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고정욱 선생님 ‘나눔대장’ 펴내

길거리에 장애인이 넘어져 있습니다. 일어나려는 중인 것 같은데 조금 힘들어 보입니다. 잠시 고민하다 옆으로 다가가 말을 겁니다. “도와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정답은 “네,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라고 말한 뒤 가던 길을 가는 거라고 합니다.

이 퀴즈는 지난여름 처음 만난 동화작가 고정욱 선생님이 내주신 겁니다. 어렸을 적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고정욱 선생님은 “때론 도와주려는 마음이 도움받는 사람의 뜻을 앞서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 상황에선 ‘도와드릴까요?’ 라고 물어본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도 결정권이 있습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혼자 일어나겠다고 생각할 수 있고, 편하게 불러낼 수 있는 이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고 선생님이 내주신 퀴즈는 ‘도움의 손길뿐 아니라 도움받는 사람의 의사도 존중돼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줍니다.

 

▲ 고정욱 선생님의 동화 ‘나눔대장’

 

고정욱 선생님의 새 동화 ‘나눔대장’ 에 등장하는 주인공 ‘연우’ 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지역아동센터 공부방에 다니는 반 친구 석진이를 주제로 쓴 독후감이 특상을 받아 아이들과 함께 센터를 돕게 됐거든요.

아이들이 가져온 책과 돈을 센터에 기부하며 연우는 신문 기사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석진이는 연우를 슬금슬금 피했어요. 나중에야 연우는 알게 됐죠. 그 일 이후 공부방 친구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단 사실을요. 도움 주는데만 신경 쓴 나머지, 도움받는 이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거예요.

연우 아빠 역시 아들과 같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한 회사에서 사회공헌팀장을 맡고 있는 연우 아빠는 어느 날 장애인 시설로 봉사 활동을 나갔습니다. 봉사를 마치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온 그는 훗날 당시 봉사가 장애인들을 오히려 불편하게 했단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습니다. 봉사 받는 이의 필요보다 봉사하는 이의 편의를 먼저 생각한 탓에 봉사는커녕 짐만 안기고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베푸는 입장에서 기쁘고 뿌듯하면 그게 진정한 나눔일까요? 받는 사람 입장에서 부담을 느끼거나 상처를 받게 된다고 해도요? 다행히 동화 속 연우와 아빠는 각각의 사건을 통해 ‘진짜 나눔’ 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연우는 석진이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죠.

나눔교육을 하면서 종종 어린이들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나눔’ 을 그림으로 표현해보라”는 과제를 내줍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키가 큰 사람이 미소를 지으며 키가 작고 불행해 보이는 사람에게 돈을 건네주는 그림이었죠. 받는 사람의 감정은 상관하지 않은 채 주는 사람의 행복한 감정만 도드라진 ‘일방적 나눔’ 의 모습을 보며 씁쓸했습니다.

‘나눔 대장’ 의 주인공 연우가 우여곡절 끝에 진정한 나눔 대장으로 거듭나듯, 어린이 여러분도 새 학기엔 받는 이와 주는 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시길 바랍니다.

▲ ‘일방적 나눔’ 을 표현했던 한 아이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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