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에서 일을 하다보면, 다재다능함을 요구받을 때가 많다. 대략 이런 식이다.

오전에는 수백장의 봉투에 일일이 라벨지를 붙이는 작업자-였던 간사-가 오후에는 수천만 원 이상의 기부를 받기 위해 프리젠테이션 전문가가 된다. 많은 간사들이 행사를 진행하는 사회자와 테이블을 세팅하는 케이터링 전문가를 겸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 회계전문가는 아니지만 지원을 위해 수시로 수십, 수백만 원에 달하는 금액의 지출을 처리한다. 재단을 방문한 기부자님의 말썽꾸러기 막내 아이를 돌보는 일은 간사들에게 주어진 기본 옵션이다.

간사들은 이런 정반대의 역할도 소화하는 ‘리베로(libero : 축구에서, 스위퍼와 같은 최종 수비수 역할을 맡으면서 공격에도 적극 가담하는 선수)’와 같은 역할이 때로 힘들다고 말한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잘 하고 못 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니 그 심리적 부담은 당연하다. 그 중에서도 많은 간사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제작물에 대한 교정교열이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연간 제작하는 각종 홍보물은 연간 30여개에 달한다. 각 팀별 사업 특성에 따라 연차보고서, 리플릿, 포스터, 백서, 초청장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 숫자만큼 교정, 교열해야 할 내용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기본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했다면 모국어인 한글을 모를리는 없지만, 막상 교정을 하다보면 사정이 그렇지가 않다. ‘일일이’와’일일히’, ‘대개’와 ‘대게’중 무엇이 맞는 표현인지 급격히 헷갈리기 시작한다. 더 나아가 ‘-에요’와 ‘-예요’가 쓰이는 차이를 알고 있거나 ‘자장면’과 ‘짜장면’중 -아주 자신있게-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최근에 나는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이 책이 많은 간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2014> (열린책들편집부 저 | 열린책들 펴냄)

 

이 책은 일반인부터 편집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궁금해할 만한 한글 맞춤법, 외래어표기, 책 편집, 제작의 기초 등을 담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한글 맞춤법>과 함께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사용하는 내용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사실 한글 맞춤법과 관련된 책은 많다. 하지만 대개 어렵거나, 딱딱하거나, 너무 많거나…하는 등의 이유로 쉽게 읽히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이 책은 실용성에 더 초점을 두었다. 종종 쓰는, 자주 헷갈리는,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목차

제1부 한글 맞춤법
제1장 총칙
제2장 자모
제3장 소리에 관한 것
제4장 형태에 관한 것
제5장 띄어쓰기
제6장 그 밖의 것
제7장 문장 부호


제2부 표준어 규정
제1장 총칙
제2장 발음 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
제3장 어휘 선택의 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


제3부 외래어 표기법
제1장 표기의 기본 원칙
제2장 표기 일람표
제3장 표기 세칙
제4장 인명, 지명 표기의 원칙
제5장 기타 언어의 표기


제4부 열린책들 편집 및 판면 디자인 원칙
제1장 열린책들 편집 원칙
제2장 열린책들 판면 디자인 원칙


제5부 편집자가 알아야 할 제작의 기초
제1장 책에 대하여
제2장 책 만들기

외래어 표기나 편집, 제작 기초 등은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1부에 소개된 <한글 맞춤법>은 우리가 자주 쓰는 용례 중심으로 소개되어 있어 유익하다. 책 중에서 나도 한 번쯤 ‘헷갈렸던’ 맞춤법을 중심으로 일부 내용을 소개할까 한다.

알아두면 유익한 ‘한글 맞춤법

* 아래 내용은 책에서 발췌하였으며, 이해하기 쉽게 부연설명을 달았다.

1. 한글 맞춤법 제49항 : 성명 이외의 고유 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붙여 쓸 수 있다

(원칙) 대한 중학교 / 한국 대학교 사범 대학
(허용) 대한중학교 / 한국대학교 사범대학

→ 재단에서는 원칙적으로는 단어로 구분될 수 있는 ‘아름다운 재단’으로 쓰는 것이 원칙이나, ‘아름다운재단’이 허용되며 현재 ‘아름다운재단’으로 통일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원칙을 알기 위해서는 ‘단어’의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살펴가다’라는 단어는 ‘살피다’와 ‘가다’가 합쳐진 말이므로 ‘살펴 보다’라고 띄어쓰는 것이 원칙이겠지요. 하지만 띄어쓰기는 쉬운 문제가 아니라서 정말 중요한데 헷갈린다면 국립국어원의 한글 맞춤법을 참고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2. <-데/-대>의 구분 : <-데>는 직접 경험한 사실을 나중에 말할 때 쓰이는 말로 <-더라>라는 의미로 쓰이고, <-대>는 남이 말한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때 쓰이는 종결어미입니다.

<-데> 그 애는 노래를 아주 잘 부르데. / 그 사람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데.
<-대> 그는 외국어 실력이 아주 좋대. / 철수는 이번 모임이 온대. / 왜 이렇게 일이 많대? / 어쩜 이렇게 예쁘게 생겼대?

→ 저는 늘 이 이 구분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조금 헷갈린다면 ‘-더라’로 풀어서 표현이 되는지 만들어보면 혼란이 줄어들 수도 있겠습니다. ‘아름다운재단 총장님 성격이 아주 화통하시데(화통하시더라).’ ‘총장님이 오늘 행사에 늦으신다고 하셨대(말씀하셨대).’ 정도면 이해가 가시나요?

3. <한번>의 띄어쓰기 : <두 번>에 대응되는 <한 번>은 띄어쓰고, 그 외의 막연한 <일차/이차>의 의미일 경우는 붙여쓴다.

<띄어쓰기> 한 번은 옳다고 말하고, 한 번은 틀리다고 말했다.
<붙여쓰기> 한번은 이런 실수도 했지.

→ <한 번>이란 단어에 <두 번> <세 번>으로 바꿔써도 뜻이 통한다면 띄어쓰고 그렇지 않다면 <한번>으로 붙여써보세요. ‘이번 모금 성적은 저조했지만 한번 더 시도해보자’라는 문장은 <두 번>으로 바꿨을 때 어색하므로 붙여쓰기로, ‘이번 캠페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한 번 이상 참여해 준 기부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의 경우는 <두 번>으로 바꿔도 뜻이 통하므로 띄어쓰기로. 이제 조금 이해가 가나요?

4. 수를 나타내는 말은 만 단위로 띄어 쓰므로 <몇>은 다음 말에서 붙여 쓴다.

몇몇/몇십/몇백/몇천/몇만/몇십만/몇백만/몇천만/몇억

→ <몇십>, <몇백> 등은 한글프로그램에서 이용할 때 맞춤법이 틀렸다고 붉은 줄이 가더라도 붙여야 합니다.

5. 큰따옴표(“”)는 글 가운데서 직접 대화를 표시하거나, 남의 말을 인용할 경우에 쓴다.

“전기가 없었을 때는 어떻게 책을 보았을까?” / 예로부터 “민심은 천심이다.”라고 하였다.

6. <잘살다>, <못살다>의 띄어쓰기

(잘살다):<잘살다>는 ‘부유하다’는 의미일 때는 붙여쓰고 그 외에는 모두 띄어쓴다.
            삼촌 댁은 읍에서도 잘사는 축이었다. / 잘 먹고 잘 산다.

(못살다):<못살다>는 ‘가난하다’라는 의미와 ‘괴롭히다’의 의미로 쓰일 때만 붙여쓰고 그 외에는 모두 띄어쓴다.
           동생을 왜 못살게 구니. / 너하고 못 살겠어.

→ 문장이 조금 길지만, 위의 띄어쓰기 방법에 맞춘다면 이런 게 가능하겠죠. 아름다운재단은 잘살고 못사는 것과 상관없이 아주 작은 것도 나눌 수 있다는 ‘나눔’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7. 2011년 8월 표준어 개정사항

→ 국립국어원은 1999년 <표준국어대사전> 발간 이후 지속적으로 표준어를 검토하고 2011년 한 차례 개정을 하였습니다. 다양한 내용 중 아래에 몇가지를 소개합니다. 두개 단어 모두 표준어로 등재되어 있어 사용이 가능합니다.

 간질이다/간지럽히다, 고운대/토란대, 남우세스럽다/남사스럽다, 만날/맨날, 복사뼈/복숭아뼈, 토담/흙담, 자장면/짜장면 등

 * 그 외에도 궁금하신 게 많나요? 헷갈리거나 궁금한 게 있다면, 댓글로 질문주세요!  정성껏 찾아서 알려드릴게요.

 

늘 우리가 쓰고 말하는 ‘우리말’인데도 바르게 알고 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관심 없이 바른 글쓰기는 만무할리 없다. 조금 어렵고 힘들더라도 바른 글쓰기와 맞춤법에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그 외에 한글 맞춤법과 관련해 읽어보고 도움이 되었던 책 몇권을 소개한다.

<우리말 바로 쓰기> 

이수열 저 (현암사)★★★  | 책정보 보기

오랫동안 한글 맞춤법을 가르쳐 온 이수열의 저서이다. 조금 길고 지루하지만 매우 방대하고 중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저 (서해문집)★★★★ | 책정보 보기

이 책을 참 좋아한다. 순우리말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하고 그 내용을 풀어했다. 예쁘고 아름다운 우리말의 뜻을 알게 되고 단어도 많이 알게 되어 좋은 책이다.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남영신 저 (까치글방)★★★ | 책정보 보기

여러 유명 소설들의 일부를 예로 들고 교정교열을 하는 방식이다. 다소 엄격하고 딱딱해서 쉽게 읽히진 않지만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1>

이수열 외저 (한겨레)★★★ | 책정보 보기

한겨레신문에 수년간 연재된 우리말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아 낸 책이다. 유수한 우리말 전문가들의 글이 실려있다. 324개의 글이 우리말에서 꼭 바로잡아야 할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말 사전> 

고정욱 저 (자유로운 상상) | 책정보 보기

이 책은 읽어보지 못했으나, 서점에서 잠깐 살폈을 때 유익해보였다. 기회가 닿으면 읽을 계획이다.

 

그리고 한글과 관련해 알아두면 좋을 사이트도 소개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http://stdweb2.korean.go.kr/

모르는 단어나 우리말, 방언, 북한어 등이 있다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활용해 보면 좋다. 인터넷으로 검색도 가능하고 표준국어대사전을 설치하고 검색할 수도 있다.

 

국립국어원 | http://www.korean.go.kr/

우리말과 관련된 각종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및 한글 맞춤법 등을 검색할 수 있고, 우리말과 관련된 질의응답도 가능하다. 무료온라인 강의도 있는데, 공문서 바로 쓰기나 오남용 언어에 대한 유익한 정보가 많다.

 

쉼표, 마침표 | http://www.urimal365.kr/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하는 온라인 소식지로 한글과 관련된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다.

 

디지털 한글박물관 | http://www.hangeulmuseum.org/

한글의 여러 유산과 기록을 정리하여 디지털로 볼 수 있게 소개하고 있다.

 

<훈민정음 언해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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