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비빌 언덕이 필요해
지속적인 교류를 위한 한일 청년 포럼 스케치

우리에겐 비빌언덕이 필요해

바야흐로 대한민국의 청춘이 그 빛을 잃고 시드는 계절이다. 청년들은 치열한 경쟁으로 저성장 시대를 경주하느라 삶이 숨차고 버겁기만 하다. 고학력 실업과 승자독식 현상은 젊음을 부채의 덫에 빠뜨리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일본도 다르지 않았다. 

‘제1회 동아시아 청년 네트워크 교류 행사’의 일환인 ‘한일 청년 포럼’은 그래서 펼쳐졌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패러다임을 청년의 시각에서 구축하기 위해, 그리고 거기에 의지할 수 있는 동행이 되었다. 즉, 비빌 언덕 같은 청년간 안전망인 것. 지난 11월 20일 오후 4시, 영등포 하자센터로 모여드는 한일 청년 커뮤니티와 활동가의 발걸음에 청춘의 희망이 묻어났다.

한일 청년들의 희망빛깔 만남 

우리에겐 비빌언덕이 필요해

‘비빌언덕’을 연결하기 위해 모인 한일청년

 

11월 20일부터 11월 22일까지 사흘 동안 개최된 ‘제1회 동아시아 청년 네트워크 교류 행사’. 원년에는 한일 양국만의 1대1 교류를 통해 한일 청년 문제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행사로 기획됐다. 그 신호탄이 ‘한일 청년 포럼’이다. 한국에서 10여 단체가, 일본에서 3개 단체가 엮어내는 이 자리는 청소년 대안교육을 구현하는 ‘공간민들레’의 김경옥 대표가 중심적인 역할을 도맡았다. 

“‘공간 민들레’는 교육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는데요. 일본에서 특별한 방식으로 교육을 실천하는 단체들이 활동한다는 소식에 탐방을 하곤 했죠. 그 계기로 몇몇 커뮤니티와 10년쯤 교류해 오면서 고무적으로 올해 이 행사를 계획할 수 있었어요.” 

어느새 원탁을 중심으로 포럼장을 메운 40여 명의 한일 청년. 그 구성비는 한국 청년이 과반을, ‘K2 인터내셔널’과 ‘소다테아게넷’, 그리고 ‘슈레대학’에서 참여한 일본 청년이 절반쯤이었다. 양국의 오작교 격인 통역은 ‘K2 인터내셔널’의 오오쿠라 씨. 청년 지원 활동에 주력하는 그는 국어와 일어에 능통한 베테랑 소통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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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 샨티’는 ‘모든 행복’ 내지는 ‘모든 평안’을 의미한다

 

슬슬 포럼의 모양새가 갖춰지자 무대로 ‘공간민들레’의 청소년들이 등장했다. 다름이 아니라 ‘옴 샨티’라는 노래로 일본 커뮤니티들을 환영하려는 것. 산스크리트어로 ‘모든 행복’ 내지는 ‘모든 평안’을 의미하는 ‘옴 샨티’는 청소년들이 규슈의 아소를 탐방했을 때 배웠던 노래라고. 그 곡조의 울림은 포럼장의 분위기를 비빌 언덕처럼 따뜻하고 포근하게 휘감아 돌았다.

비빌 언덕을 쌓아가는 소통과 공유 

‘옴 샨티’ 효과 때문인지 모두 만면에 미소짓고 개시된 ‘한일 청년 포럼’. 행사는 특정한 발제자를 지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고민과 문제의식, 그리고 질문을 주고받는 오픈토크 방식이었다. 

물론, 저마다의 소개는 우선돼야 할 터. 따라서 소속한 커뮤니티의 특색 있는 사진 2장이 스크린에 투영되면 그 당사자가 개인과 단체의 정보를 이야기로써 풀어내면 된다. 최초로 ‘소다테아게넷’의 야마모토 씨가 일어났다. ‘소다테아게넷’과 야마모토 씨의 진정성 어린 발자취를 한국 청년들은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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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자립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소다테아게넷’

 

“고등학교에서 돈의 사용법을 교육하는 사진과 청년들끼리 으쌰으쌰 협동해서 농사짓는 사진이고요. 저희 ‘소다테아게넷’은 도쿄의 비영리민간단체로 청년 지원, 그 보호자 지원, 학교 지원, 교육 지원이라는 네 가지 중심축으로 움직입니다. 개인적으로 그처럼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는 곧 태어날 제 아기가 올바른 세상에서 살아가길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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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선 안되기 때문에 ‘비빌언덕’이 필요하다

 

다음에는 한국 커뮤니티 ‘4.2Lab’의 차례. 청년들의 활로를 탐구해나가는 그들은 간식을 준비하는 사진과 상반기 MT 사진에 다양성과 주도성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농사와 기술을 통해 미래의 삶을 발굴하는 ‘하자작업장학교 청년 과정’과 비빌 언덕 같은 동료 없이 버틸 수가 없었다던 ‘문화로놀이짱’ 하며, 일본 청년들은 한국 단체들의 정체성과 경험에 집중했다. 

서로의 흔적을 점점 공유하는 한일 청년과 커뮤니티. 인상적이게도 모리 씨는 은둔형 외톨이 같은 청소년 시절을 거쳤다고. 하지만 공동생활로써 사회적 부적응을 해소하는 ‘K2 인터내셔널’에 몸담고 나서는 사회성이 회복되고, 사업마저 일으켰단다. 그러한 삶은 ‘슈레대학’의 청년들도 마찬가지였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타인과 행복하게 화합하는 모토 하에 그들은 하나둘 자존감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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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비빌언덕이 필요해

대안대학으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청년문제 연구 활동을 펼쳐온 대안대학 ‘슈레대학’

 

한일 청년들은 여러모로 닮은꼴이었다. 정형화된 삶을 살아왔던 스스로를 탈피하기 위해 단체가 아니라 개인으로 참여한 사람들도 있었다. 한일 커뮤니티를 비빌 언덕으로 이제 그들은 자신답게, 청년답게 앞으로의 자아실현에 접근하게 될 것이다.

청년 문제를 해결할 지속적인 교류 

해는 저물었지만 한일 청년들의 열정은 뜨거워졌다. 소담한 뷔페식 저녁만찬과 심도 깊은 토론회, 네트워킹 파티를 거치는 동안 그들의 자율적인 소통은 사뭇 진지한 면도 돋보였다. 이를테면 ‘에듀코빌리지 서울 사이’가 ‘K2 인터내셔널’과 주고받은 문답이 그렇다. 청년과 관련한 사회사업의 확장이나 지원 부분에 대한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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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족 청년들을 대상으로 취업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K2인터내셔널’

 

“저희 ‘K2 인터내셔널’은 27년간 주식회사도 운영하고, 복지사업도 병행했는데요. 정부 또는 기관에서 지원받기도 했죠. 그때그때 성격과 목적에 맞게 필요한 영역을 늘리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영리적으로 활동하는 ‘K2 코리아’가 설립됐는가 하면 비영리적으로 지역주민을 도와주는 ‘K2 이시노마키’ 같은 지부도 있어요.” 

그렇게 한일 청년들은 적극적인 태도로 서로에게 긍정의 영향력을 나누었다. 그대로라면 그들은 애초의 목적대로 진정한 비빌 언덕으로 뭉쳐서 창조적이고도 유연하게 청년 문제를 돌파할 것이다. 어쩌면 공간을 뛰어넘는 진득한 소통은 시간문제일 뿐이다.서서히 유종의 미를 거두는 ‘한일 청년 포럼’. 한일 청년들은 이튿날 ‘워크숍과 파티’, 사흗날 ‘2015 비빌 언덕을 선언하다’로 계속되는 ‘제1회 동아시아 청년 네트워크 교류 행사’를 통해 보다 견고한 네트워크의 형성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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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쯤 젊음은 그 자체로 고유한 빛이 반짝인다는 빅토르 위고의 얘기가 스친다. 그 청춘의 빛으로 한일 청년들은 반드시 청년 문제를 해갈하는 요소를 찾게 되리라. 아울러 이 행사가 매년 더욱 많은 국가의 참석으로 한층 높은 비빌 언덕을 쌓길 기대한다.  

글 노현덕 │ 사진 조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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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청년 포럼]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청년단체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청년단체와 공동체를 발전시키기 위한 실제 사례와 방법론이 논의됐습니다.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본 행사는 대안 교육단체 ‘공간민들레’가 마련하였고 사이랩(4.2Lab), 유자살롱, 하자작업장학교 청년작업장, 에듀코빌리지 서울사이, 비빌기지 등 한국 청년단체와 일본 청년단체 K2 인터내셔널, 소다테아게넷, 슈레대학이 참여하였습니다. 

[청소년진로탐색지원사업] 아름다운재단은 버버리와 함께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82명의 청소년들에게 적성을 찾고 다양한 직업 경험을 갖는 진로 탐색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 사업의 목표는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에 국한되었던 기존의 진로 교육에서 벗어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글쓰기, 음악활동, 또래활동, 인턴십 등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사회와 개인의 비전을 고민하며, 청소년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갈 기회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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