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은 청소년이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을 꿈꾸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해 청소년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6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이하 청자발)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직접 전하는 우리가 만든 변화! 우리의 변화 이야기 – 2016년 청자발 참가모둠 <나다wom>의 활동 후기를 소개합니다.

혜민의 활동 후기

언제까지나 <나다wom>을 부탁해!

언제까지나 <나다wom>을 부탁해! (사진 제공: 나다wom)

안녕하세요! 나다wom 편집위원 혜민입니다^^ 저는 2014년에 교육공동체 나다를 통해 나다wom을 알게 됐는데요. 지난 1년간 우리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간단한 소개와 소감을 들려드릴게요~

우선 저희가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고자 하는 인문학 잡지라는 건 알고 계시죠? 청소년에게 인문학이란,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다wom이 말하는 인문학은 철학자나 어떤 사상을 배우는 것이 아닌 실제 청소년들의 삶을 통해 인문학적 삶을 고민해보는 거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어렵지 않고, ‘아무나 읽을 수 있는’ 인문학 잡지라고 부르는 것이죠!!

먼저 공부모임! 나다wom의 구성원들이 더욱 풍부한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공부를 했어요. 나다wom에 꼭 필요한 성교육과 청소년 인권, 책 읽고 세미나를 하는 등 공부모임을 통해 저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가치관을 확립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저로 들자면, 비인가 대안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이고, 비싼 등록금을 낼 수 있는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빈곤 청소년들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들이 나라면 하지 않아도 될 고민들을 일상적으로 하면서 살아간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정한 규칙이 나를 얼마나 억압하고 있었는지 깨닫고, 미래를 위해 자라는 청소년이 아닌 현재를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앞으로 더 많은 공부모임을 통해 청소년에게 도움이 되는 잡지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잡지배포 활동을 했는데요. 많은 청소년에게 무료로! 잡지를 나눠줄 수 있어서 뿌듯한 마음과 잡지를 받아보는 입장에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나다wom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잡지인데요. 그 이유는 인지도가 낮기도 하고, 소량인쇄하기 때문에 다른 잡지에 비해 비싼 편이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이 직접 읽기까지 무리가 있었거든요. 앞으로 나다wom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서 도서관에도 배치되고 정말 아무나 볼 수 있는 인문학 잡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나다wom 영화제! 개인적으로 올해 했던 활동 중에 제일 재밌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직접 영화를 선정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영화상영 공간을 꾸미고, 진행했기 때문이죠! 영화제에서 가장 좋은 점은 우리 취향의 영화를 좋은 사람들과 같이 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해요! 이날 정말 많은 사람이 나다wom 영화제를 방문하셨고, 나다wom 편집위원들이 준비한 GV(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알차고 유익한 시간이 되었답니다~

마지막으로 거리 캠페인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13호 <소녀를 위로해줘> 특집을 준비할 때 청소년들에게 ‘성차별을 받아본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과 기타 들어봤던 성차별적인 말을 모았는데요. 생각보다 차별받지 않는다는 답변이 많이 나와서 의아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이미 성차별이 익숙하기 때문에 그게 차별인지 모른다는 말이 저에게 정말 와 닿았던 것 같아요.

하나 더! 아름다운재단 활동기간이 끝난 이후에 집회참여를 했어요! 저희가 직접 만든 손피켓과 나다wom 잡지 과월호를 집회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나누어 주는 이벤트를 했습니다~!! 집회에 참여한 많은 청소년이 저희 활동에 흥미를 보였고, 손피켓을 들고 서있는 내내 나다wom을 읽고 있는 청소년을 마주치기도 했습니다. 뿌듯뿌듯! 

물론 지난 1년 동안의 나다wom 활동을 돌아보면 앞서 설명한 이야기 말고도 훨씬 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우리가 잡지를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지만, 이제는 굳이 잡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얼굴 보고 노는 날이 더 많아졌습니다. 어떤 공동체이든 간에 중요한 건 사람이 목적이 되어야 하고, 관계가 만들어져야 그 다음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서로 관계 맺고 이야기 나누는 것 하나가 나다wom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1년 동안 고생한 나다wom에게 이제는 아주 친해졌으니 잡지를 열심히 만들어보자고 말하고 싶네요^^ 살아남아라 나다wom! 퍼져나가라 나다wom! 공부하라 나다wom 거리로 나가라 나다wom!!

– 혜민 (나다wom 편집위원)

청소년들이 직접 만드는, 아무나 볼 수 있는 인문학 잡지 <나다wom>

청소년들이 직접 만드는, 아무나 볼 수 있는 인문학 잡지 <나다wom> (자료 제공: 나다wom)

규원의 활동 후기

시간이 정말 빠르다. 지원 사업을 시작했을 때 나는 일반고에 다니는 여고생이었고 지금은 내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자퇴생이다. 나다wom을 시작한 지도 1년이 넘었다. 특히 올해는 지원 사업을 시작하면서 잡지를 만드는 일 이외의 활동들을 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공부 모임이다. 성교육 때는 내가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게 많았다. 나는 면 생리대랑 탐폰까지는 대충 알고 있었는데 생리컵은 처음 들어봤다. 들어보니까 엄청 편할 것 같아서 나도 써보고 싶었다. 또 피임뿐만 아니라 성병 예방을 위해서도 콘돔을 써야 한다는 것도. 그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밝히기 부끄럽다(ㅋㅋㅋㅋㅋㅋㅋ) 호기심과 변태를 했을 때는 성에 대해 말하는 것이 금기시되어있다는 것과 성 소수자 차별 얘기를 했는데 그게 공감이 되었고, 그런 얘기들도 다음에 특집으로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권 때는 내가 인권 감수성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고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체벌하고 두발 규제 같은 거 할 때, 뭔가 아닌 거 같긴 한데 찍힐까 봐 무섭기도 하고 선생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어서 그냥 하라는 대로 했지만, 선생님들의 말이 어떻게 반인권적이고 모순적인지 들으니까 신기하고 속 시원했다. 페미니즘도 인권 때랑 마찬가지로 공감되고 속 시원했던 것 같다. 특히 최근에 나온 여성청소년 차별 특집을 만드는 데 페미니즘 공부 모임이 도움이 많이 됐다. 개편과 함께 독자들에게 호평을 많이 받은 특집이었는데, 나도 그때 글을 많이 써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특집인 것 같다.

나다wom 잡지 배포를 하면서는 내가 아는 단체가 나다wom말고는 많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예전에 다녔던 학교 선생님이 나다wom에 실린 내 글을 다 읽으셨다고, 글 잘 쓴다고 칭찬해주셔서 부끄러웠다.

영화제 때는 준비가 늦어져서 부랴부랴 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도 많이 오고 대성공이었던 것 같다. 내가 영화제에서 맡았던 건 <서프러제트> GV랑 행사 시간표 만드는 거랑 GV 속기 치는 것 등등이었는데 처음에는 <서프러제트>가 여성 참정권 영화라서 뭔가 쩡열이 일부러 여성 청소년인 나랑 혜민이한테 맡긴 것 같았다. 부담스럽기도 하고 제일 어려워 보이긴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GV 중에선 우리가 제일 잘한 것 같다! ㅋㅋ <서프러제트> GV를 하려고 관련 기사랑 리뷰 글을 많이 찾아본 게 도움이 되었고, 현장에서도 저항과 페미니즘이라는 키워드로 준비한 이야깃거리들을 떨지 않고 잘했다. 무엇보다 관객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셔서 나중에는 시간이 모자랄 만큼 꽉 찬 GV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올해는 집회를 참 많이 갔다. 거기에서 나다wom 잡지 배포도 하고, 이번 특집에 쓸 청소년 인터뷰도 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까지 짚어주는 그런 답변을 받았을 때는 항상 놀라고 보람을 느낀다. 이렇게 돌이켜보니 1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내년에도 올해처럼만 하면 나날이 발전하는 나다wom이 되지 않을까 싶다.

– 규원 (나다wom 편집위원)

청소년인권과 페미니즘을 주제로 총 13회의 공부 모임을 진행했다

청소년인권과 페미니즘을 주제로 총 13회의 공부 모임을 진행했다 (사진 제공: 나다wom)

희진의 활동 후기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의지충만해서 뽜이아! 다 해버리겠어! 이런 느낌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일을 하기 시작해서 중요한 행사에 거의 참석하지 못했어요. ㅠㅠ 그래도 영화제는 꼭 같이하고 싶어서 부랴부랴 전날에 합류했어요. 제가 없는 사이에 나다wom이 너무 열심히 영화제를 준비했더라고요. 그래서 1차 감동 먹고, 영화제 진행되는 거 보면서 2차 감동 먹고! 사실 저는 영화를 보고 나서 떠오르는 생각들이 많이 없거든요. 1차원적인 생각에 그친달까? 슬프다. 재밌다. 뭐 이런 것들이요ㅋㅋ 근데 영화제를 하면서 좋았던 건 여러 사람이 모이니까 같은 영화를 보고도 너무 다양한 얘깃거리들이 나오는 거예요. 평소엔 영화 보면서 떠오른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다녀도 말로 정리하기가 어려웠는데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서 정리하니까 도움이 되더라고요.

영화제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영화랑 GV는 <바그다드 카페>랑 <서프러제트>에요. <바그다드 카페>는 보다가 잠깐 졸기도 했지만ㅋㅋ 나중에 GV 할 때 “나는 영화 캐릭터 중 어떤 캐릭터인 것 같은가?”라는 질문이 좋았어요. 나는 어떤 캐릭터인지 고민하면서 대입해보는 것도 재밌었고, 다른 사람들은 왜 그 캐릭터를 골랐는지 들어보는 것도 재밌었어요. <서프러제트>는 영화도 재밌었지만, GV가 더 기억에 남아요. 혜민이와 규원이가 열심히 사람들에게 대답을 끌어내려고 무지 노력한 게 보였거든요. ㅋㅋ GV 할 때 어떤 분이 여성인권을 다룬 영화에서조차 모성애가 빠지지 않는 점이 기억에 남았다는 얘기를 했는데, 저는 영화 보면서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라 신기했어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내 또래 친구들을 만난 거랑 내 친구들에게 나다wom을 소개할 수 있던 거였어요. 나다wom은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존재거든요ㅋㅋ 계획했던 밤새 영화 보기는 너무 졸려서 실패했지만 나름 매우 성공적이었던 영화제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올해에는 나다wom이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풍족하게 놀고먹고 배우고 활동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어요.

– 희진 (나다wom 편집위원)

미선의 활동 후기

저는 곧 고3이 될 나다wom 편집위원 미선입니다. 아름다운재단 지원사업에 선정된 후, 반년 동안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해보며 바쁘게 달려온 것 같습니다. 우리가 처음으로 뜻을 모아 진행한 공부 모임, 나다wom 잡지 배포, 영화제, 거리 캠페인까지. 처음이라 미흡한 점도 있었겠지만, 잘해낸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뿌듯하고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그런 활동을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몰라서 더 아쉬운 것 같네요.

우리가 처음으로 했던 활동은 공부 모임이었는데요. 공부 모임을 통해 해당 주제에 대해 아는 게 많아지고, 청소년 활동가다운 깊은 생각을 하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지 않았나… 앞으로도 세미나를 계속하여 어렵고 유익한 책을 읽어보고, 똑똑한 편집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겠다. 그리고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정치에 귀를 기울이면 진짜 어려운 말도 막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한해 활동 중에서 가장 준비도 많이 했고, 큰 행사였던 영화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영화제는 작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두 가지 영화를 한 번에 상영하고, 포토존도 만들어서 좋은 추억을 만들기도 하고, 간단한 간식거리를 많이 준비했습니다.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GV 시간을 마련하여 영화 속 주제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과 더 깊은 생각들을 나누었습니다. 영화제를 하면서 느낀 건 좋은 영화일수록 아무 생각 없이 보지 말고, 그 영화 속에서 지금 우리 사회와 연관 지어보기도 하고, 더 많은 걸 느끼고 생각해봐야겠다는 겁니다. 영화 속에서 아무 의미도 찾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때 본 영화들이 지금도 많이 기억나는 것도, 어쩌면 영화를 보면서 나만의 생각들과 의미를 갖게 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저는 <바그다드 카페>와 <서프러제트>, <마음이 외치고 싶어 해>라는 영화가 계속 생각나고 몇몇 장면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네요.

올해는 나다wom의 현장리포트라는 코너를 위해 거리에 나가 캠페인도 하고, 시위에도 많이 나갔습니다. 사무실에 모여서 회의나 공부 모임이나 글을 쓰는 것뿐 아니라, 직접 거리로 나가서 활동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아직은 처음 본 청소년들에게 말을 걸고 뭔가를 부탁하는 게 어려워서 많이 도움이 되진 못했지만, 거리에 나갈 용기가 생겼습니다. 편집위원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위에서 하라는 대로 하고,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가만히 공부나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다wom 덕분에 친구들하고도 정치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청소년들에 대한 어른들이 만든 편견들을 깨버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지원 덕분에 더 다양하고 새로운 활동들을 많이 해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일 년 동안 나다wom도 꾸준히 좋은 잡지로 발전하고 있어서 너무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 미선 (나다wom 편집위원)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자! <나다wom>의 목소리를 전하는 직접행동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자! <나다wom>의 목소리를 전하는 직접행동 (사진 제공: 나다wom)

한새의 활동 후기

올해 초에는 뭔가 기운이 넘치는 느낌이었다. 전교조 참교육 실천대회 청소년 활동가 마당에 참여해서 홍보도 하고, 후원회원도 모으고, 그것 외에도 좀 뭔가 밖에서 여기저기 홍보를 하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나다wom 안에서도 지원사업 받을 생각을 하니 이것도 하자! 저것도 하자! 해서 설명하기 힘든 어떤 에너지 같은 것이 넘치는 느낌이었다. 정말 많은 것을 하자고 계획해서 실제로 정말 많은 것을 해낸 한 해였다.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긴 했지만, 한 해가 지나고 보니 어떻게 어떻게 하자고 했던 것들을 거의 다 한 것 같다. 영화제, 공부 모임 등 새롭게 해보자고 했던 일들도 해냈고, 조금씩 늦어지긴 했지만, 나다wom 12, 13호도 성공적으로 나왔고, 13호의 개편도 멋지게 됐다. 그리고 나다wom 발행이 늦어져 시간이 촉박한 와중에 MT도 즐겁게 갔다 왔다! 그렇게 거의 모든 걸 다 해내고 지금은 조금 진이 빠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이렇게 한 해를 보냈다.

그 내용을 좀 더 상세히 말해보면, 공부 모임을 격주로 진행했다. 자료를 가지고 내부 구성원끼리 성교육을 하기도 하고,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는 세미나를 하기도 했고, 외부 강사를 초청해서 강의를 듣기도 했다. <페미니즘의 도전> 세미나에서 인권이 충돌하는 이유가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가 동질적이지 않기 때문이고, 그럴 때 기준이 되는 인권의 개념 자체가 수정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외부 강사 초청강의도 재밌었는데, 그중에서 <인권교육센터 들>의 활동가 한낱의 강의가 기억에 남는다. 청소년 인권, 장애 인권, 여성인권, 노동인권 등을 다루는 강의로 내용이 알차고 재미있었다. 강사는 여러 가지 힘든 직업과 관련된 사진을 보여주고 누가 더 힘들 것 같은지 물어보았는데, 누가 더 힘든지 따지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반인권적인 사람과의 면담 같은 상황극도 했는데, 꼰대같은 연기를 너무 소름 끼치게 잘하셔서 뭔가 정말 압도당하는 느낌도 들고, 반박하기도 힘들었다. 그런 상황을 마주했을 때는 진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생기기도 했다.

실제로 고1 때, 먹을 것도 주지 않고 강제로 밤 10시까지 학교에 남긴 담임에게 항의 전화를 한 건으로 교감한테 불려가서 별소리도 못하고 듣고만 나왔던 기억이 나기도 했다. 앞으로 또 그런 상황을 마주했을 때, 또 아무 소리도 못 할 것 같은 나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어찌 됐든 저런 상황이 일어났을 때, 내가 잘못한 게 아니란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 같고, 그것만으로도 이전보단 더 주눅 들지 않고 할 말을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나름 올해 가장 새롭다! 올해라서 한다(?) 생각한 영화제. 짧은 준비 기간 동안 다들 굉장한 능력을 발휘하여(본인 제외) 기대 이상의 아주아주 멋진 영화제를 만들었다. 나도 편집위원 박씨와 함께 <지옥이 뭐가 나빠>라는 영화의 GV를 맡아서 했다. 우리 영화의 관객이 가장 적었고, 그로 인해 준비해 온 예상 질문의 답변이 거의 의미 없게 되었다. 순발력이 떨어진 나는 거의 아무 대답도 못 했지만, 관객으로 참여한 다른 편집위원들과 박씨 덕에 대화가 굉장히 스무스하게 진행되어 정말 다행이었다. 아무튼, 영화제도 기대 이상이었고 정말 즐거웠다.

암튼 주절주절 쓰게 된 것 같다. 내가 제일 안 바쁜데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한다고 해놓고 늦거나 못한 일도 많다. 그래서 참 미안했다. 모두가 바빠지기도 해서 왠지 더 미안했다. 올해 초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에너지를 다 써버린 건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재미는 있었지만, 왠지 이 다음이 걱정되는 순간이 왔다. 잠깐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 한새 (나다wom 편집위원)

정인의 활동 후기

어느새 한 해가 다 갔다. 늘 그렇지만 이맘때가 되면 시간이 빠르다고 느낀다. 늘 다사다난하고 일이 많았다고 생각하지만, 올해는 유독 그렇다. 나다wom이 아름다운재단 지원사업을 시작할 때 즈음 취직을 했고 여러 가지 일들을 벌였다. 처음에는 잘해야지 했는데 막상 하고 보니 제대로 일정하나 맞추기도 쉽지 않아서 허덕거렸다. 일과 병행하다 보니 하반기에는 제대로 한 일보다 하지 못한 일들이 많다. 미안한 마음이 앞서지만 그래도 아름다운재단 지원사업을 하면서 진행했던 일들은 모두 재미있었다.

여성주의는 언제나 공부하고 싶은 주제였다. 다른 나다wom 구성원들도 관심이 높았고,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이 주제로 나다wom을 만들고 싶었었다. 그러려면 조금 더 공부해야 했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더욱 공부 모임이 반가웠다. 일반 학교와 대안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아보긴 했지만, 굉장히 보편적이고 하나마나한 것들이 많았다. 교사와 학생 모두 성을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하여 숨기기에 바빴고 쉬쉬했다. 언제나 누군가가 얘기하고 나는 그냥 그걸 듣는 입장이었다. 한 번도 성에 대해서 친구들과 제대로 얘기해 본 적이 없다. 이를테면 생리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어떤 것이 폭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지.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공부 모임은 중요한 자리였다.

한편 영화제는 하고 싶었던 일이기도 하고, 많이 기대도 했었지만, 걱정이 앞섰다. 실제로 일들은 밀렸고 준비도 계획대로 잘되지 않았다. 폭풍처럼 몰아쳐서 준비했던 것 같다. 많이 서툰 자리였지만 많은 사람이 와주었다. 반가운 사람들도 많았다. 그 사람들에게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영화들을 보여주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들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생각보다 더 즐거워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그 외에도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통해서 나다wom이 했던 일들은 많다. 거리로 나가기도 했고, 무료로 나다wom을 배포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우리가 만든 것들을 전했다(결국 이걸 다 해냈다는 것이 놀랍다). 어쨌든 우리의 목소리가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지 않았을까. 애쓴 다른 모든 사람 모두 고생했음!

– 정인 (나다wom 편집위원)

성현의 활동 후기

나는 비교적 늦게 <나다wom>에 합류했다. 다들 가난해서 돈도 없고, 지치고, 나가는 돈도 많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같이 밥을 먹고, 좀처럼 끝나지 않는 회의와 아이디어 구상(떠드는 게 반이지만)을 하는 시간은 학교를 나와 우왕좌왕하고 있던 나에게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아름다운재단에 지원사업 신청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사실 반신반의했다. 우리가 해왔던 대로 하면 돈을 지원해준단다. 도대체 왜? 누가? 처음에는 ‘에이~ 되겠냐.’ 싶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지원사업에 선정되었을 때 다들 굉장히 기뻐했다. ‘이게 팀이구나.’ 하는 마음, 같이 뭉쳐지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지원사업 선정 이후 크게 바뀐 점은 없다. 매주 모여 회의를 하고, 공부하고, 책을 읽고 세미나를 하며 우리가 해왔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활동을 했다. 물론 이전보다는 세세하고 탄탄하게 구성하며 했지만 말이다.

특히 공부 모임과 영화제는 나에게 크게 남는다. 우선 공부 모임.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편집위원들의 지식이 당연히 빠질 수가 없다. 물론 나다wom은 전문적인 지식보단 청소년의 피부에 와 닿는 얘기들이 주가 되지만, 잡지의 특집을 구성하며 이야깃거리들을 만들어내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강사를 초청해서 강의를 듣고, 우리가 직접 공부할 것들을 준비하기도 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 모임을 이어나갔다.

두 번째로 영화제는 이번 년도 중에 가장 의미 있었던 행사였다. 원래 내 삶에 영화제란 단순한 구경거리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제는 다 같이 밤을 새우며 행사 기획 및 준비를 했기 때문인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그저 구경만 하는 영화제랑은 달랐다. 직접 내가 영화를 보고 행사에 참여한 관객들과 GV를 하면서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고, 나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라 나다wom 멤버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 크게 다가왔다. 영화제 행사 장소를 꾸미고, 관객에게 판매할 주먹밥, 레모네이드 등을 만들고, 이런 것들이 별거 아니게 보일 수 있지만 즐거웠다. 정말 즐거웠다.

아마 아름다운 재단의 지원을 받지 않았어도 우린 비슷하게 지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분명히 우리의 의욕이 증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성현 (나다wom 편집위원)

정열음 멘토의 후기

2013년, 처음 잡지를 만들 때만 해도 나다wom의 편집위원은 청소년기를 막 벗어난 사람들뿐이었다. 그것도 고작 셋. 우리는 법적으론 청소년이 아니었지만(물론 만 24세로 한다면 청소년일 수도 있겠다), 청소년 인권 활동을 해왔고 어른보단 청소년의 맘이 훨씬 더 이해가 갔다. 그래서 청소년 잡지를 만들고 싶었다. 필터를 거치지 않은 청소년들의 가장 솔직한 이야기와 청소년의 입장에서 인문학적으로 세상을 비판하는 그런 이야기를 담는. 그러던 나다wom을 함께하는 사람이 하나둘 불어나더니 13명이 함께 하는 지금까지 와버렸다. 다시 생각해도 참 놀랍고 고마운 일이다.

한 해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보고서를 쓰고 나니 못다 한 말들이 너무 많다. 여기 멘토의 후기를 쓰라기에 생각하다 보니 사실 나는 10대 때 아름다운재단의 <청소년자발적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의 ‘모난 라디오’와 ‘저공비행’의 참가자였다는 게 떠오른다. 그런데 내가 멘토를 하게 될 줄이야. 물론 명예 멘토 같은 거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부끄럽다. 늘 참가 청소년으로서 활동후기를 썼는데, 멘토의 활동후기는 뭐가 달라야 하나 걱정도 되고 어렵다. 나다wom 애들에게 쓰는 편지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 그냥 너희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작년 말 늘어난 인원으로 복닥복닥 신나게 놀고, 내년에는 우리 잡지 만들기 말고 더 재밌는 것들을 해보자! 라는 의기투합으로 2016년은 정초부터 참 바쁜 한 해였어. 우리는 뭐가 뭔지도 잘 모르지만, 돈을 모아보자고 결심했어. 우리가 암만 해봤자 돈을 벌어낼 수는 없으니 우리의 활동을 후원할 사람들을 찾아내자고 생각하고 후원자를 모았지. 1월 초, 한참 춥고 눈 내리던 때 피켓과 후원지를 바리바리 싸들고 청소년 활동가 대회에 참가했지. 쉬는 시간마다 같은 장소에서 참교육 실천 대회를 하던 전교조 교사들을 향해 ‘청소년이 직접 만드는 잡지 나다wom입니다!’하고 꽁꽁 언 손을 호호 불며 소리쳤어. 그때 우리는 추웠지만 추운 줄 몰랐던 것 같아. 우리를 응원하며 멋진 활동 계속해나가라며 후원자가 되어줬던 사람들이 있어서 까르르 거리며 기뻐했으니까.

우리가 하는 일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는 기분에, 우리가 하는 일을 응원받는 기분에 다들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해. 꽤 많은 후원자를 모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운영비가 다 모이지 않아 회의를 하며 지원사업을 알아보다가 ‘아름다운재단’을 알게 되었지. 지원신청서를 내기 전, 함께 각오를 다졌던 시간도 떠올라. ‘어차피 우리가 하겠다고 했던 일이지만, 이 모든 일을 하려면 꽤 힘이 들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을까?’ 물었을 때, 다들 우선 신청하고 보자고 했지. 지원사업에 덜컥 붙었을 때, 연초의 들뜸이 이어져 다들 잔뜩 신이 나 했는데. 면접과 발표 준비한다고 둘러앉아 연습하고 낄낄거리던 것도 참 재밌었는데. 그치? 우리가 같이 모여서 뭔가 한다는 게 다들 으쓱으쓱했던 그 느낌이 참 좋았어.

막상 계획했던 일을 시작하면서는 공부 모임마다 읽어야 할 책과 준비할 내용의 부담에 다들 허덕이기 시작했던 것도 기억나. 그런데도 참 꾸역꾸역 다 모였네. 나는 사실 같이 공부한 시간이 제일 좋았어. 잡지 특집 회의를 할 때마다, 주제를 정하고 기획을 꾸리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아는 게 더 있는 사람만 말을 했잖아. 같은 이해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나가는 게 아닌, 시간에 맞추려다 보니 아는 사람들이 설명하고, 나머지는 따라오는 시간이 더 많았잖아. 나는 그게 늘 속상했어. 계속 이렇게 하다 보면 너희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 하게 되는 거 아닐까? 그리고 혹시 더 안답시고 나이 든 애들이 독재를 펼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걱정도 들고. 우리 너무 내용이 없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물론 우리는 똑똑해야 할 수 있는 게 아닌 ‘아무나 볼 수 있는’ 인문학 잡지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인문학 잡지지만, 이만큼 우리가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 같이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이 생기더라고.

여성 청소년이 많은 나다wom 특성상 성교육은 꼭 하고 싶었는데 그걸 했던 게 참 뿌듯해. 우리도 여러 사람이 모인 만큼 생각하지 못하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대비하고, 우리가 각자의 일상에서 처하게 될지 모르는 폭력에 대해 미리 이야기해 볼 수 있다는 건 참 다행이었어. 뭐 다들 어떻게 남았을지는 모르지만 하하. 청소년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잡지인 만큼 청소년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도 우리가 해야 할 큰 숙제를 한 기분이었어. 이미 청소년은 이래야 한다는 ‘당연’의 세계를 살아온 우리니까. 꽤 어려웠던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도 꼬박꼬박 발제 준비해오고, 책 읽어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아주 기뻤는데 헤헤. 공부 모임이 다룬 주제가 어렵고 복잡해도 언젠가 써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10대 여성 특집팀이 우리가 한 공부를 너무나 잘 써먹어서 정말 신이 났던 것 같아. 미리 공부하고 이야기한 시간이 있으니까 훨씬 풍부한 이야기를 기획으로 풀어낼 수 있었잖아. 그러니까 우리 앞으로도 공부 열심히 하자 하하(싫어도 하자). 영화제를 할 때도 <서프러제트> GV는 더 오래 공부한 만큼 이야기를 너희 걸로 소화시켜 진행해서 더 잘 됐다고 생각했어(물론 다른 것도 잘했어!).

일을 벌이고, 에너지를 불사르고, 하얗게 타버리는 나를 한심하게 여기지 않고, 옆을 지켜주는 너희가 있어서 참 고마웠어. 요즘 듣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어. “이런 나와 늘 함께해주는 네게 / 난 항상 기대지 못할 좁은 마음만 보이고 / 뜨겁게 널 사랑한다 말하지만 / 정작 따뜻하진 못하고” 그냥 이게 내 마음 같았어. 좁은 마음만 보이고 따뜻하진 못했던 것 같아서.

나 사실, 너희가 공부 모임 할 때도, 잡지를 만들 때도, 영화제를 할 때도 하나같이 애쓴 거 다 알아. 각자 사는 게 힘들었던 것도 알아. 그래서 미안하고 고마워. 나다wom을 함께 끌어안고 걸어오기 위해 애썼어. 빡세고 바빠서 작년만큼 맘껏 놀지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참 잘 놀아 그치. 그렇게 놀면서 웃으면서 일까지 하느라 고생했어 하하. 막바지에는 참 지쳤었는데, 다 끝나고 돌아보니까 우리 좀 잘한 거 같아. 아프고 지쳐서 떨어져 나가지 않을 만큼만 열심히 한 거 같아. 이제 내년은 어떻게 될까 걱정도 되는데, 올해 복작복작 함께 해왔던 시간이 있으니까 또 잘 될 거라고 믿어. 같이 모여서 낄낄거리다 보면 또 뭐라도 하겠지. 경험이 쌓였으니까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졌겠지. 정말 수고했어. 많이 사랑해. 내년에도 잘 부탁해 🙂

– 정열음 (교육공동체 나다 활동가)

 

[2016년 나다wom 활동스케치 및 참가자인터뷰 보기]▶ https://beautifulfund.org/23225

 

글 | 허그림 간사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