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변화사업팀 허그림 간사입니다. 2016년 여름, 아름다운재단에서 벼룩시장(자세한 내용은 클릭)이 열렸습니다!

저는 (아주 많이 출점하고 싶었지만) 내어 놓을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좁은 집에 살고 있어서 불필요한 물건은 그때그때 정리하며 의도치 않게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음악콘텐츠를 구독할 수 있는 쿠폰을 팔기로 했습니다. 쿠폰을 구매해주신 분들께 일주일간 매일 세 곡씩, 제 맘대로 선곡한 음악을 메일로 보내드리기로 했어요.

그 결과! 열한 명의 동료들이 이 쿠폰을 사주었고 (그냥 난전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충동구매하신 분도 있는 것 같지만…), 저는 그들에게 일곱 통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걸 동료들도 좋아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편지를 썼고, 동료들의 관심과 응원 덕분에 정말 행복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불현듯 그때가 생각나서 ‘철 지난 음악편지’를 그대로 옮겨 보았습니다. 비록 철도 지났고 재탕이지만, 이 편지가 여러분 중에서 단 한 분에게라도 작은 즐거움을 선물했으면 좋겠습니다. 🙂

철 지난, 그러나 지금도 좋은 ‘음악 편지’

첫번째 편지 (2016년 6월 25일)

안녕하세요! 그림뮤직봇을 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을지는 예상하지 못했는데요, 심미안을 가진 여러분 덕분에 쿠폰을 추가 발행하는 등 성황리에 영업을 종료하였습니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제가 선곡한 음악 세 곡을 간단한 소개글과 함께 보내드릴 거예요. 선곡 기준은 평소에 쉽게 접하기 어려울 것 같은 노래 중에서 그날그날 제 마음대로 골라서 보내드립니다.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은 아니지만, 그냥 좋은 음악을 나누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일을 벌이게 되었어요. 당신의 일상에 새로운 영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기를 바라며… 1. Fela Kuti – Zombies (1976) 첫곡은 좀 펑키하게 가볼까요? 1970, 80년대 활동한 나이지리아의 뮤지션 펠라 쿠티의 명곡입니다. 펠라 쿠티는 미국 재즈나 펑크funk를 아프리카 전통음악 요루바와 결합시켜서 아프로비트를 만들어낸 전설적인 뮤지션입니다.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음악에 담아 연주했기 때문에 흑인들의 대통령이라고도 한다네요. 빅밴드가 연주하는 펑키한 음악도 멋있지만 나이지리아 군사독재정권에게 좀비같은 shake it라고 직설적으로 야유하는 노래 가사가 압권이에요.
 
 
 
 
  2. Belle and Sebastian – Is It Wicked Not To Care (1998) 다음은 모던록/브릿팝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벨앤세바스찬의 노래입니다. 여자 보컬 목소리가 청량하고 예뻐요.
 
  3. junko ohashi & minoya central station – レイニー・サタデイ&コーヒー・ブレイク (1977) 노래 제목을 번역하면 <비오는 토요일&커피 브레이크>. 비는 안 오지만 오늘이 토요일이니까 골라봤어요. 토요일 오후의 유유자적함이 느껴지나요? 이런 느낌적인 느낌을 담은 음악을 시티팝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 시티팝은 일본 음악 장르의 하나로서 세련된 밴드 사운드를 기본으로 도시적인 느낌 혹은 해변/리조트 느낌을 살린 음악이라고 하네요(출처: 나무위키). 일본이 경제적으로 부유했던 1970, 80년대 라이트하고 멜로우한 시티팝 음악이 전성기를 이루었다고 해요. 친구에게 소개 받아 요즘 시티팝 음악을 많이 듣고 있어서 앞으로도 몇 곡 더 소개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 편지 (2016년 6월 26일)

안녕하세요! 편안한 주말을 보내고 계신가요? 어제 보내드린 음악은 어떠셨나요? 저는 여러분 덕분에, 뮤직봇 보내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라이브러리에 저장해놓은 음악을 듣거나 이런저런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4. The Velvet Underground – Sunday Morning (1967) 일요일 아침이니까 선데이 모닝. 마룬5 노래 아닙니다.ㅋㅋ  앤디 워홀이 작업한 앨범 커버로 유명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1집 수록곡입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1950년대 중반 미국 뉴욕에서 생겨난 비트 제너레이션의 아이콘입니다. 비트 제너레이션은 반 자본주의를 지향하고, 무정부주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며, 재즈, 마약, 선zen 등에 취해있던 부류입니다. 앤디 워홀의 기획으로 비트 시인 루리드와 아방가르드 클래식 앙상블에서 활동하고 있던 존 케일을 중심으로 문제적 그룹이 탄생했고, 이들은 비트 정신과 록을 결합한 혁명적인 음반을 세상에 내어 놓았습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이후 펑크록, 아트록, 컬리지록, 그런지, 뉴웨이브 등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선데이 모닝은 달콤한 속삭임 같지만 가사 내용이 꼭 그렇지는 않고요. 앨범의 다른 곡들은 보다 전위적인 스타일입니다.

5. Alton Ellis – I’m Still In Love With You (1967) 자메이카 출신의 싱송라 알튼 앨리스의 러브송입니다. 저는 레게를 좋아해요. 낭만적이고 여름에 제일 잘 어울리는 음악 장르 같아요. 근데 자료를 찾아보니 이 노래는 레게가 아니라 락스테디라는 장르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레게는 미국 음악을 로컬라이징한 스카ska, 조금 느린 분위기의 락스테디rocksteady에서 발전했다고 합니다. 좋은 음악을 감상하는데 장르가 중요하겠냐만 몰랐던 걸 알게 되었네요.

6.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 멕시코행 고속열차 (2006) 한국의 인디씬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밴드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줄여서 속옷밴드)의 1집 수록곡입니다. 뭔가 우주로의 여행을 이끄는 듯한 드라이빙 사운드가 너무 좋아서 십년 넘게 훼이보릿 리스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노래예요. 세간에서는 속옷밴드의 음악을 슈게이징, 포스트록 정도로 분류하는 것 같습니다. 슈게이징shoegazing은 연주자가 신발이나 바닥만 쳐다보면서 연주하는 것에서 유래한 음악 장르로 몽환적인 느낌에 기타 노이즈가 특징입니다. 이들의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관객을 등지고 돌아서서 연주했다는…

세번째 편지 (2016년 6월 27일)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오늘 삼청동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중인 1989년 이후 한국현대사진전을 보고 왔어요. 사알못(사진잘알지못하는사람)으로서 도슨트 프로그램에 참여해 작품 설명을 들으니까 좋더라고요. 유치원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재연한 정연두 작가, 여러가지 사진을 합성해서 판타지한 분위기를 내는 원성원 작가,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배병우 작가, 북한의 획일적 체제를 비판하는 노순택 작가의 작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시를 7월 말까지 한다고 하니까 한번씩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월요일 활기차게 시작하시라고 신나는 곡들을 골라보았습니다.

7. Dorian – Morning Calling (2010) 시티팝 관련 팟캐스트 듣다가 우연히 알게 된 일본 출신의 밴드입니다. 그루브하고 세련된 음악을 하는 팀이고, <모닝 콜링>은 키치하고 병맛인 뮤비로 유명합니다(친구에게 보여주었더니 박남정+노라죠 아니냐며…). 제가 요즘 제일 많이 듣는 곡입니다. 살랑 바람이 부는 재단 옥상에서 들으면 기분이 조크든요.

8. New Order – Temptation (1987) 신스팝의 대표 주자 뉴오더의 댄서블한 록 넘버입니다. 영화 <트레인스포팅> ost에 삽입되어 유명하기도 하고요.

9. Madeon – Pop Culture (2011) 프랑스 출신의 천재 디제이이자 프로듀서 마데온이 17세에 유투브에 공개한 곡으로, 마데온은 이 동영상 클립 하나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게 되었습니다. 팝, 록, 일렉트로닉 등 무려 39곡을 런치패드(도시락 아니고요, 디제이 컨트롤러)로 매쉬업한 건데 동영상을 보면 신들린 디제잉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음악도 잘 하고, 얼굴도 뽀얗고 귀여워서(1994년생)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디제이 중 하나입니다.

네번째 편지 <기본소득> 특집 (2016년 6월 28일)

안녕하세요! 몇몇분들이 그림뮤직봇에 관심을 보여주시고 긍정적인 피드백까지 주셔서 기분이 굉장히 좋았어요. 어제 퇴근 후 녹색당 하승수 대표의 기본소득 특강을 듣고 왔어요. 기본소득운동의 미국적, 유럽적, 생태주의적, 한국적 함의를 잘 설명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2, 3년 전부터 기본소득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공부하고 있어요. 기본소득은 기존의 노동과 복지 패러다임을 넘어선 새로운 삶의 양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기본소득 특집으로 준비하였습니다.

10.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건강하고 긴 삶 (2011) 노래 제목에서 기본소득이 꿈꾸는 지속가능한 삶이 느껴지지 않나요? 옛날 남자와 여자가 스텔라를 탄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줄여서 구남)의 2집 <우정모텔> 타이틀곡입니다. 2005년 결성된 구남은 트로트, 개러지록, 덥, 그루브, 전자음 등을 버무려 독특한 음악을 하는 밴드입니다. 나중에 소개할 저의 훼이보릿 밴드 피쉬만즈fishmans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2012년 대선 때 문재인후보의 유세 공연을 했다는 특이한 경력이 있네요. 이 노래 제목만 놓고 보면 손학규의 <저녁이 있는 삶>에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11. Free Tempo – Brazil (feat. Kaleido) (2007) 브라질은 2004년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을 전국적으로 제도화한 국가입니다. 그러나 예산이 없어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함정… 시부야케이의 대표 주자 프리 템포의 2집 수록곡입니다.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의 브라질을 상큼하게 리메이크했어요.

 

12. Pat Metheny Group – Are You Going With Me? (1982) 제목 그대로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나와 같이 갈래?> 입니다. 미국 출신의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가 이끄는 팻 메스니 그룹의 대표곡입니다. 앙앙 우는 기타 신디사이저 솔로가 고독과 슬픔을 느끼게 하는 곡입니다.

다섯번째 편지 <겉절이 오브 인디아> 특집 (2016년 6월 29일)

안녕하세요! 지희간사님이 메일을 보내주셔서 꽤 오랜만에 콜드플레이를 들었어요. 제가 알고 있던 콜드플레이가 회색에 가까웠다면, 신곡은 다채로운 무지개색 같았어요. 마치 뮤비의 배경인 인도 홀리축제처럼… 뮤비 보면서 인도 배낭여행 추억도 생각나고 여러모로 반가웠어요. 지희간사님이 영감을 주셔서 오늘 선곡은 인도를 주제로 꾸며볼까 합니다. 인도 음악이라고 하면 무엇이 생각나세요?(뚫흙뚫흙) 볼리우드 영화 음악, 종교 음악, 클래식 음악 등 다양하지만 저는 한동안 라가raga를 즐겨들었어요. 서양으로 치면 클래식 챔버 뮤직 정도 되려나… 타블라(드럼) 반주에 맞추어 시타르(현악기)나 반수리(피리) 등이 기교 넘치고 수려한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라가를 중심으로 인도 음악을 소개할까 하다가 라가 연주가 대체로 길고(짧으면 2,30분), 익숙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인도인 듯, 인도 아닌, 인도 같은 <겉절이 오브 인디아> 특집을 준비했어요.

13. George Harrison – My Sweet Lord (1970) 비틀즈의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은 대표적인 인도빠입니다. 조지 해리슨은 비틀즈 멤버들과 함께한 인도 여행을 계기로 인도 음악과 힌두 철학에 깊이 심취했어요. 라비 샹카르로부터 시타르 연주를 배워서 <노르웨이의 숲> 같은 노래도 발표했고, 힌두교 분파인 크리슈나교로 개종하기도 했어요. 이 곡은 비틀즈 해체 후 발표한 솔로 음반 수록곡으로, 조지 해리슨이 크리슈나 신에게 바치는 찬양입니다. 표절 논란이 있었지만 명곡은 명곡이에요.

14. Prem Joshua – Bolo Hari (Bombay Lounge Remix) (2005) 독일 출신의 프렘 조슈아는 인도 악기(시타르, 타블라)와 라운지/트랜스를 접목한 음악을 선보이는 뮤지션입니다. 인도 푸쉬카르의 어느 사원에서 이벤트가 열린다고 해서 가보았는데, 운 좋게도 프렘 조슈아의 콘서트였습니다. 이를테면 조계사 안마당에서 트랜스 파티가 벌어진 셈입니다. 여자 댄서가 천상에서 내려온 것처럼 예뻤고, 저는 맨발로 막춤을 추었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 반복적으로 들리는 govinda bolo hari gopal bolo는 크리슈나 신을 찬양하는 만트라입니다.

15. Amjad Ali Khan – Raga Yaman (1995) 마지막곡을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인도의 전통음악 라가로 정했습니다. 아무리 겉절이 특집이라고는 해도, 제대로 된 인도 음악을 듣지 못하니까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것 같아서요. 라가는 정해진 선법(음의 배열 방식)만 이용해서 연주하는 곡입니다. 인도인들은 우주 에너지 변화에 따라 하루를 2시간 단위로 쪼개어 그 시간대에 연주할 수 있는 라가를 정해 놓았어요. 여기에 우기와 건기, 신분, 지역 등 다양한 변수가 더해져 3천개가 넘는 라가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야만yaman은 해가 지고 어스름이 내려 앉은 저녁에 연주하는 라가입니다. 전반부의 따뜻하고 낭만적인 무드가 후반부로 가면/밤이 조금씩 깊어지면 왠지 모를 격정으로 변주합니다. 아무 일 하지 않아도 괜찮은 저녁에 멍 때리면서 들어보시길…

여섯 번째 편지 (2016년 6월 30일)

안녕하세요! 어제 저녁에는 신규사업 아이템 조사를 위해 기본소득운동을 하는 청년 활동가들과 미팅을 했습니다. 한시간 남짓 이야기 나누었을 뿐인데, 열정적이고 재기발랄한 매력에 반해버렸습니다. 자기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토대로 어떤 이슈를 선택하고, 작지만 의미 있는 활동을 시도하고, 이러한 경험을 다시 자기 삶으로 만들고… 굉장히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어요. 어느덧 여섯번째 편지입니다. 즐겁게 감상하세요.

16. Silvia Perez Cruz, Raul Fernandez – Cucurrucucu Paloma (2014) 노래 제목은 비둘기가 우는 소리 구구구를 의미하고, 가사는 저 슬피우는 비둘기가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내용입니다. 비둘기가 도시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가사일 듯… 1954년 멕시코에서 작곡되어 여러 가수에 의해 리메이크 되었고 오랫동안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보내드리는 건 1983년생 스페인 여가수 실비아 페레즈 크루즈 버전이에요.

17. Daft Punk – Touch (Feat. Paul Williams) (2013) 다프트 펑크는 프랑스 출신의 천재 EDM 듀오입니다. 그냥… 다펑은 사랑입니다.

18. Rachel’s – Water From The Same Source (2003) 미국 포스트록 밴드 레이첼스의 가슴이 시리도록 아름답고 절제된 슬픔이 느껴지는 연주곡입니다. 포스트록이라고는 해도, 막상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록보다 클래식에 가까운 것 같아요.

마지막 편지 <일본+요절> 특집 (2016년 7월 1일)

안녕하세요! 어느덧 일주일이 지나 그림뮤직봇 마지막 편지예요. 당신의 일상에 새로운 영감, 신선한 활력이 되었나요? 그림뮤직봇 시즌1은 이걸로 마무리하고, 제게 온갖 특집을 해보라고 권하셨던 한태윤 팀장님에게 바통을 넘깁니다. 미리 고지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만…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년에 한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마지막 인사는 무심한듯 시크하게 다음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채소에 소금을 치면 샐러드가 되듯, 날씨에 노래를 쳐야 비로소 계절이 되는 것 같다. – 김중혁 <모든 게 노래>

오늘의 선곡은 의도치 않게 일본 특집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망자의 노래가 두 곡이나 됩니다.

19. Fishmans – Long Season (1996)
저의 훼이보릿 밴드 피쉬만즈입니다. 스무 살부터 줄곧 함께 했고, 의지하고 있는 밴드입니다. 피쉬만즈는 1987년 결성되어 90년대 일본 인디씬을 씹어먹었어요. 시부야케이의 조상님으로 불리기도 하구요. 1999년 보컬 사토 신지가 급성 심부전증으로 사망함에 따라 해체했습니다. 아직도 그의 무덤에는 팬들의 발길이 끓이지 않습니다(다녀온 1인). 문제작 <롱 시즌>은 프로그레시브적 장대함(40분짜리 한곡만 수록), 앰비언트, 덥, 레게, 인디록, 팝을 혼합한 엄청난 결과물입니다(출처: 나무위키). 수백 번은 들었을텐데 들을 때마다 여전히 가슴 뛰는 곡입니다.
20. Ego-Wrappin’ – かつて (Live) (2001) 1996년 결성된 일본의 재즈 그룹입니다. 내한 공연을 여러번 했는데 아쉽게도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노래 제목은 <예전에…>라는 뜻이고, 가사는 현대의 속도전을 사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내용입니다. 저는 스튜디오 버전보다 라이브 버전을 훨씬 좋아합니다. 쓸쓸한 색소폰 전주에 이어 터져 나오는 보컬 “YEAH!”, 관객의 환호에 왠지 모를 설렘이…

21. Nujabes – Aruarian Dance (2004) 일본의 재즈힙합 뮤지션 누자베스의 곡입니다. 너무나 깔끔하고 세련된 음악을 하는 디제이이자 프로듀서입니다. 힙알못에 재알못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누자베스의 노래는 언제나 부담없이 들을 수 있습니다. 세 장의 정규 앨범과 컴필레이션 앨범 몇 장을 남기고 2010년 36세가 되던 해에 교통사고로 사망했어요.ㅠ 애니메이션 <사무라이 참프루>OST도 작업했는데, 한곡 한곡 명곡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아우리안 댄스>는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입니다.

 

그림뮤직봇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저도 행복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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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음악편지를 읽어준 모든 분께 인사를 전합니다. 2018년 새해에는 더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아름다운재단 허그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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