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변시 이야기-프로젝트B]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B’는 1년 이내의 단체 프로젝트를 지원합니다. 1년간의 사업으로 당장의 효과를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각 단체별로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방식의 사업들을 전개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사업들입니다. 2013년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B에서는 총 10개의 단체가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2013년 수행한 사업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교육공동체 벗’에서는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불온한(?) 교사라..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는 거리가 있지요. 그 뜻은 이렇습니다. 불온한 교사란 교육이란 이름으로 비교육적이고 반인권적인 것들을 강요하는 학교와 정부에 당당히 ‘아니오’라고 말하고, 시대와 사회를 부지런히 읽어 내며 그것을 학생들과 나누고, 이를 위해 곁에 있는 동료들과 손 잡는 교사를 뜻합니다.

지난 해 ‘교육공동체 벗’은 이 같은 교사를 양성하고자 여러 활동을 펼쳤습니다.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B 지원사업을 통해 이제껏 서울 중심으로 진행해왔던 ‘불온한 교사 양성과정’을 전국으로 넓혔고, 강의 내용을 <상상하라 다른교육> 단행본으로 묶어내어 1,000여명의 사람들이 교육공동체 벗의 문제의식과 생각들을 나누었습니다.

아무래도 강의라는 것이 일방향적인 형태를 띄다보니 그 자리에서 동료들과 손 잡는 또 다른 목표를 흡족하게 채우지는 못 했습니다. 하지만 강의에 참여했던 교사지망생 몇 분이 자발적으로 ‘청춘교육학두더지’ 라는 공부모임을 만들어 강의 이후에도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하나의 강의로 사람을 잇고 묶어 손잡게 할 수 있다는 것을요. 

자 그럼 ‘교육공동체 벗’의 2013 변화의시나리오 ‘불온한 교사 양성과정’ 프로젝트 1년의 과정을 소개하겠습니다.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강의 제목을 듣고 처음 사람들이 보인 반응은 ‘환호’와 ‘당혹’의 양극단이었다. ‘불온’과 ‘교사’라는 영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의 조합이라니. 이렇듯 교육공동체 벗이 ‘좋은 교사’도 ‘착한 교사’도 아닌 ‘불온한 교사’를 표방하며 강의를 꾸린 건 현재 학교 현실에 비추어 봤을 때 불온이라는 말이 비상식적이며 몰상식한 학교 현장을 ‘상식’으로 환기시킬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언어라는 생각에서였다. 아마도 이 점이 강의 제목이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함과 경계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교육공동체 벗이 ‘바로 이거야’ 하고 일을 추진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학교를 넘어 꼬뮌 만들기 : 일머리 실험실의 실험’ 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 준 성미산 학교 교사 사이다와 참가자들 (2013.02.14)

추운시즌 강의 > 단행본 발간 > 전국 순회 강연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은 2012년 8월~10월에 시즌 1, 2로 처음 닻을 올렸고, 2013년에는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1~2월에 매주 2회씩 서울에서 진행된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추운 시즌(이하 추운 시즌 강의)’이고, 두 번째는 추운 시즌 강의를 정리하고 묶어서 단행본으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일, 세 번째는 앞서 만들어진 콘텐츠를 바탕으로 전국 5개 지역을 순회하며 강연회를 여는 것이었다.

추운 시즌 강의 

10명의 강사들로 전체 기획을 하고, 사전에 참가 신청을 받아 진행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정원은 15명으로 제한했고 부분 신청은 받지 않아서 15명의 참가자가 10강의 강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수강하도록 설계했다. 참여의 문턱이 높아지는 점은 있지만 단순히 강의를 일회적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또한 이 강의 자리 자체가 참가자들에게 동료를 얻어 갈 수 있는 자리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주 2회 강의에서 매번 뒤풀이를 강행하며 1~2월을 사무국 직원들도, 참가자들도 참 ‘빡세게’ 보냈다. 덕분에 교사가 되기 싫어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을 찾았던 한 사범대 5학년생은 강의 후 교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강의 자리에서 만난 다른 예비 교사와 ‘청춘교육학두더지모임’을 만들어 공부를 이어 가고 있다. 

교육공동체 벗이 처음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을 기획할 때 강의를 들었다고 사람이 바로 변화할 수 있으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속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을 비춰 보고, 성찰하고, 무언가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동료를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다 보면 사람들이 스스로 연결고리를 만들고 뜻을 이어 갈 것이라고 우리는 기대했다.

강의가 끝나고 6월 초에는 참가자들과 간단한 워크숍 자리를 가졌다. 강의를 듣고 약 3개월이 지난 시점, 참가자들의 일상에서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강의를 들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없었는지 소감과 평가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강의가 끝난 시점으로부터 너무 시간이 많이 흐르기도 하고 학기 중이다 보니 참여율은 기대한 것보다 저조했다. 15명의 참가자 중 4명이 참석해 사무국에서 나온 2명과 망원역 인근의 호프집에서 치킨을 뜯으며 소소한 시간을 보냈다.

워크숍에 오신 분들은 적었지만 2012년 시즌 1, 2 때부터 애정을 가지고 참여하신 분들이 있다 보니 밀도 높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모두 교육공동체 벗의 조합원이기도 하다 보니 추운 시즌 강의에 대한 평가가 자연스레 교육공동체 벗의 사업 아이디어나 우리가 가져가야 할 지향에 대한 이야기로 번지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 오프라인 만남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교육공동체 벗에서 조합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장들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강의에 대해서는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아 아쉬웠다는 의견이 있었다.

2013.09 초에 나온 <상상하라 다른교육>

<상상하라 다른교육> 단행본 발간

교육공동체 벗은 강의 내용들을 묶어 9월 초에 <상상하라 다른교육>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발간했다. 

교육공동체 벗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의 문제의식을 더 널리, 다양한 사람들과 나누자는 차원에서였다. 다행히 책에 대한 반응이 꾸준히 오고 있다. 어떤 이들은 온건한(?) 표지에 속아 책을 구입했다가 불온한 내용에 빠져들어 교육공동체 벗의 조합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단행본에는 참가자들이 강사와 주고받은 질문과 이야기들도 살려서 실었는데, 책으로 만들면서 참가자들과 자기가 한 멘트들을 한 번씩 확인하는 과정에서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질문을 더 많이 할 걸 그랬어요’ 하고 강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이도, ‘제가 이런 말도 했었군요’ 하고 자신이 한 말에 감탄하는 이도 있었다. 책을 만드는 과정이 참가자들에게도 지난 2개월의 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전국 순회, 찾아가는 양성과정

10월 말부터 시작해 12월 초까지는 전남 순천(10월 22일), 대구(11월 14일), 충북 제천(11월 21일), 부산(12월 2일), 광주(12월 5일) 총 5개 지역을 도는 ‘지역으로 찾아가는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이하 전국 순회 강연)’을 진행했다. 

그 동안 시즌 1, 2와 추운 시즌을 통해 만든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지역 당 2명의 강사를 짝지어 강연회를 열었다. 강의 내용은 “무능해도 괜찮아”라는 인식의 전복부터 “희생 없는 교육은 불가능할까?”라는 묵직한 물음까지 지역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거리들이 풀어졌다. 

이번 강의는 지역의 교사들을 새롭게 강사로 발굴하고, 교육공동체 벗의 지역 모임들과 그 지역의 시민단체들과 연대해서 진행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었다. 전남 순천과 대구, 충북 제천의 경우, 그 지역의 교사들을 한 명씩 이야기꾼으로 초청하였고, 지역 모임과 시민단체들이 주제 기획, 강의실 대관, 행사 진행, 간식 준비 등 다양한 역할을 나눠서 함께해 주었다.

전남 순천에서 “학생들 앞에서 여전히 ‘쩔쩔 매는’ 두 교사 이야기” 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나눠 준 안준철과 조선영 (2013.10.22)

 

이번 순회 강연은 추운 시즌 강의와 달리 사전 신청을 받지 않고 누구나 올 수 있도록 강연을 열어 두어 지역에 따라 20여 명의 소규모에서 70여 명의 중규모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모였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보다는 지역의 학부모 등 일반 시민들이 많이 참여하였고, 그래서 교육공동체 벗을 좀 더 널리 알릴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다. 

그러나 이 점이 동시에 아쉬움을 낳기도 했다. 참여하고자 하는 동기와 의지가 높은 분들이 모일 수 있도록 설계한 추운 시즌 강의와 달리 순회 강연은 참여의 문턱을 낮춤으로써 좀 더 많은 숫자의 분들이 모일 순 있었지만 그만큼 참여자들의 기획 의도에 대한 이해나 열기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을 수 있었다. 

듣고 마는 것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강연에 참여한 뒤 그에 함께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이어 가고, 나는 무엇을 해 왔는지 의문을 갖고, 더 나아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이르는 과정으로 고민을 이어 가기에는 이와 같은 대중 강연 방식이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이 점은 앞으로 강의를 기획할 때도 염두에 두고 가야 할 부분 같다.

언어의 반전에서 새로움을 깨닫다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은 우리의 언어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음을 떠올려 본다. ‘불온’이라는 말을 우리는 ‘상식이 이뤄지는 세계’를 지향하는 언어로 새롭게 만들어 냈다. 우리는 ‘불온’이라는 말을 통해 권력을 가진 자들의 언어로 우리가 규정당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그걸 자조하거나 벗어나려고 애쓰는 대신 역으로 활용할 줄 아는 유머를 구사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강사로 섰던 교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능력주의가 지배하는 학교에다 대고 ‘그럼 나는 무능한 사람이 되겠다’고 외치거나(이형빈), 어떤 일이 벌어져도 능숙하게 대처하는 교사가 아니라 매순간 ‘쩔쩔매는’ 교사가 되는 게 자기 꿈이라고 하거나(조영선), 승진을 포기하고 평교사로 늙는 건 ‘외롭고 높고 쓸쓸한’ 것이라고 말하다가도 그 덕분에 오히려 ‘영혼을 팔지 않아서 생긴 자리’가 있다고 껄껄 웃는 식이다(이상대). 이 과정에 참여했던 이들 역시 ‘불온’을 자기가 있는 세계를 바꿔 내는 방법으로서 한번쯤 사용해보면 좋겠다.

글·사진 | 교육공동체 벗

 ‘교육공동체 벗’의 의 변시 프로젝트B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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