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2016년의 변화의 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켜 왔을까요? [2016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B 지원사업]을 통해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를 공유합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는 한국-중국-멕시코 활동가들과 함께하는 Joint Feminism School 프로젝트를 통해 참여하는 국가별 활동가들이 다양한 포럼과 강좌를 경험함으로써 지구지역적 액티미즘의 시각과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글로컬 페미니즘 학교를 진행하였습니다.

한국-중국-멕시코 활동가들이 함께한
국가폭력 증언대회 & 액티비즘 공동포럼, 그리고 공동 페미니즘학교 이야기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는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을 통해 2016년 7월 9일부터 15일까지 ‘한국-중국-멕시코 국가폭력 증언대회와 공동포럼’, ‘한국-중국-멕시코 공동 페미니즘학교’를 진행하였습니다. 지역과 국경, 연령,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 장애 여부 등 다양한 조건들을 넘어 서로에게 따뜻한 연대를 전하고, 열정적으로 토론하며 함께했던 6박 7일을 순간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한국, 중국, 멕시코 국가폭력 증언대회 & 지구지역 액티비즘 포럼

국가폭력증언대회&지구지역액티비즘포럼

국가폭력 증언대회 & 지구지역 액티비즘 포럼 <사진제공 :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먼저 7월 9일과 10일에는 ‘한국, 중국, 멕시코 국가폭력 증언대회 &지구지역 액티비즘 포럼’이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이 행사는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가 행사 취지에 뜻을 함께하시면서 공동주최로 진행되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국가 폭력 상황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생생한 증언이 이어지면서 공감도 깊어졌습니다. 중국∙멕시코 활동가들은 10년 넘게 싸워온 밀양 투쟁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멕시코 활동가들은 특히 세월호 가족 분들의 투쟁에 함께 분노하고 공감했습니다. 멕시코의 지역 시범학교 43명 실종사건 가족들 역시 2년 넘게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처럼 정부의 책임 회피와 탄압 속에서 말입니다.

한국의 활동가들도 중국의 심각한 상황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활동가들의 SNS까지 일상적으로 감시하며 구금이나 이동 제한, 협박 등을 일삼는 상황이었습니다. 활동가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애인까지 소환해 조사했고, 심지어 인권 활동가를 옹호하던 변호사까지 실종∙감시∙구금을 당했습니다. Wei Tingting은 성관계까지 묻는 경찰의 취조, 화장실과 샤워실까지 투명 유리로 되어있는 구금 시설에 대해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같은 억압 때문에 많은 단체들이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이어서 둘째 날인 10일에는 각 사건의 구조적 배경, 구체적 맥락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국가의 폭력과 탄압은 한국과 너무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메뉴얼이라도 공유하는 모양입니다. 예를 들면 멕시코의 전략은 이런 것들입니다. 공공장소에서 집회 못 하도록 문화행사로 선점하기, 활동가에 대한 범죄화, 미디어를 이용한 오명 씌우기, 언론 검열과 폐지, 체포∙구타∙학대, 여성에 대한 성폭력, 군대 개입… 멕시코에서는 최근 언론인들의 실종이나 사망 사건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고 입니다.

고통스러운 증언을 들으면서 참 많이 울었지만, 서로에게 건네는 연대와 용기의 말들에 다시 힘을 받기도 했습니다. 국가폭력에 맞서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는 사람으로서, 우리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어디서든 비슷하게 서로 연결된 상황 속에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뒷풀이 자리에서 중국 활동가 Huaying은 세월호 가족협의회 분들의 손을 잡고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활동하는 문화행동 그룹에서 만든 목걸이를 나누어 드렸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학생들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받으며 더 깊은 연대의 정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특히 밀양 어르신들을 배웅할 때의 장면이 기억납니다. 어르신들은 중국∙멕시코 활동가들의 손을 잡고 안아주시면서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는 여성들이니까”, “우리 여자들은 강하다”, “힘을 냅시다”라는 말씀을 해주습니다. 그 모습은 어떤 페미니스트 운동 현장보다 강렬했습니다.

국가폭력증언대회&지구지역액티비즘포럼

국가폭력 증언대회 & 지구지역 액티비즘 포럼 <사진제공 :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 중국, 멕시코 활동가들의 공동 페미니즘학교

이틀 간의 포럼을 마치고 11일부터는 바로 이어서 ‘공동 페미니즘학교’가 진행되었습니다. 첫 날 오후에 자기 소개 시간을 가졌는요. 의외로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기 소개를 하면서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었고 왜 페미니즘학교에 참여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한 명 한 명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첫 날부터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둘째 날은 ‘페미니즘과 적녹보라 패러다임’이 화두였습니다. 적녹보라는 노동(적)-환경생태(녹)-젠더(보라)의 관점과 문제를 교차하는 시도입니다. 이 날은 알찬 기조강의와 발표에 이어서, 각 지역에서 적녹보라 패러다임을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는 조별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셋째 날은 ‘자본주의 가부장 체제와 지구지역성’을 주제로 한국∙중국∙멕시코의 사회운동과 지구지역적 맥락을 함께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활동가 Sophie는 “지금은 국경을 넘어 여성들이 연대하고 다른 운동으로까지 페미니즘을 확장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넷째 날은 한국의 노동운동, 중국의 페미니즘 운동, 멕시코의 사회운동과 전환지점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했습니다.

연일 계속된 강의와 발표, 토론 끝에 특별세션은 참 꿀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중국 활동가들은 자신들이 상연하는 연극의 일부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줬습니다. 계층∙지역∙연령∙노동조건∙섹슈얼리티 등 다양한 상황들을 고려하여 중국의 여성들을 인터뷰한 뒤 이 내용을 담아서 만든 연극입니다. 멕시코 활동가들이 진행한 세션에서는 서로의 몸을 구석구석 부드럽게 마사지해주었습니다. 진행자가 “여성들이 항상 다른 누군가를 돌보느라 자신을 돌볼 줄 모른다. 활동가부터 스스로를 돌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해서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지구지역적 운동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바로 우리 자신이니, 자신을 가장 중요하게 돌보라”는 말이 인상깊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이후 자신의 계획과 각 지역에서의 계획, 그리고 함께할 의제와 행동에 대해 제안하고 결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무엇보다 멋진 일은, 당장 8월부터 멕시코의 치아파스에서 원주민 여성들과 함께하는 페미니즘학교가 시작된다는 소식, 그리고 중국에서도 베이징에 이어 광저우에서 페미니즘학교를 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아마도 다음 공동 페미니즘학교 때는 각 지역 곳곳에서 더 많은 활동가들이 모일 수도 있겠네요 ^^

한국-중국-멕시코 공동 페미니즘 학교

한국-중국-멕시코 공동 페미니즘 학교 <사진제공 :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이번 행사는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과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고마운 분들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엄청나게 힘든 7일 간의 통역과 번역을 맡아주신 통역자 및 번역자 분들, 공연으로 함께해 주신 ‘호와호’, 케이터링을 맡아주신 김단 님, 무엇보다 몇 개월 동안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가며 이 행사를 함께 준비한 수많은 준비기획단, 자원활동가, NGA 페미니즘학교 움직이는 학교의 적보라팀 분들, 후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포럼과 페미니즘학교 기간 동안 따뜻하고 강인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많은 영감과 힘을 전해주셨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생존자 가족분들, 밀양 어르신들, 활동가 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또한 현장 방문과 간담회 때 바쁜 일정 중에도 반갑게 참가자들을 맞이하고 연대의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던 반올림 농성장,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 활동가 분들, 4.16가족협의회 장동원∙전인숙 님,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 활동가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행사가 무사히 치러질 수 있도록 몇 달 동안 꾸준히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며 소중한 후원으로 함께해 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소셜펀치로 후원해 주신 많은 분들과 개별적으로 후원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페미디아 출판팀과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금속노조유성기업지회, 유성기업범시민대책위원회, 특히 오승은 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작년 중국 페미니즘학교 방문연수에 이어 이번 행사를 알차게 준비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던 아름다운재단, 장소 후원에 애써주신 김미란 님과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 젠더센터, 숙박 장소를 연결해주신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이주영 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곳곳의 활동가들과 함께 더욱 멋진 지구지역적 행동을 함께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글 |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 보내주신 글을 일부 편집하였습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로고지구화시대라 일컫는 현재, 성/인종/민족/세대/계급/종에 대한 차별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얽히며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NGA(Network for Glocal Activism)는 이러한 문제들을 어느 한 국가나 지역의 관점, 혹은 정부나 특정 운동 중심의 시각에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보고 페미니즘에 기반한 지구-지역적 차원의 운동을 전개하려는 목적에서 설립되었습니다.
http://glocalactivism.org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