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과테말라는 어느 나라일까? 거기에 코끼리가 사나? 슬로패션?? 과테말라와 슬로패션은 무슨 사이지? 이 질문은 “2018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시민모임 지원사업”에 서류를 접수한 ‘과테말라 코끼리’ 시민모임을 알게 되었던 순간에 실무자가 느꼈던 궁금함입니다. 드디어 실무자의 궁금증을 풀어볼 수 있는 시간! 10월 18일 ‘과테말라 코끼리’ 시민모임의 최기영 님과 박호진 님을 만났습니다.

Q. 과테말라 코끼리 이름 뜻은 무엇인가요? 정말 궁금합니다.

우리 모임에는 저희 두 사람하고 이지혜 님이 있는데, 과테말라 코끼리라는 이름의 시작은 지혜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나왔습니다. 육아에 묶여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대부분 내려놓고 지내야 할 때 지혜님은 자신이 코끼리가 된 듯했답니다. 그럴 때 과테말라를 여행하는 지인의 페북을 보며 지혜님은 ‘과테말라로 향해 느리게 걸어가는 코끼리’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언젠가 자신도 그곳에 가고 싶어서요.

나중에 저희는 지혜님이 털어놓은 그 이야기와 지구 위를 걷는 코끼리 그림을 보고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 속에 과테말라라는 미지의 세계를 꿈꾸고, 그렇게 꿈꾸는 곳을 향해 느리지만 우직하게 걸어가는 코끼리가 되고 싶어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모임 이름을 지어야 했을 때 ‘과테말라로 가는 코끼리’라고 했고, 나중에 ‘과테말라 코끼리’로 줄였습니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저희 홈페이지(http://slowguaco.com)에 소개되어 있으니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코끼리 이야기]
 코끼리는 세계일주 중이다. 최종 목적지는 과테말라다.
 과테말라를 여행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그곳에 몹시 가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과테말라는 지구 반대편에 있다는데….
 코끼리는 걸음이 느리고 몸집도 커서, 걸어가는 여행이 답답할 때도 있지만 오늘도 걷는다.
 가는 길이 푸르르고, 새롭게 만나는 친구들도 반갑기 때문이다.
 여행길 위에 있는 자신이 대견하고, 언젠가 도착할 그곳을 떠올리면 설레인다.
 
 [내 이야기]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나는 마치 덩치 큰 코끼리가 된 것 같았다.
 뭐 하나를 하려 해도 아이와 같이 움직이거나, 아이를 맡기고 움직여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이를 책임지려니, 하고 싶어도 포기하거나 보류해야 하는 일들도 많았다.
 그러던 중 동료가 훌쩍 세계여행을 떠났는데, 나는 그 모습이 많이 부러웠다.
 부러운 마음이 힘든 마음으로 변하던 어느 날, 지인 부부를 찾아가서 그 마음을 털어놓았다.
 부러울수록 일상이 더 힘들어지는 그 마음을…  속이 다 후련했다.
 얼마 뒤 부부와 같이 밥을 먹었다. 우리는 각자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께 둘러앉아 마음에 품고 있던 꿈에 대해 듣는 시간은 행운같이 느껴졌다.
 물론 우리는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며 허허허 웃었다.
 현실이 녹록치 않지만 꿈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가보련다며….

 [우리 이야기]
 우리는 다시 모였다. 이번에는 같이 일을 하고 있다.
 그때 말한 꿈들을 한데 모아서 현실로 만들고 있다.
 우리는 버려질 것을 한 번 더 사용하고, 소비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삶을 꿈꾼다.
 자연에서 얻고, 자연에서 배우는 느린 삶을….
 느리지만, 느려서 더 자신과 가까운 삶이다.
 이 삶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즐거울 것 같다.

Q. 슬로패션은 무엇인가요?

패스트패션의 반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패스트패션 fast fashion :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한 디자인, 비교적 저렴한 가격, 빠른 상품 회전율로 승부하는 패션 또는 패션사업을 뜻하는 말이다. 주문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인 패스트푸드(fast food)처럼, 빠르게 제작되어 빠르게 유통된다는 의미이다.)

5년 전 목화를 키워서 솜을 수확하고, 솜에서 일일이 손으로 씨를 빼고, 그렇게 1년 동안 힘들게 얻은 솜을 넣어 누빈 조끼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그 뒤로 옷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게 되어, 싸고 비싸고를 떠나서,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입는 이 옷은 어떻게 오는 것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직접 손으로 만들어 입어 보자, 이런 기쁨을 남들과 나누어 보자’ 해서 모이게 되었습니다. 또한 생활 속에서 옷을 하나 사더라도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알게 되면 고민해서 오래 입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 – 출처 : 과테말라코끼리 홈페이지

Q.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활동은 어땠나요?

12명 수강생들과 50평 땅에 목화 농사를 지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너무 더워서 목화솜이 많이 피질 못했습니다. 목화는 꽃이 지면 다래가 맺히고 다래가 익어서 터지면 목화솜이 맺히는데, 여름에 풀을 매러 들어갔더니 어린 다래들이 두두둑 떨어져 버렸습니다. 가뭄에 살아남기 위해서 열매를 스스로 포기하는 식물의 생존전략인 셈이었죠. 올해 농사지은 것으로는 함께한 분들과 옷을 다 만들 수 없어 작년에 거둔 목화와 지인 분이 농사지은 목화 일부를 섞어 옷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Q. 꼭 농사를 지은 목화를 써야하나요?

천천히 옷을 만드는 것이 우리 모임의 목적입니다. 목화를 심어서 재배해서 손으로 누비는 과정과정이 소중하니까요. 구입해서 하는 것이면 쉽게 할 수 있지만, 의미를 전달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Q. 어떤 분들이 참여하나요? 손바늘질을 좋아하나요?

귀농해서 이런 프로그램을 해보고자 배우러 온 분도 있고, 염색하는 분, 설치미술가도 있어요. 바느질이 처음인 분들도 있고, 남자 분도 한 명 있어요. 많이 다른 분들이지만 다 같이 모여 무언가를 손으로 잇고 지으며 머리가 아닌 손으로 해 보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우리는 지금 손을 쓰지 않게끔 교육을 받고 있고, 머리 쓰는 직업이 성공하는 직업이라고 하는데, 머리가 쉬지 못하게 되면, 너무 힘들어요. 손으로 무언가를 해야 소중함도, 그리고 성취감도 훨씬 크게 생기는 것 같아요.

Q. 목화는 100% 수입산인가요?

아마도 대부분이 수입일 듯합니다. 개별적으로 소규모로 심는 분들이 있겠지만 목화솜 이불을 판매할 정도 규모로 농사짓는 분은 산청의 할아버지 한 분인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목화 농사를 지으면 씨를 빼서 솜을 틀어야 하는데, 이제는 씨를 빼주는 솜틀집이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 해요. 겨우 찾아낸 곳이 한국에서 3곳 정도인데, 그중에 한 분이 안성에 계세요. 안성의 솜틀집 할아버지를 찾아갔는데, 그분 말씀으로는 전국에서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분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거의가 자신이 쓸 목화솜 이불을 만들기 위해서 농사지었다고 해요. 그런데 산청 할아버지도 70대이고, 솜틀집 할아버지들도 60대, 70대라 앞으로 10년 후면 목화 농사를 짓더라도 솜을 틀 방법이 없어요.

Q.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금년에 다소 단체다운 운영을 해 보았는데, 성장을 위해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과 함께 여러 교육 사업 등을 꿈꾸고 있어요. 금년처럼 옷짓기 수업도 하고, 목화학교를 열어 어린이들에게 옷이 어떻게 오는지도 알려주고 싶어요. 솜트는 기계도 하나 사고 싶고요. 요즘에는 목화솜 사용이 줄어들어 솜트는 집도, 기계도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기계 하나 사서 목화가 다시 뽀송뽀송해지는 과정도 보여주고 싶네요. 연말에는 1년 동안 농사를 짓고, 손으로 직접 만든 옷들도 전시하고 싶어요. 할 것이 너무 많네요.

Q. 슬로패션에 대해 어떻게 알릴 예정인가요?

슬로푸드도 처음에는 사람들이 개념도 익숙하지 않고, 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점점 직접 농사를 짓고, 요리를 하기 시작했지요. 저희도 어떤 근사한 이론적 개념이나, 캠페인을 한다기보다는 눈으로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 주고 싶습니다. 천천히 가야지요.

쉽게 사고, 버려지는 옷들이 많습니다. 내가 입지않는 옷이 재활용되길 바라면서, 타인이 입었던 옷을 살 때는 낡았다고 느끼는 양가 감정을 떠올려봅니다. 많이 사고 많이 버리는 시스템 속에서 농사를 짓고, 솜을 수확하고, 한 땀 한 땀 옷을 지어 자신의 옷을 입는 경험은 참 귀합니다. 우리가 입는 옷이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를 알게 해주는 슬로패션이랄까요. 내년에는 저도 옷을 하나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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