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끄지 말아요, 계속 해봐요. ✅

“작은이모 코로나19 걸렸대.” 일하다 받은 엄마의 전화였어요. 크게 놀라거나 걱정을 해야 마땅한데, 그냥 무덤덤하게 자리에 앉아서 줄곧 일했어요. 따라와야 할 감정이 좀처럼 붙지 않더라고요. 어쩐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지난주에 동료들을 인터뷰하다가 원인을 찾았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벌어질 일이 두려워서,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무서워서, 감정을 애써 감춰왔다는 것을요.

코로나19처럼 답이 없는 재난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울렁이는 마음을 붙잡는 것 뿐이었어요. 버티려면 올라오는 감정을 꾹 눌러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억지로 누르는 것도, 회피하는 것도 답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시원하게 꺼내놓고 이야기하며 잘 살펴봐야 했죠. 그래야, 제가 마주한 상처와 슬픔을 딛고 설 수 있을 테니까요.

재난의 끝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해요. 코로나19가 인생에 없던 시절인 것처럼 잊어버린다면, ‘끝’이라 외치고 묻어둔다면 이 시기를 겪어낸 이유가 없을 거예요. 불평등과 부조리함이 재현되지 않도록 파괴된 일상을 복기하고, 무엇을 잃었는지, 그 가운데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살펴보면 좋겠어요. 그래야, 다시 찾아올 재난 앞에서 우리는 좀 더 나은 경로를 찾아갈 수 있을 거예요.

후후레터vol3에서는 코로나19를 통과하면서 답을 찾아 노력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질기게 뜨는 에러 메세지에도 전원을 끄지 않고, 끈기 있게 대응해온 사람들을 만나러가요.

 
모든 것이 멈춰도, 움직인 사람들

코로나19가 맹렬하게 확산될 때, 활동가들은 먼저 달려갔어요. 가장 약한 고리가, 가장 먼저 끊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자신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또 다른 코로나가 오더라도 활동가들은 똑같이 집 밖을 나설거예요. 그러나, 좀 더 튼튼한 방패를 지니고 나갈 수 있다면, 서로의 손을 잡고 단단하게 맞설 수 있다면 지금보다 나은 상황과 마주할 거라 믿어요. 마스크 속에서도 끊임없이 후후~해온 사람들과 같이 움직여볼까요?

#1. 코로나19 이후 1년 6개월간, 우리는요!
아름다운재단, 최지은/고용우 간사

코로나19 확산 초기, 활동가들의 역할은 대단했어요. 당장 집 앞 약국조차 나가기 힘들었던 장애인들, 또 돌봄대책 없이 집에 남겨진 어린이들,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의 곁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장기간 지속된 재난 앞에서 활동가들도 점점 지칠 수밖에 없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대면 전환이 시작되면서 활동의 위기와도 마주해야했죠.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고용우, 최지은 간사는 코로나19 긴급지원사업, 공익단체 IT인프라 지원사업으로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왔어요. 최근에는 시민사회의 연결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신규 사업도 준비 중이죠. 코로나19 사업으로 연결된 최지은, 고용우 간사에게 지난 1년 6개월간의 대응기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어요! (인터뷰 바로 보기 )

#2. 코로나 블랙, 멈춘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

“탈시설 지원 주택 코디네이터는 활동지원사에 준해 우선 접종이 필요한데 배제되었네요. 저도 문제 제기 해야겠어요.” 인터뷰 글을 쓰고 있던 아침, 이주언 변호사에게 온 문자입니다. 탈시설 장애인의 경우 코로나19 시대를 어떻게 지나고 있는지 궁금해서 질문을 던졌었거든요. 여기저기 알아보고, 상세히 내용을 전한 거예요. 현재 진행형인 재난에 대응한다는 건 아마 이런 모습일 거라 그려보게 되더라고요.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움직이고 목소리를 내야 하니까요. 코로나19 확산 초기, 공익변호사들이 모인 장애인법연구회에서 ‘코로나19와 장애’ 보고서를 펴낸 이유이기도 합니다.

보고서를 보는 내내 궁금한게 참 많았습니다. 그 사이 변화는 오지 않았을지, 또 아직 남은 과제는 무엇일지, 다음 재난에 대비해 무엇을 해야할지도요. 직접 만나 들어보기로 했어요. 인강재단 비리 소송, 지하철 승강기 설치 소송, 탈시설 연구 등 장애인권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려온 이주언 변호사의 분투기를 전합니다. (인터뷰 바로 보기 )

#3. 결국 오늘의 인권을 지켜야, 또 다른 재난에 대응할 수 있어요!
다산인권센터 랄라 상임활동가

코로나19 감염만큼 두려웠던건 신상공개였어요. 집, 다녀간 카페, 병원, 편의점 이름까지 알려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머물렀던 가게들이 큰 피해를 입는 것도 상상하기 싫었지만 무엇보다 제 일거수일투족이 세상에 알려지는 게 두려웠어요.

물론 별안간 불어닥친 재난 상황에서 인권을 고려하는 것도, 지키는 것도 어려웠을지 몰라요. 그래서 더욱, 지금이 중요해요. 어떤 상황이 와도 우리가 지켜야 할 인권의 기준과 원칙을 미리 만들어두는 거죠. 다산인권센터 랄라 활동가는 코로나19 확산 직후,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에서 재난 속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어요. 의료공백으로 빚어진 위기에 대해 짚어내기도 했죠. 마스크를 쓰고서도 땀나게 뛰어온 랄라 활동가에게, 재난 속 인권의 가치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바로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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