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도 어김없이,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휴식] 부문에 총 14팀이 선정되어 계획한 대로 혹은 좌충우돌하며 각자 나름대로의 쉼의 기회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공유합니다.  

유지현 님은 다른 동료 1명과 함께 2주간 독일 생활자로 진정한 휴식을 얻고 왔습니다. 재충전으로 뭔가 새로운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또 다시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이 생겨났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아한 곳은 숲이었다네요. 활동의 중심인 숲에 대해 다시 한 번 알게 되었고, 이 안에서 또 새로운 것들에 대한 설레임이 생겼고 휴식으로 에너지를 가득 채우게 되어 굉장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답니다. 

프롤로그

우리는 숲활동가. 지금의 삶에 있어 ‘숲’ 이란 단어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들.
봄에 꽃이 피고, 여름에는 초록으로, 가을은 붉은 단풍이, 겨울에는 흰 눈이 세상을 덮었을 텐데 우리가 기억하는 일상의 대부분은 밤의 찬 공기와 가로등 불빛이었습니다. 누구나 느끼는 좋은 계절에는 각종 프로그램으로 주말 없는 날들을 보내고, ‘항상 숲에 있으니 얼마나 좋아’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쌓여 있는 일들과 활동을 하면서 생기는 고민들이 머릿속에 물음표로 가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활들이 나를, 그리고 숲운동을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물음에 대해 나를 돌아보고 천천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그동안 수고한 나에게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숲활동가 10년차 유지현, 7년차 최승희는 독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첫 여행지는 프랑크푸르트. 우리 독일에 온 거야?!

첫날. 트램을 타고 프랑크푸르트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지도를 펴고 가장 멀리 가는 트램을 타고 순회 시작! 13번 트램을 타고 말없이 얼마나 갔을까? 밖의 풍경은 너무 좋고, 사람들도 너무 좋고,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는 게 좋아질 때쯤 마음이 당기는 곳에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우리가 내린 곳은 공원. 마인강이 흐르는 한적한 공원이었습니다. 막상 멀리하겠다고 했건만 몸과 마음이 먼저 닿는 곳은 역시나 공원이었습니다. ‘의도하지 않게 우리가 내린 첫 목적지는 한적한 공원이었다’라고 페이스북에 사진과 글을 올리니 친구들이 독일까지 가서도 공원이냐고, 숲이냐고 한마디씩 합니다. 근데 몸이 자연스레 움직인 걸 어쩝니까. 우리는 뼈속까지 숲 활동가?!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냥 아무 것도 없어도 푸른 초록, 여유로운 초록이 부러웠습니다. 오솔길에 자전거를 타고가는 사람, 조깅을 하는 사람, 산책을 하는 사람,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분명 느낄 수 있는 여유일 텐데. 우리는 왜 몰랐을까? 이렇게 독일에서의 첫날. 보통날을 꿈꾼 첫날은, 가지 말자 다짐했던 공원에서 시작했습니다. 

2014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

우리가 내린 곳은 공원! 우리를 반겨주는 곳

프랑크푸르트 하면, 시유림이지! 세계 최초의 도시숲

우리가 독일에 간다고 하니, 같이 활동하는 활동가 10명 중에 9명은 프랑크푸르트 시유림(Frankfurt Stadtwald)은 꼭 한번은 가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숲은 항상 멀리 가야만 있다고, 등산을 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트램을 타고 숲을 갈 수 있다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2014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

14번 트램 하차 후 만난 신세계

시유림의 가장 큰 장점은 ‘일단 평지’. 트램을 타고 자전거를 가지고 온 사람도, 장애인도, 어린이도 누구나 쉽게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접근성 좋은, 정말 도심 속 숲이었습니다.

연간 600여만 명의 시민이 찾는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은 목재 생산의 기능 외에도 휴양 기능 강화와 산림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숲 속에 조성된 길이 총 440km인데, 이 길은 벌채 운반로이면서 시민들의 산책로이자 자전거 도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숲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숲 교육장 ‘발트하우스(Waldhaus)’가 운영되어 단순한 숲이 아닌 교육장으로의 활용도 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도시숲. 이런 곳이라면 여유를 찾을 수도, 도심 속에서 진정한 휴식을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교통까지도 이렇게 편리한 곳이라면! 만약 프랑크푸르트에 산다면 자주자주, 아니 매일 매일 갈 것 같은 숲이었습니다. 우리는 여행 마지막날 한번 더, 꼭 오자고 약속했습니다.

아름다운 하이델베르크 그리고 퀼른은 대성당

다음은 하이델베르크. 이번 독일여행 중 이름만큼이나 가장 아름답던 도시. 여행자들도 많고, 학생도 많고, 프랑크푸르트 보다는 활기 넘쳐 보이던 곳이었습니다.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한 첫날은 인근 시내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도시 내에 있는 하이델베르크 대학도 가보고, 수목원도 가봤습니다. 그 한가로움이란. 둘째날은 하이델베르크의 성을 갔습니다. 성 위에서 보는 풍경은 그림 엽서에 나올 것 같은 풍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철학자의 길도 걸었는데요. 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한가로움과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보냈습니다. 철학자의 길을 걷다 중간에 맥주를 마시는 것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우리, 여기서 살면 좋겠다!!

2014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

성 위에서 바라본 하이델베르크 / 밤에 본 대성당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 하이델베르크를 뒤로 하고 쾰른으로 향했습니다. 쾰른에서 살았던 적이 있는 친구에게 쾰른에서 어디를 보면 되는지 물어봤습니다. “쾰른은 대성당이지. 대성당만 봐도 충분해!” 사실 쾰른이란 도시는 잘 몰랐어도 쾰른대성당 이름은 들어보았었는데요. 교과서에도 나온 성당이라고 할까요? 온전히 대성당 하나 보고자 갔던 도시! 대성당을 본 우리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정말 어마어마 했습니다. 밤에 보니 더 무섭기도 했구요. 왠지 성당 안에서 드라큘라가 나올 것 같기도 한 그림 같던 대성당이었습니다. 대성당을 가는 길에는 정말 셀수 없이 많은 자물쇠가 달려있었어요. 세상에 온갖 자물쇠는 다 있는 듯!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암스테르담은 감자튀김이 최고!!

다음 여행지는 독일이 아닌 네델란드였습니다. 유럽의 묘미가 또 국경을 넘는 일이 아닐까 싶기도 했고. 하지만 베를린 장벽을 넘는 듯 한 국경 넘는 기분은 하나도 없고, 스마트폰 메시지로 네델란드임을 직접 알려주네요. 아! 암스테르담에 왔구나! 독일인지 네델란드인지 잘 모르겠다가도, 집 모양, 도시풍경, 분위기를 느껴보니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몇 시간 동네산책을 다녀보니 확실히 다른점을 알겠더라구요. 

암스테르담은 정말 여행자들이 참 많았습니다. 거리 곳곳 만나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 트램이며, 거리며, 시장, 광장 등등 천천히 걸으며 느끼는 암스테르담은 볼거리 풍부한 여행자들의 천국이었습니다. 꽃시장, 치즈가게, 어딜가나 만나는 운하와 작은 배, 각종 거리공연,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반고흐 뮤지엄, 동네산책 하다가 발견한 커뮤니티가든, 긴 다리로 힘차게 움직이는 자전거부대들. 어쩌면 독일보다는 좀 더 활기찬 모습의 도시였습니다. 트램과 전통양식 건물들을 바라보며 고전과 현대가 만나는 느낌도 들고, 꽃을 좋아해 도시 곳곳에 보이는 꽃들, 집집마다 베란다에는 항상 꽃이 한가득. 독일과 가까운 나라지만 생활모습들은 저마다 다른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14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

암스테르담의 일상

암스테르담에서의 3일을 보낸 후 다음 도시는 함부르크. 함부르크하면 햄버거가 떠오르죠. 함부르크 햄버거는 좀 다른가? 사실 햄버거맛은 비슷했습니다. 1일 교통권으로 유람선도 탈수 있다고 해서 배를 타고 한바퀴. 알토나 지역에 내려 알토나박물관에 들어갔습니다. 작은박물관 정도인 줄 알았는데 북부독일의 역사와 자연, 문화에 대한 내용 등 볼거리가 아주 많았답니다. 관람자가 적어서 전세 낸 거 마냥 알차게 구석구석 박물관탐방을 했습니다.

함부르크 근교. 기차를 타고 북쪽 끝까지 기차여행도 다녀왔어요. 동네이름은 Puttgarden. 여기서 배를 타고 30분만 가면 덴마크. 시간만 있다면 덴마크도 가고 싶었지만…항상 여행은 아쉬움을 남기죠. 하지만 아쉬움이 있어야 또 설레임도 희망도 있는 법! 또 언젠간 갈 수 있겠죠. 있을 거라 믿으며 덴마크 쪽을 바라보며 돌아왔습니다. 

드레스덴에서 느껴지는 동독의 향기!

우리의 마지막 도시 드레스덴. 아쉬움을 가득 안고 드레스덴으로 가기 위해 함부르크 중앙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기차시간에 맞춰 함부르크 중앙역에 도착하니 기차역이 피난소 마냥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이날 독일철도청 기관사들이 파업을 해서 대부분의 기차가 연착되었고, 계속 연착 중이라며 11시 출발예정이었던 우리의 기차는 언제올지 아니면 아예 오지 않는 건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더 신기했던 것은 아무도 불만과 항의가 없었답니다. 정말 독일사람들 화내거나 항의하지 않았다는 게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차피 다 사람의 일이니 서로가 다 이해하나 봅니다. 우리도 남의 일, 나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요.

드레스덴은 생각보다 더 아름다웠습니다. 시가지 곳곳을 걷다보면 그 자체가 기록이 되고 풍경이 되었습니다. 전쟁의 상처들을 잘 감싸며 있는 그대로를 계승하고 지켜가는 모습들.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웠습니다. 그동안의 다른 도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지만 ‘독일에 왔구나’ 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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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의 독일 생활자. 다시 숲활동가로 돌아오며…

– 소감문을 쓰며 지난 여행을 되돌아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가기 전까지의 긴박(?)했던 시간들, 기차를 타고, 숲을 거닐며, 산책하며,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고민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들, 뭘 먹어도 다 맛있는 음식들, 신기하고 부럽고 떠나기 아쉬웠던 것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 아쉬웠지만 여행은 참 나에게, 우리에게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사실 여행이 끝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제자리도 돌아왔지만, 그동안의 고민과 피로를 비우고 추억할 수 있는 여행의 기억들을 담아 머릿속, 마음속에 꼭꼭 채우고 있으니 무언가 든든한 힘이 납니다. 긴 여행, 긴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신 아름다운재단, 바쁜 일정에도 휴식의 시간을 갖게 허락해주신 단체, 그리고 활동가들께 정말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보통날을 꿈꾸며 다녀온 독일여행. 고민도 나누고 피로도 함께 풀고 온 휴식의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글 / 사진 : 유지현((사)대전충남생명의숲국민운동), 최승희((사)생명의숲국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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