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커넥트(Beautiful Connect)
뷰티풀 커넥트(Beautiful Connect)는 아름다운재단이 경기도,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엠와이소셜컴퍼니와 함께 추진하는 다자간 협력 기반의 지역문제 해결 프로젝트입니다.
본 사업은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인 문제를 단일 주체의 역량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으며, 지역 주민과 마을공동체가 스스로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뷰티풀 커넥트 사업에 선정된 3개 마을공동체인 여주 시니어공유공간 노루목향기, 성남태평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안산 우리동네연구소퍼즐협동조합은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다자간 협력 방식을 함께 구현할 새로운 파트너들을 만나고, 변화이론 워크숍을 통해 사업을 체계화하였으며, 현장에서 다자간 협력을 통해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간공유회에서는 각 마을공동체의 활동 발표와 외부 전문가와의 1:1 밋업(Meet-up)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마을공동체의 경험과 변화의 이야기를 공유드립니다.
<뷰티풀커넥트> 중간성과공유회 현장스케치
2026년 4월 7일, 세 마을공동체가 한자리에 모였다. 지역과 방식은 다르지만, 혼자 풀기 어려운 마을 문제를 다자간 협력으로 헤쳐온 이들이다. 각자의 고민을 함께 고민할 파트너를 찾아봤던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된 이후 4개월이 지난 오늘,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신남균센터장
안산 퍼즐협동조합 “월화수목금, 매일 다른 돌봄 거점이 된 골목 상점”
안산 퍼즐협동조합(이하 안산 퍼즐)의 고립된 어르신들을 돌보기 위해 동네 상점을 거점으로 한 ‘다정곳간’ 10개소를 열었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제각각인 상점들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기 어렵다는 것.
협력 파트너 젤리장(공공캠페이너)과의 대화가 관점을 바꿨다. 통일하는 게 아니라 10개 상점의 고유한 매력을 살려 월화수목금 매일 다른 다정곳간을 만들자는 것이다. 상점의 고유성을 살리니 일이 술술 풀렸다. 아이들만 오던 미술학원에는 어르신들이 모여 그림을 그리고, 오후 5시 이후 손님이 끊기던 동네 카페는 갈 곳 없는 어르신들의 공간이 됐다. 종일 정류장에 앉아 뽁뽁이만 터트리던 어르신은 요즘 “살맛 난다”며 당구도 치고, 서포터즈로도 나선다. 남은 과제는 사업이 끝나도 관계가 끊기지 않도록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성남 태평마을사회적협동조합 “약점인 줄 알았던 오르막 공간의 변신”
성남 태평마을사회적협동조합(이하 성남 태평사협)은 비어있던 공유공간 815번지의 활용 방안을 찾았다. 이들의 고민은 건물이 오르막에 있어 사람들이 찾아오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라운드테이블에서 만났던 가천대 건축학과 교수들이 새로운 시각을 제안했다. 언덕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강점으로 삼아 “건강방”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 컨셉이 뜻밖의 연결도 만들었다. 성남의료복지사협동조합이 주민의 건강 상담을 함께하기로 한 것이다. 김맑음 이사(성남 태평사협)는 이 과정에서 “더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도 되는구나 배웠다.”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두 가지이다. 이름과 사람. “건강방”이라는 가칭은 직관적이지만 마을의 특성을 담기에는 아쉽고, 또 공간을 주인처럼 함께 운영할 주민을 어떻게 늘려 갈지가 여전히 숙제다.

여주 노루목향기 “빵으로 안부 묻는 주록리 마을의 목요일”
여주 노루목향기의 주민들은 “목요일은 빵이 오는 날”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동갑내기 노인 셋이 공동생활을 하며 시작한 노루목향기는 고립된 주민과 만나기 위해 빵을 만들었다. 슈퍼에서 파는 빵이 아니라 그날 만들어 직접 배달하는 빵이 주록리 마을 17가구 문 앞에 놓였다. 배달은 동네 청년이 맡았다. 오랜 시간 집에서 고립된 채 지내던 청년이 빵 바구니를 들고 문을 두드리니, 처음에는 놀라던 주민들이 이제는 “좋은 일 한다”며 말을 건넨다. 빵을 만들고, 나르고, 받는 이들에게 다른 일상이 열리고 있다. 남은 숙제는 재료비 확보다. 그간 재료비 마련을 위해 플리마켓에 나가 뻥튀기와 호두과자를 팔기 시작했다. 주록리 주민들이 이들의 꾸준함에 호응해 자발적으로 후원도 하고 있다. 관계는 만들어졌다. 이 관계를 지속할 현실적 기반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숙제로 남았다.

멋 부리지 않고, 우리 ‘마을답게’ – 마을별 파트너 미팅
마을공동체 발표가 끝난 뒤, 세 마을은 파트너와 마주 앉았다. 발표에서 다 꺼내지 못한 이야기와 고민이 테이블 위에서 이어졌다.

안산 퍼즐협동조합 : “느리고, 깊게 가는 길”
“동네에서 하는 일은 많은데 최소한의 활동비를 벌기 힘들어요.” 퍼즐 활동가들의 고민은 지속 가능한 재정이다. 공모사업도, 행정과 연결도 쉽지 않다.
마을 조직이 지속할 방법을 현장에서 고민해 온 두민수 연구원(모라비앤코)은 이 고민을 듣고 문제를 정확히 짚었다. ‘돌봄 상권’이라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돌봄은 복지부・행안부 소관, 상권 활성화는 중기부 소관이라 어느 부처에도 맞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막혔던 문제에 정확한 진단이 내려졌다. 그는 도움이 될 만한 정부 사업들을 공유하기로 약속했고, 퍼즐은 맞는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찾아가기로 했다.


서정주 대표(사이임팩트)는 제주 리빙랩 사례를 들려줬다. 제주도 뇌전증 아이의 어머니가 리빙랩을 만나 실태조사도 하고 도의회 토론까지 끌어냈고, 결국 모든 제주의 뇌전증 학생에게 연간 30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서정주 대표는 퍼즐이 이미 당사자가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리빙랩 방식으로 잘 활동하고 있다고 짚으며 변화에는 긴 호흡이 필요한 일임을 강조했다. 퍼즐 활동가들은 지금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남 태평마을사회적협동조합 : “가진 것에 답이 있었다.”
“공간을 알아도 ‘나도 가도 되나?’ 싶어서 망설이는 것 같아요.” 태평사협 활동가들은 주민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을까가 고민이다. ‘건강방’이란 이름도 촌스러운 것 같다. 젤리장(공공캠페이너)은 “멋 부리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못 전하게 된다”며, 공간을 통해 주민과 하고 싶은 것을 먼저 이야기하자고 제안했다. 대화가 깊어지며 마을 이름인 “태평(太平)”이 광주 대단지 사건 이후 평화로운 마을을 바라며 지은 이름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말에 젤리장이 “‘태평하려면’이란 문장을 앞에 붙여보면 어떨까요?”라고 화답했다. “태평하려면 건강방”에서 시작해 앞으로 생겨날 공간에 이 문장을 간판처럼 앞에 붙이는 것이다. 활동가들은 낯선 방식이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정직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식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민수 연구원(모라비앤코)과 테이블에서 태평사협의 활동가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두민수 연구원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짚어나갔다. 먼저 5년간 동결된 임대료의 현실화였다. 그것만으로도 재정적 숨통이 트일 것이란 의견이다. 다섯 곳의 빈 공간도 고민이다. 2m라는 좁은 골목과 사람이 드나들기도 빠듯한 출입문, 누수와 습기로 막힌 지하 공간. 두민수 연구원은 태평사협이 보내는 자료를 기반으로 지역 빅데이터 분석팀과 공간 컨셉팀과 함께 해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전혀 새로운 것을 찾는 방식이 아니라 태평사협이 가진 것들을 함께 하나씩 들여다보며 해나가야 할 방향이 보였다.
여주 노루목향기 : “솔직한 마음이 가장 강력한 메시지”
“나가면 잘 팔려요. 요즘 유명 인사에요.” 노루목향기의 호두과자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다. 수익금으로 소외된 이웃을 돌보기 때문이다. 없어서 못 팔 정도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나오라는 데는 많지만, 힘들어서 못 나가요.” 젤리장(공공캠페이너)은 지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더 많이 나가기보다 나갈 때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담는 게 먼저라고 짚었다. 호두과자 박스를 공동체의 진심을 전달하는 ‘미디어’로 보자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빵을 팔아서 마을의 소외된 이웃을 돌볼 수 있을까? 세련된 홍보 문구 대신 솔직한 고민을 박스에 적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호두과자가 노루목향기만의 것이 됐다.

노루목향기 활동가들은 외지인에서 마을 사람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회상했다. “10년 걸렸어요.” 보건소 동행, 빵 나눔 같은 활동이 쌓여 이제는 이장님도, 부녀회도, 노인회도 함께 상의하는 파트너가 됐다. 서정주 대표(사이임팩트)는 이를 ‘오지랖’의 힘이라고 칭하며, 지금은 일을 벌이기보다는 돌봄 활동의 본질에 집중할 때라고 짚었다. 이혜옥 대표가 받았다. “맞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있는 거예요.” 산더미 같은 과제에 복잡했던 여주 활동가들의 고민이 명쾌해졌다.
함께 만드는 열린 과정
짧은 시간이었지만 깊은 이야기가 오간 테이블 미팅이 끝나고, 파트너들이 소감을 전했다. 서정주 대표(사이임팩트)는 “고민하시는 것에 깊이 공감했어요. 어떻게 하면 같이 생각하고 도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라고 했다. 두민수 연구원(모라비앤코)는 “많이 고민해 온 마을공동체와 만나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시원해지기도 하는 순간이었습니다”라며, 도움 될 것을 찾아 공유하겠다고 했다. 젤리장(공공캠페이너)은 “여러분, 이미 잘하고 있고, 콘텐츠가 많아요. 평소 하던 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라고 말했다.



마을공동체 활동가들도 이날의 배움을 전했다.
“기존 사업이 저희가 정한 일들을 수행하는 것이었다면, <뷰티풀커넥트>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과정이라 저희도 계속 배우게 돼요.” – 이진경 이사장(안산 퍼즐협동조합)
“그동안 마을 브랜딩을 고민하면서 무조건 화려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었던 것 같아요. 멋 부릴 필요 없다는 큰 깨달음을 얻고 갑니다.” – 강성진 이사장(성남 태평마을사회적협동조합)
“단순히 만드는 것을 넘어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왜 만들어서 어디에 팔고, 그 수익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명확해야 하더라고요.” – 심재식 활동가(여주 노루목향기)

세 마을공동체는 다른 문제를 들고 왔지만, 이날 찾은 해법은 같았다. 이미 가진 것 안에 길이 있었다. 혼자서는 보이지 않던 것이 파트너와 함께하니 보이기 시작했다. 이진경 이사장의 말처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 마을공동체의 활동이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는 9월에 열릴 임팩트 공유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우민정
사진 도비즈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