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변시 이야기-기존연속 3년차]

2013년 변화의 시나리오 수행 단체 중 3년차 마지막 사업을 진행한 단체들이 있습니다. 총 9개 단체가 그러한데요. 이 단체들은 ‘2010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2011, 2012, 2013 총 3년 동안 연속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2013년 마지막 해 사업을 진행한 단체들의 사업 결과를 소개합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HIV/AIDS 감염인들의 자긍심 증진과 그들이 속한 공간 / 공동체의 변화, 주변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자립 활동 기반 마련을 목적으로 3년간의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3년간의 지속적인 사업 수행을 통해 청소년 성소수자, HIV/AIDS감염인 등 당사자들의 목소리들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였고, 완성도 높은 인권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교육의 확장성을 꾀할 수 있었다고 평가해주셨습니다. 또한 유일한 오프라인 모임,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놀터’의 기회를 마련하였고, 전시와 인터뷰 등 새로운 실험을 통해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도화지 위에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잘 몰랐습니다. 다만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HIV/AIDS감염인처럼 성소수자들 가운데서도 차별과 낙인에 더 노출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이름이 ‘핑크트라이앵글 : 가장 낮은 곳에서 들리는 무지개 하모니’입니다.  

핑크트라이앵글은 나치즘으로 인해 희생당한 성소수자들의 상징이고, 성소수자들이 그 낙인과 차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긍심 증진이라는 큰 목표 아래 무지개 하모니가 더 넓은 세상에 울려 퍼져 나가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이미 마련된 밥상모임에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와 인연을 맺고 떨리는 손으로 그림을 그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마저 조심스러웠지만 ‘뭐라도 그릴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모이면 안 될 게 없다’는 생각으로 지난 3년 동안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해 왔던 거 같습니다. 아쉬운 사업들도 있었고 성과를 남겨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야 할 사업들도 있습니다. 모든 게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3년의 활동은 늘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유일한 오프라인 모임인 <무지개학교 놀토반>과 2012년부터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여름도시캠프 <얼음땡>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많게는 40명이 넘는 인원이 인권교육 프로그램 시간을 찾았고 이곳에서 또래친구들을 만나고 어울렸습니다. 정체성을 고민했던 순간은 잠시 잊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 덕분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011년, 20명의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했던 <작은 무지개들의 비밀일기> 프로젝트는 여전히 기념비적인 자료로 남아 있습니다. 그들의 숨소리, 웃음소리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이 기억이 납니다.

청소년 동성애자 故 육우당을 기억하는 마음으로 4월이 되면 거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웅크리고 있는 게 아니라 더 당당히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내 잘못이 아니라 성소수자들의 삶을 삐딱한 바라보는 시선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기 위해 2011년, 2012년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으로, 2013년은 시청 대한문 앞으로 나섰습니다. 또한 2013년 처음으로 진행된 청소년 성소수자 또래상담 교육을 이수한 20명의 청소년들이 더 많은 곳에서 고민해결사로 나서길 기대합니다. 

2011년, 성소수자 에이즈, 그 달관의 경지 Zaps for PL 이라는 전시가 열렸습니다.

에이즈라는 질병과 성소수자라는 불편한 만남이었지만 에이즈라는 주제로 했던 최초의 미술전시는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풀 수 없을 만큼 꼬여버린 실타래의 끝을 찾기 위한 노력들 고민들도 여전히 생생합니다. 이 고민들은 2012년 <살롱 드 에이즈>라는 인권교육 프로그램으로 나아갔고, 2013년 남성 동성애자 감염인 인터뷰 시도로 이어졌습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이들의 이야기들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료를 발간하는 것이었습니다. 자료발간은 활동결과이기도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프로젝트 성과를 나누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2011년 <작은 무지개들의 비밀일기> 청소년 인터뷰 자료집과 <Zaps for PL> 도록집이 발간되었고 2012년에는 <어렵지 않게 시작하는 성소수자 인권교육> 자료와 에이즈, 다르게 생각하기 시리즈 자료 <HIV/AIDS 관련기관, 감염인 자조모임 인터뷰를 통해 본 감염인 인권과 복지의 현실> 등을 제작하였습니다. 2013년에는 2년에 걸쳐 진행된 살롱 드 에이즈 인권교육 프로그램북 <RECIPE>와 6명의 <남성 동성애자 감염인 인터뷰 자료집>, <청소년 성소수자 또래상담 교육자료집> 등을 발간했습니다.   

교육자료집과 살롱 드 에이즈 교육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함께했던 사람들이 기억이 많이 납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사람들도 있고 안부가 궁금한 이들도 있습니다.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만난 사람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HIV/AIDS 감염인분들. 캠페인을 할 때 기꺼이 손을 잡아 준 거리의 시민들. 어쩌면 이들과 함께하며 더 많이 성장했고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을 부담이 아니라 조금은 기쁘게 받아 안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3년 프로젝트는 모두 마무리되었지만 무지개 하모니를 이룰 우리의 활동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3년 활동을 통해 남은 가장 큰 성과는 “사람”입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HIV/AIDS 감염인들과 독립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소중한 씨앗들을 만났고, 이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오프라인 모임을 더 확대하기 위한 기획을 하고 있고 HIV/AIDS인권팀에 참여하는 회원들은 <살롱 드 에이즈>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과 다양한 세미나 등을 통해 질적 성장을 이루려고 합니다.

아무것도 없었던 도화지에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아름다운재단이 앞으로도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해 줄 것이라고 믿고 그림을 함께 그려준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기부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글/사진 : 정욜 (동성애자인권연대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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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인권연대는 1997년 대학동성애자인권연합으로 출발하여 1998년 단체명을 변경한 이래로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성소수자 인권단체입니다.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인터섹슈얼 등 성적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성소수자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이성애자들도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활동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만큼 성정체성, 성별, 나이, 학력, 질병유무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원들 모두 서로에 대한 존중과 스스로의 인권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http://www.lgbtprid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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