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답은 사랑이더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삶의 길 위에 서 있다.  

때로는 내가 걸어가야만 하는 이 길이 혹은 내 곁에 누군가의 삶의 모습이 미칠듯한 고통처럼 느껴져 묻곤 한다.

왜 그는 그런 삶 속에 있어야 하는건지…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    

지난 여름 가보게 되었던 필리핀의 빈민촌, 바공실랑

그곳에 살아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물음표 투성이었던 그 질문 앞에 또 한번 마주했다.

  

하루에 1달러도 벌지 못해 하루에 한끼 식사를 하는 것조차 버거운 사람들

일곱 여명의 가족들이 함께 산다고는 믿겨지지 않는 1평 남짓한 스러져가는 판자촌

병에 걸려 털이 빠진 개, 고양이, 닭이 아이들과 함께 뒤엉켜 있고

마약에 중독된 남자들과 쓰레기가 넘쳐나는 곳

천 하나로 가려진 옆집과의 경계선 너머 어린 딸이 성폭행을 당하는 것도 모르는 곳

지독한 가난이 생명의 소중함마저 가볍게 만들어버리는 그곳

 

 

 

바공실랑 빈민지역을 돌아보던 첫날

내 눈 안에 보여진 그들의 삶의 현장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보지 않았으면 믿지 못했을 모습들로 그들은 그 공간에 있었다.

한동안 머릿속이 멈추어졌던 것 같다.

내 시선이 멈추는 곳마다 대체 왜… 라는 탄식뿐이었다. 절망밖에 보지 못했다.

 

  

다음날 그리고 또 다음날..

나는 또다시 바공실랑 빈민지역 그 자리에 서있다.

 

 

그들의 삶의 곳곳마다 심어져있는 아픔은 여전하다.

바뀌어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같은 자리에 서있는 그곳에서 어제는 보지 못했던 것들에 나의 시선이 자꾸만 멈추었다.

아이들,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눈으로 웃고 있었다.  

가난, 절망, 눈물이 그득해 보이기만 했던 그곳

빈민지역 곳곳에 별과 같이 빛나던 아이들, 그 웃음 소리와 모습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절망 밖에 없어 어찌할바를 몰랐던 그곳에서

울어보았던 자만이 아는 슬픔 뒤의 미소와 마주할 수 있었다.

누군가 그랬다. 울어본 자만이 다른 이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고.

빈민촌에 살고 있는 그 어떤 이는 어쩌면 그와 같은 처지에 있는지도 모를 또다른 누군가의 삶을 위해 같이 울며 손잡고 있었다.

 

 

누가 그들을 가난하다 말할까.

모든 것을 다 가지고도 더 많은 것을 갖지 못해 안달하며 살아갔던

내가 정작 가난한 자인 것을.

 

끊임없이 가지려하고 더 높아지려고 하는 이 세상의 이치가

당연한것처럼 살아가던 나의 삶의 길 위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가장 가난한 자들을 통해 그 물음표에 대한 답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다시 돌아온 매일의 삶, 그 길 위에서 또다시 그 질문 앞에 서게될때면

그 여름날 마주했던 그들을 기억해보려 한다.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별나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전서영 작게 태어난 아픔을 딛고 큰 희망으로 자라날 이른둥이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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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1. 감동이

    마음이 촉촉해집니다…. 숨은 시인이라 부를께요

  2. 환하게 웃는 아이들이 너무 예뻐요. 간사님 사진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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