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人의 글] 내냥소(내 야옹이를 소개합니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아름다운재단 일꾼들 중에 유독 야옹이를 사랑하는 愛猫人이 많습니다. 집에서 야옹이를 다섯 마리나 키우는 간사도 있고, 사무실 근처에 적을 두고 있는 길냥이에게 매일 정성스럽게 사료를 제공하는 간사들 덕에 재단 뒷마당은 고양이 급식소로 변신, 사무실 베란다에 놓여진 상자텃밭은 어느덧 동네 길냥이들의 화장실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유기동물 보호활동지원사업(관련글 보기 click)담당자는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만담을 나눠보자는데 생각이 미쳤으니…. 드디어 지난 5월 16일 재단 설립 최초로 ‘애묘인모임’이 열렸으며, 공동의 관심사-야옹이-와 관련 폭풍 수다 후 못 다한 뒷얘기와 자신들이 애정하는 냥이를 맘껏 자랑질 하는 포스팅을 하나씩 쓰기로 약속! 야옹이를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일부러 시간 내 정성스레 글을 써준 애묘인 간사님들의 내냥소(내 야옹이를 소개합니다)칼럼, 여러분들께 하나씩 소개할까합니다. 이쁘게 봐주세요옹~!!  =^ㅅ^=

 

‘운명’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쓰는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저희 집 식구가 된 지 석달이 된 길고양이 ‘미고’에게도 이 ‘운명’이란 단어를 쓰고 싶어집니다. 눈을 감으면 그 우아한 자태가 절로 떠오르는 걸 보니 아마 제 눈 속에도 자리를 잡았나 봅니다.

미고는 길고양이로 태어났습니다. 아깽이(애묘인들이 새끼고양이를 부르는 말)때 어미가 버리고 간 것을 누군가 구조해 고양이 카페에서 맡아 기르고 있었습니다. 너무 어려 사료도 먹일 수 없어 분유를 먹이면서 기른 아이. 애교가 철철 넘치던 아이를 저의 지인이 입양해 키우다 사정상 다른 분에게 입양을 했지만 그 집에서도 원래 있던 고양이와 친해지지 못해 11개월이 되던 때에 저에게로 오게 된 겁니다. 늘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꿈이었지만 덜컥 맡아 기르게 된 고양이. 그것도 다 자란 커다란 고양이. 시작은 몹시 갑작스러웠습니다.

 

 

코리안 숏헤어 치즈태비 고양이 미고, 처음 데려오던 날 – 이동장 속에서 잔뜩 움츠러든 미고(우)

 

사실 미고 입장에선 첫 번째 가족에게 버림받고 가족이 두 번이나 바뀐 셈. 아기 때 귀엽고 애교 넘쳤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잔뜩 경계하는 통해 쓰다듬어주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수의사 선생님도 포기한 발톱깎기. 발톱깎기에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는 수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길어가는 발톱을 보면서 내가 정말 이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숱하게 물어봤습니다. 새로운 가족을 들이는 일은 그렇게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결국은 조금씩 가까워지도록 내가 좀 더 노력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싫어할 때 굳이 무리해서 쓰다듬으려 하지 않고 장난감으로 몇 시간씩 놀아주고 (당연히 못 알아듣지만) 꾸준히 말을 걸어주고.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미고는 어느날 갑자기 내 무릎에 올라오더니 곤히 잠이 들었습니다. 살면서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가슴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움직이면 깰까봐 사진도 못 찍고 그저 숨 죽여 잠든 모습을 마냥 바라보았습니다.

 

 

어린 시절 미고 – 만지던 보송보송 솜털이 막 묻어날 것 같은 모습이네요 ♡o♡

 

 

 

지금 미고는 까칠하고 도도한 말 그대로 고양이 그 자체입니다. 여전히 원하는 만큼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고 발톱 한번 깎으려면 전쟁을 치뤄야 합니다. 목욕은 꿈도 못 꾸고 물수건으로 닦아주는 정도지요. 그렇지만 저 멀리서 나를 향해 하는 것이 분명한 애교를 볼 때, 굳이 내가 보고 있는 티비를 가리며 그 앞에서 곤히 잠이 들 때, 캣타워에 올라 창밖을 멍 때리고 쳐다보고 있을 때 등등 매 순간 웃음과 기쁨을 줍니다.

미고가 유난히 애교가 없는 것 같다고 미고를 처음 입양한 지인에게 말했습니다. 이 지인은 미고를 데려와 분유를 먹여가며 몇 달을 키웠는데 그땐 애교가 철철 넘쳤더랍니다. 부러워하는 제게 지인은 오히려 이렇게 말했습니다.

“애교를 부리면 사람들이 먹을 걸 준다는 걸 알고 그렇게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어. 우리 집에 와서도 그렇게 애교를 많이 부려서 개냥이가 될 것 같아 좀 걱정했는데 너 이야기를 들으니 고양이다워지는 것 같아 안심이야. 이제 미고도 점점 안정을 찾아가나봐.”

라고 말입니다.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도도하게~ 무한 매력을 발산하는 고양이 ‘미고’

 

미고는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아이입니다. 길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이한다는 건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아픈 상처, 아픈 기억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와 미고가 더욱 끈끈한 가족이 되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당연한 일일겁니다. 하지만 이젠 힘들거나 고민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기꺼이 받아들일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까요. 무엇보다 미고는 정말 너무 무지막지하게 예쁩니다. 그저 건강하게 오래오래 제 곁에 있어줬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고양이를 좋아하고 한번 키워보고자 하는 꿈이 있다면, 길고양이는 어떠세요? 동물 보호소에, 고양이를 임시 보호하고 있는 어느 까페에, 어느 집에 당신의 운명같은 가족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길고양이의 상처를 보듬으며 당신이 가지고 있을 상처도 다독여주는 건 어떨까요?


아름다운재단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함께 ‘길고양이 무료 TNR지원(자세히보기 click)’을 진행중입니다. 길고양이들의 중성화 수술 지원 및 길고양이들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예방백신, 귀청소, 구강검진 및 치료, 수술기간 중 입원까지 무료로 지원합니다. 아울러 ‘카라의료봉사대(자세히보기 click) 활동을 통해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보호받고 있는 고양이들에게도 동일한 보살핌을 제공합니다.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사업에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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