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나리오 여러 단위 사업들 중 거의 유일하게 활동가 개인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으로 2002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5년에도 어김없이, [2015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휴식] 부문에 총 11팀 22명의 활동가들이 선정되었고, 동료들과 혹은 가족들과, 또는 혼자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함께 나눕니다. 

조제호님은 안식월 중 2개월을 가족들과 제주에서 보냈습니다. 무엇보다 절대적으로 쉼이 필요할 때 쉴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 자체가 큰 성과입니다. 또 24시간 아이들과 붙어 있다 보니 아이들의 생각과 순간순간 자라는 모습을 눈으로 지켜보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답니다.

 

사람들을 꿈을 품고 산다. 때로는 막연하기도 하지만 그 막연함이 없다면 우리 인생은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갑갑한가. 시민단체 활동가라고, 개인적으로 신앙인이라고 해서 인생이란 것이 늘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것은 아닌 것이지. 

시민단체 활동가로 살아온 지 13년째이다. 인생의 거의 1/3을 시민단체 활동가라는 타이틀로 살아온 것이다.(뭐 그렇다고 다른 특별한 타이틀이 있지도 않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오래 이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 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하나둘 태어나면서 그냥 이 일이 일상이 되고,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 것 같다.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강한 놈이다’

 딱 나에게 해당되는 말 같다.(강조점이 ‘강한’에 있지 않고, ‘살아남는’다에 있다.ㅎ) 많은 동기들과 선배들이 있었지만 내가 남아 ‘사무처장’이란 감투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이 감투는 늘 부담스러운 몸에 맞지 않는 옷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과연 나는 리더의 자격이 있는지 말이다. 내가 만든 단체도 아닌 곳에 들어와 젊음을 바쳐 열심히 달려왔지만 과연 나는 어디에 있는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는 행복한지 말이다.

 아이들이 하나둘 태어나면서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부모라면 당연히 갖게 되는 너무 큰 기쁨이고 축복이다. 그러나 시민단체 활동가들처럼 일정이 불규칙한 사람들도 적을 것이다. 품 안에 자식이라고 큰애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 점점 독립심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부모의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24시간 같이 살아간다면 그 느낌은 어떨까?

쉼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갈망도 있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사표를 내고 귀촌을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다행히 우리 단체에는 10년 근속을 할 경우 6개월 안식월을 사용할 수 있었고,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특성상 그리고 작은 단체이다 보니 6개월을 원칙대로 사용하는 건 어려움이 있어서 3개월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다행히 3개월 안식월 사용이 받아들여지고 가족과 함께 쉼을 갖고자 여러 궁리 끝에 제주에서의 두 달 살이에 도전하게 됐다.

제주가 좋아서 여러 번 제주에 여행을 갔었다. 해외에 갈 여력은 안 되는데 해외에 간 것 같은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곳이 제주 아니던가. 그런 곳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두 달 살이라니. 꿈만 같은 일이다.

그런데 가족이 함께 두 달 제주여행을 간다고 하면 비용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두 달을 제주에 가서 산다고 하면 두 달 살 집 월세와 제주까지의 교통비만 추가하면 사실 서울에서 사는 것과 사는 비용은 같기 때문에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다. 물론 서울처럼 동네에만 있을 것이 아니고 두런두런 다니다 보면 실제 비용은 더 들겠지만 서울에 살더라도 주말 내내 외식 한번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가족이 얼마나 되겠나.

그리고 때마침 아름다운재단에서 진행하는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이 있었고, 그 지원을 받게 되어 훨씬 풍족하게 제주에서 두달을 산 것은 너무나 감사하고 소중한 기회였다. 아마 이 지원금이 없었으면 우리는 두달 동안 살았던 애월읍에서만 돌아다니고 집밥만 먹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24시간 같이 있으면 뭐 하며 있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아이들 성향에 따라 아빠가 같이 있어주는 것, 그냥 자신이 하는 것을 같이 해 주는 것으로 만족하는 아이가 있고,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놀아줘야 하는 아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빠가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하고 그 시간을 행복해했던 것 같다.(아이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았다.^^;)

꿈만 같은 두 달의 제주살이는 끝났다. 그러나 꿈꾸던 것으로 끝나는 것과 꿈꾸던 것을 시도해 보고 그것이 다시 꿈만 같은 추억으로 남는 것은 분명 다르겠지. 왜냐하면 시도해 본 꿈은 또 다른 꿈을 꾸게 하는 원동력이 될 테니 말이다.
 

글ㅣ사진  조제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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