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나리오] 이름으로 진행되는 여러 사업 중에서 유일하게 활동가 개인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2002년부터 매년 진행하는 ‘활동가 재충전 (휴식/해외연수) 지원사업’으로 활동가 스스로 쉼과 회복을 위해 기획한 재충전의 기회를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6 변화의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해외연수부문 지원사업]은 2014년에 신설되었으며 소속된 단체에서 활동하는 이슈와 관련하여 해외 단체 또는 지역탐방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2016년에는 총 7팀 27명의 활동가가 선정되어 해외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최인자 님은(사)환경정의 이경석님,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박수미 님과 함께 화학물질 저감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미국 NGO와 연구기관을 방문하였습니다. 미국 탐방기와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한국사회를 희망하는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해외연수부문 지원사업 - 미국 NGO 및 연구기관 탐방기 (출처: 최인자)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해외연수부문 지원사업 – 미국 NGO 및 연구기관 탐방기 (출처-최인자 님)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어서 “또 이 이야기야? 이제 그만하지…” 생각하시는 분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세계 어디에도 유래 없는 생활용품 유해물질 피해 사례로, 아마 100년 200년이 지나더라도 전 세계의 교과서에 실려 화학물질 관리 사례로 배우고 또 배우면서 계속 이야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대형 참사를 겪은 나라답지 않게 아직도 화학물질 관리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기업 비밀이란 이유로 공장이나 생활용품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유해 정보들이 숨겨지고 있고, 대체 기술이 없다는 이유로 유해한 화학물질이 계속 사용되고 있다. 언제쯤 우리는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에서 살 수 있을까?

이런 고민에 지난 6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발암물질국민행동), 환경정의 등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고민하는 다양한 단체들이 모여 미국 NGO와 연구기관을 탐방하고 돌아왔다. 세계화된 시장으로 인하여 이미 독성화학물질 저감에 대한 노력은 국가의 차원을 넘어서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민단체나 정부, 기업의 수준은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나 문제제기 보다는 아직 해외 동향에 따라 움직이는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부터 미국에서는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첫 번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분이다.
기업은 소비자와 노동자, 그리고 환경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의무가 있다. 물론 돈을 버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을 용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좀 특이했던 것은 미국은 이런 사회적 책임을 생산기업뿐 아니라 유통기업에게도 요구하고 있는 것인데, 우리가 생활용품을 가장 많이 구매 할 곳이 대형마트인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대형유통 업체는 단순히 한두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생산 기업이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다 보니 사용되는 화학물질도 많다. 그래서 100여 종 이상의 위험한 물질 목록을 선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대체 물질로 교체하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또한 해당하는 물질을 표기하거나 없애는 제조사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화학물질 저감에 대한 노력이 생산 기업에 확산되면서 복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업체의 노력이 사회 변화를 이끄는 방법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부의 역할이다.
유해한 화학물질의 저감이 기업의 노력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은 당연히 기술 개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우리나라처럼 과도한 규제라고 아우성을 칠 것이고 거대한 기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로비를 벌여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보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의 편을 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에서 한발 멀어지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고 제도를 만들어 내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미국의 제도를 간단히 살펴보자. 1) 우선 기업은 화학물질 저감에 대한 자발적 계획을 정부에 제출한다. 2) 그럼 정부와 전문가는 중소기업과 시민들의 요청을 받아 다양한 대체물질 연구 정보를 생산하고 3) 이를 다시 기업에 전달하여 화학물질 저감 방법을 제시한다. 4) 물론 연구를 위해선 큰 비용이 필요하고 비용은 기업들이 부담한다. 한 기업에서 막대한 연구비를 대는 것은 힘들어도 적은 금액을 모아 목돈을 만들기는 쉬울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15일 Toxic Use Reduction Institutes, TURI ; 매사추세츠 대학에 위치한 화학물질 사용 저감 연구소이다. 세탁소에서 사용되는 세제까지 연구해서 대안을 공유한다니 부럽기도 하다. (출처-최인자 님)

6월 15일 Toxic Use Reduction Institutes, TURI ; 매사추세츠 대학에 위치한 화학물질 사용 저감 연구소이다. 세탁소에서 사용되는 세제까지 연구해서 대안을 공유한다니 부럽기도 하다. (출처-최인자 님)

세 번째는 시민사회의 역할이다.
화학물질로 인한 시민의 피해는 여러 방식으로 나타난다. 생활용품에서 직접나타 나기도 하고, 집주변의 공장에서 노출되기도 하고, 직장에서 일하면서도 일어난다. 이런 다양한 피해를 시민들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유해물질에 대한 정보는 너무 어려워 스스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하지만, 누구를 찾아가고, 누구와 이야기해야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처음부터 막막하다.

그래서 다양한 네트워크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이런 경험들의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속적인 운동으로 남아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일 수 있다. 누군가 화학물질로 인한 문제 해결에 대한 상황별, 단계별 가이드라인을 주고 교육도 해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또 미리 다양한 전문가의 네트워크를 마련해두고 상황에 맞게 찾아볼 수 있다면 문제 해결이 더 쉽지 않을까?

6월 13일 Silent Spring Institute ;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그 침묵의 봄 연구소이다. 연구를 주로 하는 연구소이지만 별도의 소통팀이 있을 만큼 연구 결과의 공유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식이 어느 집단이 아니라 모두에게 공유될 수 있다면 좋겠다. (출처-최인자 님)

6월 13일 Silent Spring Institute ;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그 침묵의 봄 연구소이다. 연구를 주로 하는 연구소이지만 별도의 소통팀이 있을 만큼 연구 결과의 공유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식이 어느 집단이 아니라 모두에게 공유될 수 있다면 좋겠다. (출처-최인자 님)

6월 14일 Toxics Action Center ; 책상에 놓인 책자는 모두 가이드북이다.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가 일어났을 때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을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다. (출처-최인자 님)

6월 14일 Toxics Action Center ; 책상에 놓인 책자는 모두 가이드북이다.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가 일어났을 때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을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다. (출처-최인자 님)

6.14 MassCOSH; 비정규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의 안전 보건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어떻게 보면 노동단체이다. 하지만 이들은 노동자의 문제를 아이들의 건강과 환경 문제로 확장하여 생각하였다. 학교에서 안전한 세척제 사용을 요구하고 위험한 지역에 학교 설립을 하지 못하게 하는 성과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출처-최인자 님)

6.14 MassCOSH; 비정규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의 안전 보건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어떻게 보면 노동단체이다. 하지만 이들은 노동자의 문제를 아이들의 건강과 환경 문제로 확장하여 생각하였다. 학교에서 안전한 세척제 사용을 요구하고 위험한 지역에 학교 설립을 하지 못하게 하는 성과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최인자 님)

독성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한국 사회의 노력은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화학물질 관련 연구나 운동의 주제는 해외 동향에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운동들이 사회 전체의 경험이 되고 공유되면서 확산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느끼게 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단체 활동가 네트워크를 만들어내고 우리의 활동과 해외의 다양한 사례들이 함께 공유되고 활용되면 안전한 사회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글ㅣ사진  최인자 (원진재단부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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