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종로3가 지하철역. 
 우연히 좋은 옷은 아니지만, 말끔하게 차려입은 한 할아버지의 구두를 보았습니다.  
 구두 밑창이 벌어지다 못해, 너덜너덜해진 할아버지의 낡은 구두.
 할아버지는 앞코가 덜렁거리는 구두를 질질 끌고 빗속을 지나 근처 노인복지관 급식소에 줄을 섭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대의 빈곤은, 미래의 내 모습일 수도 있기에 더 기억에 오래남는 것일까요?
 ‘복지’를 통해 ‘나눔’을 통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책임감과 무력감을 동시에 느꼈던 날.

 
 어버이날 가슴에 달아드린 500원짜리 싸구려 카네이션 브로치에 함박웃음을 짓던 탑골공원 할아버님처럼
 그 후로 오랫동안 아침 출근길에 만난 그 할아버지의 구두가 기억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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