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간사 교육 체험기] ‘짧은 과제’ 끝, 긴 과제’ 이제 시작

지난 1월 6일부터 29일까지 무려 한달 동안 진행된 아름다운재단 신입간사 교육. 전반적인 재단의 사업과 실무 내용도 배웠고, 배분 현장이나 여러 기관도 다녀왔지만 아무래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신입간사 과제였다. 무시무시한 이번 과제는 바로 ‘개미스폰서 활성화 방안’!!!!

여러 선배님들과 담당 간사님도 “ㅎㄷㄷ하다”, “좋은 방안이 있었으면 벌써 재단이 했겠지”라고 말씀하신, 참으로 난감하고 어려운 주제였다. 주어진 내용은 무척 방대했다. 포지셔닝 분석은 물론이고 콘텐츠 유입, 모금 활성화, 기부자 재기부 방안까지 담아야 했다. 참으로 임파서블해 보이는 이번 미션에 주어진 시간은 단 열흘.

 

 

여기서 잠깐, ‘개미스폰서’란?

아름다운재단이 2012년 정식 론칭한 ‘개미스폰서’는 공익프로젝트를 위한 온라인 펀딩 플랫폼.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시민들 누구나 스폰서’가 될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다. 지난 2년간 140여 개 프로젝트 모금이 진행됐고, 이 중 약 50%가 성공했다. 대표적 성공 사례로는 영화 <26년> 제작비 모금, 장애인 전문 사진관 ‘바라봄’, 장애인 가족을 위한 가족사진 촬영과 전시회 등이 있다.

 

과제와 과자의 나날들… 낮에도 회의실엔 어둠의 아우라

재단 노트북이 너무 느려 각자 개인 노트북을 들고 왔다. 노트북 사이사이 과자와 빵들이 수북하다.

 

아마도 출제자인 정경훈 국장님은 새내기들의 신선한 시각과 아이디어를 기대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멘붕이었다.

우리가 열심히 생각해본 문제점과 방향은 알고 보니 이미 담당 간사님도 고민하셨던 내용이었다. 게다가 동기들은 각자의 경력과 경험, 문제를 보는 방식과 표현도 저마다 달랐다. 논의는 몇 번이고 돌고 돌고 돌았고, 서로의 기획방향을 이해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종일 컴퓨터를 붙들고 앉아 자료를 찾고 또 읽으면서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지고, 아직 정리되지도 않은 생각을 열심히 토론하다가 지쳐서 집에 가는 하루하루가 반복됐다. 햇볕 화사한 날에도 과제가 진행되는 회의실 안에는 어둠의 아우라가 떠돌아다녔다. 한숨이 늘고, 다크서클이 늘고, 혈당 보충용 과자가 아주 많이 늘고, 몇몇 흡연자들은 담배마저 늘었다.

지켜본 여러 간사님들은 “이번 신입들은 너무 핫하다, 정말 열심히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말정말 열심히 했다. 그래서 더 부담스러웠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결과가 안 좋으면 우린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함께 한 동료들은 다들 대단한 능력자라서 좋은 자료도 쏙쏙 뽑아내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척척 내놓았지만, 그러나 아무래도 열흘은 짧아도 너~무 짧았다.

사실 우리는 (적어도 나는) 크라우드 펀딩 시장이나 공익적 콘텐츠의 생산 과정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게다가 재단의 고민과 방향은 물론, 현재의 재단 내부 상황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아주 혁신적인 제안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그 동안 개미스폰서를 활성화하지 못했던 재단의 현실적 여건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걱정했던 대로 과제 발표 자리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개미스폰서의 브랜드정체성이나 크라우드펀딩의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말씀도 있었고, “구체적으로 어떤 예산과 일정으로 진행할지 명시하지 않았다”는 말씀도 있었다. 다행히도 “아이디어가 참 좋고, 자료를 열심히 조사했다”는 칭찬도 있었지만, 발표 내내 재단 사업의 어려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함께 헤매고 함께 나누고 함께 꾸는 꿈

회의실 칠판. 현재 개미스폰서를 SWOT 분석해보니 참 암울하다. 우리는 과연 개미스폰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인가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과제가 괴로운 기억으로만 남지는 않을 것 같다. 재단의 현안에 대해 고민하고 발언하는 것은 신입 간사에게 매우 드문 기회이다. 이 같은 경험을 동료들과 함께 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점심식사도 건너뛰고 야근을 하면서 과제에 몰입했던 것이 단순히 평가점수를 잘 받기 위한 노력은 아닐 것이다.  

서로의 생각이 똑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함께 헤매고 나누면서, ‘세상을 바꾸고 싶은 모든 사람들이 모여 재미있는 실험을 펼치는 공익 플랫폼’이라는 비전을 꿈꿀 수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재단의 비전과 방향,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선택 또는 포기할 것들에 대해서도 조금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여러 많은 기부단체나 플랫폼들 사이에서 아름다운재단은 어떤 차별성을 가져야 할까? 우리의 미션인 ’함께 가는 사회로 가는 나눔의 생활화’는 한국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 미션을 실천해야 할까? 어떤 사람들을 기부자로 참여시키고, 어떤 수혜자들과 함께 나눠야 할까? 이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자해야 할까?

물론 아직은 내 고민은 아주 추상적인 수준이다. 질문을 구체적으로 다듬어도 이번 과제가 그랬듯이, 어렵고 암울한 과정을 거쳐야 조금이라도 나아간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과제가 그랬듯이 여러 생각을 가진 동료들이 함께 있고,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도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렇게 차근차근 답을 찾아 함께 헤맬 것이다.

ㅎㄷㄷ했던 이번 과제는 모두 끝났지만, 아름다운재단 신입간사로서 나의 과제는 이제 시작이다. ㅎㅎㅎ

덧말.

과제 발표가 끝나고 홍보팀에 배치받은 지금, 개미스폰서에서는 시사주간지 ‘시사IN’과 손해배상 가압류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손잡고’가 공동 제안한 <노란봉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오는 4월 30일까지 계속되는데,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와 가족의 긴급 생계비 및 의료비 4억7000만원을 모금하는 내용이다. 프로젝트 이름의 ‘노란봉투’는 월급봉투와 해고통지서 봉투, 2가지 뜻을 담고 있다. 성실한 노동의 대가로 받았던 월급봉투가 어느날 갑자기 차가운 해고통지서로 바뀌었던 현실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이런 비극에서 나만은 예외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

이번 프로젝트를 보면서, (아직 힘을 보탠 것은 없지만) 신입간사의 마음은 참으로 뿌듯하다. ^^ 시민들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개미스폰서! 바로 여러분의 클릭에서 개미스폰서의 활성화가 시작될 것이다. 지금 바로 가자 가자~ 공익프로젝트 힘 실어주러!

글 | 박효원 간사

댓글 2

  1. 재단 노트북이 너무 느려 ㅎㄷㄷ 점심을 거르고 야근을 ㅎㄷㄷ 간사님들과 함께 일하게 되어 기쁩니다요. ㅎㅎ 하실 수 있게 마음 보탤께요. 안뇽안뇽

  2. 지나가는 개미

    개미스폰서라는 것이 있군요.. 지금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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