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2016년의 변화의 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켜 왔을까요? [2016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B 지원사업]을 통해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를 공유합니다.

한국여성민우회에서는 2016 성평등복지 ‘1인가구 여성, 여기 있다. 100% 혼자, 100% 함께’ 프로젝트를 통해 1인 가구, ‘혼자 사는 여성’ 독립에 대한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담론과 한국 사회에서 1인가구 여성의 사회적 위치성과 실제 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어 1인 가구 여성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기존 4인 가구 단위를 넘어선 새로운 복지 시스템의 필요를 이슈화하였습니다.

온갖 무례와 오지랖을 뒤로하고 : 1인가구 여성들의 이야기

“주거 뿐 아니라 경제적‧정서적 독립이 가능할 때, 비로소 홀로서기가 가능하다.”
“혼자 살았던 경험이 있었기에 함께 살기를 고민 할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결혼 후 나는 혼자만의 공간, 시간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알게 되었다.”
– 6월 30일, 민우회 1인 가구 문화제에서 나왔던 이야기들

2016년 민우회는 ‘가족 기반의 복지제도’와 ‘1인 가구 급증’이라는 현실의 불일치 속에서 독립적인 삶을 구축하고 있는 여성들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복지 시스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했다. 그 해 6월 100명의 1인가구 여성들과 함께 문화제를 열었고, 이를 시작으로 온라인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토론회도 열었다.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 1인 가구 여성들의 욕구, 혼자 사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 함께 살기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한 이야기를 모아냈다.

소책자 본문 중 '1인가구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소책자 본문 중 ‘1인가구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출처 : 한국여성민우회>

무례한 질문들

사회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개인으로 보지 않는다. 사생활 존중에 대한 감수성이 낮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언제나 ‘보호자’가 필요한 연약하고 미숙한 존재로 간주된다. 심지어 “혼자 살면 남자들이 좋아하겠네”‘, “누구 소개시켜줄까?”, “너무 까다로워서 결혼 못 하는 거 아냐?” 등의 차별적 언사에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30대 중반 이때쯤 넘어가면서는 부쩍 ‘무슨 결함이 있어서 결혼을 못 했나?’ 아니면 ‘어떤 과거의 사연이 있어서?’ 그런 표정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회사에서 퇴근을 조금 빠르게 할 때는 ‘집에 남자 있나 보다’ 이렇게 얘기하기도 해요. 되게 무례한 얘기거든요. 그냥 ‘맞아요, 있어요. 요일마다 다르죠’ 이런 식으로 오버해서 얘기하면 다시는 그런 말 안 하죠.” – 김미선(가명), 51세, 비혼

“동료 중에서 저를 여동생이나 딸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부모님을 떠나왔는데 수많은 시어머니가 생긴 느낌인 거예요. 주변 사람들이 남자 소개시켜주려고 말을 꺼내면 ‘아 지금 남자 소개시켜주려고 하시는 거죠? 저는 제가 지금 제 생활이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잘살고 있으니까 더 이상 말 얘기 꺼내시기 전에 저 갈게요’ 이렇게 대꾸하죠.”  – 조은지(가명), 46세, 비혼

소책자 '온갖 무례와 오지랖을 뒤로 하고- 본격 1인가구 여성들의 이야기'

소책자 ‘온갖 무례와 오지랖을 뒤로 하고’ <출처 : 한국여성민우회>

3포세대론이 말해주지 않는 것

여성들은 결혼과 동시에 ‘일과 가사노동’이라는 불가능한 이중 미션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자각은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 어떻게 길러지고, 누구에게 의존하며 살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대표적 청년 담론인 ‘3포 세대’론은 시대의 징후를 읽어냈다는 면에서 의미 있지만,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드러내지 못하고 비가시화하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여성들은 결혼 제도를 ‘포기’하면서 동시에 결혼 제도 밖의 삶을 ‘선택’한다.

“(결혼하더라도) 각자가 성인으로서 만났으면 각자 영역에 대해서 알아서 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왜 알아서 못 할까… 왜 내가 저걸 내가 해줘야 하는 건지 답답하더라고요. 현실적으로 여자들이 뒤치다꺼리 하게 되고. 아직도 가사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많은 세상이잖아요. 저는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의식을 개조시키며 산다는 게 두 배는 힘든 일이에요.” – 한선희(가명), 43세, 이혼

1인가구 문화제 '1들의 파티 - 100명의 여성이 묻고 답하다'

1인가구 문화제 ‘1들의 파티 – 100명의 여성이 묻고 답하다’ <출처 : 한국여성민우회>

중요한 건 우정의 연대

혼자 사는 것은 ‘임시 상태’가 아니다. 그렇다고 확고한 비혼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형식적으로 유지되는 관계로는 외로움이나 불안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정서적 유대감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상상하거나 시도하고 있었다.

“자주 모이는 직장 내 1인 가구 모임이 있는데 그런 얘기를 했어요. 우리 나중에 노처녀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서로 며칠씩 소식이 없으면 연락해 보고, 만약 혼자 아파서 누워있거나 하면 119를 대신 불러주거나 가서 서로 돌봐주면 어떻겠냐고. 그런 얘기를 농담 삼아 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다른 회사를 다니더라도 안부를 체크하자.”  – 김수연(가명), 40세, 기혼

친구가 있는데 40년 됐어요. 그 친구도 나랑 비슷하게 결혼 2년 만에 이혼하고 지금껏 혼자고, 지금은 경산에 조카랑 있어. 몸이 좀 안 좋아서 주로 전화통화만 하는데, 3년 전만 해도 일 년에 두어 번 꼭 날 찾아왔어요. 배낭에다가 고추장이니 막장이니 참기름, 깨 넣어서 짊어지고 와요. 그럼 나는 또 고마우니까 차비 하라고 10만원씩 주고.  – 이숙희, 92세, 이혼

1인가구 문화제 '1들의 파티 - 100명의 여성이 묻고 답하다'

1인가구 문화제 ‘1들의 파티 <출처 : 한국여성민우회>

이제는 가족보다 개인으로

한국 사회에서 복지는 국가가 아닌 가족, 그 안에서 여성들의 돌봄 노동이 대신해 왔다. 최근 1인가구의 급증은 그러한 가족주의 시스템이 한계선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하지만 돌볼 가족이 없다는 ‘특정’ 조건을 갖춰야만 복지 제도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지금의 시스템 안에서 사람들은 누가 더 약자인지 겨룰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선별방식은 한편으로 복지 대상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시킨다.

이미 많은 이들이 혈연과 혼인 바깥의 관계를 형성해 살아간다. 이른바 ‘싱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는 둥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여성을 가족제도 안으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를 멈추고, 개인의 독립에 기반한 다양한 연대 가능성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재설계되어야 한다. 가장 비참하다고 여겨지는 누군가를 ‘위한’ 제도가 아닌, 모든 이들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복지를 경험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함께 살기가 가능할 것이다.

글 | 한국여성민우회

혼자 사는 우리는, 이런 세상을 원한다
1인가구여성 선언문

 

우리는 혼자 산다. 우리는 혼자 살기를 꿈꾼다. 우리는 언젠가 누구든 혼자 살 때가 분명히 올 것이란 걸 알고 있다.  혼자 단단히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함께가 가능함을 믿는다. 우리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화려하지도 초라하지도 유난스럽지도 않은, 당신과 다를 바 없는 보통의 존재다.  우리는 존중받길 원한다. 혼자 사는 여성에 부여된 온갖 낙인과 비난을 거부하며 그 말들에 꺾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오늘, 6월 30일을 1인가구여성의 날로 정하며 나의 혼자 살기를 축하하고 주변의 혼자 사는 이들과 함께할 것이다.  우리는 고립된 삶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지속적이며 독립된 삶을 원한다. 가족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연대할 것이며 다양한 관계 속에서 어울려 살아갈 것이다.  10년 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삶을 지지하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1. 우리는 결혼하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으며 “너 때문에 내가 눈을 못 감겠다”라는 압박을 받지 않는 세상을 원한다.
2. 우리는 누군가의 누나, 딸,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서 존중받는 세상을 원한다.
3. 우리는 택배 기사나 음식 배달원을 마주할 때, 두려움이 아니라 물건에 대한 기대와 먹는 즐거움만 상상할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
4. 우리는“혼자 사니까 안 불안해?”라는 질문보다,그 질문이 필요하지 않은 주거환경과 동네를 원한다.
5.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선의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원한다.
6. 우리는 가구의 구성원 수와 상관없이 누릴 수 있는 주거권을 원한다.
7. 우리는 가족에게 기대지 않아도 독립이 가능한 세상을 원한다.
8. 우리는 “혼자 사니까 남자한테 인기 많겠네”류의 성희롱과 혼자사는 여성이 저출산의 주범이라는 낙인찍기 없는 세상을 원한다.
9. 우리는 가족이 아닌 개인이 복지의 기본 조건이 되는 세상을 원한다.
10. 우리는 독립을 함께 지지하고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관계 맺기가 가능한 세상을 원한다.

2016년 6월 30일 1인가구여성의 날
혼자 마시는 맥주의 상쾌함을 알며,  내 등은 내가 긁는다는 신념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1들의 연대> 액션단 일동

로고한국여성민우회는 차별 없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향해 각자의 존엄성을 지키며, 성평등한 노동권,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활동, 여성이 자신의 몸과 건강의 주체가 되는 활동, 성인지적 관점으로 미디어감시 활동, 성평등 관점으로 복지국가를 기획하는 활동,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드는 반성폭력 활동, 더불어 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사회개혁 활동, 풀뿌리로부터의 변화를 만드는 신나는 지역여성운동을 만들어 갑니다.
http://www.womenlin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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