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인사행정팀에서는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는 간사들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자 첫 시범사업으로 <비영리 안의 비영리(이하 ‘비/안/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안/비’는 사내 모임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로 ‘간사의 재단 내부 활동을 지원하는 사내 배분(지원)사업’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비/안/비 자세히 보기]

안녕하세요! 홍보팀 장혜윤 간사입니다! 저는 아름다운재단의 학습/활동 모임을 지원해주는 <비영리 안의 비영리>사업에서 ‘시작’이라는 모임에 참여했어요. ‘시작’이란 모임의 목적은 재단에서 일하는 간사들의 자작시를 수집하고 재단에서 작은 전시회를 여는 것이었어요. 프로젝트의 과정은 매우 즐거웠으며 전시도 성공적(?)으로 마쳤답니다! 시작 프로젝트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는지 간략하게 소개해드리고, 간사들의 자작시를 함께 소개해볼게요 😉

당신의 시를 기다립니다

시작 프로젝트

‘시작’ 기획단은 인사행정팀의 신성규 팀장님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죠! 2016년에 함께 입사한 동기 세명이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며 프로젝트를 구체화해보았습니다. (저를 포함한 동기들은 함께 점심을 먹고, 운치있는 한옥 도서관에 들러 시를 읽고 서로 읊어준 적도 있습니다. 하하하. 이런 정서와 경험이 이 프로젝트의 베이스가 되었을지도 모르죠. 헷. ) 가장 먼저, 정희은 간사가 ‘시’에 관한 멋진 문구를 담아 포스터를 만들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 사무국 여기저기 ‘시작’했다는 포스터를 붙여두고, 간사들의 자작시를 기다렸습니다.

나는 이 세계에서 자기 자신만의 시적인 언어를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시작’ 프로젝트는 처음이라

‘나만의 시’를 접수하는 기간 동안, 몇몇 간사들은 ‘나만의 시’가 자신이 지은 시에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만이 좋아하는 시인지 궁금해하기도 했습니다. 이내, ‘시작’의 作(작)을 확인하며 프로젝트의 의도를 알아차렸습니다. 재단 내에 이런 프로젝트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간사님이 참여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저희는 한 3명 정도….. (주최하는 저희도 참가할 수 있었거든요ㅎ) 예상했으나 무려 총 8명의 간사가 자작시를 제출해주었습니다.

저는 가장 먼저, 간사들의 자작시를 읽어볼 수 있었는데요. 간사들의 센스와 유머, 관점이 느껴져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8명의 간사들의 시는 총 22편이었습니다. 이중에서 1편은 기성 시인의 시를 추천한 것이라 간사들의 자작시는 총 21편이었습니다. 저희는 곧바로~!!!  (1) 작은 소책자를 만드는 역할 (2) 전시 구성을 준비하는 역할 (3) 시인에게 시평을 받는 역할을 나누었습니다.

시작 프로젝트

이중에서 ‘시평’은 자작시를 제출한 간사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였는데요. 아름다운재단 맞은편 이웃집이라 할 수 있는 ‘세컨드뮤지엄’의 디렉터이기도 한 ‘서정학 시인’이 간사들의 시를 읽은 후 시평을 정성껏 적어주셨습니다. 그중 몇 문장들을 골라서 전시 장소 곳곳에 배치해두었습니다.

짧은 글 밖에 그 글보다 큰 외연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평범한 일상을 평범한 일상의 말로 쓴 것은 좋다.
일상에서만 나오는 잔잔한 감성이 독자를 미소 짓게 한다.

_서정학 시인의 시평 중

전시회를 열자

간사들의 자작시, 시인의 시평, 전시 재료(OHP필름)가 모두 준비되었으니! 바로 실행 완료 >_< !!! 전시 장소는 아름다운재단 1층 카페 겸 부엌으로 간사들 누구나 쉽게 오가는 장소로 골랐습니다. 저희는 슥슥슥~ 빠른 손놀림(?)으로 전시 준비를 마쳤습니다.

IMG_9289시작 프로젝트

이번 전시회는 따로 전시를 시작한다는 공지를 알리지 않았는데요. 간사들이 평소처럼 들렀다 가는 곳이었기에 ‘깜짝’ 놀라며 시를 읽는 간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답니다. 다만, ‘시작’ 프로젝트의 의미와 전시 기획 의도를 잘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전시 기획 의도’에 관한 글을 먼저 소개해드릴게요!

시작 프로젝트

 

나는 이 세계에서
자기 자신만의 시적인 언어를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오늘날까지 일기장 뒤적여
한 점, 시 한 수가 있기를,
저기요 하는 부름에도
나는 혹시나 했다.
시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모든 곰작이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시를 엮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시가 귓등에 스치운다.

– 모시 / 신성규

우리는 어떻게 ‘자신만의 시적인 언어, 시(詩)’를 간직할 수 있을까. 바쁜 일상을 사느라 얼마나 많은 ‘당신의 시’가 떠났을지 헤아릴 수 없다. 2017년,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 일상의 시인들이 모였다. 아니, 이곳에 시(詩)들이 모여 자리를 잡았다. 이번 전시회는 저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발견하고 재구성하는 시인들의 시선을 함께 나누는 자리이다.

시를 기다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귓등에 스치우는 시를 받아들이게 하고, 곰작이는 (둔하고 느리게 조금 움직이는)것들도 사랑하게 한다면, 시를 한번 기다려볼만 하지 않은가. 실은, 시야말로 우리에게 발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시에 참여한 시(詩)는 서촌 ‘세컨드뮤지엄’의 디렉터로 활동하는 서정학 시인의 시평을 받았다. 시평은 개인에게만 공개하기로 했다. 단, 재야의 동료 시인들을 위해 전시 공간에 시인의 시평 몇 문장을 남겨두었다. 이렇게 시적인 소박한 전시회이니, 마음껏 즐겨주시라.

당신의 마음에 서식하는 시(詩)에게 안부를 전한다.

_ 2017년. 시작(詩作) 기획단

시작 프로젝트

시작 프로젝트에 참여한 간사들에게는 시를 모아 작은 소책자(시집)을 만들어서 선물로 드렸습니다. 정희은 간사가 정성껏 + 그리고 낭만적으로 준비한 선물(프랑스 여행에서 산 봉투!)로 간사들이 참 인상 깊었다는 후기를 전해주기도 했지요 🙂

누구나 자기만의 시가 있다

여러분 마음에 서식하는 시(詩)에게 안부를 전하며, 아름다운재단 간사들의 자작시 중 한편씩을 골라서 소개해봅니다 : )

그런날  / 정운

바쁘게 살아가다가
집으로 들어왔을때

가만히 누워있다가
마음이 공허해진다

한바탕 울고싶은날
지나간 영화를본다

자그만 슬픈장면에
눈물이 터져버렸다

한바탕 울고나니깐
기분이 조금풀린다

그런날 그런날이다

냥냥이에게 / 홍리

냥냥아,
늦봄이었지?

나흘 만에 찾아 온 엄마랑
홀쩍 담을 넘어 간 게.

아까 골목에서 마주쳤을 때
눈인사 받아줘서 고마워

창틀에 올려 둔 밥 먹으로 올 때
엄마랑 언니랑 같이 와~

아줌마가.

바보들 /그림

거기 춤추는 사람
바보
춤추지 않는 사람은
더 바보

불혹 / 성규

아무도 날 유혹해 주지 않는 나이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의 노랫말이
십년을 돌아 비로소 와 닿는 나이
일찌기 겪었어야 할 질풍노도
비껴간 대가로
뒤늦게 마구 흔들리는 나이
하지만,
내 삶에 불어오는 마지막 봄바람에
흔들려도 좋을 마지막 기회

식단 / 혜윤

잘 살아가다
잘 사라지고
싶어서

이슬 대신 참이슬 대신
거하게 물음을 먹고 삽니다

무엇을 사랑해야 하는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무엇이 살아가게 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자꾸 자꾸 먹다보면
신의 자비 속에 늙어 죽을지라도
결코, 메말라 죽지 않을 것 같거든요

쓰레기 / 희은

쉬지 않고 내던지는
널브러진 가느다란 형체는

잡고 있던 식어버린 온기 속에
추악해진 웃음을 띄며

비둔해진 몸뚱어리에
비린내를 지껄이고

가엾은 흔들거림에
다정하게 오염 시키네

영원을 생각하며 / 문학소녀

와야 할 것이 오지 않는 추운 가을 날
흙으로 돌아갈 낙엽은
무색투명한 코팅지 안에서
영원을 살게 되었고
난 그 중 가장 예쁜 두개를
다이어리 안에 넣었다
영원을 두 개 묶어서
영원을 담은 다이어리는 문득 묵직해진다

와야 할 것이 오지 않는 추운 가을 날
염원을 담은 내 마음은 문득 묵직해진다

풍경 / 현경

#1.
후덥한 하루가 잦아드는 저녁, 가슴 속 열기보다는 바람의 온도가 낮아지는 시간
궁궐 옆을 걸었다.

조명 밝은 거리를 벗어나. 오늘이 유독 어두운 하늘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으며. 골목을 돌아설때,
그 ‘달’을 만났다.

예쁘게 말린 크로아상 같은 초승달, 날씬하게 새침하되 부드러운 미소 같은 달빛
달빛 앞,

8차선 도로의 차소리도 고요해지고, 토각토각 발소리와…….그리고, 달.

#2.
살을 베는 듯한 뜨거운 햇살이 아침을 여는 날
하늘은 지중해 청명한 바다였고, 마른 나뭇잎의 진한 초록은 사각사각 넘실거렸다.

나는 비겁하게 날카로운 햇살에서만 살짝 비켜 앉아 가회동 하늘, 지붕, 나무를 취하기로 했다.

멀리 있는 나무의 작은 흔들거림이 마음을 스쳤고, 멈춘 듯 흐르는 풍경은 눈부시게 마음을 채웠다.
해를 피해 몰래 취하는 빛.잔.치.

너무 행복해서 ‘아…지금 죽어도 좋아’
몹쓸 버릇 같은 한숨이 슬그머니 올라왔다.

글 | 장혜윤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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