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 배분팀 4인은 2013 변화의 시나리오 인큐베이팅 선정단체 <지리산커뮤니티 이음(異音)> 을 방문하러 먼 길을 나섰다. 대중교통으로 가기엔 너무나 험난한 곳이기에 차를 운전해서 갔다. 다섯 시간 정도 달리니 우리는 지리산 속 작은 마을(남원시 산내면)에 도착했다. 지리산이라고 하여,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잔다고 하여 나는 삽짝문을 열면 꼬불꼬불 산길이 나오는 곳을 상상했다. 하지만 이곳은 면소재지로서 아담한 시골 마을이지만 면사무소, 우체국, 새마을금고, 농협 등등이 다 있는 마을이었다! ^^

입구에 주렁주렁 열린 감이 시선을 끈다

 

도착 후 바로 선정된 단체분들과 미팅을 하고 장시간 이동으로 지친 우리의 피로를 녹여줄 숙소 구경을 하러 갔다. 바로 ‘감꽃홍시’라는 이름도 예쁜 게스트하우스! 이곳은 <지리산문화공간 토닥>과 제휴/협력 관계인 게스트하우스이다. 왜 감꽃홍시인고 했더니 들어가는 입구 고목 나무에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린 감의 자태로 ‘아하!’

감꽃홍시의 핸드메이드 간판 자태

 

자세히 보니 풀네임은 ‘5월감꽃 10월홍시’ 참으로 센스 넘치는 이름과 간판이다. 안으로 쏙 들어가보니 마당에 작은 텃밭과 화단을 둘러싸고 본채, 구들방, 가족방, 문간방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큰 한옥 집이었다. 요즘은 시골을 가도 한옥 보기 어려운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쓩 날아간 느낌이 들었다. 

너무 아기자기 예쁜 텃밭과 화단

 

차방이 따로 있어서 차 한잔 하며 비치된 책과 만화책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좋은 곳에서 하루 밤만 자고 간다는게 너무 아쉬워서 ‘월차를 낼까 ….’라는 생각도 ㅎㅎ
 
<지리산문화공간 토닥> 선생님께서 따뜻하게 군불을 때 주셨다. ‘아…. 장작 타는 냄새 너무 좋아요! ‘ 선생님 덕분에 우리는 따뜻한, 아니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구들이 너무 잘 깔려있어서 아침까지 식을 줄을 몰랐다. ㅎㅎ 우리는 이 대목에서 온돌의 우수성을 느끼게 된다!!

아, 얼마만인가. 가마솥과 아궁이!

 

우리는 저녁식사를 마친 후 맥주와 주전부리를 사들고 주방 옆 야외식당에서 두런 두런 얘기를 나누었다. 문이 없이 트인 공간이지만 대나무로 장식된 외벽이 참 멋스러운 공간이었다. 이 공간을 꾸민 분의 센스를 엿볼 수 있었다.

장소는 지리산 한 가운데 있는 한옥 고택. 시간은 밤 10시 경. 식당에서 한 잔씩 기울이며 얘기 나누고 있던 찰나, 부스럭부스럭 뭔가 소리가 났다. 그날 투숙객은 우리만 있었는데, 대체 누규? 잠시 후 소리의 주인공은 열린 창을 통해 급 등장했다.

어머, 야! 깜짝 놀랐잖아~

 

하얀 바탕에 까만 얼룩이 있는 야옹이. 우리가 먹고 있는 안주를 보더니 코를 벌름거린다. 안주라곤 바나나킥에 천하장사 소시지 하나. 바나나킥은 외면하길래 하나 있는 소시지를 작게 잘라 감질맛 나게 투척해 주었다.

아참, 우리에겐 비장의 간식 군고구마도 있었다!!
군불이 꺼져 갈 무렵 아궁이에 고구마를 넣어놨더니 너무 맛난 군고구마로 변신! (고구마를 꺼낸 시점에 화장실에 간 모 간사는 하마터면 못 먹을 뻔 했다는) 하지만 군고구마는 야옹이의 식성은 자극하지 않는가 보다. 조금 던져줬는데 먹질 않았다. ‘얘야, 요즘은 채식이 대세란다.’

황토벽에 그려진 밤친구 야옹이의 자태

 

아침에 일어났더니, 간밤에 우리의 안주를 뺏어먹은 야옹이의 정체가 확인되었다. 그냥 동네 야옹인지 알았더니 대문 옆 공간에 야옹이 그림이 그려져 있다. ‘혹시 이 야옹이 감꽃홍시 터줏대감인가? ㅎㅎ’ 
      
아침에 일어나 동네 산책 한 바퀴 다녀오기로 했다. 뚝방길을 따가 조금 걸어가면 ‘실상사’라는 유명한 고사(古寺)가 나온다 해서 그쪽으로 향했다. 숙소를 나온지 2분 정도 됐으려나. 거짓말처럼 우리 눈 앞에 지리산이 우뚝 서있다.

눈앞에 나타난 지리산의 위엄!

 

거미줄 사이에 송송 맺힌 아침 이슬이 신선하다. 지리산에 와 있다는 게 실감되는 순간이다.
신선한 기분이 up되면서 갑자기 없던 동심이 마구 샘솟았다.

 “아침이슬 몰래 촉촉 내려 풀잎사귀 반짝 비칠 때 처마끝 참새들 모여서 노래해 랄라라랄라라 랄라라랄라 랄라라랄라라 랄라라라”(평소에는 온전히 정신줄 붙들고 사는 사람….. 심한 디스는 참아주십사ㅋ)

이렇게 아름다운 거미줄 아트를 보았는가!

 

편도 30분, 왕복 약 1시간 정도 되는 산책길이었지만 맑은 물 졸졸 흐르는 뚝방을 따라, 지리산을 친구 삼아 걷다 보니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산책 후, 꿈 같은 1박2일을 마무리하고 우리는 감꽃홍시를 나왔다. 기념으로 감꽃홍시의 상징(?)인 감도 몇 개 따왔다. (서리(?)는 아니구…선생님이 허락하셨 ㅋ) 서울로 오는 길. 장시간 여행으로 몸은 피곤했지만 고향에 갔다 온 것처럼 맘은 참 포근했다. 이게 다 지리산의 힘이렸다. 

대롱대롱 감 매달고 서울로 향하는 길

 

지리산 둘레길 가시는 분들, 심신이 피로하여 산속에서 며칠 푹 쉬었으면 좋겠다 하시는 분들, 여름휴가 때 어디 갈지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 고향이 딱히 없어 고향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분들. 이분들께 지리산 게스트하우스 감꽃홍시를 추천한다. 누군가에겐 조용하고 편안한 숙소로, 멋진 휴가지로 또 누군가에겐 고향과 같이 정겹게 다가올 것이다. 일단 가보시면 이곳을 추천한 저에게 감사의 쪽지라도 보내고 싶어질 것이나, 저는 쪽지보다 지역 특산물 택배를 좋아한다는 점을 살짝 귀띔하며 엉성한 글을 급 마무리한다. 

P.S. 내 정신좀 보소. ‘감꽃홍시’ 자랑에 정신이 없어 휘릭 넘어갔지만, 출장의 本 목적이었던 2013 변화의 시나리오 인큐베이팅 선정단체 <지리산커뮤니티 이음(異音) click> 과의 미팅도 잘 마쳤다. ‘감꽃홍시’의 일부 공간을 개조해 <지리산커뮤니티 이음(異音)> 사무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란다. 이곳이 지리산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공동체적 활동의 메카(Mecca)가 되리라.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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