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중개인을 찾아서 ② 남기철 배분위원장
수상한 복덕방엔 수상한 중개인이 있다!
여러분은 언제, 부동산에 가나요? 아마도 집이 필요할 때일 거예요. 그러나 부동산에 없는 매물이 필요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갓 태어난 아이와 엄마가 떠돌지 않고 잠들 수 있는 집, 보호종료가 없는 집, 가족이 헤어지지 않는 집... 세상에 없는 매물 말이죠.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이 있습니다. 주거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에게 집을 연결하기 위해 '수상한 복덕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곳을 지키며 청년들에게 집을 연계하는 '수상한 중개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지금 시작할게요!
수상한 복덕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늑하게 노란 조명이 켜진 이 곳에서 집이 필요한 사람들(손님)의 이야기와 집을 연결하는 사람들(중개인)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해요. 수상한 복덕방의 중개인 자리에는 매번 다른 사람들이 있는데요. 오늘은 두 번째 중개인 이야기입니다. 변화가 필요한 현장을 살피고, 지원사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심사하는 남기철 아름다운재단 배분위원장의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수상한 복덕방 중개인 ‘남기철’의 명함
| 남기철 불안이. 그래서 파워J로 미리미리 준비를 많이 하는 편. 수업 시간에 던질 농담도 미리 준비함. 학생들이 지어준 별명은 갓(GOD)임. |
Q. 먼저 별명으로 자기소개를 듣고 싶습니다. 교수님이시기도 하니 학생들이 지어준 별명도 좋습니다.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불안이’인 것 같아요. 불안함이 많다보니 여러 상황에 미리 신경쓰고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수업이 지루하면 일부러 잠도 깰겸 농담도 많이 하잖아요. 그럴 때 하는 농담까지 미리 준비해갑니다. 학생들 입장에서 재미가 없기도 하겠지만, 좋게 봐주는 학생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과분하지만 ‘갓(GOD)’이라고 표현해주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Q. 위원님께 집과 얽힌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첫 번째 집이 반지하였는데 비가 많이 와서 물이 가득 찼던 기억이 있어요. 반지하니까 허리까지 찼었죠. 냉장고가 물에 둥둥 뜨고, 진짜 위험했던 게 콘센트까지 물이 올라오니 셔터가 내려가요. 근데 그날따라 제가 깊게 잠이 들었던 거예요. 막 시끄럽고 요란한 소리에 깼을 때는 이미 물이 다 차 있었고 정전까지 되었었던 거죠. 그래도 제가 침대에 있었으니 정전이 된 게 다행일 정도였어요. 과거는 미화된다고 지금은 그저 해프닝이지만 이 시절의 집을 떠올리면 부동산의 개념보다는 안전하지 못한 집에서는 이렇구나를 알게 된 거예요. 요즘 날씨가 너무 덥거나 비가 많이 오면 집에만 있어도 안전한 공간에 있다는 기분. 그런 느낌이 있어요.
보이지 않는 노숙위기청년을 알고 지원을 연결하는 일
Q. 노숙복지 책도 쓰시고 관심분야가 명확하시더라구요. 노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90년대에 지역 자원봉사센터의 코디네이터였는데요. IMF 때 노숙인들을 상대로 자원봉사자가 많이 필요했는데 지원자가 너무 적다보니 현장에 가게 된 게 시작이었어요. 당시 노숙에 대한 제대로 된 글이 없었어요. 현장에서 보면 ‘거리에서 잔다’라는 것부터가 문제라는 걸 알게 되거든요. 찜질방이나 거리, 집이 아닌 곳에서 자고 일어났을 때 눈 앞으로 사람들이 발을 딛고 걸어다니잖아요. 불안정한 공간에서 쉴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 평소처럼 서로를 대하는게 미숙하고, 어려워지거든요. 그러다보니 ‘이 사람들은 이상해’라며 이상함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잠자리, 주거에 관한 문제라는 걸 강조해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논문을 쓰게 되고, 토론이나 세미나에 다니고, 더 공부하고 현장도 알게 되면서 꾸준히 관심이 깊어진 것 같아요.
Q. 노숙위기청년 이슈를 제안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사업 개발의 비하인드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노숙 관련 현장에 가보면 평균적으로 40-50대 후반 연령이 많아요. 그러다보니 청년들은 눈치도 많이 보고 프로그램 내용도 맞지 않는 거예요. 지원이 있다는 것도 잘 모르고, 있다는 걸 알아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노숙 위기에 놓인 청년들이 배제가 된다는 걸 현장에서 많이 듣고, 체감도 했죠. 좀 더 근본적으로 본다면 도시에서 주거여건을 만드는 것이 평범한 청년은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집값이 너무 올랐고, 청년들은 자산이 없고. 부모님에게 받기도 어렵고. 나중에 직업을 얻거나 기술을 배우거나 하려면 도시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데 점점 위험에 빠지는 청년들이 늘어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자들 중에서도 가끔 그런 경우들이 있고요. 대학을 이곳에서 나왔고 생활기반도 여기 있고, 기회도 여기에 있다보니 버티고 버티는 거예요. 등록금 대출 받고, 추가적인 대출도 받다보면 정말 아슬아슬해지는 거죠. 그러니까 청년 노숙이 아주 유별난게 아니라 멀쩡하게 대학 다니고 성실했던 보통의 청년들이 경계에 있게 되는 아슬아슬한 경우가 꽤 많더라고요. 청년에게 주거안전망이 필요한거죠. 제도적으로 경계에 있는 경우 공공지원이 닿기 어려워요. 이런 사각지대를 찾고 지원하는 일이 아름다운재단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기억에 남았던 청년이 있나요? 마음에 오래 남았던 청년이요.
10년도 조금 더 된 이야기인데 한 노숙 청년이 저에게 월급을 물어봤어요. “한 달에 120만 원 넘어가요?”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알고보니 120만원이 그 분이 노숙인 공공근로를 낮에 전일제로 참여하고, 밤에는 식당 대리운전까지 했을 때의 월 급여였던 거예요. 이렇게 안정적으로 급여가 생기면 조금씩 모아서 보증금을 마련해서 월세로 가고, 그 다음은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 몇 달이 안정적이지 못했던 거죠. 일하고 병원 한 번 가게 되면 또 없어지고, 그래서 쪽방에 살다가 길거리 노숙하다가 쪽방에 살다가 반복하니까 안정적인 주거 마련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이 분이 덧붙인 말도 아직 기억에 선한데, 길거리에 앉아서 지나다니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너무너무 신기하대요. 아무리해도 주거지를 마련해서 가족을 꾸려 생활한다는게 도저히 안 되는데 수없이 많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그걸 어떻게 하고 있을까 신기하다는 거예요. 분명 성실한 사회구성원이었고, 선하게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었거든요. 이건 진짜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아직도 그 120만 원을 물었던 질문이 기억에 남습니다.
Q. 위원님만의 질문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또는 심사할 때 꼭 하시는 말씀이 있나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 것 같으세요?”
어떤 부분이 현재 취약한지 알아보는 것도 있지만, 변화를 한 번 같이 생각해보고 싶어서 물어봐요. 기억에 남는 답변은 “어디갈 지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였어요. 밤에 잠자리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 매일매일이 아니더라도 매주마다 어떤 쉼터를 갈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지금 당장’을 고민하는 것도 굉장히 큰 일이겠다 싶더라고요. 이렇게 ‘지금 당장’을 고민하는 순간을 넘어서 다음을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복덕방 수수료 대신 남는 것 “다음을 계획할 수 있는 경험”
Q. 청년의 변화를 마주한 순간이 있었나요?
한 청년이 취업, 여러 실패가 있었고 당시 20-30만 원을 처음 빌렸던 게 신용 문제까지 된 거예요. 그 와중에 명의도용 피해로 서류상의 자동차까지 생겼어요. 그럼 위기상황임에도 기초생활수급도 받을 수 없거든요. 폐차를 해야하는데 폐차를 하려면 목돈이 필요하고 악순환이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만났으니 너무 우울하고 무기력했던 거죠. 근데 모든 걸 놓아버리던 청년이 주거지원 이후 표정이 밝아졌어요. 집을 꾸미고 뭘 좋아하는지 기쁘게 이야기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집이라는게 이런 의미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집이 정말 중요한게 공공임대주택 연계가 되고나면 직장 구하기도 훨씬 쉬워져요. 회사에서도 입사지원서를 볼 때 주소가 쉼터거나 쪽방이면 그걸 사유로 말하지는 않지만, 서류나 면접에서 보통 떨어져요. 근데 지금은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낙인이 많이 없어졌잖아요. 그래서 안정적인 주거만 있어도 경제활동 참여는 훨씬 좋아지고, 그 다음을 계속 계획해나갈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이런 경험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싶어요.
Q. 집이란 ___다로 표현해주세요.
저는 노숙위기청년하면 ‘민달팽이’가 떠올라요. 딱딱한 집이 없으니 연약해보이고 위험해보이잖아요. 그래서 집은 ‘안전망’인 것 같아요. 나를 놔버리고 편하고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그런 터전. 그게 없다면 24시간이 공공 생활인 것 같아요. 계속 신경쓰고 있어야 하고 불안하고. 그래서 집은 꼭 필요한 안전망이라고 생각해요.
노숙위기청년 주거지원사업은 안전할 수 있는 공간의 기회와 경험을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집을 사주는게 아니에요.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도록 다리의 역할을 하는 거죠. 혹시 시민 분들이 오해하지 않으셨음 해요. 현재 주거빈곤의 상황은 현장에서 감수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해요. 반지하를 없애는 정책이 아니라, 반지하에서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다리를 만드는 정책이 필요한 거죠.

나의 청년 시절을 떠올리며 공감하는 어른들이 많아지길
“청년이면 열심히 살면 다 되는건데 의지가 부족한 거 아니야?” 위기의 청년들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면 누군가에게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일 거예요. 그리고 이 말 앞에서 스스로를 자책하며 몰아세우고 있는 청년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집이란 안전망’이라는 것에 공감하는 사람, 구조적으로 청년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현 도시의 상황을 짚어주는 사람. 다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는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주거가 무너진 이 순간이 훗날 해프닝처럼 여길 수 있도록 다음 단계로 함께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수상한 복덕방> 캠페인을 통해 모인 기부금은 노숙위기청년 등 주거사각지대를 지원하는데 쓰입니다. 내일을 살아갈 청년들에게 집은 ‘최소한의 안전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전할 이야기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공익마케팅팀 유화영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