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심사위원 3인을 만나다

(좌측부터) 정필현, 김지수, 김수진 심사위원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는 장학생들은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의 가장 큰 차별성은 바로 심사과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의 성적은 보지 않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는 절차, 고통을 드러내기보다는 희망을 발굴하려는 태도가 아름다운재단만의 특성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심사 과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서류만으로 점수를 매기고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신청자를 선정하면 훨씬 쉽겠지만, 아름다운재단의 심사 절차는 좀더 복잡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 심사위원은 서류와 면접 심사를 모두 진행한다. 심사위원들끼리 서로의 관점과 생각을 논의하면서 심사 방향을 조율한다. 사업의 방향과 심사 기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고, 사업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아름다운재단에 제안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책임지는 심사위원들은 과연 이런 절차를 어떻게 느낄까? 어떤 마음으로 장학생들을 만나고 있으며, 무엇을 고민하고 있을까? 지원사업에 대한 평가는 또 어떨까? 이 같은 궁금증을 두근두근 안고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의 심사위원들 3명을 한 자리에서 만났다.

김수진 인천진로지원센터 소장은 청소년단기 쉼터 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청소년 복지지원과 진로교육 사업을 펼쳐왔다. 김지수 인생나자작업장 상임이사는 청소년들의 자립은 독립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청소년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다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정필현 세이브더칠드런 중부지부 지부장은 가정위탁 아동의 자립 등 관련된 지원을 해왔다.

신청서를 여러 번 읽는 이유는…”


Q. 오랫동안 아름다운재단 장학생 심사에 참여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정필현 심사위원(이하 ‘정필현’) : 아름다운재단의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다른 단체들과 달리 장학금 신청자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들의 관점에서 보게 되고 심사한다라는 느낌보다 이들을 위해 뭘 해야 할지를 우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수진 심사위원(이하 ‘김수진’) : 다른 사업을 심사하다보면 신청자들이 너무 힘든 상황에 눌려 우울하고 슬프고 때로는 화가 나있는 경우가 많아요. 심사하면서도 마음이 아프고 착잡한 느낌이죠. 그런데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에 신청하는 분들에게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이겨내고자 하는 밝은 에너지가 느껴져요. 그리고 처음에는 위축됐던 신청자들도 (장학생으로 선정되어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에는) 달라져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제 시각도 넓어진 것 같아요.

김지수 심사위원(이하 ‘김지수’) : 7년 동안 심사를 했는데, 예전에 만났던 신청자들은 더 많이 우울해 했어요. 요즘에는 면접 보면서 웃고 나가기도 하죠. 사실 장학금 신청자는 대부분 자신의 사정이 어려워야 지원을 받는다고 생각하니까, 심사가 ‘어려움을 증명하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자존심이 상하는 과정이기도 한 거죠. 저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질문을 해요. 면접을 마치고 나가는 길에 환하게 웃고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런 질문들을 지속적으로 찾아서 하곤 해요.


Q.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 위원님들이 심사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정필현 : 저는 자신의 꿈이나 희망을 이야기하는 신청자를 만나게 되면 그 이야기에 더 매료되고, 지원하고 싶은 마음도 더 드는 것 같아요. 지원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이야기 하는 눈빛만 봐도 얼마나 기대에 부풀어 있는지를 알 수 있거든요.

김수진 : 어쩌면 이 장학금이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받을 마지막 지원이 아닐까 생각하면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그래서 본인이 장학금을 받고자 하는 목적을 어떻게 이루려할건지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려 하고요. 그런데 어떤 때는 아름다운재단 장학금 아니면 다른 곳의 지원도 못 받을 것 같은 경우도 만나요. 그런 절실한 느낌도 좌우를 하죠. 사실 잘 하는 신청자는 꼭 아름다운재단이 아니라도 기회가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심사위원 세 명이 함께 의견을 나누는 게 중요해요.

김지수 : 저도 늘 딜레마에 빠져요. 장학금을 받아서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지원해야 할 것 같긴 한데…. 반대로 되게 허술하게 쓴 서류를 보면 ‘이 사람은 맨날 떨어지겠구나’ 싶은 거죠. 그래서 허술하게 쓴 서류라고 해도 무슨 말을 쓰고 싶었을지 생각하면서 두번 세번 다시 읽어요. 서류 내용은 부실해도 정말 고민을 많이 했을 수도 있거든요.

정필현 : 여러 장에 많은 내용을 작성한 서류를 제출한 신청자도 막상 면접을 해보면 생각했던 것 보다 할 얘기가 별로 없다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서류는 잘 못 썼어도 면접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잘 하는 면접자도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서류만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있는것 같아요. 

김수진 : 다른 곳은 심사위원들이 각자 채점을 해요. 점수 차이가 25점 이상일 경우만 조율하기도 하죠. 그렇게 총점을 계산해서 상위 점수부터 선정을 하는데요. 그러면 제가 놓친 부분은 계속 못 보는 것이고, 그렇게 제가 점수를 낮게 줘서 장학금이 필요한 사람이 탈락될 수도 있죠.

김지수 : (다른 단체의 심사는) 심사점수를 입력한 엑셀 파일 내면 끝이죠.

등록금 이상을 지원 받으면 사치일까요?”


Q. 최근 장학 관련 정책이나 사업 방향이 많이 바뀌었고, 아름다운재단도 등록금만이 아니라 자기계발비와 학업생활보조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개편했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김지수 :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발표가 났어요. 인구 절벽이니 앞으로는 대학 등록금까지 무상이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제 어떻게 장학금을 써야 할 지 연구도 많이 진행되고 있어요. 지원금을 생활비로도 쓸 수 있고, 그 외에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공과금, 의료비, 면접에 대비한 비용이라든가 여가활동, 데이트 비용 등등… 사실은 돈이 없어 연애도 못하는 경우들도 있거든요.

김수진 : 2019년에 몇몇 대학의 경우 저희처럼 학업이나 생활을 지원하는 장학금을 지원해요. 학업지원비나 생활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더라구요. 이미 그런 방향으로 사회적 흐름이 시작된 것이죠.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등록금만이 아니라 부교재 구입비용이나 생활비가 충당돼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런 장학금은 대부분 성적을 기준으로 삼더라고요. 그래서 아름다운 재단만의 장학금 지급 기준이나 방법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죠.

정필현 심사위원

정필현 심사위원


정필현 :
교육비지원사업은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자립을 위해 지원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성공적인 자립을 돕기 위해서는 자립과 관련된 풍부한 경험의 기회도 함께 제공되어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자기계발 및 학업생활 보조는 당연히 지원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건이 어렵다고 기회에 있어서조차 차별 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김지수 : 그렇다고 스펙 경쟁을 위한 지원은 오히려 사회적 차별을 견고하게 만들 수 있다고 봐요.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가 지금 청년들인데, 가장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야 하는 세대가 아닐까 싶어요. 취업을 위한 그 많은 스펙들이 사실은 불필요한 스펙인 경우도 많은데요. 장학생들이 스펙을 쌓기 위한 지원을 하게 된다면 오히려 경쟁의 출발선은 더 멀어지게 만들지 않을까요? 시간도 돈도 건강도 모두 잃어버리게 만드는 스펙전쟁… 제 생각엔 스펙을 쌓기 위한 지원이 아닌 고용 기준을 평등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한 낭비의 삶을 살아가지 않아도 되게 생계만을 위한 삶이 아닌 행복해지기 위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가 아닐까 싶어요. 지금은 차별을 없애기 위한 정책과 함께 지금을 버티고 살아낼 지원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니 참 어려운 때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재단은 현실적 지원과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경쟁의 과정을 바꾸기 위한 정책도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Q.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만의 장점과 가치는무엇일까요? 앞으로 사업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개선이 필요할까요?

김지수 : 장학금을 신청하는 대학생들도 라이프스타일과 생각, 욕구가 다양해요. 아름다운재단은 이런 상황을 잘 포착하고 있어요. 인간의 가치를 추구하는 거죠. 여기에 좀 더 바라는 게 있다면,지원받는 사람 입장에서 불필요한 서류가 없는지 절차가 까다롭지 않은지 잘 모니터링해서 최대한 간소화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상황이 힘든 사람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운데요.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끼리만 있으면 우물에 갇힐 수 있거든요.

정필현 : 아름다운재단은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즉 당사자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심사위원과 함께 고민하는 과정도 남다르고요. 개선방안을 제안하면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는 아름다운재단이 다른 단체와도 협업해서 함께 할 수 있는 부분들로 시너지가 더 많이 생겨나길 바랍니다. 그리고 장학생들이 지원 기간이 끝난 뒤에도 계속 사업과 연계되면 좋겠어요. 후배들에게 멘토링도 하고 영역별 기부자가 되기도 하면서요.

김수진 심사위원


김수진 :
아름다운재단은 그냥 돈만 주는 게 아니라 장학생들을 많이 존중한다고 봐요. 장학금을 신청하시는 대학생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거든요. 조금만 실수하면 실패한다고 생각하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심리적 단절감도 커요 아름다운재단 장학생들이 시행착오 과정에서도 계속 응원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그래서 자신이 혼자라는 느낌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개선사항은요. 사람은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나눠주는 사람이 되었을때 자기존중감이 높아지거든요. 사업 안에 장학생들이 작게라도 사회나 친구들, 후배들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고 나눠주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꼭 금전적인 것이 아니고, 아주 작은 것이라도…

먼저 손 내밀어 주세요. 우리가 잡을 수 있도록”

Q. 마지막으로 아름다운재단 장학금에 지원하거나 이미 지원받는 청년들에게 응원 한 마디씩 부탁 드립니다.

김지수 심사위원


김지수 :
모두들 행복하기 위해 살지만 사람마다 행복한 삶은 조금씩 다르다고 생각해요. 평소에는 그걸 생각할 기회가 없는데 지원을 받고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긴다면 아니 그렇지 못하더라도 꼭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어느 누구도 자신의 존엄성을 팔아야 할 정도로 가난해서도 인간의 존엄을 사 버릴 정도로 부유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떤가요? 그래서 지금-여기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요구를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정책도 바뀌고, 이런 장학금이 사라져도 살아갈 수 있지 않겠어요? 다시 없을 자신의 독특한 삶을 향해 어렵더라도 꼭 나아가시길 바래요.

정필현 : 오늘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네요. 지금 실수하고, 실패하여 좌절할 수 있지만, 그래도 오늘 희망을 가지면 미래에도 희망이 있다라는 걸, 그걸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수진 : 사실 저도 몇 번 실패나 좌절을 겪고 나서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과연 될까’ 생각했어요. 선뜻 용기가 안나고 포기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반문하기 시작했어요. “왜 안 돼?” “왜 꼭 이래야 하지?” 아름다운재단 장학생들도 자기자신이나 처한 상황에 대해, 그리고 사회에 대해 그렇게 계속 반문하고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요. 저희가 최대한 열심히 돕겠지만, 그러려면 도와달라고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를 가져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꼭 잡아 일으킬 수 있도록.

 

글 박효원ㅣ사진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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