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 군용비행장을 짓기 위해 강제 동원되었던 조선인노동자와 그 후손이 우토로 마을에 남아서 판잣집을 짓고 함께 모여 살았으나, 일본 정부 소유의 땅이었던 우토로는 조선인들의 주거 문제를 도외시한 채 토지 소유권이 민간 회사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이후, 유엔의 강제퇴거 금지 권고안도 무시된 채로, 일본의 법원과 개발업자가 ‘땅을 무단 점거하고 있다’며 우토로 주민을 쫓아내려고 했습니다. 퇴거 위기에 놓이며 격렬하게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했던 우토로 마을 주민들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았습니다. 2005년에서 2008년까지 일본 우토로 마을을 살리기 위해 많은 시민이 모금에 참여했죠. 그로 인해 우토로 마을 주민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우토로 마을의 토지 일부를 매입하고 삶의 터전을 지키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 관련 글 보기 [기획연재] 우토로 살리기 희망모금이 걸어온 길

2008년 <우토로 살리기 희망모금> 그 이후,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우토로 마을’을 생각하면 올해 종영한 방송 ‘무한도전’에서 우토로 마을을 방문하여 우토로 주민 어르신께 “저희가 너무 늦게 왔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를 전했던 장면이 떠오르는데요. 벌써 3년 전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죠! 

2018년, 4월 22일 ‘우토로 마을’에는 큰 행사가 있었어요. 정부의 지원과 민간의 모금으로 매입한 토지 위에 지은 1기 시영주택에 39가구의 우토로 주민들이 먼저 입주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4월 22일은 우토로 주민들이 함께하는 ‘입주 기념 행사 : 야끼니꾸 대집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2018년 우토로 마을의 소식! 입주기념행사 사진과 함께 현장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우토로 마을 !

우토로 마을우토로 마을

4월 22일, 우토로 마을 입주기념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시민단체 활동가, 언론인, 작가, 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우토로에 방문했습니다. 방문단이 우토로 마을회관 ‘에루화’에 도착했을 때, 북과 꽹과리 소리를 울리며 방문단을 환영해주셨답니다. (얼쑤!) 마을회관에 들어서니, 우토로 주민들의 역사와 마을 행사 소식 등이 담긴 기록물과 우토로 마을을 응원하는 기록물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마을회관 ‘에루화’에 머물렀던 많은 어르신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기도 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는 등 현재 우토로 주민은 120여명으로 줄었다고 해요. 그래도 여전히 마을회관에서 쉬는 어르신들의 모습, 마을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마을’ 문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토로 마을우토로 마을

마을 회관의 거실(부엌)에는 우토로 마을에 방문한 사람들의 응원 메세지, 우토로 주민들에게 남긴 인사 등이 큰 벽을 채우고 있습니다. ‘우토로 할머니 할아버지 힘내세요, 희망이 보입니다.’, ‘우토로에 삶과 희망을’, ‘우토로 동포 여러분 힘내세요’ 등 정성껏 쓴 메세지들이 우토로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축하해요 ! 입주기념행사 – 야끼니꾸 대집회

우토로 마을

마을 회관 밖에서는 입주기념행사 ‘야끼니꾸 집회’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야끼니꾸 대집회’는 한국식 고기구이(화로 위에 양념된 고기를 구워 먹는) 마을 잔치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마을잔치’를 위해서, 우토로 마을 주민, 그의 후손들, 재일본조선청년동맹의 청년들, 재일조선인 활동가들, 일본인 시민활동가 등이 함께 힘을 모아 준비했습니다. 마을 행사에 쓸 텐트도 직접 설치하고 음향 준비, 고기를 구워 먹을 화로 준비, 티켓 판매 등 각자 자기 역할을 맡아 착착착-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야끼니꾸 대집회’에 참여하려면 위의 예쁜 티켓이 필요합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소녀의 댕기머리와 빨간 저고리가 참 예쁘죠? 이 티켓은 마을 마당 한쪽에서 판매하는데 티켓은 다른 부스에 있는 고기랑 바꾼 후, 미리 준비해둔 화로에 함께 온 가족, 친구들과 함께 고기를 구워 먹는다고 해요! 마당에서 텐트, 음향 준비 등을 하는 동안 미리 도착한 우토로 주민, 방문객들은 티켓 먼저 구입했습니다. 이 티켓을 팔고 계신 분은!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이라는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 ‘다가와 아키코’ 님 입니다. (30여 년 우토로 주민의 인권과 역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신 분으로, ‘우토로역사관을 위한 시민모임’에서 입주기념행사로 감사패를 받으셨어요.)

야끼니꾸 대집회를 준비하는 동안, 마을회관 입구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앗! ‘무한도전’ 방송에 나왔던 재일조선인 1세 강경남 할머니셨어요! 94세의 강경남 할머니는 강제징용 1세대이자 조선인 1세대 중 유일한 생존자입니다. 우토로 마을에서 80년을 살아오셨고 다시 고향에 방문한 적 없었던 할머니의 소식은 ‘무한도전’을 통해서도 알려졌죠. 강경남 할머니는 마을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여러 민요를 불러주셨습니다. 우토로 마을에는 의미있는 날이자 손님들이 오는 날이기에 더 한껏 ‘흥’을 북돋아주신 것 같아요. 할머니는 마을 행사에서 사물놀이가 공연할 때도 어깨를 들썩들썩 하며 함께 춤을 추셨답니다!

강경남 할머니는 ‘우토로 마을을 위해 한국에서 많은 사람이 모금하고 도와준 덕분에 우토로를 떠나지 않을 수 있었다. 고마워서 눈물이 나왔다’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인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야끼니꾸 대집회에 참여하는 방문객이 삼삼오오 모여 화로 주변에 자리를 채우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우토로 주민, 재일조선인, 일본인, 한국인 등 많은 사람이 모여 앉아 고기를 굽기 시작했습니다. 마을회관 앞마당에는 여기 저기서 ‘착, 취리리릭’ 고기 굽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대화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땡볕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함께 앉아 동시에 고기를 구워 먹는 풍경이 무척 인상 깊었는데요. 우토로 마을 주민들은 친지, 지인들이 함께 모여 이렇게 같이 고기를 구워먹는 문화를 한국적인 문화로 여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도시에서 사는 제게는 조금 낯선 풍경이었는데요. 이렇게 함께 모여 고기를 구워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토로 마을 사람들이 그동안 얼마나 끈끈한 마을 문화(커뮤니티)가 있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었습니다.

입주기념행사에서는 우토로 마을 주민들의 입주를 축하하는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한 인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님의 편지였어요. ‘우토로 주민회’의 편지를 통해 우토로 주민들의 입주 소식을 알게 된 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며 희망을 만들어 오신 우토로 주민회 여러분이 자랑스럽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이죠. 이 편지의 대독이 끝났을 때, 우토로 주민들은 매우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시민단체들의 축하 인사가 이어졌고 아름다운재단에서도 우토로 주민들에게 축하와 응원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시민들의 간절함이 모여 지킬 수 있었던 우토로입니다. 이젠 우토로를 지켜낸 기쁨과 안도감을 넘어 다음 세대가 우토로를 통해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그 길에 아름다운재단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부족하나마 함께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우토로에서 봄을 맞이할 수 있게 된 우토로 주민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축하를 전하며, 새로운 터전에서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박종문

새로운 삶의 터전, 우토로 주민들이 입주하는 시영주택

올해 우토로 주민들이 입주한 시영주택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셨죠? 우토로 주민의 허락을 받아 시영주택 내외부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 현재 1동이 완성되었고 2~3년 내에 2동이 지어질 예정이라고 해요. 이곳은 총 40세대가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평수와 월세 차이가 있다고 해요.) 깨끗한 환경은 물론이고 어르신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도 다니기 쉬운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상/하수도 시설까지 잘 갖추어졌다고 하니, 우토로 주민들에게는 좋은 주거 환경이 될 것 같습니다.

과연, 집안은 어떤 모습일까요!? 궁금하시죠? 이번에는 우토로 마을 주민 2세 강도자 님의 집에 방문했습니다. 🙂

강도자님은 활짝 웃으며 방문단을 환영해주셨어요. 집은 아기자기한 부엌, 거실, 침실, 따뜻한 볕이 들어오는 베란다로 구성되어 있었고 집안 곳곳 평온하고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집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은 우토로 마을을 지켜주려 했던 많은 사람의 도움 덕분이라고 너무나도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전해주셨습니다. 또한, 엄명부 우토로주민회장님도 “우토로 주민 1세대 중 많은 분이 세상을 떠나셨지만, 몸이 아픈 고령자분들이 편히 살 수 있는 시영주택이 지어져서 좋습니다. 우토로는 한국의 시민단체와 많은 시민이 응원하고 도와주신 덕분입니다”라고 감사인사를 전하셨습니다.

우로토 마을의 역사, 그리고 기억하기

새로운 집이 지어지기 전, 우토로 주민들이 살았던  마을의 모습을 기억하시나요? 앞으로 철거 예정인 우토로 주민들의 집이 아직 남아있는데요. 우토로 마을의 힘겨웠던 역사를 고스란히 전하고 있습니다.

70여년간 우토로 주민들이 살았던 함바집(조선노동자 합숙소) 의 내외부 모습입니다. 상하수도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우물을 사용하던 우토로 주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에요. 마을에는 비가 많이 오면 넘쳐 물바다가 됐던 오래된 수로도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마을 정비 사업이 진행되면 우토로 마을의 옛 모습은 모두 사라지게 되겠지요…

마을 곳곳에는 우토로 마을을 지키고자 했던 주민들의 노력과 투쟁의 역사가 남아있었습니다. 우로토 주민들이 쫓겨나지 않고 우토로 마을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 오늘날, 우토로 마을의 시영주택 모습과 옛 주택의 모습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모여 있는 곳처럼 느껴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함께 했기에 만들 수 있었던 변화, 우토로의 ‘현실이자 미래’를요!

현재 우토로 주민들이 살던 집은 절반 정도 남아 있고 마을회관과 함바집, 주민들이 투쟁하며 그렸던 그림과 구호 등이 남아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모든게 사라질 예정이라고 해요. 그렇다면 우토로의 역사는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요?

우토로 마을, 잊혀지지 않기를 !

우토로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지난 1월 ‘우토로 평화기념관을 위한 시민모임’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드려요! 우토로 시영주택 옆에 ‘평화기념관’ 건립을 준비하고 있어요. 평화기념관을 건립할 터는 이미 마련이 되었고 건축, 전시 비용 등이 필요한데 이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한국 사회의 관심, 시민들의 참여가 없었다면, 우토로 주민들은 일본의 차별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우토로를 떠나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토로의 역사도 잊히고 사라졌을테지요. 함께 힘을 모아 우토로에 집을 짓는 ‘희망’을 만든 것처럼, 우토로 주민들의 삶과 역사를 잊지 않는 ‘힘’을 다시 한번 모아 평화기념관이 지어진다면… 한국인, 재일조선인, 일본인에게,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남겨질지 기대됩니다. 그래서 ‘우토로 평화기념관을 위한 시민모임’과 아름다운재단도 함께 힘을 모아보려 합니다. 우토로의 역사가 잊히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평화기념관’ 건립을 위한 모금을 시작할 예정이에요. 🙂

앞으로, 우토로의 평화기념관 건립을 위해 진행될 아름다운재단 캠페인에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글 | 장혜윤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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