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 오른 시절, 더운 국물이 가슴으로 흘러들어 동동거리던 마음을 다독인다. 뜨끈한 기운으로 헛헛한 속을 달래주고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걸 되씹는다. 가난해도 살아볼만 한 건 국 한 그릇에 담긴 마음, 꽉 찬 위로 때문이다. 아름다운재단이 2006년부터 묵묵히 ‘홀로사는 어르신을 위한 국배달 지원사업’을 수행하는 이유다.

[AM 6:00]  국을 배달하는 날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영양사를 비롯한 조리팀 자원봉사자가 재료를 다듬고 국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30인분씩 4번 먹을 수 있는 분량이라 규모가 만만치 않다. 전날 미리 해두는 것도 한 방법일 테지만 최상의 신선도를 위해 아침 조리를 고수한다.

가장 신경 쓰는 건 메뉴 선정이다. 결핍된 영양소를 보충하면서도 맛이 좋을 것.

 

1주일에 한 번씩 총 16번 제공되므로 다양한 맛을 고려한다. 대상자들이 ‘오늘은 무슨 국일까’ 궁금해 하며 자원봉사자를 기다리기를 바란다. 기본적인 된장국, 소고기국, 북어콩나물국은 물론 가정에서 먹기 힘든 선짓국 같은 메뉴를 고민하는 게 국배달 지원사업 사회복지사와 영양사의 과제다. 보온병을 열었을 때 군침 도는 대상자의 나이에 맞는 향토음식에 특히 신경을 쓴다.

[AM 9:00]  조리하고 보온병에 담아 대상자에게 배달하기까지…모두가 함께 하는 일 

당연하지만,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어느 한 사람이 담당해서 될 일이 아니다. 담당 사회복지사와 영양사, 조리하고 보온병에 담아 대상자에게 배달할 자원봉사자까지 무수한 손을 거쳐 완성되는 사업이다. 처음엔 홀로 계신 어르신을 돕겠다고 나섰지만 한데 어우러지면서 외려 그들의 일상이 따뜻해졌다.

경쟁하기 바쁜 세상에 동지(同志)를 만나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다. 연차를 거듭하면서 저마다의 노하우가 충돌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선짓국의 건더기를 국물과 따로 해서 보온통에 넣을 것인가 한꺼번에 담을 것인가, 같은. 사소한 듯 보이지만 더 맛있고 더 따뜻한 국을 제공하겠다는 일념의 투덕거림이다.

은평구립역촌노인복지관의 경우 반찬서비스와 연동돼 진행한다. 반찬과 국을 정성스레 만들고 담아 차로 배달하기까지 자원봉사자 없이 한 단계도 나아갈 수 없다. 그들은 30명의 대상자에게 일일이 닿을 수 없는 담당 사회복지사의 눈과 귀요, 손과 발이다. 국배달 지원사업이 대상자 맞춤 서비스로 거듭나도록 이끄는 숨은 조력자. 이곳과 저곳을 잇는 다리처럼 그들 덕분에 ‘국’이라는 음식이 관계의 출구로 확장된다.

[AM 11:00]  따뜻함을 배달합니다.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종종 무겁게 비춰진다. 선뜻 맞들 수 없는 책임에 방점이 찍혀서다. 어쩌면 그 무거움은 게으르게 추상적으로 접근한 오류일지 모른다. 하루 24시간을 투자하거나 엄청난 돈이 필요한 게 아니다. 진정 어린 마음이 없다고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단지 할 수 있는 만큼만 움직이자, 마음먹고 첫발을 내딛으면 된다. 그러면 이후 아주 구체적인 일들이 눈에 들 것이다.

한 번에 국 보온통을 두 개 드리면 하나는 변질되기 쉽고 다 먹는다고 해도 대상자가 씻기 번거로워 부담스레 여긴다든가, 보온통 입구가 좁아서 쏟을 때 잘 안 되거나 자원봉사자들이 세척하는데 애를 먹는다든가 하는 소소하고 현실적인 문제들. 어떤 대상자는 보온통을 열지 못해 먹을 수 없으니 차라리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물론 국을 다른 그릇에 옮겨줄 수 있겠지만 서로 번거로운 일이라며 국구 사양하기도 한다. 이렇게 구체적인 사안과 마주할 때 하나씩 풀어내는 게 돌보는 일이다.

매주 같은 시간 누군가가 방문한다는 것

… 짧은 인기척은 겨울 한낮의 햇살처럼 반갑다.

매주 같은 시간에 누군가가 방문한다는 것. 그게 뭐 대수이랴 싶지만 그 짧은 인기척은 겨울 한낮의 햇살처럼 반갑고 따뜻하다. 처음엔 기억하지 못하고 귀찮아하거나 시큰둥해 서운하기도 하지만 횟수를 거듭하면 분명 달라진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문밖에 나와 서성일 어르신들 때문에 무엇보다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매해 같은 시절, 어김없이 찾아오는 ‘홀로사는 어르신을 위한 국배달 지원사업’은 그래서 반갑다.

글. 우승연 ㅣ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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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돌봄] 배분사업이 바라보는 복지는 ‘사회로 부터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 입니다. 주거권, 건강권, 교육문화권, 생계권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빈곤1%기금]은 기본적 삶조차 누릴 수 없는 위기상황에 놓인 이웃에게 물질의 도움을 주는 것 외에 그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경제적 심리적 자활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통해 빈곤이 세대를 잇는 대물림을 막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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