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복덕방엔 수상한 중개인이 있다!여러분은 언제, 부동산에 가나요? 아마도 집이 필요할 때일 거예요. 그러나 부동산에 없는 매물이 필요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갓 태어난 아이와 엄마가 떠돌지 않고 잠들 수 있는 집, 보호종료가 없는 집, 가족이 헤어지지 않는 집... 세상에 없는 매물 말이죠.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이 있습니다. 주거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에게 집을 연결하기 위해 '수상한 복덕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곳을 지키며 청년들에게 집을 연계하는 '수상한 중개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지금 시작할게요!
수상한 중개인을 찾아서 ① 김수진 팀장, 김영호 실장
수상한 복덕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늑하게 노란 조명이 켜진 이 곳에서 집이 필요한 사람들(손님)의 이야기와 집을 연결하는 사람들(중개인)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해요. 수상한 복덕방의 중개인 자리에는 매번 다른 사람들이 있어요. 첫 번째 중개인은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노숙위기청년 주거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희망가치의 김영호 실장님, 김수진 팀장님입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조성한 ‘청년, 공간’에서 노숙위기청년들을 만나고, 지원하고 있어요.

수상한 복덕방 중개인 ‘희망가치’의 명함
| 김영호 청년들이 아차하며 ‘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야기하기 편한 사람(?) | 김수진 계속 이 자리 <청년, 공간>에 있는 나무 같은 사람. 감정 기복 있는 청년 환영 |
Q. 먼저 별명으로 자기소개를 듣고 싶습니다. 청년들이 지어준 별명 또는 스스로 지은 별명이 있나요?
영호: 청년들에게 연예인으로는 이상순님 닮았다는 이야기 들었고요. 음 별명까지는 잘 모르겠고, 청년들이랑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아차하면서 ‘형’이라고 부를 때가 있어요. 그만큼 친근하게 느낀 것 같아 의미있는 호칭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수진: 제가 의미를 담아서 짓는다면 ‘나무’로 불리고 싶어요. 청년들이 갑자기 연락이 끊기거나 사람 만나는 것을 무서워하게 되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희는 계속 이 자리 ‘청년, 공간’에 있으니 청년들이 연락이 안되다가도 다시 어려움이 있을 때 용기내서 연락할 수 있는 곳이 되는 것 같아요. 한결같이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보이지 않는 노숙, 노숙위기청년들을 만나고 잇는 일을 합니다
Q. 노숙, 노숙위기에 놓인 청년들은 어떤 청년들인가요?
수진: 가정폭력, 빈곤으로 집에서 나오는 탈가정 청년인 경우가 많아요. 보통 가정 내 불화가 있으면 어느정도 견디며 살지만, 노숙위기로 내몰리는 청년들은 대부분 가정 내에서 살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인 거죠. 나가야 되고 당장 머물 곳이 없고 그 상황에서 모든 어려움이 파생돼요.
영호: 탈가정도 포함해서 장기간 미취업, 열악한 근로환경, 질병, 정신건강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유로 노숙위기까지 내몰리는 것 같아요.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노숙위기청년은 이름처럼 안전한 공간이 없는 청년들이에요. 안전한 공간, 그리고 안전한 사람이 주변에 없어요.
Q. 노숙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실제 보이지는 않는 이유는 뭘까요?
수진: 흔히 노숙인이라고 생각하면 거리의 노숙을 생각하잖아요. 청년들은 노숙위기 상황이 되면 찜질방이나 PC방, 24시간 카페 이런 곳들을 이용하다보니 집이 없어도 거리에 있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거죠. 근데 그렇게 전전하다가 실제 거리 노숙 상황까지 가게 되기도 해요.
영호: 스스로 해결해보려고 정말 많이 애쓰다보니 더 안보이는 것 같아요. 생활비 대출 등 받을 수 있는 것들을 다 받고 그러다 감당이 되지 않을때 사채까지도 쓰게 되고요. 혼자 해결하려고 하다 결국 더 깊은 문제까지 빠지게 되는 거죠. 청년들이 빚에 허덕이는 순간까지 가지 않고, 좀 더 빠르게 만났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들이 많이 들어요.
Q. 청년들과의 동행, 어떤 동행인가요?
영호: 핸드폰, 신분증 등 아무것도 없이 긴급한 상황에서 온 청년들이 많아요. 한 청년이 동행 지원 중에 그러더라고요. “저는 유령인 줄 알았는데 유령에서 사람으로 돌아온 것 같아요.”라고요. 주민등록이 말소가 되어 있어서 함께 범칙금을 내고, 전입신고할 집을 찾아주고, 휴대폰을 개통하고 이 청년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것을 살려내는 과정부터 하는 거죠.
수진: 고시원이나 여러 방들이 사진으로 볼 때에는 괜찮아보이잖아요. 근데 막상 가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많거든요. 근데 또 위기상황에 있는 청년들이다보니 본인들에게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고시원도 방도 정말 많이 봤으니까 기준이 있잖아요. 그래서 “꼭 여기에서 머물러야 하는 건 아니에요. 다음 집도 보고 선택해도 돼요.”라고 많이 말해요. 선택지들을 많이 만들어주려고 해요. 그래야 더 나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조금이라도 더 만족할 수 있는 작은 요소들을 가질 수 있거든요.

Q. 청년들과 어떤 이야기들을 많이 하세요? 처음 만나서 어색하기도 할 것 같아요.
수진: 일상적인거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오늘 밥 뭐먹었는지 이런거요. 밥을 못 먹었거나 한 경우에는 같이 카페나 식당 같은데 가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게, 혹시 불편해하면 포장해주기도 하고요. 이렇게 걸으면서 이야기하면 또 더 편하게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영호: “아침에 눈을 떴는데 뭐가 달라지면 행복해졌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청년들에게 자주 하는 질문인데 그럼 로또 당첨 이런 거 이야기할 줄 알았거든요. 근데 지금 당장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더라구요. “배터리가 100% 충전되어 있는 핸드폰. 그리고 아침에 먹을 것이 있는 것들이 좀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요.”라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상인데 지금 당장 사는 것만 생각할 수가 없는 거죠. 당연한 일상이 해결되면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서 단계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 같아요. 멀지 않은 내일부터 함께 이야기 해나가는 것들요. 달라진 점들도 계속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수상한 중개인이 집을 연결하면, 집-이불-핸드폰-시계가 생겨요
집(돌아갈 곳)
하루를 마무리할 때 갈 수 있는 곳. 잠시 여행을 갔다가도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집이잖아요. 찜질방, PC방을 전전했던 청년들에게 고시원이 정말 좋은 집은 아니더라도 주거지로 확정하고 나면 그 날 돌아갈 곳이 생기는 거예요.
이불(잠을 잘 수 있는 곳)
집이라는 공간이 잠을 잘 잘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하는 거니까. 근데 또 이동해서 다닐 때에는 가지고 다닐 수가 없는, 그래서 집이 생기면 가장 먼저 사는 물건이 이불과 베개인 것 같아요. 이불과 베개를 시작으로 물건들이 하나씩 늘어나게 되는 것 같고요.
핸드폰(세상과의 연결)
청년들이 꼭 챙기는 것은 ‘핸드폰’이에요. 요금을 못내서 끊기더라도 세상과 나를 연결해주는 최소한의 도구니까요. 뭘 알아보려고 해도 핸드폰이 꼭 필요하잖아요. 예전처럼 공중전화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시계(누군가와의 약속)
한 청년이 저와 만나기로 한 날에 누군가와 시간 약속을 해본 적이 되게 오랜만이라고 했었거든요. 시간 약속을 한다는 건 관계, 연결이 생겼다는 말인 것 같아서 기억에 남습니다.
복덕방의 수수료 대신 남는 것 “지나가는 중인데 잠깐 들러도 되나요?”
Q. ‘아, 변화하고 있구나’ 싶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수진: 한 청년이 배달로 돈을 모으고,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보고 싶다고 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타일 기술 일을 배우고 있는데요. 보조이지만 성실하게 일하면서 얼굴도 되게 좋아졌어요. 어쩌면 현장일이 쉽지 않을 수 있는데 스스로 그런 일들을 찾고 하다보니 변화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처음에는 저희가 연락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근데 어느 시점부터는 청년들이 먼저 “지나가는 중인데 잠깐 들러도 되나요?” 이런 이야기도 하고 전화해서 궁금한 거 막 물어보고 그럴 때 이 공간이 이제 편하고 고민이 들 때 연락할 수 있게 된 곳이구나 느껴요. 마트에서 음료 2개 사서 오기도 하고 그러면 사오지 말라고 하면서도 그마음이 고맙더라고요.
Q. 청년들을 만나며 스스로 바뀐 생각이 있나요?
영호: 이 일을 시작하고 일주일만에 노숙에 대한 편견이 깨졌어요. 많은 사람들이 ‘노숙’하면 게으름, 실패 이런 단어를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도 안되는 상황들이 있구나를 많이 느껴요. 일을 하는데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살아온 삶에서 가족들이 빼앗아가고, 주위 사람들이 빼앗아 가고. 그런 좌절스러운 상황이요. 만약 내가 저 상황이었나면 살아갈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도 한 적이 있어요. 여기 온 청년들은 그럼에도 삶을 살아가기 위해 힘을 내서 온 거잖아요. 그리고 그렇게 더 나아지는 삶을 보면서 어쩌면 나보다 더 어른스럽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전하고 싶은 한 마디 : 010-4470-0526
Q. 마지막으로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한 마디 건넨다면?
영호: 010-4470-0526 청년 공간의 연락처에요. 딱 한 마디만 건넬 수 있다면 전화번호를 건네주고 싶어요. 우리가 전지전능한 사람들은 아닌데, 절대 아닌데요. ‘생명을 살렸네’ 싶은 일들이 있어요. 그만큼 주거위기상황의 청년들에게 최후의 보루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장마철이나 날이 추워지면 주말이든 밤이든 연락되는 수단을 꼭 끼고 있어요. 연락주세요!
수진: 연락하거나 지원하는 것도 어쩌면 큰 용기인 것 같아요. 그렇게 처음 용기내 선택을 해야 또 다른 결과와 기회들이 생기는 거니까. 쉽지 않겠지만 용기내서 연락 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요즘 장마철이라 땀도 많이 나고 비도 많이 오고 습하잖아요. 거점공간에 샤워시설, 갈아입을 수 있는 옷, 수건 등 바로바로 사용하실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야외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컨디션도 같이 체크하고요. 먹을 음식들, 냉동 식품들도 구비하고 있으니 청년들이 자주 올 수 있었으면 해요.

내일을 살아갈 청년들에게 집은 ‘당연한 것’이 되었으면
‘집’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말 집이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상상해보는 일은 드물었던 것 같아요. 어디가 되었든 집은 당연히 있는 공간이었으니까요. 김영호, 김수진 수상한 중개인의 이야기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노숙위기에 놓인 청년들의 삶을 잠시라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청년, 공간>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내는 든든한 나무처럼, 그 자리에 오래도록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언제든 위기에 내몰린 청년들이 찾을 수 있도록요.
<수상한 복덕방> 캠페인을 통해 모인 기부금은 노숙위기청년 등 주거사각지대를 지원하는데 쓰입니다. 내일을 살아갈 청년들에게 집은 ‘당연한 것’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전할 이야기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사진 공익마케팅팀 유화영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