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소년이 부릅니다. ‘장가갈 수 있을까’

요즘 ‘전월세대란’은 어디서든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신문, 방송, 포털사이트 등 매체를 가릴 것 없이 치솟는 전세 값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대체 얼마나 올랐기에 이 난리인지 확인하기 위해 정보를 찾아보니, 서울의 아파트값은 평당 896만원으로 불과 1년 사이에 6% 정도 올랐다고 한다. 이전에도 전세값이 지속적으로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6%란 숫자는 정말로 커 보인다. 저금리 시대의 지속으로 집주인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세입자는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된다고 예측할 때, 이 기세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세입자는 치솟는 전세값과 매월 지출해야하는 월세 부담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버리게 된 것이다.

나 역시도 곧 결혼적령기에 진입할 총각이기에 아파트발 전세 광풍이 거대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결혼하면 어딘가에 살림을 꾸리긴 해야 할텐데, 아파트부터 시작해 빌라, 다세대 주택의 전세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연애, 취업, 출산을 포기하고 사는 청년층을 가리키는 신조어인 3포세대의 주요한 원인은 집 문제인 것 같다. 나 역시 전세값이 오르는 현 상황을 타계할 뾰족한 해결책이 없기에 얼마 전에 들었던 인디밴드 ‘커피소년’의 노래가 뇌리에 강하게 박힌 것 같다. ‘장가갈 수 있을까 장가갈 수 있을까 남들처럼 그렇게 장가갈 수 있을까’라는 가사가.  

서울 아파트값 평당 896만원, 1년 사이 6% 올라

임대아파트

민간시장이 이렇다 보니 안정적인 조건에서 거주할 수 있는 임대 아파트 당첨을 로또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로또 한 번 잡아보겠다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가보니 열기와 정보량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임대 아파트마저도 버거워하는 집단이 있는데, 이들은 수입이 거의 없다시피한 소년소녀가장들이다. 이미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체납료가 200만원 이상 쌓여 퇴거위기에 놓인 소년소녀가정이 한 둘이 아니라는 상황이 이를 증명해준다. 주변시세보다 몇배나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좋은 조건에서도 빚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굴레에 이 아이들은 왜 빠지게 됐을까? 사실 매우 간단하다. 아이들은 돈을 벌 수 없는 학생의 신분에서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20만원 남짓한 임대료와 관리비도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현재 아름다운재단의 ‘소년소녀 주거지원사업’은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소년소녀가정의 문제를 돕고자, 매년 100가정을 선발해 1년간 임대비와 관리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을 통해 아이들이 주거비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났다는 사례보고에 뿌듯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들을 감싸는 문제가 단순히 주거비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고친 아버지가 구속된 경우, 바람 피고 어머니가 도망간 경우, 부모에게 버려져 동생과 살아야하는 경우 등 단순히 주거비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아이들의 사례에 좌절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궁핍과 배제라는 원투펀치

얼마 전에 주거지원 가정을 방문하기 위해 임대 아파트에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 일반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를 경계 짓는 높이 10m의 거대한 벽을 본 순간, 나는 서류에서 보았던 문제 외의 다른 어려움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이 벽은 임대 아파트에 모여 사는 가난한 자들을 일반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한 거대한 장벽이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 주체적으로 임대 아파트에 들어가 사는 성인의 경우 이 장벽에 대한 내성이 있겠지만, 부모의 돌봄 없이 홀로 살아가야 하는 소년소녀가장들은 많은 상처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같은 건설사에서 지은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이지만, 장벽 너머 옆동에 있는 아파트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멀리 떨어진 일반 아파트 단지 입구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같으면서도 다른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구조를 가슴으로 느끼고 있을 것 같다. 무엇이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 정확히는 모를지라도.

공간과 공간을 분리하는 장벽

 

서류에서 보았던 ‘경제적 궁핍’과 실제 거주공간에서의 ‘사회적 배제’라는 난관을 아이들이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쉽지 않겠지만 나는 가능할 수 있으리라 본다. 사회가 함께 도와준다는 전제가 있을 경우에 말이다. 


 

아름다운재단의 사회적 약자 지원영역인 ‘사회적돌봄’이 바라보는 복지는 “사회로 부터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이며, 주거권, 건강권, 교육문화권, 생계권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지향을 담은 ‘소년소녀가정 주거지원’은 한국사회복지관협회와 협력하여 소년소녀가장이 안전한 주거공간에 거주할 수 있도록 임대비와 관리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소년소녀가장들의 안전한 주거를 확보하는 일차 목적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소년소녀가장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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