아프거나 다치면 치료를 하는 경우가 늘어 반려동물 의료비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 같은 인식변화는 반려동물의 질병 및 상해 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상품인 펫보험 수요를 만들고 있다. 

곰순이를 데려오던 해 즈음 ‘우리동생(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 출범했다. 과잉 진료와 높은 진료비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최초 설립된 사회적 협동조합 동물병원이다. 치료비 부담으로 반려동물을 유기하거나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동물의 생명권을 지키도록, 관계 고립을 풀어가기 위해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강연, 소모임을 열어 건강한 반려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수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소식이다.

[출처] 우리동물생명사회적협동조합 우리동생 | 우리동생동물병원

갈 때 가더라도, 지금을 행복하게!

어느새 12살 노할머니가 된, 복수 가득 찬 곰순이의 무거운 몸을 보고 거리에 사람들은 속없이 말한다. 

“어머, 새끼 가졌나봐”
“와~ 개가 돼지같네.”

아침 저녁으로 쓴 약을 억지로 입에 밀어넣고, 복수가 줄어가길, 호흡이 안정되길 바란다. 그 좋아하는 산책도 힘에 부쳐 나가지 못하고, 점프는 더이상 엄두도 못낸다. 6개월 전에는 혼절해 쓰러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곰순이는 아직 우리 가족 곁에서 살아있다. 복수를 뽑고, 약을 바꿔가며 치료를 이어간 덕분이다. 야심한 시각 골목에 모여 반상회를 하는 이웃 고영희씨들에게 좀 조용히 하라고 훈수도 두고, 병원 가는 길을 산책으로 속이느라 길을 바꿔 갈 때면 늘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탐색에 여념이 없다. 예전처럼 구름을 밟듯 점프 점프하지는 못해도 풀섶을 헤치고 나아간다. 복수는 늘었다 줄었다 별 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하늘, 바람, 햇살을 누리며 살아간다. 병원 가는 것도 산책이라고 나설라 치면 기분 좋다고 빙빙 꼬리로 원을 그린다. 얼마 못 가 걸음은 느려지고, 꼬리도 차분히 내려가지만 같이 길을 걷는 지금은 행복하다. 오늘 사랑하고 사랑받기에도 모자란 시간, 곰순이가 조금 더 우리 곁을 지켜주기를 바라본다.

글, 사진 운영지원국 홍리재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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