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도시공원의 작은변화

2020년 대부분의 도시공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공원 일몰제가 실행되면 고시된 공원 전체 면적의 53.4%가 사라지게 되어 1인당 공원 면적은 약 4㎡ 로 줄게 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쾌적한 환경과 시민건강을 위해 1인당 공원면적을 9㎡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주요 선진국의 1인당 공원면적은 20~30㎡ 수준입니다. 도시공원은 국민의 삶의 질에 있어서 중요한 지표입니다. 국민의 생태복지를 위해 도시공원일몰제 대응운동을 해온 환경운동연합 맹지연 국장님을 만났습니다. 위기의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스케줄 속에서도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님들께 감사드린다며 작은 변화이야기를 한아름 안고 오셨습니다.

‘공원일몰제 대응 및 조직화사업’을 총괄하는 환경운동연합 맹지연 국장

Q. 서울시민 10명 중 8명이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해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도시공원 일몰제란 무엇인가요?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는 사유지를 도시공원 부지(대지의 경우)로 지정해놓고 장기간 방치하면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법이 개정되어 20년 동안 방치된 땅은 공원 부지에서 2020년 7월 1일부터 자동 해제됩니다. 이를 도시공원 일몰제라고 합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사유지 주인이 개발할 수 있게 돼 공원 대신 아파트나 공장이 들어설 수도 있고, 산책로 곳곳이 끊기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사라지게 될 공원이 전국적으로 4421개이고 면적은 504제곱킬로미터로 여의도의 173배 크기에 이릅니다.

Q. 도시공원일몰제와 관련한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요?

모르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동네 공원지키기’ 사이트를 개설했고, 국회 입법 및 예산청원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지역을 방문하며 관련 교육과 대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공원 지키기 사이트에 방문하시면 내가 사는 지역의 어떤 공원이 해지되는지 알 수 있어요. 데이터가 방대한데, 저희가 자료를 다 찾아 코딩작업하고 사이트를 구축했어요. 정부보다 앞서서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부기관으로부터 자료 요청 전화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우리동네 공원지키기’ 사이트 바로가기

도시공원의 현실은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환경 문제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어요. 도시공원이 생태보전이나 미세먼지 저감 등의 다양한 생태 복지를 인간에게 제공하는데도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이 얼마나 없었는지 알 수 있죠. 토지 공개념이 얼마나 무너졌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Q. 숲과 공원이 국민의 생태복지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살림 과학원 연구발표에 따르면 도시 숲이 초미세먼지 40%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공기 좋은 곳에서 살고 싶다고 하면 제일 먼저 숲을 떠올리잖아요. 도시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신선한 산소를 배출합니다. 이러한 도시 숲의 가치는 일상적으로 체감할 수는 없지만 한여름의 폭염이나 홍수, 이상건조, 미세먼지 등 재난에 준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도시 숲의 존재감이 드러납니다. 도시공원은 보물입니다.

‘우리동네 공원지키기’ 사이트에서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Q. 최근 서울시로부터 좋은 소식을 들으셨죠.

서울시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도시공원일몰제 대비 종합대책을 발표하는데 기자회견에 참여해달라고요. 그때 전화를 받았던 순간만 생각하면 아직도 온몸에 전율이 흐릅니다. 서울시가 ‘어떻게든 지킨다’라는 생각으로 방법을 찾은 것이죠. 이번 발표에 따르면 실효를 앞둔 모든 공원을 지키겠다는 것이고, 사유지를 순차적으로 매입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방채를 발행하거나 예산 절약, 국고보조금 등을 통해서요. 이 내용이 올해 4월 5일 식목일에 발표됐습니다.

[중앙일보]  서울시, 도시공원 지킨다
[한겨레] 서울시, 일몰되는 도시공원 모두 매입한다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건 일상생활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정책도 중요합니다. 이번 서울시의 사례는 국가의 정책을 넘어서는 선진 사례들이 지역에서부터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거죠. 여태 환경운동 하면서 이렇게 신난 적이 없었어요. 사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랄까요. 요즘은 강연에 나가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생태복지 수준이 정책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 모든 일은 아름다운재단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Q. 2020년 7월부터는 전국적으로 도시공원이 해지되는데요. 앞으로도 할일이 많으실 거 같아요.

지역마다 도시공원일몰제에 대한 온도차가 큽니다. 서울시는 단 한 평도 해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저희 단체가 있는 어느 지역에서는 도시공원의 엄청난 부지에 규모가 큰 택지 개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음이 급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아직 국회의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및 지방세법 개정 등 입법과 예산 확보 등의 과정도 남아있습니다.

Q. 환경운동을 시작하고 이렇게 신이 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언제 처음으로 환경운동에 발을 들이게 되셨나요.

93년도에 환경운동연합을 알게 됐어요. 솔직히 그때만 해도 쓰레기 줄이기 운동같은 걸 보면 중요한 이슈가 많은데 저것까지 내가 동참할 필요가 있을까 했어요. 그러다 환경과 관련된 현안을 알게 되고 현장에서 직접 겪으면서 이게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개발에 따른 주민들의 분노와 억울함을 목격했고, 실제 훼손되는 현장. 나무가 잘려나가는 공포스러운 장면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죠. 당시 국립공원에는 골프장과 스키장 짓지 못하게 하는 운동을 했어요. 제가 환경 법률 쪽으로 관심이 많았고, 어떻게든 국회를 설득해 움직이게 해야 했어요. 99년도에는 국회 정책 비서로 일 년간 파견을 나갔었습니다. 한 의원실에서만 일하는 게 답답하기도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 뒤로 다시 환경연합 정책팀으로 돌아왔고, 출산과 육아, 석/박사 과정을 밟게 됐어요.

Q. 공부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환경운동에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다시 공부하면서 환경운동의 필요성을 느끼신 걸까요?

환경운동연합 정책파트로 돌아와 일하다가 출산하고, 대학원을 가게 됐어요. 도시계획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그린벨트나 개발제한구역에 관한 생태보전운동을 오래 하다보니까 그런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제도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고, 그것이 도시계획이기도 했어요. 당시 브라질의 쿠리치바, 대중교통지향형 생태도시 사례를 보며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Q. 도시계획에서 중요한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계속해서 시장 중심으로 치우치다 보니 도시계획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도시계획 기반인 토지공개념도 규제가 많이 완화되어서 대응이슈가 많이 퇴색됐습니다. 도시공원문제도 토지공개념의 일환인데요, 토지의 공적 이용이 사적 이용보다 우선된다는 개념인거죠. 그 전제하에서 공익과 사익을 형평성있게 조율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조세 정의의 입장에서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거고, 불로소득의 경우도 세금의 대상인거죠.

Q. 우리가 제도와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도’는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서 시대 상황을 반영하죠. 우리가 어디로 갈 것인지는 사회가 정하는 것이지 정답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만큼 우리가 사는 현재의 제도와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죠.

Q. 현재 국장님께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환경운동을 하는 친구들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그 친구들이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저희 단체 회원 수도 늘어났으면 좋겠고요. 막대한 재원으로 회원 확대를 하는 외국 기관을 따라가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현장에서, 실제 바닥을 싹싹 닦으면서 운동하고 있는 건 저희 같은 단체들이거든요. 그리고 환경문제는 사회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정말 더 이상 대책이 없는 지경까지 와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조를 바꾸는 운동에 젊은 활동가들이  달려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환경만 지킬 수 있는 게 아니라 정부에서 낭비되는 예산도 우리가 지킬 수 있습니다.

Q. 아시다시피 올해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주제가 ‘작은변화’인데요. 국장님이 생각하시는 ‘작은변화’는 무엇인가요?

통 큰 변화와 실천상의 변화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어요. 불편하더라도 참여하는 실천의 변화도 있지만 사회적 구조의 변화라는 통큰 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시민사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기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Q.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사업 마무리를 잘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얼마 전 제주 비자림로 일대의 삼나무가 대규모로 잘려나갔습니다. 서귀포시 삼매봉공원의 소나무는 무더기로 독극물에 의해 말라죽었죠. 소나무 밑동에 구멍을 내 약물이 주입된 흔적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숲과 공원이 훼손되는 일은 비단 제주만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 숲과 공원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데, 우리는 그 가치를 너무 모르고 지내는 건 아닐까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의 하늘은 미세먼지 없이 푸르고, 새 하얀 뭉게구름이 떠 있었습니다. 이런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유독 감사하게 느껴지는 날이었습니다.

 

글 권연재 간사ㅣ사진 송혜진 간사

2018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시민사회단체 및 시민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올해는 총 38개의 단체와 7개의 시민모임이 선정되었습니다. 1년간의 사업수행 기간 중 선정 단체와 모임의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중간방문을 진행하였습니다. 그중 7개 단체와 1개 시민모임을 방문하였고, 8개의 인터뷰 콘텐츠가 연재됩니다.

  • ‘도시공원의 작은변화’ : 환경운동연합 <공원일몰제 대응 및 조직화사업>
  • ‘노동조건의 벽 허물기’ : 반월시화공단노동자권리찾기 월담 <최저임금 올리 GO~ 지키 GO>
  • ‘스무살, 우리는 잘 보내고 있을까’ : 안산새회연대 일다 <함께 꿈을 찾는 스무살 학교>
  • ‘다시 만난 세계, 다시 그릴 세계’ : 젠더정치 연구소 여.세.연.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위한 지방선거 Watch dog 프로그램>
  • ‘사과’ :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법정>
  • ‘너,나,우리’ : 부산어께동무 <제9회 부산평화영화제>
  • ‘관계’ : 내미는 마음 <부산지역 쪽방주민 자치조직 만들기>
  • ‘이웃’ : 아시아의 친구들 <화성외국인보호소 정기방문과 모니터링>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