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변시 이야기-기존연속 3년차]

2013년 변화의 시나리오 수행 단체 중 3년차 마지막 사업을 진행한 단체들이 있습니다. 총 9개 단체가 그러한데요. 이 단체들은 ‘2010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2011, 2012, 2013 총 3년 동안 연속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2013년 마지막 해 사업을 진행한 단체들의 사업 결과를 소개합니다.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이하 국제민주연대)3년간 해외진출 한국 기업의 인권침해 문제 여론화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한국 원양어선에서 일하다가 인권침해를 당한 인도네시아 선원 초청, 필리핀 한국기업 필스전의 피해 노동자 초청사업, 국내 여론 환기 등의 활동이 그것인데요. 이를 통해 전반적으로 한국 사회에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문제 및 제도적 대안마련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고 한국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연대가 조직되었으나, 이러한 관심을 제도적 대안 마련으로 끌고 나가야 하는 숙제는 계속 남아 있습니다.

변화의 시나리오 사업을 통해 국제민주연대가 해왔던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대응활동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 단체의 역량 강화와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평가해주셨네요.


 

아시아 12개국의 25개 노동조합과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다국적기업감시네트워크는 아시아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해서 공동 대응하고자 만든 네트워크로 2002년부터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국제민주연대와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네트워크에서는 2005년부터 삼성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삼성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처럼 무노조 경영을 아시아 지역에서 관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는 삼성이라고 하면 좋은 직장의 대명사처럼 여겨졌지만 2007년의 고 황유미님의 죽음 이후에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노동자들이 직업병을 얻어서 어린나이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이럴진대,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지 않을까라고 고민하게 되었고 기존의 노동조합 관련된 조사에 더해서 직업병 관련한 연구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인도에서는 삼성 공장에서 가스가 누출되어 수 십명의 노동자가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선 삼성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4명이 폐렴으로 사망한 사실이 밝혀 졌구요. 베트남에서는 여성 노동자들이 유산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공장을 그만두는 사례가 속속 보고 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노동조합이 힘들게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기 일보직전 까지 갔다가 갑자기 노동자들이 노조설립을 포기했다는 후일담 역시, 한국에서는 별로 놀랍지도 않은 일입니다.

어쨌든 이런 일들이 드러났고 이런 사례들이 모인 책이 2013년 12월 6일 발간되었습니다. 제목은 “전자산업에서의 노동권: 삼성전자와 삼성의 아시아 공급망에서의 노동자들의 투쟁 사례연구”입니다.

아시아 각국의 노동활동가들과 연구자들이 참여한 이 책이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것에는 역설적으로 한국에서 삼성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직업병 피해자와 가족들, 그리고 무노조 신화 삼성과 싸우고 있는 삼성 에버랜드,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들의 싸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직업병을 인정하지 않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한혜경님의 어머님이 보고서의 표지에 실리셨는데 주인공을 직접 만난 것도 한국을 찾은 보람이었을 겁니다.

(좌) 삼성 본관 앞 기자회견 (우) 보고서 표지의 주인공인 삼성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님의 어머니

[사진] (좌) 삼성 본관 앞 기자회견 (우) 보고서 표지의 주인공인 삼성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님의 어머니

 

한창 추웠던 12월 9일에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홍콩에서 온 활동가들이 삼성 본관 앞 기자회견에 참여하였습니다.

따뜻한 나라에서 온 활동가들이다보니 한국의 칼바람 부는 추운 날씨가 적응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기자회견장 한편에서 비닐만 덮고 있는 고 최종범 열사의 부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미리, 한국에서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려고 하다가 탄압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종범 열사의 이야기를 해주긴 했지만 실제로 그 추운날씨에 농성하고 있는 모습을 본 아시아 참가자들은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춥지 않은지 몇 번 씩 물어봐도 애써 괜찮다고 이야기 하는 걸 보면 그렇다고 짐작 됩니다.

12월 10일에 있었던 삼성 노동인권지킴이 출범식에 참가한 아시아 지역 활동가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국회의원부터 시작해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 자리도 자리였지만 흥겹게 삼바 춤을 추면서 출범식을 진행하는 모습은 그들에게 조금은 신기하게 보였나 봅니다. 같이 삼바 춤도 즉석에서 배우고, ‘삼성’을 ‘바꾸자’라는 의미로 삼바춤을 춘다는 설명에 함께 “쌈바!”라고 외쳐 주었습니다.

리본까지 묶고 절정의 귀여움을 과시한 인도에서 온 Surendra 활동가

[사진] 리본까지 묶고 절정의 귀여움을 과시한 인도에서 온 Surendra 활동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출범식이 끝나고 인근 감자탕 집에서 뒤풀이를 하는데 정말 맛있게 소주에 감자탕을 흡입하는 활동가들을 보면서 정말 좋았습니다. (이건 비밀인데 돼지고기를 안 먹는 무슬림인 인도네시아 활동가도 맛나게 감자탕을 잘 드셨습니다. 아마도 소주의 힘이었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이건 아주 예외적인 경우이니 무슬림에게는 함부로 감자탕을 권해서는 아니 됩니다!)

그런데 정말 감동스러웠던 순간이 있습니다. 뒤풀이가 끝나고 헤어질 무렵에 고 최종범 열사 영정이 담긴 피켓을 들고 오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 인도네시아 활동가가 저에게 최종범 열사를 위해서 무슬림만의 특별한 예를 표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당연 그래도 된다고 하자, 정말로 경건하게 고 최종범 열사의 명복을 비는 의식을 오랫동안 해주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눈물이 나는 걸 꾹 참느라 고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활동가 초청 프로그램에서 정말 마음에 남는 분이 계십니다. 중국에서 온 활동가인데요. 이분은 현재 중국 현지에서 삼성공장을 상대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활동가입니다. 정말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까지 오셨습니다. 행여나 신원이 드러날까 이 분은 삼성 본관 앞 기자회견 때도 멀리 떨어져서 구경만 하셔야 했고 기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오지도 못하셨습니다. 하지만 직접 삼성의 나라, 한국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삼성을 상대로 싸우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힘을 얻으셨다고 합니다. 부디 무사히 중국에서 활동하시기를 기원합니다.

12월 11일 같은 경우에는 아침 일찍 종로 숙소에서 출발하여 강남 삼성 본관 앞 기자회견을 갔다가 또 급하게 시청역 토론회 장소로 이동하느라 점심은 샌드위치로 때웠습니다. 그리고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다시 삼성본관 앞으로 이동하여 고 최종범 열사 추모 촛불문화제에 함께 하였습니다. 추위에 벌벌 떨며 배도 많이 고팠을 텐데 인도에서 온 Surendra씨는 저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비로소 자기는 왜 삼성을 상대로 한 싸움이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말입니다. 그 추웠던 12월의 밤에, 멀리 아시아 곳곳에서 찾아온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었던 삼성전자 서비스 지회 노조 분들을 비롯하여 유가족 분들에게 이들이 함께함이 큰 힘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4박 5일 동안 함께 하다가 그새 정이 들어 헤어질 때는 왠지 울컥해집니다. 처음으로 눈이 오는 걸 보았다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활동가들의 환한 웃음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그렇게 아름답지만 소중한 기억으로 삼성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는 싸움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도합니다.

글/사진 :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는 인종, 종교, 성, 민족을 뛰어넘어 모든 사람들이 인간으로서의 소중한 권리를 존중받고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있어 작은 밀알이 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2000년 2월에 창립한 단체입니다. http://www.khi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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