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사업명에 드러나듯이 공익단체의 활동에 ‘스폰서’가 되기위한 지원사업입니다. 시민사회의 시의성 있는 단기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이 펼쳐졌는데요. 2020년 12월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의 선정단체인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에서 보낸 사업후기를 전해드립니다.

늘어난 화학물질 속, 우리는 안전한 것일까?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유해화학물질저감 활동을 해온 활동가들은 사실 걱정이 조금 늘었습니다. 항균과 살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고, 온갖 종류의 소독제 살균제가 시중에 나오기 때문입니다. 살균 터널을 지나가야만 건물의 입장이 허용되는 시설, 여러번 이용하는 것이 감염의 원인이 될 것 같아 선택하는 일회용품, 깨끗하고 안전한 것은 곧 강력한 살균이라 강조하는 광고도 흔하게 볼 수 있죠. 코로나는 분명 우리 주변의 화학물질 종류를 늘렸습니다.

 

화학물질 사고에서, 일상적 노출을 줄이기 위한 활동이 필요한 때

한국의 화학물질제도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두 가지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구미불산누출사고입니다. 아직도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원인이 화학물질을 잘못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품이란 것은 확인되었지만, 제품이 시중에 나오게 된 과정에서의 과실과 기업의 책임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제가 사회에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피해자들은 고통과 억울함을 호소했죠. 그 과정을 거쳐 우리는 화학물질 관리제도를 만들어왔습니다. 이 제도는 다시는 참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이 약속을 만들기 위해 한국의 시민사회도 부던히 노력해왔습니다. 지역의 화학물질 사고대비체계를 만들고, 정보가 없으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활동해왔습니다. 피해자를 만나고 화학물질 사고 지역을 쫒아가고, 정부와 기업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화학물질 3법이라고 불리는, 화학물질의 제조, 유통, 소비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데이터를 구축하도록 하는 제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제도를 갖추었다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도 그 자체가 흠 없이, 빈 구석 없이 사회를 돌아가게 만드는 완벽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도적 틀이 갖춰지자, 참사와 사고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일상’에서 노출되는 화학물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사와 사고는 사람을 죽이지만 학교 공간, 집, 일터. 은은하게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우리 곁에 있는 화학물질은 천천히 우리의 몸을 바꿉니다. 환경호르몬이 들어와서 교란을 일으키고, 피부질환이 생기고, 성조숙증이 늘고, 때로는 불임의 원인이 되거나 태아에게 이 물질이 전달되기도 합니다. 일터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유해물질은 종종 암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일상적 공간의 유해물질에 대해 배우는 ‘유해화학물질 교육 프로그램’ 겨울학교를 진행했습니다.

겨울학교에서는 첫 번째로 일터에서의 발암물질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한국은 직업성암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가장 낮은 비율로 발병되는 곳입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이윤근 소장님에 의하면, 유럽의 질병 사망자 중 직업성 암 사망자는 전체 산재의 절반정도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산재 중 오직 6% 정도만 직업성 암 환자 사망자라고 합니다. 유럽과 비교했을 때 이렇게 한국의 직업성 암 환자 비율이 낮은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암은 개인의 생활 탓으로 보고 있음을 반증합니다. 금속노조의 발암물질 사업장 조사 사업과 최근 직업성 암을 찾기 위한 캠페인에 대한 사례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학교로 갔습니다. 특히 성장기의 어린이들이 매일매일 생활하는 학교에서 유해물질을 줄이는 것은 민감계층 관리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지우개, 줄넘기, 크레파스에서도 중금속이나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학교 안의 가구, 페인트, 매트, 운동기구에서도 프탈레이트나 브롬화난연제와 같은 화학물질이 나옵니다. 이런 물질을 줄이기 위해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우리 학교를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생활화학물질과 폐기물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런 것 쓰지 마세요’ 정도로 유독물질을 관리하던 우리 사회가 이제 생활화학제품 전성분을 환경부와 기업의 자발적 협약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자발적 협약에 가입한 기업만이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공개된 성분과 원료 정보로 유해성을 판단하여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이 덜 유해한 샴푸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러나 ‘친환경인증’을 받은 기업이 정보공개 자발적 협약에 참여하고 있지 않고, 다국적 기업들도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은 한계로 남아있습니다. 이에 시민사회가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논의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일상을 떠받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폐기물 문제와 유해화학물질의 상관성에 대한 강의를 홍수열 소장님이 주셨습니다. 화학물질 산업과 함께 성장해온 플라스틱 소비사회는 결국 쓰레기 대란으로 우리에게 돌아왔습니다. 특히, 석유화학 산업의 발달과 함께 온 플라스틱 대중 소비 시대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무엇보다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세상에서 자원순환이라는 새로운 사회 구조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합니다. 그래서 기후위기를 논의하는데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물질순환과 자원순환의 문제를 포함해야 한다고 홍수열 소장님은 이야기 했고, 시민사회들도 이러한 활동이 어떻게 가능할까 고민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일상의 유해물질을 줄이려면 일상의 공간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 공간을 사는 방식도, 그 곳을 채우는 물건도 바뀌어야 합니다. 일터에서 학교를 넘어, 유해불질에 차별적으로 노출되는 조건과 계층을 찾아 이들을 보호하는 활동을 계획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코로나로 증가하는 생화학제품의 남용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여성과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동일한 유해물질에 노출되더라도 신체적 차이로 인해 위해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임신을 했거나 가임여성에게 노출된 화학물질은 세대를 넘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이번 겨울학교와 워크숍을 통해 일상의 유해물질을 줄이기 위한 활동을 다시 정비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글 |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 [강의링크] 1강 – 당신의 탓이 아닙니다 : 직업성·환경성 암 찾기 119 _ 이윤근(노동환경건강연구소), 나현선(금속노조)

\🎬 [강의링크] 2강 –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운 ‘유자학교’에서 만나요 _ 박수미(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배성호(송중초등학교 교사)

🎬 [강의링크] 3강 – 눈에 보이는 생활화학제품 안전성, 시민사회 소통 _ 조준희(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황숙영(환경정의)

🎬 [강의링크] 4강 – 화학석유산업, 플라스틱, 기후위기 _ 홍수열(자원순환연대)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