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0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가짜회사 ‘니트컴퍼니 서울역점’의 못다한 이야기


# 가상회사 니트컴퍼니 셋방을 구하다!

니트컴퍼니 사업을 계획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공간을 구하는 일이었어요. 그것도 주4일 하루에 8시간 8명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요! 공유공간 플랫폼을 뒤져봐도 주4회 종일 대관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서울시 내 청년 관련 공간들은 주4회 풀로 한 개 기관에는 대관을 하지 않다 보니 과연 니트컴퍼니를 진행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때! 니트생활자 모임을 통해 알게 된 분이 코로나로 게스트하우스를 폐업하며, 그 공간 일부를 저렴한 가격에 빌려 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서울시 용산구 서계동에 50년이 넘은 오래된 주택! 방 한칸에 자리를 잡게 되었지요.

니트컴퍼니 전경. 구옥의 운치가 잘 담겨있다.

서울역 뒤편 정겨운 동네 골목길을 따라 올라오다 보면 니트컴퍼니가 있어요. 철문을 지나 70도 경사의 계단을 오르면 중정(?)이 나오는데요~ 여기서 일단 놀라움 한번!

니트컴퍼니 내부. 구옥의 운치가 잘 담겨있다.

실내로 들어오면 5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집안 분위기에 두 번 놀라고 마는.. 정말 마성의 공간이었어요. 이 곳은 사실 게스트하우스 운영자가 전 노부부 주인으로부터 세간을 그대로 인계받아 운영하던 곳이라 집안 모든 소품이 정말 레트로 그 자체였답니다. 다만 사무실 안에 에어컨이 없다 보니 여름을 선풍기 2대로 보내게 되었는데요~ 도저히 참을 수 없이 더운 날은 인근 카페로 피신을 갔답니다.

# (가짜)회사, 드디어 시작합니다

입사지원서 제출과 면접을 거쳐 선발된 6명의 사원들이 출근하는 첫날!

서로 얼굴을 익히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이 니트컴퍼니 현판식과 컷팅식을 진행하였어요. 다들 서로 어색하던 그 시절…

1층 미싱공장 사장님이 나오셔서 신기하게 구경하시고는 ‘니트(옷)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이냐고? 물어셨더랬죠.


“니트컴퍼니는 무업기간을 보내는 청년 니트(NEET)들이 모여 회사놀이를 통해 공백기간을 전환의 기간으로 보내는 가상의 회사입니다~”
“음?….”
“아.. 백수들이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회사예요”
“음…월급은 얼마나 줘요?”
“월급은 없고.. 참가비가 있어요.”
“음?….”
사장님께 이 독특한 회사에 대한 설명을 여러번 드렸지만.. 결국 100%이해는 못하신 것 같은… 감이 드네요

# 주4일 출근에 점심도 제공하는 요즘 회사!

니트컴퍼니의 하루일과는 10시 출근 4시 퇴근입니다.

출근하면 리더키에 출근 카드를 찍고, 10시에 사내 인트라넷(잔디 무료버전)을 이용해 각자의 업무계획을 공유합니다. (니트컴퍼니 운영 기간 동안 사원들은 지각도 거의 안하고, 휴가도 거의 쓰지 않았어요,, 역시 다들 집보다 회사가 편하다더니만.. 제발 주말에는 나오지 마여!!!)

11시30분이면 지체없이 점심을 먹으러 근처 백반집으로 향합니다. 단돈 5,000원에 푸짐한 할머니 밥상을 받을 수 있어요! 가성비가 너무너무 좋은 식당들이 밀집해 있는 사랑스런 동네였어요. 매주 월요일은 주간회의를 하고, 수다도 좀 떨고,, 오후 시간에는 각자의 업무를 하는데요. 책도 읽고, 이력서도 쓰고, 자격증 공부도 하고, 넷플릭스도 보고, 고영희씨랑 놀기도 한답니다.

검은 고양이 ’네로‘ 항상 사무실로 들어와서 조용히 검은 털뭉치를 흩뿌리고 사라지곤 했어요~ 덕분에 니트컴퍼니는 자동으로 최고 복지 회사로 등극할 수 있었지요:)

추석을 앞둔 날에는 사원들을 위한 명절 선물 ’참기름 세트‘도 증정했어요!! (사원 여러분,, 여러분이 너무 좋아해서 말 못했는데,, 사실,, 여러분이 입사할 때 낸 참가비로 샀………..)

#또 하나의 진실… 니트컴퍼니는 사실 정말 일이 많은 회사였어요!

저희가 고양이랑 놀면서 하루의 시간을 다 보내는 것 같다구요? 정말 오해이십니다! 사실… 야근만 안할 뿐 엄청 바쁜 회사였어요. 다들 마감에 쫒기며 일을 했지요! 개인이 하고자 하는 업무는 기본! 그 외에 팀업무, 공통업무, 진로워크숍, 협업 프로젝트 등 주 1~2회 정도는 사원들 각자가 꼭 준비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지요.

’팀업무‘는 각 담당자들이 팀이름에 맞는 업무를 직접 기획해서 진행하는 방식이예요. 디자인팀 예이는 사원들을 위한 명함제작을, 사내복지팀 린다는 사원들이 서로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홍보팀 돌쇠는 회사 프로필 촬영 및 조직도 제작을, 대외협력팀 지니는 전문가를 섭외하여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사회공헌팀 아퐁은 유령상담소 프로그램을, 회계팀 마는 모든 지출관련 업무를 도맡아 했어요. 매일 “영수증 주세요”라고 외치고… 4시면 칼퇴하던 칼퇴머신 마…(현재 마는 개발자로 취업하여 야근봇이 되었답니다…)

또 ‘공통업무’도 있는데요. ‘일/노동’, ‘노동자 권리’, ’‘커뮤니케이션’, ‘조직문화’, ‘재무설계’ ‘성과 평가’등 학교나 회사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사원들이 직접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이 지금 돌아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커뮤니케이션 워크숍 중 꼰대 테스트를 통해 꼰대력은 나이와 상관없다는 사실을 깨닫어요 후후)

‘진로워크숍’은 바로 사원들의 가장 큰 고민인 ‘진로’를 주제로 진행하는 워크숍인데요. 자신들의 진로에 맞춰 그 분야의 일을 소개하는 워크숍이었고, 덕분에 전혀 몰랐던 개발자의 일, 마케터의 일, 컬러리스트의 일 등 새로운 일의 영역까지 간접 경험하며 분야별 재미와 실무자의 고충을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했지요. 일 경험이 없는 사원들도 자신의 진로에 맞춰 준비를 해 주었지요~~

특히 아퐁사원이 준비한 워크숍은 정말 팀별 경쟁이 어마어마 했는데요.. 아퐁 뮤지션을 데뷔 시키키 위한 가상의 프로젝트였어요. 앨범 타이틀부터 아퐁의 앨범 자켓 사진 컨셉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부었던 시간이었어요. 마지막 업무는 사원들이 서로 협업하여 만들어내는 ‘협업 프로젝트’랍니다.

메이지 카페(신대방 위치) 공간을 통해 니트컴퍼니 관련 전시를 진행하기도 하고, 청년 니트들을 위한 방탈출 프로젝트 ‘나와봐요 니트의 숲’을 기획해서 진행하기도 했어요. 사원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위로, 연결, 정보, 활력을 또 다른 청년 니트들을 위해 나누기를 원했어요. 그래서 더 재미있었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4개월이 순삭할 정도의 스케줄이었답니다

#니트컴퍼니가 끝난 후..

니트컴퍼니의 4개월 운영 기간이 지나고 ‘폐업정리’ 행사를 끝낸 후 우린 마지막 퇴사 워크숍을 떠났어요. 중간에 취업한 린다 사원도 휴가를 내고 워크숍에 함께 했답니다. (이,, 중독성 강한 회사…) 워크숍 내내 이제 헤어지는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시의 적절하게 프로젝트 외주(부업)를 받아 우린 그 후로도 2020년 12월까지 3개월을 더 만났 답니다. 최근 니트컴퍼니 서울역점 단톡방에 “니트컴퍼니는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였어요?” 란 질문에 다들 일 하거나 취업 준비하는 중간 또는 퇴근 후 답변들을 보내왔어요.

-아퐁 : 니트컴퍼니는 ‘새로운 경험’이다.
-린다 : 니트컴퍼니는 ‘가족’입니다.
-예이 : 니트컴퍼니는 ‘점프 포인트’다.
-돌쇠 : 니트컴퍼니는 ‘백수로 멈췄던 나를 춤추게 만들었다.’
-마 : 니트컴퍼니는 직장인이 된 지금 ‘아련하게 자꾸 생각나는 곳’이다.
-지니 : 니트컴퍼니는 ‘쉼’ ‘쉴 틈’ ‘힐링’ ‘자기성찰’ ‘자기충전’의 곳이다.

니트컴퍼니 기간 동안 서로가 보고, 경험하고, 느꼈던 부분들이 지금 각자가 있는 곳에서 때로는 위로로.. 때로는 삶의 균형감각으로 작용하리라 믿어요. 모두 잘 지내요. 그리고 언제든 찾아와줘요!

#니트컴퍼니 운영진의 뒷 이야기(속닥속닥)

@성급한 위기의식
니트컴퍼니 서울역점 오픈 3일째 되던 날.. 운영진 쿵짝과 다지는 깊은 고민에 빠졌었어요. 사원들이 하루종일 너무 조용히 있다가 4시 ‘땡’하고 후다닥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아.. “이 회사는 별로인가?”, “우리가 불편한가?” 오만가지 걱정에 한숨을 내쉬었었죠.. 정말 걱정이 많이 되었어요. 사원들의 반응이 너무 없었거든요. 하지만.. 일주일 쯤 지나니 세상에…이 회사가 없었으면 정말 큰일 났겠다 싶을 정도로 다들 친해지더라고요. 저희가 너무 성급했었네요 하하하

@다 이유가 있다는 사실!
사원들과 차츰 가까워지며 알게 된 말 못 할 속사정에 우리는 정말 몇 번이고 울컥 했어요. 취업난은 정말 상상 그 이상이었고, 일 경험을 가진 사원들이 조심스레 털어놓는 사건들은(임금 체불, 열정페이, 고소, 폭력적인 조직문화까지,,) 이들이 방에 틀어박혀서라도 꿋꿋하게 버텨 준 게 너무 다행이다 싶었어요.
언론 매체에서는 ‘취업 포기 니트족(NEET)’이라고 연일 쏘아대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당장 취업 할 수 없는, 없게 만드는 또 다른 이면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사회에서 입은 부상이 클 수록 우리에게는 몸과 마음의 회복을 위한 시간과 재준비가 필요해요!

@니트컴퍼니는 청년들의 취업을 위한 회사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니트컴퍼니는 청년들의 취업을 목표로 하는 곳이냐고 물어보시는데요~ 아닙니다:)
저희는 여러 이유로 니트(NEET)상태에 있는 청년들이 고립되지 않고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며, 이들이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이 원하는 다음 스텝으로 안전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지지하는 회사랍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이 있었기에 니트컴퍼니 서울역점을 운영할 수 있었고, 덕분에 많은 언론에서 주목해 주었고, 청년들이 무업기간을 전환의 기간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청년니트 모두가 너무 ‘행복’했던 사업이었습니다. 많이 감사드립니다.

글 : 니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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