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레터는 세상을 바꾸고 있는 사람들이 숨을 후~후 불며 쉴 수 있도록, 변화의 증거를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 매달 주목할 만한, 또 시의성 있는 이슈에 맞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소개해드릴 거예요. 첫 번째 레터에서는 ‘지금’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코리아 직장인들의 멘탈 소방관이 있다.

“수정한 보고서는 일요일 오후 3시까지 주세요.”

“주말에 시간 있으면 상사 결혼식 좀 도와라.”

“출근시간 10분 전에 도착해서 앉아있어.”

“연차는 상의해서 써야지, 뭐하는 거냐?”

한국 직장인 10명 중 4명이 당하고 있다는 직장 갑질을 적어봤어요. 주변에서 기본적으로 겪었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말해봤자 깨지기만 하고, 그만둘 거아니면 참는 수밖에 더 있을까 싶어 속으로만 꾹꾹 누르는 사람, 얼마나 많을까 싶어요.

속앓이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나선 사람들이 바로, 직장갑질119입니다. 2017년, 직장인들을 상담해주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고, 상담을 받기 받기 시작했죠. 4년이 지나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해요. 직장 내 괴롭힘을 법적으로 제재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통과됐고,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개정되고 있죠. 매일 100건 이상의 상담이 오가는 오픈채팅방을 잠시 빠져나와, 서울 을지로 3가의 어느 카페에서 오진호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직장갑질119 오진호 집행위원장

직장갑질119 오진호 집행위원장

자신의 언어를 찾고, 권리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직장인들!

Q. 2017년 11월 1일, 오픈채팅방으로 활동을 시작하신게 굉장히 독특해요. 다른 채널도 아닌 오픈채팅방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불평등하고 비민주적인 일을 겪는 공간이 사실 직장이거든요. 오랫동안 갑질이 이어져온 공간이기도 하고요. 변화를 만들려면 뭐가 필요할까 생각하다가 직종별, 업종별 온라인 모임을 만들어서 관행도 이야기하고, 캠페인도 하면 좋을 거라 생각했죠. 사람들이 뜬금없이 모이지는 않을테니까 터미널 같은걸 떠올리다가 오픈채팅방을 시작했어요. 누구나 익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툭 터놓을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사실 처음에 잘 안 될 줄 알았어요. ‘100일 정도 지나도 오픈 채팅방에 100명만 있으면 성공이다’ 했었죠.

Q. 첫 날부터 150명이 오픈채팅방에 들어왔잖아요. 한림대병원 장기자랑 갑질도 채팅방에서 나왔고요. 채팅방 분위기가 실제로 어떤가요?

A. 상담 건수가 많다보니까 스텝들끼리 순번을 정해서 답을 하거든요. 그러다보면 잠시 답을 못할 때도 있는데, 그 사이에도 채팅창이 활발하게 돌아가요. 서로 조언도 해주고, 상담도 해주죠. 궁극적인 해결책을 주지는 못해도. 대처할 수 있는 팁을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뭔가 대단한 용기를 내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게 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직장갑질119 스탭들의 상담 순번을 기록한 시트표

직장갑질119 스탭들의 상담 순번을 기록한 시트표

 

Q. 용기내어 직장 이야기를 한다는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렇게 많은 분이 이야기를 한다는게 놀라워요. 초창기에 들어온 분들과 요즘 들어오는 분들의 차이가 있나요?

A. 본인을 드러내고, 신고하는건 여전히 어렵고 두려운 일이지만, 변화는 있어요. 처음에는 오픈채팅방에 들어오거나 상담을 할 때 ‘이런 것도 부당한 일일까요?’, ‘제가 이런 일을 당했는데 직장이니 참고 살아야겠죠?’ 이런 분들이 많았거든요. 이제는 ‘갑질을 당했는데 어떻게 해야해요?’,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 증거를 모으려면 어떻게 해야해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본인이 겪은 것을 갑질이고, 괴롭힘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한 거죠. 겪은 일을 대응하고 방어하고 보호하기 위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 채팅방에서 느껴지는 변화입니다. 실제로 어떤 분이 괴롭힘을 겪어서 상담을 시작했고, 이후 회사에 신고해서 조치들이 이뤄졌어요. 만족스러운 조치는 아니어서 직장갑질119로 다시 메일을 보내오시긴 했지만, 조금씩 해결되고 있다는 증거거든요. 앞으로는 해결사례들을 모으고,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을 진행하려 합니다.

잠자던 법이 깨어난게 아니라, 매일 두드린 끝에 깨워낸 것

Q. 한 명, 한 명의 변화가 쌓여 2020년 여름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통과됐어요. 2013년 발의된 이후 무려 7년 간 잠자고 있던 법이, 어떻게 갑자기 통과된 걸까요?

A. 오랫동안 계속해서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야기하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이죠. 한림대병원 이슈부터 시작해서 대한항공 사건, 양진호 회장 폭행까지 있었잖아요. 괴롭힘과 갑질이 문제가 되고, 국민적 공감대가 생기니까 법이 통과된 거죠.

Q.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 이후에도 괴롭힘 신고 건수는 오히려 늘었어요. 괴롭힘을 괴롭힘이라 말할 수 있게 되면서 신고가 늘어났다고 보면 될까요?

A. 네, 맞아요. 사회 전체를 봤을 때 괴롭힘 자체가 늘어난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전처럼 누굴 때리고, 죽을 때까지 괴롭히는 극악한 일들은 확실히 줄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다만 직장갑질 119나 노동청으로 신고하는 비율은 늘었을 거예요. 법이 있기 전에는 왕따를 당하거나, 욕을 먹거나, 이상한 잡무를 하는 것 또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버티거나 참았잖아요. 법이 생긴 이후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할 언어를 찾고, 그런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면서 신고나 제보를 적극적으로 하게 된 거죠.

Q. 홈페이지를 보니까 직장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직장 갑질 지수 테스트, 사바삼(사무실을 바꾸는 3분담소) 등의 코너들이 있더라고요. 개발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A. 직장인들이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것들이 필요하다는 고민을 계속 했어요.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이기도 한데요. 직장 내 괴롭힘이 나쁜 사람을 잡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거든요. 오히려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우리 집단은 이렇구나’를 알고 주의하는 기회가 필요하죠. 마침 저희에게 수많은 제보가 쌓여있었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사례에 대입해 생생한 문항을 만들었어요. 갑질 지수 측정은 매년 하고 있고요. 조직문화 컨설팅을 나가서 측정할 때도 있습니다.

직장 갑질 지수 테스트 화면

직장 갑질 지수 테스트 화면

 

가장 먼저 밀려나는 사람들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합니다.

Q.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이 많아졌어요. 관련해서 설문조사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결과가 어땠나요?

A. 지난 3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어요. 2020년 1월 이후 실직 경험을 물었는데, 정규직의 실직 경험은 7.2%, 비정규직은 35.8%로 약 5배 정도 차이가 나더라고요. 코로나19라는 위기 앞에서 비정규직, 프리랜서가 가장 먼저 밀려난거죠. 정부 지원 대책에서도 소외되어 있다보니 걱정이 됩니다. 긴급한 상황에는 대책도 긴급하게 세워져야 할 텐데 걱정이 많습니다.

Q.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3월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어요. 하루아침에 휘리릭 바뀌면 좋겠지만, 단단한 현실 앞에서 사실 답답하고 속상한 상황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견디시는지 궁금해요.

A. 2020년 연내 개정 목표로 했지만 결국 2021년 3월에서야 개정*됐어요. ‘된다, 할 거다’ 해놓고 너무 오래 기다려서 사실 짜증도 나고, 화도 나더라고요. 이럴 때 고민하는 건, 속도를 당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할 수 있는 걸 찾는거죠. 새로운 기획사업을 준비해보기도 하고, 어떻게 사람들을 두드려볼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2021년 3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 내용 : 사용자와 사용자의 친족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 신설, 직장 내 괴롭힘 발생시 조치의무 추가 및 미이행시 처벌조항 신설, 고객 등 제3자의 폭언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모든 근로자에게 업무의 일시적 중단이나 전환 등 보호조치

Q. 잘 안풀리는 순간에도 다음 스텝을 생각하시다니, 직장갑질119의 행보가 기대되는데요. 올해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직장갑질119가 초기에 구상했던 직종별 온라인 모임을 구체화하고 있어요. 어떤 직종이 좋을지, 또 해당 직종에 있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을지 토론하는 중입니다. 아마 직장갑질119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아요. 일터를 바꾸고 싶어서 일종의 조합비를 내고 참여하는 연대의 공간. 그런 직종별 온라인 노조를 만드는 것이 지금의 도전이자 목표입니다.

직장의 새로운 바람, 후후 붑니다.😙

직장갑질119 오진호 집행위원장에게도 후후레터의 의미를 담아 풍선을 불어달라고 말씀드렸어요. 어디에선가 갑질을 겪고 있는 누군가도, 두려움없이, 후후 털어낼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 순간은 직장갑질119와 함께하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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