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청소년공익활동지원사업 ‘유스펀치’>는 청소년의 시민성을 증진하고, 더 나아가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19년 유스펀치는 11개 청소년 모둠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이중에서 경전철 공사로 훼손된 보라매공원의 자연과 휴식공간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보너스>를 만났습니다. 10월의 둘째주, 보라매공원에서 만난 <보너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
보라매공원에 들어서자 자재를 잔뜩 실은 덤프트럭이 먼지를 휘날리며 지나갔다. 공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흰색의 민무늬 가림막도 눈에 들어왔다. 2017년 경전철 공사가 시작된 이후 달라진 풍경이다. 이런 변화가 안타까운 건, 보라매공원이 흔치 않은 생태공원이란 사실 때문이다. 이곳에는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황조롱이, 참매 등과 같은 천연기념물이 산다. 하지만 2년 전 시작된 공사로 부분적이지만 새들의 터전이 훼손되고, 오래된 나무가 꺾여나가고, 추억이 새겨진 공간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이 일에 누구보다 발 빠르게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열네 살 청소년 7명이 모여 만든 <보너스> 팀이다.
예전 모습을 잃어가는 보라매공원
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보라매공원을 아지트 삼아 놀았다. 지금은 공사로 사라진 X-게임장도 특별한 놀이터였다. 스케이트보드나 인라인을 타지는 않았지만, 그 시설을 오르내리며 쌓은 추억이 많다. 이름은 모르지만 기대어 쉬었던 나무도, 봄이 오면 발을 담그던 샘물도, 그네를 타던 놀이터도 모두 보라매공원에 있다. 그런데 2년 전 공사가 시작되며 하나둘 추억의 공간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임하정 씨(14)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공간들을 떠올리면 안타깝다며 말을 이었다.
“공원 가운데 돌 틈으로 물이 흐르던 곳이 있어요. 작년 봄만 해도 거기서 발 담그고 놀았는데, 지금은 다 메워버렸어요. 나무들도 하나하나 없어지고요. 다시 이곳을 예전처럼 바꿔보자는 마음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보너스> 팀은 공원이 더 훼손되기 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록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지도를 들고 발로 뛰며 공원에 있는 자연물과 인공 시설 등 환경 조사를 직접 했다. 조사한 이후 보라매공원에 더 정이 들었다. 모르던 산이나 나무의 이름도 새롭게 알게 됐고, 추억의 장소에서 뛰어놀며 기억을 다시 새기기도 했다. 윤지은 씨(14)는 조사를 통해 보라매공원이 생태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깨달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경전철이 들어와도 환경이 오염되면 소용없잖아요. 지구온난화가 이렇게 심각한데 있는 나무들을 베어버린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아요.”
보라매공원을 지키기 위한 힘 모으기
<보너스> 멤버들은 지금의 문제를 널리 알리고, 의견을 모으기 위해 길거리로 나섰다. 부스를 세워 보라매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수집하고, 앞으로 공원에 바라는 점 등 시민 의견을 모으는 활동을 했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날도 청소년축제에서 부스를 운영 중이었다. 이미 거리 캠페인을 경험해본 이들은 능숙하게 시민들과 만났다.
“오늘은 보라매공원의 모습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사진을 받아서 인화해드렸어요. 계속하다 보니까 어떻게 말을 걸고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는지 알 거 같아요. ‘보라매공원에서의 사진을 보내주시면 예쁜 캘리그라피와 함께 인화해드려요’라고 적극적으로 말을 걸면 그냥 지나가던 분들도 관심을 보이고 참여해요.”
사진뿐만 아니라 시민 의견도 모았다. 윤지은 씨는 의견을 모아본 소감을 말했다.
“지금의 보라매공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복원됐으면 좋겠는지, 또 새롭게 생겼으면 하는 건 무엇인지 시민들 의견을 모았어요. 결과를 보니까 사람들 생각이 다 비슷하다는 걸 느꼈어요. 편한 교통수단이 들어오더라도 자연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더 많은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다
이들의 활동을 지켜봐 온 최예솔 복지사(시립보라매청소년수련관)는 누구도 나서지 못했던 문제에 먼저 나선 <보너스>의 활동에 많은 시민이 공감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녀로서는 복원도 중요한 이슈지만, 당장의 안전 문제도 걱정이었다. 경전철 공사 말고도, 계획된 건물 공사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보라매공원이 언제까지 공사로 몸살을 앓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공원 안에 화물차가 돌아다니는데, 알다시피 공원에는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곳이 많잖아요. 아이들은 자유롭게 뛰어놀 곳이 필요한데, 지금의 보라매공원이 안전한 곳인가 고민이 많죠.”
그런 고민에서 그녀가 먼저 시립보라매청소년수련관의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에 다녔던 졸업생들에게 활동을 제안했었다. 팀 이름도 원래 하던 활동에 보너스를 더해보자는 의미에서 <보너스>다. 하지만 이들은 이 일을 덤 이상으로 해냈다. 그동안 발로 뛰어 모은 의견을 동부공원녹지사업소에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 활동을 이만큼 키우고 채워온 건 온전히 <보너스> 멤버들의 역량과 힘이었다.
공사 이후 보라매공원이 얼마나 복원될 수 있을지 계획은 아직 불투명하다. 전달된 의견이 반영될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상황일수록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게 <보너스> 멤버들의 생각이다. 이들은 내년에도 2기를 모집해 보라매공원을 지키는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이어지는 활동을 통해 캠페인에서 받은 ‘보라매공원에서 찍은 사진’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길, <보너스> 멤버들은 희망한다.
글 | 우민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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