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충북 꿈나무 예술제가 열리는 날. 그곳에서 음성꽃동네 아동복지시설의 귀여운 천사들을 만났다. 아이들은 모두 천진난만했고 무척이나 친근했다.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다가와 말을 걸며 웃곤 했다. 아이들의 미소를 보니 청주의 가을이 더욱 반짝이는 듯했다.

음성꽃동네 아동복지시설은 정원 69명으로 90% 이상이 부모가 없거나 편부모 가정의 아이들이다. 부모가 직접 양육하기 어려운 환경의 장애아동들도 함께 지내고 있다.  음성꽃동네 아동복지시설은 청주 도심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문화시설을 접하기에 어려운 형편이다. 아이들은 문화생활을 해볼 기회가 없었고 선생님들 또한 교육 인프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며 안타까워했다. 다행히 아름다운재단 아동청소년 문화체험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탭댄스를 배울 기회가 열렸다.

탭댄스 공연

오늘은 탭댄서로 변신!

떨리지만 행복해요

아이들은 그 동안 갈고 닦아 온 실력으로 이번에 열린 ‘제12회 충북 꿈나무 예술제’에서 멋진 탭댄스 공연을 선보였다. 검정 멜빵바지를 두르고 개구쟁이 같은 진한 눈썹으로 분장을 하니 영국 거리에 나온 귀여운 공연단 같았다. 팀 이름은 ‘잘 노는 아이들’이다. 팀명에 맞게 아이들은 카메라 렌즈를 빤히 바라보다가도 활짝 웃으며 경계를 풀었다. 바깥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아이들도 막상 공연장에 들어오니 사뭇 긴장한 듯 보였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말을 듣고 차례로 자리에 앉았다. 넓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악단의 무대를 보며 아이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연주를 감상했다.

제 12회 충북 꿈나무 예술제

제 12회 충북 꿈나무 예술제

아이들의 공연은 세 번째 순서였다. 순서가 다가오자 아이들은 다시 차례대로 대기실로 향했다. 머리가 헝클어지진 않았는지 거울을 재차 확인하는 아이, 떨리는지 두 손을 포개어 가만히 서 있는 아이, 공연을 앞두고 신난 아이 등 모두 다 비슷해 보이는 아이들인데도 각각의 성격과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두들 긴장하면서도 잔뜩 기대를 품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제 ‘좀 노는 아이들’의 시간! 그러나 진짜는 나중에 보여주는 법이다. 처음엔 선생님들이 등장해 짧지만 인상 깊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람들의 호응은 커졌고 모두 함께 손뼉을 치며 즐겁게 공연을 즐겼다. 선생님들의 무대가 끝나자 잘 닦인 구두를 신은 아이들이 차례로 자리를 맞췄다. 긴장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음악이 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들 탭댄스의 박자를 정확히 맞추어 공연을 멋지게 해냈다. 아이들이 이걸 해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칼군무 그 자체였다. 관중들의 호응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을까, 라는 생각부터 들 정도로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노력이 한없이 빛나던 무대였다.

탭댄스 공연

‘잘 노는 아이들’의 무대

처음엔 부끄러웠는데 나중엔 재밌었어요!”

무대를 끝낸 아이들의 소감을 물었다. 긴장이 풀린 아이들은 홀가분한지 한껏 들떠있었다.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끈이 많은 신발을 신을 때 가장 힘들었다는 대답에서 아이들다운 천진함이 느껴졌다. 신발 신는 것도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이 어려운 안무를 소화해냈다니. 아이들은 이제 피아노, 장구 등 다른 여러 악기들을 배워보고 싶다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정으로 눈을 빛냈다. 아이들은 한마음으로 공연을 해낸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호기심에서 시작으로, 그리고 열정적으로!

저희가 지원받을 수 있는 분야는 다 한정적이었어요. 음악, 미술 이런 거라고 해도 강사님들이 와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정도여서, 전문적으로 어떤 걸 배우긴 힘들었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워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애들이 한창 영화 ‘라라랜드’에 나온 탭댄스를 보고 인상 깊었는지, 다들 배워보고 싶다고 많이들 얘길 했대요. 저희도 선생님들과 고민하면서 아이들이 항상 손으로 하는 건 많은데 발로 할 수 있는 게 잘 없으니까 탭댄스를 해봐도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음성꽃동네 아동복지시설 안소연 생활복지사

음성꽃동네 아동복지시설 안소연 생활복지사

앞서 무대에서 본 선생님들의 지원은 일면에 불과했다. 탭댄스를 배우는데 강사 섭외비가 상당했기 때문에 강사가 직접 와서 가르친 건 네 번뿐이었다. 나머지는 선생님들이 직접 동영상을 보고 배워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조금 서투를 수도 있었지만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위해 열정을 다했다. 준비하면서 가장 보람찼을 때가 언제였냐고 물으니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친 아이들에게도, 그런 아이들을 볼 수 있었던 선생님들에게도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오늘이 제일 즐겁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탭댄스를 배워 직접 공연에 오른 경험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체험 그 이상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대체로 아이들이 모두 자신감이 생겼다는 거예요. 아무래도 시설아동이다 보니 많이 위축될 수도 있을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음성꽃동네복지시설 아이들은 하나같이 다들 구김 없이 환한 얼굴이었다. 다 함께 무대에 오른 경험은 아이들끼리도, 선생님들과 아이들 간에도, 더 끈끈해진 유대감을 선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애정이 가득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취하는 기쁨 또한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주는 소중한 경험이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관객들

흐뭇한 미소로 관람하는 관객들

아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싶어요

문화체험 사업이 정말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살면서 탭댄스를 배워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런 기회를 처음 접할 수 있어서 재밌었고, 내년에도 아이들에게 다양한 분야를 가르쳐보고 싶어요.”

아름다운재단 아동청소년 문화체험활동 지원사업이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길, 비단 음성꽃동네 아동복지시설뿐만 아니라 타 시설에 있는 많은 아동들에게도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문화를 체험한다는 것은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교육방식이다. 이론적인 지식을 전하는 것을 넘어, 삶을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알려주는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먼저 배우려는 선생님들의 열정은 아이들에게 배움에 대한 자세를 보여준다. 그런 선생님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의 눈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과 선생님들을 향한 애정으로 빛난다. 이날의 경험은 ‘잘 노는 아이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성장시켜 주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탭댄스 공연

탭댄스로 경쾌한 삶의 리듬을 배운다

 

  글 김가원ㅣ사진 김권일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